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2
그녀의 신진대사는 고작 라면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밥 한 공기를 비울 때, 도하연은 두 그릇을 비워버리면서 그 식욕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너무 맛있네요. 언니!”
“그래? 밥도 많으니까 더 먹어.”
태희가 요리한 사람으로서 기뻐하며 고기를 더 퍼줄 때였다. 갑자기 윤선이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도 없으니 아무렇게나 퍼먹나 봐요?”
“네?”
도하연은 까칠한 윤선의 모습에 당황했다.
“무슨 소리여요?”
“아뇨. 보통 배우라면 남들 있을 때, 조심히 먹지 않아요?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그렇게 많이 먹으면 살찌지 않아요? 걱정돼서 하는 말이에요.”
윤선은 뒷말을 가져다 부쳤지만 누가 봐도 시비 거는 거였다.
동현은 황당해서 소리쳤다.
“아니, 말투 원래 그따위야? 기분 나쁜 일 있으면 직접 해. 뭘, 그리 빙빙 돌려. 난, 여자들 저렇게 대화하는 거 보면 짜증 나더라?”
“아니,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거 맞잖아! 아니, 오만상 찌푸리고 시비 거는데, 뭐가 걱정돼? 혹시 단어 뜻 몰라?”
“아가리 닥쳐.”
그때였다. 윤선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고 동현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지금 욕한 거야?”
“그래. 어쩌라고? 네가 뭔데 껴들어? 도하연이 몸 한 번 대줬어?”
식탁이 빠르게 침묵으로 물들었다. 윤선의 행동은 지극히 이상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갑작스런 울음에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왜…. 왜…. 나만…. 나만….”
“나가자.”
지승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태희를 보았다.
“우리는 여기까지 먹을 테니. 상은 알아서 치워. 야. 나와!”
당황한 시선을 뒤로하고 그들은 황급히 바깥으로 나섰다.
“야! 너 왜 그래?”
지승준은 한참을 밖으로 걸었다. 소리가 안 들릴 정도가 되자 울먹이는 윤선을 다그쳤다.
“대체 왜 그래? 그냥 가만히 있다가 구조나 받으면 되는데! 왜 분란을 만들어!”
“오빠….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윤선은 울먹이며 소리쳤다. 지승준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윤선은 울먹이며, 그들이 나온 집을 향했다.
“대체 뭐야. 저 늙은 놈이랑 같이 있으면 좋을 거라며?”
“영화 출연 시켜준 대잖아.”
“그래서 내가 그 꼴을 당하고? 근데…. 오빠는 그때 뭐했는데? 도하연이라 뭐했는데!”
윤선은 대성통곡하듯 울고 있었다. 지승준은 안절부절못했다.
“아무것도 안 했어!”
“거짓말! 그년이랑 뭐했냐고? 내가 없는 사이에…”
“윤선아. 오해야. 아무 일도 없었어. 착하지? 착하지?”
지승준은 울먹이는 윤선을 끌어안아 주었다.
‘시발, 이년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닌데.’
윤선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하는 그였다. 잘못 입이라도 열었다가는 단체로 위험해진다.
지승준의 시선이 멍하니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윤선은 안긴 채로 말했다.
“오빠…. 우리 사귀는 거 맞지?”
“어? 어…. 맞지. 맞아.”
“그러면 여기서 나가도 나 연인이라고 말해주라. 결혼할 사이라고. 정말 나 사랑하는 것 맞지?”
윤선의 제안. 지승준은 미간이 좁혀졌다.
‘내가 너랑? 왜?’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 윤선은 지승준을 뿌리쳤다.
“이걸 망설여. 쓰레기 새끼. 여기서 나가기면 하면, 다 말할 거야. 네가 했던 쓰레기 짓이랑 마약 전부 다 말이야!”
“윤선아. 잠깐만…”
지승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하연도 간신히 잠재웠는데, 윤선까지 이런다.
‘시발…. 왜 이러는 거야?’
윤선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승준이 몇 번 잡아도 뿌리치고 있었다.
지승준은 조급해졌다. 동시에 분노가 타올랐다.
“누구 덕에 호강하다가 이제 와서…. 지좃대로해?”
“….오빠?”
