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
약간 투실투실한 외모의 정만선이 넌지시 속삭였다.
“설마 셋이서 그거 아니에요?”
“에이! 설마요.”
“아니, 동철 씨랑 몇 번 이야기해봤는데 여자가 많더라고요? 얼굴값을 하는 타입이죠.”
“개 부러운데요? 아, 나도 인기 좀 있었는데, 민서가 여자 번호 다 날리고. 망할 년…. 그러면서 지가 바람을 피워? 진짜 거기서 싸다구 라도 날렸어야 하는데.”
신설동은 혀를 차며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갈 때였다.
“끄아아악!”
난데없는 비명이 들렸다. 모두의 술기운이 일제히 정지된 후, 누군가가 골목으로 넘어지듯 달려왔다.
“동철 씨?”
신설동은 가로등 아래에 잘 생긴 얼굴에서 같은 방인 동철인 걸 깨달았다.
그의 온몸에 피가 보였다.
“왜 그래요?”
“선하가 미쳤어요. 갑자기 칼을 들고 막…….”
울먹이며 동철은 뒤를 가리켰다. 그 순간, 그들은 보았다. 조명 아래에 새빨간 피로 몸을 적신 땅딸막한 여성.
그 얼굴을 본 순간, 설동은 파티 장에서 본 섬뜩한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콜록. 콜록.”
기침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2. 고립 된 곳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대책회의를 열었다. 명목상 북한의 무차별 미사일 발사에 대한 회의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감염체? 그게 대체 뭡니까?”
대통령 윤정인의 입에서 의아한 단어가 나왔다.
감염체.
그 단어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물음표가 뜨고 있었다.
그들이 이러는 건, 당연하다. 지금 벌어진 사건들로 인해 미국이 건네준 정보의 핵심.
그것이 바로 감염체다.
보건복지부 장관 하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프롬프터를 쏘았다.
“일단 자료를 보시죠. 미국정보부가 비밀리에 입수한 영상입니다.”
그들의 앞에서 중국어로 가득한 영상 하나가 송출되고 있었다.
그것은 최근 미국이 밝혀내는데 성공한 중국의 생화학 무기 제조 공장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기계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카메라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악!”
“어…. 저건?”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속의 남자는 잘린 여성의 상반신을 들었기 때문이다.
[개 같은 년! 날 무시해? 죽으라고! 죽어! 콜록!]기침 소리와 함께 누가 봐도 흥분한 남자.
정부 각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게 감염체요?”
“아직 저게 중간 과도기입니다. 더 보시죠.”
하민석은 새하얀 머리를 떨었다. 이미 보고를 하기 전에 확인한 만큼, 이다음 영상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흥분한 남자가 여기저기 기물을 파손하기 시작하자, 제전복을 입은 이들이 달려와 남자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하민석은 영상을 정지시켰다.
“이 남자의 행동을 주목해주십시오.”
다시 영상이 재생되고 갑자기 흥분한 남자 이빨과 손톱으로 제전복을 입은 남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물었어! 빨리 구금해!]물린 자 들도 있고 긁힌 자들도 있었다. 남자의 난동은 이걸로 끝이었다.
“이게 뭐죠?”
각료들은 의미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제전복을 입은 이들이 난동을 정리하러 다시 카메라에 나섰을 때,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다시 한 남자가 기묘한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전복을 입고 팔에 피가 묻은 남자.
바로 난동부리는 남성에게 물린 남성이었다. 이 남자의 몸에서 푸른 혈관이 돋아나왔다. 피부는 어느새 칙칙하기 그지없게 변해가고 있었다.
[쿠아아악!]자기 앞으로 사람이 다가오는 순간, 맹수가 덮치듯 덤비는 게 아닌가.
정부 각료들의 눈앞에서 동영상 속의 남자는 대상을 가차 없이 물어뜯었다.
[끄아아악!]화면에서 잔인하게 살점과 핏줄이 튀기고 있었다.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고, 남자의 외모는 누가 봐도 흉측하게 변하고 있었다.
