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5
“휴대폰은 다 있지 않아요?”
오종훈은 옆에서 라면을 부숴서 먹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살거나 숨어 있 사람을 일일이 구조한다고? 어지간한 병력으로 안 될 텐데. 과연 저 말처럼 다 구조하는지는 모르겠다. 괜한 희망만 주는 거 아니야?”
설동은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인터넷에서도 혼란은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에서 불타는 바깥 찍음 ㅅㅌㅊ?]-미친놈
-진짜 총 쏨?
-레알루 민간인한테 총질함
-가짜 뉴스 OUT
[시발 놈들아! 내 말 맞잖아! 민간인한테 총질하고 폭격하고 미친 나라니까!]-진짜 미쳤다……. 폭격이라니…….
-어이구 토착왜구들 ㅂㄷㅂㄷ? 질병으로 이상 행동하는 놈들이 너무 많아졌잖아. 그러면 폭격해야지 뭐하는데?
-미친놈아! 뭐가 됐다고 폭격하는데? 그걸 뭐 당연한 듯이 말해! 폭격이 장난이냐?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자세한 것도 없이 무작정 폭격하잖아!
-생각은 하고 정부 옹호해라 머저리들아!
[정부에서 사람들 다 구해준다고 하잖아! 믿어라! 유언비어에 속지 말고. 뉴스도 믿지 마!]-누구를 믿으라는 거야. 정신 나간 놈아
-제주도 사람이 몇인데? 다 구해? 거기다가 지금 제주도에 고위층만 살린다고 욕 처먹는 건 아예 말도 안 하는 것 봐.
“아주 고지전이 치열하네.”
설동은 인터넷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저렇게 대놓고 싸우고 있다면 아직 여유가 있다는 거니까.
오종훈은 또다시 라면 하나를 부셨다.
“근데 전 세계적이면, 다른 나라도 이러는 거예요?”
“아마도?”
“원인이 뭘까요?”
여기서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제일 확률 높은 생화학 무기가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정 할아버지는 보리차를 어느새 끓여서 그들의 옆에 왔다.
“근데, 참말로 군대가 우리에게 올 거 같아?”
“무슨 소리세요?”
“아니, 자식이 행방불명이라며? 국무총리 아들 구하러 올 텐데. 없는 걸 알면 우리를 태워줄까?”
설동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대충 낑겨서 타면 돼요. 자기들도 사람 구하는 건데 해주겠죠.”
“근데 말이여. 우리가 빨리 구조된다면 총리 아들 때문이잖아. 총리 아들이 없는 걸 알면 우리를 태워줄까?”
정 할아버지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했다. 제일 먼저 깨달은 건, 군인 오종훈이었다.
“만약 군용헬기로 오면…!”
“왜?”
“위쪽 인원이 몇 명인지는 몰라도 군용헬기에 탈 인원은 제한되어 있어요! 위쪽 인원을 다 채우면 우리는 무조건 못 데려가요.”
오종훈의 말에 설동도 아차 하는 심정으로 일어섰다.
“만약 위쪽에 없는 걸 확인하고 위쪽 인원들은 낑겨서 갈 수 있어! 하지만….”
“다음에 우리한테 헬기를 보낼까 하는 거죠. 어차피 총리 아들도 없고요. 차라리 다른 지역 유지나 고위층 애들을 우선하겠죠.”
다시금 게스트 하우스에 공포가 깃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들의 귀속으로 헬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침을 꼴깍 삼켰다. 두 대가 오면 좋으련만. 하필, 한 대만 오고 있었다.
“아…….”
오종훈이 신음을 내뱉었다.
물론 헬기는 바로 착륙하지 않았다. 위쪽 게스트 하우스를 위에서 특수부대원들이 줄을 타고 내려왔으니까.
설동과 정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하는 거야?”
“미리 내려서 안전을 확보하는 거예요. 주변의 감염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헬기가 착륙할 공간을 유도하는 거죠.”
오종훈은 침을 꼴깍 삼켰다. 여기서 저들만 데리고 가고 나서 오지 않는다면?
설동은 바로 집으로 뛰어갔다.
“우리 남은 탄환 확인해 봐요. 제 산탄은 이제 10발밖에 없어요.”
