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7
설동은 피가 뽑힌 상처 쪽을 유심히 보았다. 이미 다 나았다.
하지만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들키면 인간 취급을 못 받겠지.’
설동은 씁쓸하게 이 구역을 둘러보았다. 좀비 같은 것이 나타난 마당에 자신의 신체가 드러난다면?
[설동이는 괴물이래요.] [야, 신설동은 몸이 이상해!]괴로운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괴물 취급을 받을 거다.
‘훨씬 안 좋아졌잖아. 절대로 들키면 안 돼.’
설동은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눈앞에서 사람이 천막에서 굴러 떨어졌다.
“으아아악!”
다급히 나온 사람의 어깨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선명한 이빨 자국이 보인다.
“군인…. 군인…. 어디 있어?”
설동은 바로 다리를 걸었다. 남자가 넘어지고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다.
“종훈아. 준비하자.”
설동이 말하는 순간, 오종훈이 가차 없이 사커킥으로 얼굴을 날려버렸다.
“크……. 키익!”
몸을 구른 사람, 아니 좀비는 이 화창한 햇살 아래로 무섭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구른 쪽에서는 셔츠를 입은 남자가 마찬가지로 비틀거리며 나왔다.
“키…….”
“그….”
신음을 내면서, 좀비로 변모한 이들이 빠르게 나오고 있었다.
설동은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물러나. 거리만 유지해.”
그의 지식은 확실했다. 적어도 여기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보다도 좀비의 사정거리를 알고 있으니까.
“기….”
“그!”
발걸음이 빨라졌지만, 경보보다 약간 못한 형태다.
간격을 유지하면서 이들이 물러서는 때였다.
“오 일병. 물러나!”
갑자기 아까 본 간부가 소총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바로 소총으로 좀비들을 쏴버렸다.
삽시간에 머리통이 터진 좀비 두 마리가 쓰러지고, 간부는 몸을 돌렸다.
“이상해. 방역을 분명했고, 검사도 다 했는데. 오 일병.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저도 휴가 와서 이런 꼴이니 지금 혼란이 올 거 같아요.”
오종훈은 한숨을 쉬었다. 방역복을 입은 이들이 시체를 치우기 시작하고, 그는 설동을 보았다.
“무슨 일 없으면 잠시 애랑 담배 좀 피워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대신, 또 피나 안 뽑았으면 좋겠는데요.”
설동은 가슴에 ‘이중석’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보았다.
이 소위가 그대로 오종훈과 담배를 피러 가면서 설동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저놈이 담배를 폈던가?”
설동이 사라지고 이 소위는 오종훈을 막사의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었다.
그는 주변을 보며,
“오다가 보니까 훌륭하던데? 저 감염자 무리를 보고 오줌 싸는 애들도 있을 정도인데.”
“휴가철부터 징글징글하게 봐서요.”
오종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위와는 자대배치 때부터 같이 지냈기에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라는 걸 안다.
“그때처럼 부대 휴무랑 땡보직 to 알려주시게요?”
“크하하하. 눈치는 빠르네. 알지? 절대 말하면 안 된다. 땡보직은 아니야. 하지만 이곳에서 나갈 수 있지.”
이 소위는 바깥을 가리켰다.
“지금, 몇몇 사람들은 미리 공항으로 갈 거야. 비행기가 몇 대 남지 않았거든.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네?”
오종훈은 멍하니 있었다. 이 소위는 그런 그에게 다시 말했다.
“제주도에 남을 시간은 이제 별로 없다. 버려질 거야.”
맑은 하늘이 갑자기 구름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2. 고민
검역소는 임시지만 체계 자체는 확실했다. 피를 뽑고, 신체검사를 빙자한 대기시간. 혈액 분석으로 감염한 바이러스를 파악해서 저장한다.
하지만 지금 이 혈액 검사실은 분노로 가득 찼다.
“멀쩡하잖아! 89번은 멀쩡했는데!”
사건을 일으킨 시체를 분석하는 이들은 변이한 혈액을 보고 경악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된다. 검푸른 바이러스가 현미경에도 바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갑자기 걸린 건가? 접촉자가 누구인데?”
“그냥 혼자서 갑자기 화내다가 걸렸다고도 합니다.”
신입 연구원 어민규는 땀을 뻘뻘 흘렸다. 난데없이 격전지에 투입돼서 흥분한 선임 연구원들의 등쌀에 시달렸다.
지금도 눈앞에 30대 여성 연구원이 흥분한 채로 손을 내밀었다.
“야.”
“네?”
손짓으로는 뭔가를 달라는 거다. 신입 연구원은 눈치를 보다가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 30대 여성 연구원은 갑자기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지금 장난해? 커피 말이야. 커피! 눈치는 왜 이렇게 없니? 보고서는 이미 아까 봤잖아. 생각하라고 생각을 좀!”
다른 이도 있는 앞에서 모욕을 당하자, 신입 연구원의 얼굴은 벌게졌다.
그러자, 수석 연구원 심주석이 일어섰다.
“민주씨.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러지 마. 위험하잖아. 증세가 흥분 증세를 동원한 거잖아.”
