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4
좀비가 움찔거렸고, 설동은 온몸을 던져 좀비를 걷어차 버렸다.
‘도끼!’
그는 찍힌 도끼의 자루 부분을 잡고 밀어붙였다.
“키…. 키익…!”
도끼가 좀비의 얼굴을 갈아버리고, 설동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어?”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미 몸을 다 뺀, 좀비가 그를 보고 있었다.
“이….”
“키아아악!”
이미 움직였다. 마치 기다리다가 사냥감을 기습하는 것처럼, 느린 좀비들은 자기 사정거리 안에서는 매우 민첩하다.
“미친!”
그 스피드에 설동도 도끼를 놓치고 막는 데 급급할 정도였다.
“캬아악!”
먹이가 수중에 들어온 좀비는 그야말로 미칠 듯이 몸을 휘둘러대었다.
‘접근하면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힘이 약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때였다. 힘겨운 설동의 밀어내기가 갑자기 쉬워졌다.
동시에 좀비가 축 늘어졌다.
“어?”
설동이 고개를 들자, 정 할아버지가 어느새 도끼를 뽑아들었다.
“나도 이제 좀 도움 좀 되느냐?”
“물론이죠.”
설동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작스러운 좀비의 습격은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종훈아. 총알 아껴라. 저놈은 내가 처리한다.”
설동은 이제 혼자 걸어 다니는 불쌍한 낙오자를 향해 달렸다. 도끼를 들고 간, 설동은 갑자기 멈췄다.
“어?”
무언가를 깨달은 설동은 뒤늦게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전처럼 머리통을 내리는 궤적이 아니라 갑자기 다리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기….”
좀비가 쓰러지고 설동은 도끼를 뽑아 목을 내려치는 게 아닌가.
종훈이나 정 할아버지는 이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동은 거기서 또 턱을 도끼로 내려쳤다.
모든 걸 끝낸 설동은 그 죽은 이의 머리를 만졌다.
그러더니, 방탄모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이거….”
“아!”
오종훈은 경악했다. 정 할아버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왜 그랴? 이눔들아! 왜?”
“여기 널린 시체들 보세요. 일반인 속에 군인들이 섞였어요.”
설동은 쓰러진 시체들을 가리켰다. 사태가 급박하기에 쏘고 봤는데, 쓰러진 시체 중에는 군인들이 더러 섞여 있었다.
정 할아버지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침을 삼켰다.
“그…. 그게 뭐?”
“그동안 우리가 안전했던 이유를 생각해봐요. 군대가 도심지를 막고 싸워서 아니었어요? 근데 지금 군인과 민간인이 섞여서 올라왔다고요? 그게 왜겠어요? 군대가 물러가거나 문제가 생겼다는 거예요. 이제부터 이런 상황이 계속 찾아올 거라고요.”
설동이 말을 마치자, 정 할아버지는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국무총리의 집무실에는 지금 비밀스러운 회담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회담도 아니었다. 행정부 서열 이인자의 분노 폭발의 현장이었으니까.
“지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학선의 분노가 담긴, 노성이 터졌다. 그의 앞에는 박진군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가 화를 내는 건, 당연했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구해야 하는데, 지금 군대가 계속 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폭격이라니…. 결국, 온갖 신문사가 다 개지랄 떨고, 야당이 난리 친단 말이오!”
“죄송합니다. 폭격은 나중 에라고 지시했었는데, 일선에서 어긴 모양입니다.”
“장관님! 국방부 장관이면 군 최고지위입니다. 그런데 부하가 명령을 어겼다고 변명만 할 겁니까? 지금 시위하고 난리 났어요!”
지학선은 당장에라도 자기 앞에 있는 재떨이를 박진군에게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요. 이미 한 건, 어쩔 수 없다 칩시다. 폭격으로 사태가 끝나야 하잖아요! 왜 안 데리고 온 겁니까?”
“폭격으로 안전을 확보하려 했으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무슨 문제요?”
“감염자들이 늘어났습니다.”
박진군의 말에 국무총리는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박 장관님. 지금 폭격과 총탄으로도 감염자가 쓰러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이상하게 폭격 이후 감염자가 대량으로 증가했다는 보고가 발생했습니다. 더불어 전진 배치된 병력이 궤멸했습니다.”
“궤멸…. 이요?”
지학선이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얼굴로 박진군을 쳐다보았다.
“사, 상대는 인간이잖아요. 군대가 어떻게 집니까?”
해봤자, 맨몸의 인간이다. 총기를 지닌 군대를 상대로 이긴다?
