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8
“그러니까 지금은 사는 데 충실히 하자고요. 이따가 봬요. 너무 신경 쓰지 말고요.”
손을 흔들며 여성은 떠나고 있었다.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하긴, 나도 남한테 사는 걸 우선시라고 했으니.”
어찌 보면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사는 것.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이기적이고, 나쁜 짓을 하건 말건 사는 자가 승리자다.
현실에서는 인과응보도, 응징도 거의 없다. 죽은 자는 그걸로 끝이다.
‘그래, 살아야 해. 무조건. 나도 살아야 해.’
다시 마음가짐을 다잡는 설동이었다.
바로 그때, 그가 지나온 쪽에서 갑자기 비명이 울렸다.
20m 앞에 천막이 펄럭이고, 설동은 보았다. 자그마치 넷이나 되는 그것들이 주변인을 물어뜯는 걸 말이다.
“시발!”
설동은 욕설과 함께 달렸다.
바람 잘 날 없는 날. 지금 설동의 심정을 말하자면 딱 이 꼴이었다.
“감염자요! 감염자!”
설동이 다급히 외쳤지만, 이전보다 사태는 더 커졌다.
자그마치 4마리. 현재도 2명이 더 물어뜯기고 있으니 수가 더 늘어나리라.
빠른 판단.
설동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방황하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좀비 한 마리를 잡는 것이다.
‘일단 수를 줄여야 해.’
그는 앞으로 움직였다. 눈앞에는 경보보다는 느린 발걸음으로 그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정거리 밖에서 뛰기 시작했다.
절대로 사정거리 안에서 공격할 기회를 주면 안 된다.
이태까지의 경험을 담아서 그는 단숨에 뛰었다.
“키……. 캬악!”
설동이 근접하다 입을 벌리는 그것. 하지만 설동의 드롭킥이 먼저였다.
182cm에 85KG인 근육질의 사내가 쏘아내는 발차기는 그대로 빈약한 상대의 몸을 날려버렸다.
그가 몸을 굴러 일어나자, 좀비들이 일제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와야 하지 않겠어?”
설동은 천막들 사이사이를 보았다. 달리는 소리가 멀리서 난다. 아직 군인들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이놈들이 퍼진다면 여기는 끝이다.’
설동이 할 건, 단 하나였다. 다른 곳에 퍼지지 않게 자기 쪽으로 향하는 것.
‘탈출하기까지 이곳에서 안전하게 버텨야 해.’
그는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야! 이쪽이라고! 너희끼리 뭐하냐!”
그 덕인지, 6마리 정도 되는 그것들이 일제히 설동을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정면에서 좀비의 끔찍한 몰골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물려 뜯기고 피와 내장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신체는 기능한다.
“역시 괴물들이야.”
설동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의 시야는 그것들 너머를 보고 있었다. 군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설동은 옆으로 빠지려 했다. 천막? 남이 무엇을 하든 일단 본인이 살아야 한다.
“나와요! 좀비 같은 것들이 오니까요!”
설동은 옆 천막을 휙 열었다.
그리고 보았다.
늙은 할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는 중년을 말이다.
그 광기 어린 시선은 설동으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걸 판단했다.
‘도망친다.’
이곳은 아니다. 설동은 다급히 나가려 할 때였다.
“어디가! 개자식아!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왜!”
설동의 허리가 잡히고 남자는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시발! 옆에 노인네는 짜증나게 마음을 평온하라고 하지. 같이 기침하던 주제에! 나 왜 이러는데? 나 멀쩡했다고? 무서워! 여기 안전한 거 아니었어?”
설동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양다리로 상대의 목을 감싸 쥐었다.
그 상태로 그는 삼각 조르기를 걸었다.
운동한 그대로. 상대의 숨을 조인 것이다.
“이익……. 크……. 케엑!”
흥분한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대로 침묵하고 쓰러졌다. 설동이 다급히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기…….”
“아…. 진짜!”
사정거리. 설동이 생각한 사정거리 안에 한 마리의 좀비가 으르렁대고 있었다.
“쿠아아악!”
짐승이 달려든다. 설동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좀비와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개자식. 내가 여자랑 뒹굴지, 너 같은 놈이랑 뒹굴 거 같아?”
설동은 상대의 양손을 잡았다. 짐승 같은 행동으로 제어하기는 힘들지만 막을 수는 있다.
‘수를 찾자. 수를. 여기서는 침착해야 해.’
피를 뚝뚝 흘리면서, 설동의 옷에도 피가 스며든다. 설동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내며 좀비를 밀어내었다.
“이아악!”
기합을 내지르며 드디어 좀비를 옆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좀비가 아우성칠 때, 바로 설동의 킥이 얼굴을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쓰러진 좀비를 향해 설동의 사커킥이 터졌다. 한 대, 두 대.
순식간에 얻어맞은 좀비의 움직임 둔화하고 있었다.
설동이 마무리를 지을 시점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러지 마.”
설동이 움찔거리며 몸을 돌리는 순간, 또 다른 좀비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시발!”
설동은 2연속으로 뒤엉키며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기가 신나게 때리던 좀비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리면 안 돼. 물리면!’
가족이 생각나고 있었다. 살아야 한다. 여기서 좀비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좀비는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기…….”
좀비가 다시 설동에게로 다가왔다. 다른 좀비랑 싸우는 그는 대적할 여력이 없었다.
“기…. 그….”