윤선이 놀라서 뒤를 돌아본 순간, 지승준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지승준이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이 시발년아. 존나 누구 돈으로 호강해놓고 내 말도 안 들어주냐?”
“커억! 커컥!”
그의 양손이 윤선의 목을 거세게 압박했다.
“시발! 말 좆대로 안 들어! 제발 좆대로 하지 말라고!”
“꺼…”
그리고 1분 뒤, 윤선은 그 자리에 쓰러져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시발…. 시발…..”
충혈된 두 눈은 악귀를 연상시켰다. 지승준은 생에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래… 이런 곳에서 안 들켜. 들키지 않는다고. 아빠가 다 막아줄 거야.”
그는 대책 없이 중얼거리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살인. 그는 손을 달달 떨고 감정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후. 후…”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의 뒤에서 시체가 일어나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기…. 크…….”
“어?”
지승준이 정신을 차린 건, 어느새 죽었던 윤선이 완전히 일어난 뒤였다.
메마른 피부와 푸른 혈관이 돋아난 그것이 자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지승준은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좀비에 대한 저항력도 없는 그는 돌부리에 넘어지며 심한 충격을 받았다.
“좀비… 좀비!”
하지만 공포심이 고통을 이겨내었다. 굴러도, 넘어져도 그는 오로지 아지트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왔다.
그가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고 다급하게 문을 두들겼다.
“야! 문 열어! 문 열라고!”
“아, 시발. 시끄럽네. 문 부서지겠다.”
동현이 문을 열자, 엉망이 된 그의 꼴에 경악했다.
“뭐야….”
“좀비…!”
지승준은 화장실로 그대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좀비야…. 좀비야….”
그는 화장실의 거울을 보았다. 거기에는 공포에 질린 모습이 있었다. 추하고 겁쟁이 같은 모습.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콜록.”
지승준의 입에서 기침이 나오고 있었다.
도하연은 침실에 있다가 거실이 소란스러워지자, 바깥으로 향했다.
“갑자기 왜 저래요?”
그녀가 본 것은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가는 지승준의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가 뛰어온 현관을 보았다. 핏방울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저게 뭐죠?”
“피…”
태희가 기겁하며 물러섰다. 지금 이들은 이상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 와중에 피를 흘리며 왔다? 당연히 비상사태였다.
동현이 화장실 문을 두들겼다.
“야. 문 열어. 지금 무슨 일인지 설명해.”
“꺼, 꺼, 꺼져! 병신 새끼야. 윤, 윤, 윤선이가….”
“윤선이가 뭐?”
지승준은 몸을 덜덜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서 좀비가 달려드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콜록.”
그는 기침 소리를 두 손을 모아 틀어막았다.
행여나 밖에 들린다면?
‘시발. 내가 왜 여기서 죽어야 하는데? 난 아니야. 살 수 있어!’
그는 가슴 속 다짐을 하고 있었다. 밖의 인원들은 사정을 모르니 알 길이 없었다.
도하연이 핏방울을 보고 다시 화장실 앞에 섰다.
“혹시 윤선 씨가 ‘그것’이 됐다는 건가요?”
“그, 그래. 갑자기…. 내 앞에서…. 커억….”
구토 소리가 들린다. 물론, 기침 소리를 숨기려는 방편이었다.
도하연은 윤선만 따로 안 보인다는 걸 깨달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떠올렸다.
“그렇다면 당신 몸은 어떤가요? 물리거나 그랬나요?”
“아니야. 하연아. 커억….”
“지금 구토하는 거예요?”
도하연이 지핀 의심의 불길은 곧, 모두에게 전해졌다.
동현이 문을 거칠게 흔들었다.
“야! 멀쩡하면 확인 좀 해볼까? 바닥에 떨군 피는 뭔지 확인해야지?”
“꺼져! 개자식아!”
안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현은 다시 문을 두들겼다.
“태희가 간호사니까 네 상처 정도는 볼 수 있어. 거짓말할 생각 마라.”
“누굴 의심하는 거야!”
“문 열어!”
하지만 열지 않는다. 고작 몇 센치 짜리 두께의 문을 두고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이 나섰다.
