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0
매니저가 그 머리를 망치로 내리쳤다.
그리고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깨달았다.
“해냈다!”
도하연이 폴짝 뛰며 기뻐하고 동현과 매니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려움의 존재가 지금 그들의 앞에 쓰러졌다. 작은 한걸음일지 몰라도 지금 이곳에서는 위대한 한 걸음이었다.
지승준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그 두려운 놈들이 손쉽게 처리됐다.
“별거 아니네.”
그는 애써 폄하했다. 윤선이 옆에서 그런 그들을 비웃었다.
“자기야. 자기도 할 수 있어. 그렇지?”
“그렇지. 뭐…….”
그렇다고 나서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의 인생이 그랬으니까. 아버지는 정치인, 엄마는 기업체 사장.
돈으로 남부러울 것 없기에 남들을 시키기만 했다.
‘똑같아.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어.’
군대가 아직 안 오는 건, 의외지만 자기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태희가 박수를 쳤다.
“아! 이제 휴대폰을 가져올 수 있겠구나!”
“음?”
지승준이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 바깥의 위협이 제거됐다면 지금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그거였어!”
지승준은 단숨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고는 단숨에 휴대폰이 있는 봉고차를 열었다.
“오. 다행이다. 굳이 재수 없는 놈을 잡으러 갈 필요 없네. 아빠만 재촉하면 되니까.”
지승준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으로 지학선을 불러내었다.
“아빠! 뭐해요? 지금, 군대가 온다면서 안 오는데!”
“음……. 보고를 들어보니 사태가 좀 격렬해져서…. 조금만 참거라. 아빠도 재촉하지만, 군인들도 싸우고 있는 처지라서 말이다.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네?”
지승준은 할 말을 잃고 통화를 마쳤다.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뭐, 어떻다는데요?”
“…….시간이 좀 걸린다는데? 지금 싸우고 있나 봐.”
실망의 기색이 여기저기 들리고 있었다. 지승준도 거들먹거리던 태도가 시들시들해진 건, 당연했다.
도하연은 모두를 독려했다.
“그래도 밑에 쪽 사람들과 연락을 해야죠. 당장 배고픈 것부터 면해야 하니까요.”
“오케이!”
지승준은 그런 도하연을 쳐다보았다.
활기차고 힘이 돼준다.
‘제기랄. 이럴 때, 저 여자를 가지질 못하다니….’
혀를 날름거리는 지승준은 문득 자기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윤선이 보였다.
“저기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해.”
“나중에.”
귀찮은 건, 질색이다. 지승준은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제기랄. 윤선이가 있으면 뭘 못하잖아.’
한숨만 푹푹 쉬는 그에게 강장구가 손을 얹었다.
“남자로서 네 마음은 잘 안다고. 주로 스릴러 영화에서 극을 망치는 조연들이 자주 하는 짓이지.”
“아, 뭐에요? 감독님.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도와준 다라…. 도와준다고 뭘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지금 상황에서.”
강장구는 의아해했지만, 곧 사악하게 일그러지는 지승준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비법이 있죠. 감독님도 한 번 동참하실래요?”
강장구는 베테랑 감독답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이거 완전히 미쳤네. 하긴, 영화적으로 너 같은 애가 나와야지. 동참해볼까?”
“좋아요. 방해꾼들부터 보내고요.”
지승준은 도하연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도하연은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잡았나?]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요. 그리고 다음부터 하라고 할 때는 좀 부드럽게 말해주면 안 돼요? 무작정 끊으면 그쪽도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잖아요.”
[알겠다.]전화기 너머의 사내는 순순히 인정했다.
‘약간 성질 급한 사람 같은데.’
다양한 사람을 경험한 도하연은 상대의 성격이 대강 유추가 되었다.
“일단 고맙다고 하죠. 그놈을 잡은 건, 처음이니까요.”
[막상 무서워 보여도 부딪치면 별거 아니야. 아무것도 못 하고 벌벌 떨 바에 뭐라도 하는 게 훨씬 나아. 그놈을 잡았으니, 이제 충분히 미끼가 되시겠군.]도하연의 말에 사내의 말투가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러면 시간부터 정할까요?”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좋지. 30분 후, 그 펜션으로 가지.]상대는 거기다 화끈했다. 도하연은 하나 의문이 생겼다.
