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1
“아!”
설동이 밖으로 나가자, 좀비가 된 군인들이 정 할아버지를 물어뜯고 있었다.
‘왜 내가 저걸 생각 못 했지?’
“제기랄!”
“오지 마!”
정 할아버지는 다급하게 외쳤다.
“이미 틀렸어. 물렸어! 가라!”
“할아버지!”
설동이 애타게 외쳤으나 이미 정 할아버지의 몸에 푸른 혈관이 돋아나고 있었다.
“마누라…. 손주…. 내 가족….”
정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은 그걸로 끝이었다. 설동은 울컥하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함께 해 온 동료가 허무하게 희생되었다. 슬픈 감정 속에서 차량은 공항으로 달렸다. 안으로 돌진하는데, 비행기 한 대가 하늘로 떠나는 것이 보였다.
“비행기가!”
설동은 공항에 보이는 비행기의 수를 보았다. 단 두 대.
사람들이 다급하게 타고 있는 게 보였다.
“가자! 생각해보니 지금 절차를 밟을 이유가 없잖아! 비자는 무슨!”
“그러게요!”
이들은 다급히 비행기 쪽으로 달렸다. 사람들이 줄 선 방향으로 돌진하자,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우리 사람이에요! 사람!”
설동은 두 손을 들고 내렸다. 총을 든 군인 중에 중위 계급을 단 이가 나왔다.
“신분증! 방역조치는 거쳤나?”
“갔다 왔어요! 다 정상이에요. 요새는 온라인으로 다 확인되잖아요, 검사하고 차트 입력 하더만.”
설동이 다급하게 말했다. 오종훈이 자신의 신분을 대자, 이들은 빠르게 신원 조회에 들어갔다.
“오종훈 일병. 자네는 이쪽 비행기에 타!”
“네?”
“군인전용이다. 당신은 왼쪽 비행기로!”
설동과 종훈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된 것이다.
서로 머뭇거리다가 설동이 휴대폰을 들었다.
“나중에 도착하면 전화하는 거다.”
그의 모습에 오종훈이 미소를 지었다.
“네! 나중에 만나요! 꼭 연락할게요!”
“그래.”
서로 포옹을 하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설동은 왼쪽 비행기로 단숨에 달렸다.
눈앞에서 한 남성과 군인들이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거기서 한 40대 남성이 소리쳤다.
“시발! 왜 가는 걸 막냐고!”
“당신은 검역소를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럴 권리 있어? 나도 탈거라고! 간신히 개고생하며 여기까지 왔어! 국민이 타겠다고 하잖아!”
“안전을 위해 불가합니다.”
군인들을 40대를 밀쳐버렸다. 설동은 나뒹구는 40대와 시선을 교환했다.
원망과 분노, 그리고 절망이 결합한 눈동자. 설동은 괜히 죄지은 것처럼 군인들에게 달려갔다.
“통과.”
설동은 당연히 통과였다. 비행기를 타면서 40대 중년의 흐느끼는 소리가 거세졌다.
“제기랄! 죽기 싫어! 죽기 싫단 말이야. 아아…!”
마음이 아파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생존이 우선이다.
‘동정? 지금 상황에 타인을 동정한다고? 정신 차려라. 신설동. 넌 지금 간신히 산거야.’
정신을 다시 다잡았다.
흐느끼는 소리를 뒤로하고 설동은 군인들의 안내에 따라 일반석에 앉았다.
“살았다.”
좌석에 앉아 안도의 숨을 쉬자,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몽 같던 제주도의 하루가 이제 끝이 나려 했다.
4. 비행기 안
[제주도에서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도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각종 유언비어에 정부의 대책은 그저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말라고 할 뿐입니다.]TV에서는 연일 제주도 사건을 보도하기 바빴다.
특히나 사태가 이미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대다수의 사람이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 설동이는 지금 오고 있다는 데…. 어떻게 될지.”
신설동의 부모는 둘 다 평범한 회사원이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것도 당연하다.
신설동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대체 왜 제주도로 갑자기 간 거야? 그래도 비행기를 탔다고 연락은 와서 안심이다만….”
그들은 자기 아들이 왜 갑자기 제주도로 떠났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모친의 시선은 이제 설동의 죽마고우이자, 또 다른 아들인 유상인 에게 향했다.
“설동이가 갑자기 여행을 떠난 이유를 아니?”
유상인. 신설동의 죽마고우인 이 남자는 반듯한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여자한테 차였어요.”
“우리 아들 참…….”
진실 그 자체의 대답. 설동의 모친은 혀를 쯧쯧 차고, 유상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주도는 심각하지만, 다른 나라의 일 보는 것 같은 게 일단 서울은 아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의심 자들은 병원으로 몰려가거나 불심검문까지 하고 있었다.
유상인은 TV에서 끌려가는 시민을 보았다.
“제주도가 대체 어떤 상황인지, 설동이가 오면 들어야겠어요. 저렇게 불법적으로 납치하듯 데리고 가는 데…….”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 아닐까? 물론, 설명도 안 해줘서 이상하긴 하구나.”
모친은 쓴웃음을 지었다. 유상인은 분명 남이다. 하지만 가족과도 같이 자연스레 대화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상인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또 하나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유상인은 모친을 보며 웃었다.
“설동이 없을 때 제가 자주 올게요.”
“그래, 우리 상인이도 어려서부터 같이 키워서 아들이잖아.”
“고마워요. 어려서 고아가 된 절 보살펴 주셔서.”
그렇다. 상인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신설동의 집안에서 자랐다.
그런 그가 제2의 아들 취급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딱히 어색하지도 않다. 지금은 따로 살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같이 살았으니까.