매니저는 조심스럽게 야구 방망이를 가져왔다.
“만약 도중에 좀비로 변한다면 위험하죠.”
“정답이야. 매니저 형씨.”
동현이 그 야구 방망이를 들고 사신처럼 앞에 대기했다.
“솔직히 감염됐다면 얼마 안 가 변하겠지. 그때 열고 죽이면 그만이야. 멀쩡하다면 빨리 나와.”
“강장구 감독 불러.”
지승준은 강장구를 찾았다.
“감독님? 왜? 새꺄.”
“알거 없잖아!”
동현은 고성에 미간을 좁혔다.
“미친놈이 지가 조건을 걸 때인가!”
“워워. 진정하라고. 이럴 때, 성급하게 하다가 다 망가지는 시나리오가 한두 개야?”
강장구가 나섰다.
“그러면 내가 상태를 보고 올게. 오케이? 혹시라도 진짜 저놈이 잘못돼서 달려들어 물면 어떻게 할 거야?”
“후…. 괜찮겠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일단 조용히 가려면 저놈 말대로 우선 해주자고. 문 열어.”
강장구가 문을 두들겼다.
잠시 뒤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강장구가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제 남은 네 사람은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도하연은 불안한 눈빛을 지었다.
“근데, 과연 제대로 볼까요?”
“무슨 소리야? 하연 씨?”
동현이 의아해하자, 하연은 조심스럽게 강장구와 지승준이 서로 협력 하는 사이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감독님과 지승준은 계속 어울려 다니고 붙어 다니잖아요. 여러분들이 올라갔을 때, 저 세 사람만 따로 붙어서 행동했어요.”
“근데 좀비로 변하는 걸 그걸 숨길 일이 있나?”
“모르죠. 제 걱정이 사실 아니길 바라야죠.”
도하연도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불안했다.
더불어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뭔가 있어.’
도하연은 고민했다.
자기가 이래라저래라 해봤자 듣지도 않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분명 위험할 게 분명했다.
수상한 걸 막아야 한다.
작은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이건 혼자서는 안 된다.
‘한 번 해봐야겠어.’
밑져야 본전인 도박이다. 과감히 도하연은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 안. 강장구를 만난 지승준은 숨을 헐떡였다.
“나 좀 보호해줘.”
“뭐? 대체 그게 무슨 꼴이야?”
강장구는 화장실 안에서 진흙과 상처투성이의 승준을 바라보았다.
“너 물린 거 아니지?”
“아니야. 도망치다 구른 거야. 커억!”
지승준은 일부러 동작을 크게 하며 구토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강장구의 시선은 당혹감으로 변했다. 영화감독인 그가 어설픈 연기를 뚫어보지 못할 리 없었다.
“지승준. 영화에서 보면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는 캐릭터가 있어.”
“나 없으면 나갈 거 같아?”
그때, 지승준은 강장구에게 얼굴을 가까이 되었다.
“콜록.”
작게 기침하는 소리에 강장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윤선이 그 개년이 변해버렸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감기라도 걸린 걸 거야.”
“하지만….”
“여기서 나없으면 나갈 거 같아? 내 말을 믿지 못하면 누가 믿을 건데? 감독? 살고 싶지?”
강장구는 침을 꼴깍 삼켰다. 지금 새파란 젊은 놈이 자기를 협박하고 있었다.
지승준은 절대 녹록하지 않았다. 협박 다음에는 당근이었다.
“나 좀 도와주면 진짜 엄마한테 말해서 형 영화 마음껏 찍게 해줄게. 망하든 말든 원하는 대로.”
“…”
“하지만 거부하면 난 당장 감독을 물 거야. 알지? 문 상처를 보면 저들이 형을 어떻게 할지?”
지승준은 당근과 채찍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감독, 알겠어? 내가 제물도 바쳤는데 이제 와서 날 배신하지 않겠지?”
“알겠다.”
강장구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밖을 향해 말했다.
“일단, 물린 곳은 없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몇 시간 여기 둘 거니까 모두 나가.”
“나중에 시간 되면 열어줘.”
두 사람은 그렇게 협의했다. 지승준은 강장구가 나가고 아주 작게 기침을 했다.
“난 살 거야. 난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