단시간에 신체가 변하고 있다.
각료들의 표정이 변해가는 건, 필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물린 지 1분도 안 되는 시간. 갑자기 물린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다른 직원을 습격하는 게 아닌가.
“어?”
“왜?”
여기저기서 경악의 소리가 났다. 이미 화면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물어뜯고, 공격하고 얼마 뒤, 당한 이가 똑같이 일어나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아니, 대체 저게 뭡니까?”
“아….”
삽시간에 아수라장 속에 총격이 들리고 화면은 거기서 끝났다.
정부 부처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 그러니까 영화나 어디에서 보는 좀비…….”
“감염체. 요새 들어서는 좀비라고 칭해지지만. 비슷합니다.”
하민석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걸 말하는 순간, 이곳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는 외교부 장관 강옥선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감염자라는 건, 이미 퍼졌습니다. 미세 먼지를 타고 말이죠. 무슨 실험인지는 아직 정보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소규모 전투 중에 이 감염체가 되는 성분이 대기에 퍼졌습니다.”
“계엄령 때 일어난 사건이군.”
대통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당초 미국과 중국의 마찰로 전투가 벌어져 예비군을 소집한 거다.
문제는 이다음 생화학 실험 성분이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는 것.
하지만 그걸 은폐하고 별거 아니라고 우기던 상황이었다.
윤정인은 입술을 삐쭉거렸다.
“그렇다면 저 감염체들은…”
“한국에서도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우선, 증상을 보면 기침으로 시작해, 흥분증상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격렬한 감정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감염체가 된단 말입니까?”
문체부 장관 강정두가 책상을 내리쳤다.
하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이미 중국은 감염체 소굴이 됐을 겁니다. 감염체로 변할 확률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낮은 확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게 몇인데요?”
“저도 아직 조사 중이라서 그렇지만 1% 아래라는 말 밖에….”
“제대로 알아와야죠! 지금 한시가 급한데!”
여성부 장관 장미선이 그를 타박했다. 하민석은 미간을 좁혔다.
‘진짜 밤새우면서 정보란 정보는 외교부한테 다 끌어왔는데.’
그도 최대한 노력한 거다. 난데없이 영화도 아니고 좀비와 같은 감염체가 나돌아다닌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외계인침략도 대비한다는 미국을 제외하면, 그딴 매뉴얼이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즉, 정부도 처음 당하는 상황. 거기에 더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행안부 장관 이기석이 헛기침했다.
“현재 경찰청에 연락해서 기침하거나 이상하게 난동을 부리는 이들은 일단 격리수용을 하겠습니다.”
“그걸로 될까요?”
민정수석 강성철이 고개를 저었다.
“자칫하면 큰 위기를 처할 수 있습니다. 신종 독감이라고 정하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격리시키죠.”
“아니…. 그랬다간 난리가 날 텐데.”
대통령도 다른 정부각료도 당황했다. 사실상 속인 다음 강제구금을 하는 격이다.
당연히 난리가 날 건, 뻔하다.
하지만 동영상에 본 것처럼, 저들은 서로를 감염시킬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무한정 늘어나게 된다. 이들은 아무리 못해도 엘리트 각료들. 답이 없는 상황이란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낫다. 모두의 머릿속 저울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던 때였다. 국방부 장관, 박진군이 고민 중인 회의장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아니, 박 장관은 또 뭐합니까?”
옆에서 기재부 장관 유영선이 혀를 찼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박진군은 휴대폰을 들고 일어섰다.
“어…. 뭐라고? 제주도에?”
“박 장관. 지금 누구랑 통화하는 거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본능적으로 어두워졌다. 이 국방부장관의 평소 태도는 강직하고 매사에 진지하다. 그런 그가 회의장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는 거다.
심지어 통화 자체를 나가지도 않고 회의장에서 했다.
박진군은 고개를 돌렸다. 새하얗게 변한 머리에서 작은 식은땀이 흘렸다.
“제주도 쪽에서 감염 의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제주도에서?”