“제 소총은 그나마 20발이요.”
오종훈이 탄환을 주머니에 넣었다. 정 할아버지는 빈 탄창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난, 없어. 그때 다 썼다고. 근데 어떻게 하게?”
“여차하면 우리가 차로 뚫어버리는 게 나을 수도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들은 초조하게 착륙한 헬기를 바라보았다.
3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내선 전화가 울렸다.
“뭐야!”
설동은 다급하게 달려와 내선 전화를 받았다.
거기에는 그때의 그 여성이 전화하고 있었다.
[서로 도움이 많이 됐는데 마지막으로 선물 하나 주려고요.]“선물이라니?”
[지승준이 당신 쪽으로 내려갔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우리 먼저 태워주고 다음 헬기로 구조해달라고 했어요.]도하연의 나긋한 말이 끝나는 순간, 다시 광명이 이들에게 비쳤다.
“진짜? 너무 고맙네.”
[이쪽도 도움 받은 게 많은데요. 상부상조죠. 안 그래요?]상큼하게 목소리 톤을 올리는 상대가 무척 귀엽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말투였지만, 당장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여러분!”
통화를 마친 그는 다시 정 할아버지와 오종훈을 불렀다.
“뭐? 이쪽으로 보냈다고?”
“그럼 무조건 오겠네요.”
헬기가 떠나고 다시 30분이 지났다. 또다시 헬기 소리가 들리자, 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제주도 탈출.
모두의 머릿속을 아른거렸다. 아직 공항은 멀지만, 그 첫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1. 안전한 곳은 없다
“조금만 기다려요. 이제 곧, 군대가 올 거예요.”
사람들은 무너지거나 반쯤 반파된 집 안에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제주도 상공 곳곳에는 헬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란 말이야!”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이들의 헬기는 가지 않았다.
“왜 안 오는 거야!”
다른 곳에서 사람을 태우고 가는 헬기 속에서 남겨진 자들은 분노했다.
“아니, 세 시간 전에 신고했는데 왜 안 구해주냐고?”
“참아 봐. 구할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건지도.”
그들의 반대편 2층 건물에도 사람들이 모였다. 그 아래에는 좀비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빨리 좀!”
이들의 초조함도 잠시, 헬기 하나가 이들의 근처로 왔다.
“왔다.”
“여기야! 여기야!”
사람들은 손을 들며 헬기의 구조를 기다렸다.
하지만 헬기는 공중에 멈춰서 양쪽을 살피고 있었다.
군인 하나가 줄사다리를 잡은 채 말했다.
“안성태 씨! 안성태 씨. 계세요?”
“여기야! 여기!”
바로 그때였다. 30세 정도 되는 남자가 황급히 손을 들었다.
반대편 건물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안성태가 누구야?”
“아! 저거, 제주도 시의원 아들 아니야?”
그때, 누군가 외쳤다.
그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야! 우리는? 우리가 먼저 했다고! 뉴스 보자마자 신고했다고!”
반대편 건물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군인들은 들은 척 만 척 안성태 쪽을 먼저 구하기 시작했다.
“시발 놈들아! 저것들 높은 놈들만 먼저 구하잖아?”
“아니, 높은 놈도 아니지. 그냥 자식이잖아!”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은 분노했다. 먼저 요청한 게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우선시해서 구해주고 있다.
줄사다리에 타고 사람들이 하나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반대편 사람들을 격노하며 욕을 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어! 개자식들아!”
“자, 잠깐만요. 이다음에 우리 일 수도 있잖아요. 저기는 인원이 많아서 다 타지도 못해요.”
그나마 침착한 이가 모두를 진정시켰다. 어떻게든 믿은 것이다.
헬기가 다시 온다는 걸 말이다.
그렇게 헬기가 떠나고 이들은 다시 상공에 웅장한 소리가 들리기 기다렸다.
하지만 30분, 한 시간이 지나고 공중에서 그들을 맞이하러 오는 헬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고 이들은 깨달았다.
이제 헬기가 이쪽으로 올 이유가 없다는 걸 말이다.
“아니, 지승준이 어디 있는지 모르나?”
방탄모에 총기류로 중무장한 중위가 설동에게 물었다.