좀비는 목표를 포착했다. 이제 사정거리 안으로 달려들었다.
“제기랄!”
설동이 애타게 몸을 비틀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설동의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설동은 좀비 위로 날아가는 오종훈을 볼 수 있었다.
“너?”
삽시간에 달려드는 좀비가 날아가고 오종훈이 설동과 아웅다웅 거리는 좀비를 발로 까버렸다.
설동이 일어나서 좀비의 머리통을 까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군인들이 나머지 좀비를 처리하고 있는 거다.
설동과 오종훈은 합심해서 나머지 좀비를 처리했다.
“죽는 줄 알았네.”
“근데, 아무도 안 돕네요. 다 보고 있어요.”
오종훈은 주변에 웅성거리는 사람을 보았다. 다들 당황해하며 쳐다보고만 있었다.
설동은 피식 웃었다.
“어쩔 수 없지. 누가 나서겠어.”
“근데 우리는 나가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같은 동료 아니겠어?”
오종훈과 설동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두 사람의 주변으로 군인들이 와서 뒤처리를 시작했다.
설동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빡세다. 역시, 그놈들도 잡아본 놈이 잘 잡네.”
“확실히 같이 싸워 온 보람은 있네요.”
오종훈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뒤처리중인 이 소위에게 다가갔다.
“소위님. 결정했어요.”
“그래? 그러면 준비해. 바로 가게.”
이 소위는 당연한 선택지를 예상하였다. 하지만 오종훈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역시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한 사람을 버릴 수 없을 거 같아요. 같이 가는 게 아닌 이상, 힘들어요.”
이 소위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오종훈을 보았다.
“지금 여기보다는 더 안전할 텐데?”
“소위님도 말했듯이 지금 당장은 좀비를 잡아본 사람이 옆에 있으면 든든하거든요. 저 사람이 딱 알맞죠.”
오종훈의 시선에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설동을 향했다.
이 소위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기절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저 남자는 살아있군. 감염자지?”
“네.”
다시 총소리가 들리고, 기절했던 남자는 그대로 죽었다.
다시 적막감만이 가득한 검역소. 이 소위는 결심한 오종훈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면 꼭 살기를 바라지.”
“네.”
이 소위는 오종훈과 악수를 한 후, 떠나갔다.
내부에서 일어난 크나큰 사건. 이 사건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여기 안전한 거 맞아?”
사람들은 눈에 띄게 가슴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그리고 기침을 시작한 자들이 많았다.
한 천막에 있는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기침 소리를 불안해하고 있었다.
시선의 끝에는 의자에 좌선을 하듯 앉아 있는 노인이 보였다.
김달호. 이 집안의 최고 어르신이다. 하지만 작게 기침을 하고 있다.
가장인 김시덕은 자식들과 아내에게 몰래 말했다.
“아니,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해? 우리가 감염되면 어쩌려고?”
“군인들이 의심 자를 잡아가면 우리 또 검사받을지도 몰라요.”
이들은 기침이 문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집안의 큰 어르신이 그러니, 문제일 뿐.
김시덕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우리 가족까지 위험해.’
그는 부인에게 말해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면서 천막을 묶었다.
김달호는 좌선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점 기침이 잦아들었다.
어느 순간, 기침은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눈을 뜬 김달호는 기쁘게 외쳤다.
“이, 이것 봐라. 감정이 영향이 있어. 감정적 동요가 있어도 심신을 다스리면 사, 상태가 나아지는 거 같다!”
김달호는 눈앞에 다가오는 아들을 보았다.
“아범아! 이걸 알려줘야 한다. 이상하게 흥분한다 하지 않니. 정신수양이나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바이러스 발병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어서 알리는 건….”
기쁘게 입을 열던 김달호는 순간, 깨달았다. 아들이 지금 패륜을 저지르려고 하고 있다.
“아범아! 지금 멀쩡하잖니!”
“수양이니 뭐니 마음의 안정? 그런 걸 누가 믿어요? 아버지…. 죄송합니다. 우리도 살아야죠.”
“커억!”
김달호가 그대로 양손으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요동치고, 감정이 격해진다.
“커…. 콜록…. 커억!”
멈췄던 기침이 다시 나오고 아들의 얼굴에는 확신이 깃들었다.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수 분 후, 김달호는 축 늘어지고 말았다.
“하악…. 하악….”
아들의 몸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죄책감이 거칠게 치솟아 올랐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김시덕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개시발. 개시발.”
살기 위해 죽였던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여보?”
천막 뒤에서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김시덕은 순간, 격한 짜증이 나고 있었다.
“왜 불러? 왜 부르는 거야?”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다시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좀 내버려두라고. 제발…….”
머리끝까지 열이 차있는 기분. 그는 고통스러웠다. 해소해야 하는데 짜증이 난다.
한껏 열 받은 그는 천막을 향해 움직였다.
“콜록.”
입에서는 기침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얼마 뒤, 이곳에는 다시 비명이 울렸다.
부산스러워졌다. 이 느낌을 받은 건, 비단 설동뿐이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서 몇몇이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있었다.
‘자꾸만 그것들이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어.’
오종훈과 같이 있던, 설동은 일전에 막사로 불려 나간 상황과 비슷함을 깨달았다.
‘니들만 간다고? 억지로라도 낀다.’
남들이 이동할 때, 자기들도 꼽사리를 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던 몇몇 이의 인상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이 움직이면, 따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