“네. 제주도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갑자기 사람을 물어뜯은 이상 행동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들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여기서 움직인 건, 이기석이다.
“제주도를 봉쇄하고 신종 질병 감염자를 바로 격리하는 거로 하죠. 사태가 시급합니다.”
반론은 없었다. 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신설동은 소름이 끼쳤다.
‘왜일까? 얼굴도 생김새도 체격도 다른데 그때, 그 여자의 느낌이 나는데?’
파티장에서 자신을 공격한 여자. 기침을 동반하고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행동.
눈앞에서 어기적거리는 여자의 양손에 시뻘건 피가 묻어 있었다.
화내는지, 웃는지 모를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설동의 시선이 동철에게로 갔다.
마치 짐승이 배를 헤집은 것 같은 흔적이 보였다.
‘설마?’
울고불고하는 동철을 일단 뒤로 뺐다.
“만선씨! 119 불러요!”
“나쁜…. 나쁜…. 놈.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
격렬한 증오의 분출. 그 순간 목이 기묘하게 꺾였다.
“꺼 억… 꺼어…”
순간, 가로등 아래서 귀신같은 여자의 몰골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마치 메마르듯 피부가 변모하는 게 아닌가. 꺾기를 하듯 몸을 기묘하게 흔들었다.
신설동은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불길한 감각.
이제 여성이 고양이가 습격하듯 몸을 던지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해야 할 건, 단 하나였다.
파티장의 여자와 똑같다. 신설동은 달려서 단숨에 무릎을 들어 올렸다.
손을 내 뻗으며 귀신같이 달려드는 여성의 얼굴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신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단련한 무릎은 단숨에 여성의 머리통을 흔들어 버렸다.
선하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후….”
같은 방에서 놀던 여성이 비참하게 쓰러지자, 설동은 심란한 얼굴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세게 쳤어.’
보통 사람이라면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설동은 파티장에서의 본능이었는지, 유달리 강하게 친 거였다.
신덕준은 기겁하며 달려왔다.
“설동 씨. 갑자기 무슨 짓을!”
“아…. 알아요.”
설동은 심한 답답함을 느꼈다. 자기가 한 행동이 위험한 것도 말이다.
하지만 방금 본 그 여자의 얼굴은 뭐란 말인가.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태는 심각하다.
‘제기랄.’
여자는 기본 뇌진탕인데다가 추가 메뉴로 살인까지 포함된 중범죄 종합세트가 당도한 느낌이었다.
‘왜 이러지? 내 여행길이?’
신설동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멍하니 있는 바로 그때였다.
“끄아아악!”
바로 뒤쪽에서 만선의 비명이 났다. 덕준과 설동이 뒤를 돌자, 거기에는 갑자기 만선을 깨무는 동철이 보였다.
“동철씨! 뭐해요?”
설동의 혼돈은 그 행동 하나로 걷어졌다.
일단 말리려고 다급하게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설동은 거기서도 동철의 피부가 이상해진 걸 깨달았다.
푸른 혈관과 메마른 피부. 광기서린 눈. 다시 소름이 끼치고 있었다.
“으아아악!”
만선의 비명에 신설동은 어쩔 수 없이 동철을 걷어찼다.
퍽, 소리가 크게 울리고 동철이 나자빠졌다.
하지만 그 입에서는 피로물든 살덩이가 그대로 있었다.
“아아악! 아악!”
만선은 생살이 뜯기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고, 이들은 순식간에 핏물로 옷을 적셨다.
“이게 뭐야?”
“서, 설동 씨. 뒤…. 뒤에….”
덕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고 설동은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분명히 쓰러졌을 선하가 보였다. 코가 박살 나고 이빨이 깨진 얼굴.
하지만 숨만 거칠게 내세울 뿐.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쯤 되면 설동이나 덕준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정상이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꺼억…. 꺼억….. 꺽.”
기묘한 소리와 함께 물렸던 만선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메마른 피부와 푸른 혈관이 돋아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