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3
정신없이 자신을 세뇌하며 말이다.
불안한 지승준을 놔두고 이들은 식사에 들었다.
하지만 불안한 건 매한가지.
태희는 불만스러운 듯 화장실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렇다고 화장실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해요?”
“진정해. 멀쩡하면 풀어주면 되잖아.”
강장구는 다른 이들을 말렸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지승준을 구출해도 기침 소리를 숨겨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군대가 오기만 하면 되는데. 대체 왜 안 오는 거야!’
군대라도 오면 억지로 타고 도망칠 수 있지 않은가.
강장구는 밥을 먹다가 휴대폰을 보았다. 거기에는 지승준의 문자가 와 있었다.
[아빠한테 말해서 접선 포인트를 바꾸려고. 오늘 밤 탈출하자. 이 새끼들 다 버리고 갈 거야.]“감독님. 왜 그러세요?”
도하연이 강장구의 부자연스러운 점을 눈치챈 듯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강장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족한테 문자가 와서…. 나 좀 일어날게.”
강장구는 황급히 일어났다.
물론, 그걸 도하연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동현 커플과 매니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럼 해볼까요?”
강장구가 거실에서 서성이는 사이, 도하연은 조심스레 바깥으로 나왔다.
화장실 창문이 자그맣게 있는 뒤쪽으로 말이다.
“승준 씨. 제 말 들려요?”
“….”
“솔직히 말해서 지승준 씨가 나쁜 사람이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여기서는 이성 챙기기가 힘드니까요.”
도하연은 자신이 했던 연기를 떠올렸다. 사형수와 그를 사랑하는 소녀 때처럼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승준 씨가 없으면 탈출하지 못해요. 그건 확실하게 고마워요. 정말로요.”
수줍게, 또는 조심스레 전하는 도하연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래서?”
무관심하다는듯한 지승준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했다는 거 자체가 이미 반쯤 넘어온 거였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윤선…. 씨랑 연인이 아니었어요?”
“그냥 어울린 거야. 오해하지 마. 커억! 변했어. 갑자기 말이야.”
지승준은 다시 구토 소리로 기침 소리를 감추었다.
도하연의 두 손을 모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상하지만, 우리 다 같이 가야죠. 그죠?”
“그래.”
“네. 솔직히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러니 있다가 나오세요.”
다시 대답이 없는 지승준이었다.
“갑자기 친절해졌네?”
“배고픈 것도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지 않았어요? 정신이 좀 더 들어온 거죠? 승준 씨도 낫지 않아요?”
“그렇긴 해.”
승준의 목소리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도하연은 여전히 연기에 감정을 싣고 있었다.
“아무튼, 그때 일은 서로 잊죠. 그러니까 적어도 관심이 있으면…. 건전하게 표해줄래요?”
“진짜?”
지승준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내가 나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첫 번째로 구하라고 할게. 진짜, 하연이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커… 콜록!”
그리고 기쁨에 겨운 다급한 말 속에서 기침이 들렸다.
순간, 이곳에는 침묵이 흘렀다.
도하연의 표정은 연기자의 그것처럼 다시 돌아왔다.
“역시, 걸렸군요. 기침에서 시작되던데.”
“하연이 무슨 소리야?”
지승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도하연은 부리나케 거실로 뛰어갔다.
“걸렸어요.”
이 짧은 한마디에 동현과 매니저가 벌떡 일어났다.
사태는 다급해졌다. 강장구 감독은 문 앞에서 결사항전 하듯 식칼을 들었다.
“물러서! 물러서란 말이야!”
“감독님. 걸린 거 아시고 넘어간 거죠?”
동현이 야구 방망이를 두 손으로 들었다.
“비키세요.”
“못, 못, 비켜. 잘 생각해 봐. 저놈 없으면 우리는 고립된 채로 죽어!”
“좀비로 변할 거잖아요. 우리 다 같이 죽으라고요?”
동현이 다가가려 했지만, 강장구는 미친 듯이 식칼을 휘둘렀다.
“후…. 후….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바로 그때였다. 화장실 문의 잠금장치가 열렸다.
강장구 감독을 밀어내듯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하나로 쏠렸다.
거기서 숨을 헐떡이는 지승준이 천천히 나섰다.