“검사에도 멀쩡해요. 다들 검역소 거쳤고. 89번이야. 뭔가 다른 원인이 있었겠죠. 속였다거나.”
민주는 다시 신입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조용히 웃으며,
“이 사이에 커피라도 타왔으면 참 센스 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신입은 바로 뛰어나갔다. 민주는 다시 의자를 돌렸다.
“89번 주변의 사람들 깡그리 다시 조사해요. 그리고 97번은 지금 검사도 거부한다면서요?”
“장군 아들이야.”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럴 거면 이 검역소를 만든 이유가 없잖아요.”
민주는 등록된 차트를 훑었다.
“박준성…. 이러다가 개판 되면 지 책임이지. 우리도 빨리 가야 하지 않아요?”
“하라는 대로 해야지. 방역 조치를 하고 보내는 거야.”
“아! 짜증나!”
민주는 거칠게 책상을 두들겼다.
“정부 데이터랑은 너무 달라요. 게다가 다른 곳도 퍼지고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백신도 없어요. 패턴만 벌써 3가지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그야말로 연구자로서 머리가 터질 일들이 가득했다.
표본 하나 채취하는데도 온갖 고생을 해야 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감염될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심주석은 보고서를 보았다.
“근데, 막상 개체수를 보면 스스로 발병한 경우가 꽤 낮아. 지금 이곳도 150명 되는데 3명 정도야.”
“근데 이걸로는 해결이 안 돼요. 바이러스에 저항할 세포라도 있으면 모를까. 아니면 도파민 차단제라도 먹여야 할까요? 뇌가 이상해져서 그런 거 일수도요.”
“혹시라도 제주도에서 첫 발병자를 찾았으면 좋겠는데. 원종일 테니. 연구에 도움이라도 될 텐데.”
심주석이 한숨을 내쉴 때였다. 갑자기 키보드를 민주가 거칠게 후려쳤다.
“개 같아! 개 같아! 애당초 중국 정부쪽에서 피신시켜달라고 한 그 생화학 무기 제조원 때문 아니에요? 제주도만 먼저 이렇게 됐잖아요! 시발! 진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데! 아…. 진짜!”
민주가 연이어 키보드를 두들기기를 수초. 그녀는 고개를 들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 느꼈다.
“뭘 봐요? 구경났어요?”
그러다가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화내는 걸 깨달았다.
심주석이 다가갔다.
“민주 씨. 미안한데. 검사 좀 받아야겠어.”
“아니, 오지 마요! 오지 말라고! 시발! 왜 그러는데!”
그녀가 뒤로 가다가 무언가에 부딪쳤다. 동시에 뜨거운 커피물이 뒤꿈치와 종아리에 느껴졌다.
“앗! 미친놈아!”
몸을 돌리자, 당황한 신입이 보였다. 민주는 열이 받아 큰 스윙으로 뺨을 갈겼다.
한 대, 두 대. 사정 봐주지 않는 싸대기가 지나가고 민주는 격노했다.
“미친놈아! 정신 못 차려! 개자식! 개자식! 커억…. 콜록!”
기침 소리가 들리고 민주는 손을 멈추었다. 필사의 이성으로 분노를 잠재운 거다.
“아니에요.”
그녀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돌릴 때였다. 연구원들이 무전기를 들었다.
“감염자 발생! 감염자 발생!”
민주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화가 났다. 그냥 이 상황 전부가 말이다.
가장 먼저 맞고 볼을 매만지는 신입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이 개새끼야. 너 때문에…….”
“시발 년아! 죽어!”
그 순간, 흥분한 신입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목을 조르고 달려드는 신입이 민주와 뒤엉켰다.
“콜록.”
신입 역시, 기침 소리를 내면서 이곳 연구원실은 그대로 혼돈에 빠져들었다.
청천벽력. 지금 오종훈은 이 소위가 장난친다고 느껴졌을 정도였다.
“농담이죠? 말이 돼요?”
“사실이야. 제주도는 이미 포기했다. 어째서인지, 전염병은 더 크게 돌고 있어.”
이 소위는 주변을 연신 둘러보았다.
“오 일병. 나도 뭔 생각하는 줄 알아. 군대의 화력으로 밀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폭격으로 밀었지. 그랬더니 수가 더 늘어나 있었어. 수색 나간 이들도 갑자기 변해. 근데, 오만 사람이 모인 군대잖아. 그걸 어떻게 판단해? 많은 사람을 투입할수록 수렁이라는 거야.”
“질병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래. 차라리 정예병으로 여러 곳에 투입하자는 거야. 어차피 저들은 일반적으로 군대의 화력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사방에서 튀어나와서 공격하고, 한 놈이 당하면 바로 전염된다. 그러면 진형이 무너지고 공황상태가 되는 거야.”
오종훈은 이제부터 군부가 방침을 바꿀 거라는 걸, 깨달았다.
대규모 투입은 오히려 질병 때문에 역효과니까, 소수 정예로 작전을 주도하겠다는 거다.
“정부 윗 놈들이 그걸 하느냐가 문제인데. 어때? 너도 들어와라.”
“제가요? 제가 무슨?”