“어? 펜션 위치를 알아요?”
[원래부터 우리 위로 2개가 있다는 건, 파악했어. 식량을 구하려고 도심지로 갈까 위로 갈까 고민하던 거였지. 근데 다섯 마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손쉬운 쪽으로 가야지. 그러면 30분 후, 너희가 차를 타고 소리를 내서 주의를 끌어. 알겠지?]“네. 알겠어요. 그러면 말해둘게요.”
도하연은 통화를 마치고 모두에게 뒤돌아보았다.
“여러분. 미끼가 될 사람을 구한다는데요?”
“난 패스.”
강장구 감독은 바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내 몸을 봐. 현장에서 명령이나 내리는 몸이야. 투실투실해서 미끼도 안 돼.”
“차로 이동하는 건데요?”
동현이 어이없어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영화에서 보는 용기 없는 남자로 생각하면 돼.”
“좋습니다. 총리 아드님은 어떠신가?”
지승준은 윤선을 끌어안았다.
“내가 죽기라도 하면 너희가 구조될 거 같아?”
“하이고. 잘나셨네. 그러면…. 나랑 태희, 그리고 도하연씨랑 매니저분인가?”
도하연과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였다.
강장구가 갑자기 나섰다.
“그냥 차로 시간 끄는 거라면서? 한 명이 가도 충분하지 않아?”
“어머, 그러세요? 전, 동현이랑 같이 갈 건데요?”
태희가 동현의 팔짱을 꼈다.
강장구는 지승준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래, 누가 뭐래? 하지만 적어도 도하연씨는 안 되지. 내 영화 주인공 하셔야지. 진짜 좋은 시나리오가 생각났다고. 강 매니저였나? 댁까지만 가서 전화로 상황 보고 하면 되지.”
“네?”
도하연은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저도 가려고 생각하는데요.”
“허허, 도하연씨. 잘 생각해봐요. 지금 나가기만 하면 내가 또 영화 주연이라니까. 이걸 같이 겪은 동지가 위험에 빠지는 걸 그대로 둘 수 없잖아.”
강장구는 영화감독일 때처럼 말에 힘을 주어 도하연을 압박했다.
옆에서 지승준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그래도 여기서야 다 같이 동료지만, 영화판에서는 배우와 감독이잖아. 그냥 감독 말 정도는 들어줘. 정말로 당신을 위하는 건가 본데.”
“…..”
도하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다음을 생각하면 강장구의 말은 절대적이다.
잠시 답답한 흐름 속에서 동현은 한숨을 쉬었다.
“좋아. 뭐, 많은 인원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도하연 씨도 이참에 쉬어요.”
“그러죠.”
도하연이 다시 침실로 들어가고 동현은 차량 점검에 나섰다.
동현은 우락부락한 근육을 드러내며 차량을 움직였다.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소리를 내고 있다.
“진짜 생쌀이라도 먹는다.”
“과자라도 있지 않을까? 펜션이나 민박에 보통 매점이 있잖아.”
태희는 목표인 펜션이 보였다. 독채 형식으로 된 아주 풍경 좋은 펜션이다.
잔디가 깐 마당과 주변에 푸른 나무와 수풀들이 가득한 2층 구조의 건물.
전면에 보이는 거실 유리쪽은 이미 피로 물들어져 있었다.
“후우.”
뒤에서 매니저의 소리가 들렸다. 저 한숨의 의미는 다 안다.
동현과 태희도 마찬가지니까.
‘시발. 그래. 혼자니 별거 아니었어. 지금은 차까지 타고 있잖아. 침착함. 그래, 침착함!’
동현은 격투기 대회 때를 생각했다. 긴장하지 않으려 해도 긴장된다.
‘그래, 지금은 1라운드 끝난 거야.’
체력과 정신력은 갉아 먹혔지만, 상대는 더 큰 피해를 당하였다.
“우리 저놈 잡아 본 적 있죠? 그 경험을 믿고 가죠. 잡을 수 있는 것들이에요.”