“불가능이잖아요.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특별병력들이 전진 배치된 부대가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정찰기로 촬영한바,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지학선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심정을 표현했을 뿐.
“박 장관. 내일 바로 국무회의가 열릴 거요. 거기서 폭격문제와 시위 건으로 대통령께서 심기가 불편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내가 최대한 막아드리죠. 아니….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별동대라도 보냅시다. 그 특수부대 애들 뽑아서 헤, 헬기로 보냅시다.”
지학선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박진군에게 매달렸다.
박진군은 한숨을 쉬었다.
“헬기라뇨? 지금 제주도 폭격 건으로 날카로워져 있는데 고위정치인 자제를 구하자고 따로 별동대를 보냅니까? 이거 들키면 무사하지 못합니다. 총리님하고 저하고 같이 목 날아갑니다.”
“박 장관. 제발 한 번만 부탁합니다. 내 하나뿐인 자식입니다. 내가 진짜 박장관 국회의원 선거할 때 크게 밀어드리리다.”
두 사람만의 비밀 회담에서 이들은 별동대를 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손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격노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미리 예방한다고 폭격을 했으면서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요? 지금 말이나 됩니까? 거기다 지금, 고위층들이나 지역 유지들을 공항에서 계속 실어 나르고 있다고 이미 싹 퍼졌어요! 당장 그만둬요!”
“하, 하지만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지학선 총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막아보려 했지만, 민정수석 강성철이 반대했다.
“어차피 폭격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여론이 악화하였습니다. 어차피 고위층들만 구한다고 할 건데. 차라리 제주도에서 탈출하고 방역과 통제에 힘쓰는 게 더 나을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버리면 버리는 데로 비난에 직면할 겁니다. 고위층이랑은 별개로요.”
행안부 장관 이기석도 거기에 동참했다. 국무회의에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오래 끌수록 정권에 피해가 커지는 건, 당연지사.
기무사 사령관 소재길도 넌지시 대통령에게 말했다.
“인터넷으로 지령 내리는 것도 한계예요. 각종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반발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다 잘 될 거라 한 건, 여러분들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정권을 가져왔는데!”
윤정인의 노기가 뻗어 가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민정수석 강성철은 손을 까딱 꺼렸다.
“시나리오를 짜보죠. 우리가 그나마 손해를 덜 입고 민심도 수습할 수 있는 시나리오.”
“그렇다면, 차라리 탈출 령을 내리는 게 어떻습니까?”
그때, 박진군이 의견을 제시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시한을 주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공항으로 수송해 피신한다고 공표한다는 겁니다. 고위층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거기에 포함하고, 여기저기 헬기를 보내는 현장을 촬영하는 거죠. 긴급함을 살리고, 민심도 어느 정도 잡게요.”
“그렇지만 방역은 어떻게 하죠?”
보건복지부 장관 하민석이 의견을 내었다.
“각지에서 헬기로 태워오는 건, 좋겠지만 그들 중에 감염상태인 이들이 있으면….”
“방역작업을 거쳐야죠.”
강성철이 말했다.
“거, 얼마나 어렵다고요. 공항에서 좀 떨어진 데서 검사하고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죠.”
윤정인의 허가가 떨어지고 이들은 긴급히 움직였다.
그 누구보다도 지학선은 분주했다. 방향은 좀 달라져도 어찌 되었든, 구출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 제발….”
그는 긴장하면서 아들의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1분이 지나고 수차례의 통화시도에도 지승준은 휴대전화를 받지 못했다.
설동이 국무총리의 전화를 받은 건, 다음 날 오후쯤이었다.
“여보세요?”
“승준 이니?”
다급한 목소리에 설동은 의아해했다.
“누구세요?”
“스, 승준이는? 승준이! 바꿔!”
“아, 국무총리세요? 그놈은 위쪽 게스트 하우스고 우리는 아래쪽 게스트 하우스에요.”
설동은 뭔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전에 전화했을 때도 위쪽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아…. 아는데…. 지금 연락이 안 돼! 알아봐 줄 수 있나?”
“지금 새벽에다가 우리는 갑자기 좀비가 올라와서 싸우느라 지쳤다고요. 방금 일어났구만. 위험해서 못 나가요.”
설동은 짜증이 팍 났다. 죽도록 일하고 나서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히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하지만 총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아니, 그러면 너희 구출 되고 싶지 않아?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하…….”
그렇다. 그들을 구출할 수 있는 건, 총리뿐이다.
“일단, 알아보고 전화 드리죠.”