오종훈은 손사래를 쳤지만, 이 소위는 그의 어깨를 짚었다.
“중요한 건, 사람이 아닌 놈들을 잡을 뚝심하고 너처럼 빠르게 대처하는 거야. 날 괴롭히던 대위 놈 날릴 때, 도와준 것처럼. 배짱과 용기다. 난생 처음 보는 괴물들인데, 제대로 상대하는 사람이 있겠어? 내가 아빠 인맥으로 좋은데 갔잖아. 거기다가 여기 있으면 위험해. 정부 설명이랑 다르게 멀쩡한 놈도 걸리잖아. 지금 연구원들도 당황하는 중이야.”
“갈 수 있다고요?”
오종훈은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긋지긋한 제주도를 벗어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하, 하지만 어차피 조금만 버티면 다 갈 수 있지 않아요? 적어도 검역소를 거친 사람들은요.”
“지금 공항에 억류된 사람들도 많고 방역 안 된 이들이 자꾸 들어오고 있어. 높으신 분들이 보면 어떨 거 같아? 자기 자식이나 친인척을 빨리 보내고 싶지?”
“하지만 그러다가 욕먹지 않았나요?”
“그래. 하지만 안 할 수는 없지. 그래서 일반인도 구하는 척 이번 구출작전을 실행한 건데. 사람이 다수가 모인 것 자체가 문제덩어리라는 거야. 비행기 기장들도 하나씩 육지로 향하고 안 돌아오고 있어. 알겠어? 시간이 없다.”
오종훈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선택지는 오로지 하나였다.
살기 위한 선택지.
지금 이 소위의 말을 따르는 것뿐이었다.
“그, 그러면…. 두 명만 더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저랑 같이 온 사람인데….”
“오 일병. 군인만이야. 현역 군인만이라고. 그 사람까지 신경 쓸 수 없어.”
오종훈의 마음은 거칠게 흔들렸다.
생존.
가족.
친구.
모든 것이 저 선택지로 살 수 있었다. 어차피 육지에 가서도 전투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보다는 낫지 않는가.
“잠시 만요. 고민 좀 해볼게요.”
오종훈은 이 소위를 지나쳤다. 그의 가슴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설동은 천막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150명 안팎.
‘일단 검사는 다 통과했다는 건데….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어.’
뉴스로는 제주도 전체다. 그렇다면 고작 100여 명이 구해진 것보다는 더 많이 와야 한다.
-엄마 곧 갈게요.
설동은 자기가 보낸 카톡을 보았다. 헬기에 탔을 때만해도 신나서 보냈지만, 눈앞에 아른거릴 뿐이었다.
‘탈출 티켓이 들어와야지. 여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렇게 지치기는 처음이었다. 지친 그에게 갑자기 한 여성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나긋한 목소리에 설동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네?”
설동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자, 거기에는 긴 치마가 보였다. 그 위로 단발머리를 한 생글거리는 미인이 있었다.
사막여우. 설동은 여우상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 여성은 그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아까 전에 봤는데 군인이세요? 되게 대처를 잘하시네요?”
“아뇨. 그놈들을 해치면서 왔거든요. 어느 정도는 익숙해요.”
설동은 머릿속으로 어디선가 낯이 익은 여성을 떠올렸다.
‘그때, 같이 불려간 사람 중 하나잖아?’
그렇다. 이 여성은 그때 같이 갔던 여성 중 하나였다.
“근데 무슨 일로?”
“아뇨. 그냥 지켜보니까 굉장하다고 느껴서요.”
여성은 여전히 싱글거린다. 설동은 경계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근데 어디 분이세요? 아까 모인 거 보면 어디 자제이신 거 같은데.”
“굳이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설동은 냉정하게 일어섰다.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웃었다.
“그래요? 전 정지희. 아버지는 서울 시의원이지요.
“그래서 선택됐군요.”
“네. 그게 나쁜가요?”
설동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소위 말하는 높은 사람의 자제. 그 혜택을 보면서 당당했다.
“지금, 아버지가 발로 뛰면서 여러 정보를 전해주고 있어요. 얼마 안 가면, 제주도는 봉쇄할 거라고요.”
“봉쇄?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요?”
설동은 경악하고 있었다. 사태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도 최대한 빨리 가려는 거예요. 그쪽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그러면 다 똑같이 원한다고 여기서 죽을까요? 어떻게든 살아야죠. 그거를 위해서 뭐가 나쁘죠?”
“…….”
설동은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든 정보를 얻고, 탈출한다.
모든 이들의 꿈이다.
‘생존을 위해서 공정이고 뭐고 필요 없다. 그래, 사람은 일단 자기가 사는 게 목적이니까.’
설동도 그래왔다. 좀비를 죽이고 살기 위해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었다.
“우선순위가 신분이라…. 노골적인 거 같기도 하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요. 목숨 앞에서는 이기적인 게 나은 거 같아요. 이타적으로 목숨 버리는 것 보다는요. 현실은 영화가 아니잖아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나쁜 사람을 죽이지만, 현실에서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다 죽잖아요.”
싱글거리는 여성이 단호한 눈망울로 설동을 바라보았다.
다시 생글거리며 설동에게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