설동은 바깥을 가리켰다. “갑자기 바깥으로 향하고 행방불명이에요.”
“뭐라고? 그럼….”
군인들의 표정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설동은 조금씩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다.
“감염됐을 수도 있죠. 기색이 이상했어요.”
“아니, 감염이면…. 하 소위!”
이들은 다급하게 다른 군인에게 알려주었다. 가장 중요한 목적.
설동은 게스트 하우스 멤버들과 눈을 마주쳤다. 일단 왔으니 자기들은 무조건 타는 거다.
군인들은 5분 동안 회의를 하더니, 두 명이 총을 들고 바깥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수색을 개시하겠다.”
“허허. 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걸 하고 수색혀! 우리는 타도 되지?”
정 할아버지가 보채도 군인들은 헬기를 가리켰다.
“타고 대기하세요.”
“후우.”
오종훈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총기들을 들었다.
그때였다.
“잠시만. 당신들, 그 총을 어디서 난 거야?”
중위 마크를 단 수색대원 하나가 의문의 눈초리를 보였다.
“민간인이 어떻게 총을 달라고 했지? 특히 당신, 산탄총 들고 있는 자네 말이야.”
설동은 자신의 산탄총을 바라보았다.
“그게 보급된 곳이 드물 텐데? 지금 총기류를 뿌리고 있긴 한데 민간인이잖아? 어디서 얻었지?”
“노획.”
설동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천성이 거짓말에 별 재주는 없다.
하지만 표정을 움직이지 않았다. 살기 위한 판단.
설동은 잠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기들이 쓰러트린 좀비가 보였다.
“바깥을 봐봐. 군인 감염자들이 우리를 습격했잖아? 다행히 감염자가 총을 쏘는 대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
“….”
군인은 설동과 바깥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잠시 흐르던 긴장감이 사라지고 이들은 헬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자 긴장감이 풀렸는지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안정감. 설동은 큰 숨을 내쉬었다.
‘이제 집에 갈 수 있어. 이제….’
가족이 떠오르고 친구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제주도만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40분 정도 지날 때쯤이었다.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동시에 무전에 헬기 이륙 준비를 내리는 게 아닌가.
3인방이 긴장하며 총기를 만질 때, 군인들이 허겁지겁 뛰어오는 게 보였다.
이들은 헬기에 올라탄 다음, 파일럿을 재촉했다.
설동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수십에 달하는 감염자 떼가 움직이고 있었다.
“시발….”
“진짜 저기에 더 있었으면 위험했겠네요.”
헬기가 높게 날아오르고 도심지를 보자 이들은 더 경악했다.
“저게 몇 마리야?”
도심지 여기저기서 수천 마리가 넘는 좀비들이 어기적거리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기세는 바퀴벌레 떼와도 같은 혐오감이 들게 했다.
“폭격으로 다 죽은 게 아니었어요?”
군인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미 커플의 죽음에서 느꼈듯이 단순하게 감염돼서 변하는 거 말고도 죽어서도 변하는 방식이 있다.
‘결국, 민간인들이 죽어서 변했다는 거잖아. 죽으면 무조건 감염하는 건가?’
남미 커플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감염자의 특성이 또다시 머리에 입력된 그는 어서 빨리 공항이 보이기를 바랐다.
그러다가 설동은 철책 뒤로 천막들이 가득한 곳이 보였다.
“저긴 뭐야?”
거기에 100여 명이 방역복을 입은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서 검사받아라.”
군인이 그들에 말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총성이 안에서 울렸다.
설동과 일행들이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울부짖는 아이를 향해 달려드는 엄마와 그걸 제지하는 군인들이었다.
아이는 악을 쓰고 있었고, 점점 혈관이 돋아나고 있었다.
“변한다!”
군인의 외침에 총을 든 이들이 아이를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총성이 울리고 비통한 어미의 울음이 사방에서 퍼졌다.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솎아내는 거군.”
공항은 말 그대로 코앞이었다. 주변에 조성한 공원을 지나면 그냥 탈 수 있었다.
물론, 철책과 보초병들이 절대로 그걸 놔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들은 이상한 천막 안에 들어가 피를 뽑고, 이상한 약품을 온몸에 뿌렸다.
정 할아버지는 캑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