보통 상황이라면 다급하게 나올 것이다. 너무 천천히 나오기에 오히려 사람들은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 사이 지승준은 갑자기 강장구 감독에게서 식칼을 빼앗아 들었다.
“자자! 비켜. 이놈 죽이고 싶지 않지?”
되려 강장구를 인질로 잡고 거실로 움직였다. 인질극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거실의 사람들이 당황해했다.
“이 미친 새끼가!”
동현은 나서려다가 식칼이 강장구 감독의 목을 파고들자, 움찔거렸다.
서서히 현관문에 도달한 지승준은 강장구 감독을 보며 씨익 웃었다.
“감독. 그동안 고마웠어?”
“무, 무슨 소리야? 같이…. 같이 가자며?”
“지금 이판사판이야. 보니까 사람 죽이면 좀비가 되더라?”
강장구가 그 말뜻을 이해하는 그 순간이었다. 가차 없이 식칼이 목을 찔렀다.
“크아아악!”
“죽으면 좀비가 되니까 바로 처리해야 할 걸? 난 산다! 난 살 거야!”
지승준이 강장구를 내버려두고 도망치고 동현과 매니저가 바동거리는 강장구 감독을 보았다.
숨을 못 쉬며 피를 흘리는 강장구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곧 시체가 조금씩 움찔거렸다.
“일어나려 해요!”
도하연이 움직였다. 그녀의 손에는 두꺼운 여행 책이 들려 있었고, 단숨에 강장구였던 것을 내리쳤다.
“하연 씨. 나와요! 이게 직빵이에요.”
정신을 차린 동현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좀비의 머리통을 날렸다.
반쯤 뜯어진 목. 좀비는 아직 비틀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매니저가 추가로 머리통을 후려쳤다.
“허억…. 허억….”
드디어 움직임이 멎은 좀비를 두고 이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도하연은 다급하게 내선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전화하려고 했는데 잘됐네.]상대는 그때 그 남자였다. 도하연은 다급하게 이곳 상황을 말했다.
“지금 저희 쪽에 문제가 생겼어요. 탈출이…”
[지금?]“네. 어, 어떻게 하죠? 이제 탈출이….”
[지금은 나가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우리도 지금 싸워야 할 판이야.]도하연의 귀로 총성이 들렸다. 거기에 하나 더, 지승준의 비명이 바깥에서 들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도하연이 커튼을 걷고 바깥을 보는 순간 비명을 내질렀다.
곳곳에서 좀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2. 계획
설동은 쓴웃음을 지으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위쪽 게스트 하우스의 여자 누구야? 목소리가 나긋하고 침착한데. 목소리가 딱 예쁜 게 미인이면 좋겠네.”
“서, 설동 씨. 지금 상황이 웃을 때가 아니라고요.”
오종훈이 여기저기 그을린 소총을 들고 거실 창문을 닫았다.
아직 총알을 발사한 열기가 채 식히지 않은 상황.
그가 총을 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좀비들이 근처로 왔기 때문이다.
야밤이라는 특성상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소리는 아주 명확하게 들렸다.
“아니, 대체 저것들 어디서 온 거야? 육시랄!”
정 할아버지도 군용차량에서 턴 기관단총을 꺼내 들었다.
“이, 이거 단발로 하는 거지? 총알 아까우니까.”
“줘보세요. 아저씨도 군대 다녀왔을 거 아니에요?”
설동이 재빨리 단발로 조정하고 건네주었다. 정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난, 면제여! 4대 독자였거든.”
“…….”
“뭐 임마! 우리 때는 면제나 군대 회피가 쉬웠다! 불만 있어? 너희 때가 비정상적으로 현역으로 가는 비율이 높은 거지. 태평양 전쟁 시절도 지금 너희 시대보다 적게 뽑혀.”
정 할아버지는 투덜대면서, 반대편 창문으로 갔다.
신설동은 군용 지프에서 얻은 ‘USAS-12’를 꺼내 들었다.
“그것인지, 좀비인지 뭔지를 잡는 데는 역시 산탄이지. 근데 이거 우리나라에서 쓰지 않는 총 아닌가?”