“난, 안 잡았어.”
태희가 배시시 웃었다.
“아! 태희야.”
“크읍!”
뒤에서 매니저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린 거다.
“왜, 너무 분위기 딱딱하잖아.”
“그래, 그래. 잘했어. 아무튼, 이제 그 밑에 놈들 솜씨나 볼까?”
이들은 차량을 근처에 정차시켰다. 곧 SUV 차량 한 대가 반대편으로 가는 게 보였다.
“미끼? 그래? 얼마든지!”
동현이 액셀을 밟자, 거친 소리와 함께 차가 출발했다.
잔디를 밟으며 경적 소리가 이 펜션을 울렸다.
“야, 이 새끼들아! 숨어서 뭐하냐! 당장 오라고! 와우!”
동현이 소리를 내는 순간, 정적이 감돌던 펜션이 시끄러워졌다.
“기….”
“캬아아악!”
유리창을 두들겨지고, 열린 문으로 피투성이의 그것이 나왔다.
“그래! 이쪽이다! 야!”
동현은 미끼로서 열심히 상대를 끌어 모았다.
다섯 마리 중 네 마리가 그를 따랐다.
“야! 와보라고 와 봐!”
차량을 움직이면서 주의를 끌었다.
그 사이 반대편에서 차량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좀비 두 마리가 차량에 깔아뭉개졌다.
동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화끈한 데? 우리도 박아볼까?”
“위험한 짓은 하지 마!”
태희가 다급히 말했다. 동현은 백미러로 상대를 살펴보았다. 아직 두 마리가 자기를 따라오고 있고, 차에 깔린 두 마리는 바동대고 있다.
‘역시, 쉽게 안 죽네.’
까다롭다고 생각될 때였다.
별안간 차량에서 도끼를 든 사내가 내렸다.
“도끼?”
동현이 놀라는 사이 그 도끼가 갑자기 좀비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저 형씨. 화끈한 데? 태도 보니 나한테 짜증 낸 그놈이지?”
과감한 도끼질에 좀비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다음은 그들은 유리창을 두드리는 좀비 하나를 잡으러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은 저들의 모습을 보고 몸이 근질거렸다.
“태희랑 매니저 형씨. 벨트 꽉 매슈”
“네?”
착실한 매니저는 이미 벨트를 한 상태였다. 곧, 차량이 멈추고 동현이 갑자기 후진을 시작했다.
“키야아아악!”
쿵, 하는 만족스러운 소리가 났다.
좀비들이 깔리는 소리가 들렸고 동현은 만족했다. “어때, 나도 할 수 있다고.”
“근데 어떻게 죽여? 단순하게 깔린 거로는…….”
태희가 말하자 동현은 잠시 침묵했다.
“설마? 방법도 모르고 한 거야? 이 바보야!”
“아니…. 어차피 무기가 없으니…. 음.”
동현이 난감해 할 때였다. 매니저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그…. 뭐냐…. 그냥 차량으로 계속 미, 미는 건 어떤가요?”
“아!”
동현은 손뼉을 쳤다. 그렇다. 차를 탔으면 그 우위를 정해야 한다.
동현의 발이 힘차게 움직였다.
“죽어라!”
그 뒤로 동현은 15분간 좀비 두 마리를 뭉개는 데 주력했다.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이들은 다시 차량을 돌렸다.
과연 어떻게 됐을까? 동현의 시선에 식량을 차량에 싣는 아래쪽 사람들이 보였다.
“이야! 다 처리했구먼?”
이들은 자기 차량 트렁크와 자리에 식량을 듬뿍 싫은 상태였다.
동현은 거기서 그 인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총 3명이었다.
“머리 짧고 총 맨 놈은 군인 같고, 할아버지인가? 나머지 하나가…. 눈매가 날카롭네?”
거리가 있기에 자세히 보지는 못해도 눈매가 사납고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보였다.
본능적으로 동현은 그가 바로 전화기 상대인 걸, 알았다.
‘리더 같군.’
동현은 그렇게 판단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지금 너무나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가자!”
동현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앞장섰다. 두려움에 떨었지만 역시나 좀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