설동이 전화를 끊고, 바로 거실로 나갔다. 침실에는 정 할아버지와 오종훈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피로 물든 바닥과 좀비 시체가 창문에 껴 있는 게 보였다.
“참 멋진 하루야.”
설동은 블랙 유머가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는 내선 전화로 위쪽 게스트 하우스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건, 어제 그 목소리였다. 설동은 반갑게 웃었다.
“이야, 살아있었네요. 그쪽은 별일 없었어요?”
[별일이요? 없었죠. 좀비 같은 게 세 마리 정도 들어오려 해서 싸운 것 빼고는 요. 유리창이 아름답게 깨져 있어서 진짜 멋져요.]참으로 밝게 이야기하는데 내용은 상반되어 있다.
설동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우리는 좀비 세 마리가 창문대용으로 뻗어 있는데. 나중에 서로 구경이나 하죠.”
[그래요. 근데, 갑자기 무슨 일 있어요?]설동은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받은 걸 설명했다.
“국무총리 아들은 어때요? 잘 지내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대답이 잠시 멈췄다. 설동은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저…. 설마….”
[사고치고 행방불명이요. 아마 죽었을 거로 생각해요.]설동의 머리가 아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좀비들은 계속해서 올라올 것이다.
총리 아들이 죽었다면, 구조 가능성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거다.
“여차하면 총리 아들만 구해지고 우리는 버려질 수도요.”
[그럴 일은 없어요. 그 사람 감염됐으니까요.]“감염이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속이 확 시원해 하는 투였다.
설동은 거기서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그놈 사고 쳤어요?”
[조금요.]“이거 그쪽 말고 누가 아나요?”
설동의 머릿속에 지금 막막했던 이 상황을 타개할 수단이 생각났다.
전화기 너머는 바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그쪽 멤버들에게 절대로 입단속 해요. 아무 말도 없이요.”
[혹시, 군인들을 오게 해서 그냥 가려는 건가요?]“바로 그거죠. 군인이 오게만 하죠. 그다음부터는 대강 낑겨 타면 되죠. 지승준이야 감염됐다든지, 사라졌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살아야 한다. 설동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뿐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로 말이다.
중요한 지승준의 죽음?
‘기꺼이 이용해주지.’
설동은 이제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학선은 건지, 1초 만에 전화를 받았다.
“어, 어떻게 됐나?”
“지금, 위쪽이 위험한 거 같아요. 좀비…. 아, 감염자들이 공격해 와서 제대로 대응하기도 힘들다던데요? 우리 쪽이야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데 위쪽은 빨리 와주셔야 할 거예요.”
설동은 바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지승준의 생사는 절대적으로 비밀로 하고 위급하다고만 알렸다.
“아, 알았네. 당장 출동을 요청하지.”
통화가 끊기고 설동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나갈 수 있어. 나갈 거야.’
지금 탈출의 기회가 잡혔다.
설동은 급히 침실로 가서 두 사람을 깨웠다.
“그래서 얼마 안 있으면 온다고요?”
오종훈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설동은 대신 중요한 것을 상기시켰다.
“지승준 아들은 행방불명이야. 절대로 말하면 안 돼.”
“행방불명이라고요?”
오종훈의 얼굴에 어둠이 다시 깃들었다. 총리 아들이 있어야만 구조대가 올 게 아닌가.
“그, 그러면….”
“이눔아! 그래서 지금 입조심 하라는 거 아니여! 일단 구조하러 오면, 대강 낑겨서 갈 수 있잖어!”
듣고 있던 정 할아버지가 오종훈의 등을 쳤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오종훈은 다시 화색이 돌았다.
“그냥,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되는 거죠?”
“그래.”
설동은 바깥을 한 번 더 본 다음에 TV를 켰다. 이제 뉴스에서도 제주도 사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정부는 제주도 사태가 예상보다 커져, 군대를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제주도 폭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했습니다. 전국에 방역단계를 격상하여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전했습니다.] [야당은 제주도 폭격에 관하여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3당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상 질병으로 인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화학 무기와 관련이 없다고 재차 부인했습니다.] [제주도 폭격에 대해 각계각층의 염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폭락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 군대가 탈출 작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립되거나 숨어있던 이들을 구하기 위해 군대가 곳곳에서 투입되고 있습니다.]30분 동안 아주 이 특집으로만 뉴스가 가득했다.
“마지막이 우리의 희망이네요.”
설동은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뉴스에서 한 가지 모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하는 건, 좋은데 고립되거나 숨어 있던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연락을 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