“몰라요. 그냥 이거저거 무기 끌어와서 뿌린 게 아닐까요? 원래 군대에 납품하려고 만든 총이니까요.”
오종훈은 그러면서 침착하게 총알을 발사했다.
설동의 손에 이제 바나나형 탄창을 낀 산탄총이 바깥으로 향했다.
하지만 총알을 단 10발. 한 발당 한 마리라는 전제하에 신중하게 쏴야 한다.
그렇기에 전략이 다르다.
오종훈은 특등사수답게 정확히 조준하면서 총알 쓰고 있었다.
정 할아버지는 반대로 덜덜 떨면서 난사를 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아! 다 죽어!”
“총알 아끼세요! 지프에서 가져온 게 60발밖에 없다고요!”
오종훈이 애처롭게 외쳤지만, 고막이 얼얼해지는 총성에 제대로 들릴 리 만무했다.
이들의 귀에는 이미 휴지조각들이 들어가 있었다.
설동은 산탄답게 상대가 접근하는 걸, 기다렸다. 어둠을 틈타 오는 그것의 무리는 정말로 무섭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총이 있으니 다행이야.’
설동은 근거리에 다가온 상대를 향해 산탄총을 조준했다.
“기……. 그…….”
기묘한 소리와 불규칙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동은 방아쇠를 당겼다.
소총보다는 부드러운 소리가 들리며, 좀비가 단숨에 뒤로 나자빠졌다.
하지만 아직 좀비는 많다. 적어도 보이는 것만 대여섯 마리다.
설동은 다시 조준을 하려 하는 순간, 정 할아버지의 비명이 들렸다.
“어떻게. 창문까지 왔어?”
“탄창 갈아 끼워요!”
설동은 그 누구보다도 빨리 반대편 창문으로 뛰었다.
그는 그러면서 바닥에 놓은 휴대폰을 보았다.
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어제에 이어 또다. 당장에라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싶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정 할아버지를 밀치고 다가가는 순간, 코앞에서 손을 내미는 좀비의 모습이 보였다.
“시발!”
이 정도 거리면 조준이고 뭐고 필요 없다.
산탄총이 껴안아달라고 덤비는 극성팬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 기세는 뒤에 있던 좀비도 단숨에 넘어지게 할 위력을 지녔다.
하지만 좀비는 사방에 있었다. 오히려 소리에 이끌린 건지, 점점 모여드는 형국이었다.
자그마치 20마리 이상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설동은 다시 정 할아버지를 위치로 보내고 자기 쪽 창문을 깨려는 좀비를 보았다.
좀비 세 마리가 뒤엉켜 창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얼마 안가 창문이 깨며 세 마리가 뒤엉켜 들어오려 할 때였다.
설동의 산탄이 불을 뿜으며 단숨에 곤죽을 만들었다.
세 마리가 낀 창문을 본 설동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잠깐, 차라리 저 세 마리는 죽었으니까 그냥 놔두자. 오히려 막이용이야.’
그는 자기가 지원을 갈 곳을 찾았다. 바로 거실 창문을 맞는 오종훈이었다.
워낙 면적이 넓기에 한쪽을 일부러 열어 그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다른 놈이 창문을 두들기려 하고 있어.’
5KG이 넘는 산탄총을 잠시 내팽개쳤다. 거실 유리가 크기에 산탄으로 박살이 날 수 있다.
‘판단하자. 이럴 때는….’
도끼가 필요하다.
설동은 허리에서 도끼를 꺼내어 깨질 것 같은 문을 반만 열었다.
“기….”
“크악!”
좀비들이 연이어 들어서려는 순간, 설동의 도끼가 힘차게 움직였다.
한 마리, 두 마리.
설동은 이제는 익숙해진 도끼질로 단숨에 상대를 도륙했다.
좀비들이 사라지자, 다시 문을 닫았다.
“도, 도와줘!”
이번에는 정 할아버지 쪽이다. 설동은 보지도 않고 움직였다.
정 할아버지가 좀비 한 마리에 덮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창문에서는 좀비가 들어오고 있었다.
달려가기에는 느리다.
설동의 머리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고개 숙이고 있어요!”
그는 손에 쥔 도끼를 날렸다.
도끼가 힘차게 날아가 좀비의 얼굴에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