그냥 오래간만에 아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되고, 신설동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어이구! 우리 상인이 왔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에 밝은 얼굴을 한 신설동의 아버지가 도착했다.
말쑥한 얼굴에 큰 안경이 특징인 그는 상인을 보고 반갑게 안아주었다.
“아니, 오래간만에 왔는데 저녁을 그냥 먹어서 쓰겠어?”
“괜찮아요. 전, 평소 잘 먹었잖아요.”
“아니지. 아니지. 여보! 저번에 회사에서 받은 그 한우 있지? 꺼내!”
신설동의 아버지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식탁에 앉았다. 25평짜리 주택.
그야말로 무난한 집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인은 거기에 끼어들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경청했다.
신설동의 아버지는 예의 그 질병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요새 우리 회사에서 그렇게 기침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내 옆 진 과장도 연신 기침하는데, 아랫사람한테 어찌나 성질부리던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기침하는 사람들은 무슨 감정적으로 쉽게 흥분하더라고요. 근데 아닌 사람은 또 아니고요. 제 친구 중에 자기 아버지가 감기 걸린 지 한 달 됐다고 걱정하던 애도 있어요. 아버지가 평소 좌선이나 심신을 다스린다고 수행도 하는 특이한 사람이거든요. 정신적으로 컨트롤 잘하면 별 상관없나 봐요.”
“요새 진짜 미세먼지 때문인지 아휴. 기승을 부린다던데.”
신설동의 아버지는 혀를 차고 있었다. 유언비어라고 정부는 말도 못 꺼내게 하지만 대부분 생화학 무기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상인은 설동이 카톡으로 보낸 내용을 떠올렸다.
“설동이는 요새 정부에서 말하는 증상이 보이면 병원에 절대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그들은 소고기를 열심히 입에 넣으며 tv를 보았다.
[최근 한 달간 폭행, 절도, 방화 사건이 급증하였습니다.]신설동의 모친이 적당하게 구워진 소고기를 상인의 앞에 건네주었다.
“사람들이 참. 범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니까?”
“그러게요.”
쿵! 쿵!
그때, 갑자기 거친 울림이 문밖에서 났다.
“옆집 사람인가?”
신설동의 아버지가 몸을 일으키며 문에 다가갔다.
쾅! 쾅!
문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동시에 신설동의 아버지가 짓는 표정도 거칠어졌다.
“누구야? 왜 남의 집 문을 두드려?”
“저……. 저…….”
문 뒤에서는 유약한 목소리가 났다. 신설동의 아버지는 문에 설치된 작은 렌즈로 밖을 살폈다.
거지라고 불릴만한 초췌한 기색의 남성이 보였다.
“맛있는……. 냄새가 나요. 배고파요.”
“당신 누구야?”
“…..”
대답이 없자, 신설동의 아버지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쾅! 쾅!
거세게 다시 문이 두들겼다. 보통이라면 화를 내며 나가야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다시 문밖에서 소리쳤다.
“경찰을 부를 겁니다. 당장 돌아가세요.”
“시발……. 개자식. 배고픈데……. 배고픈데……. 안 줘? 안 줘?”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해졌음을 깨달은 유상인이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경찰이죠? 지금 이상한 사람이 문밖에서 위협을 하고 있거든요? 주소는…….”
이들이 이렇게 전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악!”
옆집에서 비명이 났다.
유상인이 통화를 하면서 베란다로 갔다. 아파트 건너편에서 여성이 베란다로 황급히 도망치는 게 보였다.
칼을 든 남자가 뒤쫓고 있었다.
“강도?”
유상인은 이제 통화를 마치려던 경찰을 다시 붙잡았다.
“저희 옆집에 강도가 침입했어요! 지금 빨리…….”
“꺄아아악!”
또다시 아파트 단지를 울리는 비명이 들렸다. 유상인은 보았다.
칼을 떨어트리고 여자를 물어뜯기 시작한 남자를 말이다.
“뭐야…….”
“끄아아악!”
또다시 밖에서 비명이 들렸다. 유상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거기에는 몇몇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을 무차별로 습격하고 있었다.
“……”
유상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행기는 다급하게 떠나고 있었다. 설동은 일반석에 앉아서 믿기지 않은 현실인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놀란 얼굴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거로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좀비가 맞아? 약에 취한 거 아니야?”
“폭도겠지. 반정부 분란 종자들이 미친 거야.”
“그러니까! 이 시대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아니, 좀비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수상해. 군인들도 과잉대응이야. 약 먹은 거라니까. 현실적으로 생각해. 갑자기 폭격이나 하고. 난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설동은 기가 막힌 이야기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눈앞에서 본 그것의 실체를 당장 코앞에 들이밀고 싶을 정도였다.
반대편에서는 본 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 봤어! 갑자기 주변을 막 공격하다가 변했어!”
“짐승처럼 습격해. 무서워서 잠이 안 와!”
“그래도 인천까지 1시간 10분이지? 별로 안 걸리잖아. 그때가지만 참으면 될 거여.”
별의별 이야기가 들렸다. 설동은 그냥 마음 편히 자고 싶었다. 하지만 제주도와 인천의 거리는 두 시간도 안 된다.
곧장 일어나서 집으로 달려야 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설동은 휴대폰을 보았다.
-형, 비행기 출발합니다. 근데 휴대폰은 곧 걷어갈 거 같아요.
-그래도 산 게 어디냐. 나중에 만나면 술이나 한잔 하자.
설동은 이 피로 속에서도 그나마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 그리고 정 할아버지의 희생.
수많은 것들을 제주도에 담아두고 온 기분이었다.
‘아마 다시 올 일은 없겠지.’
제주도가 우선적으로 저런 걸 보면 무언가 질병 확산의 핵심적인 것이 제주도에 있는 것 같다.
‘알게 뭐야. 일반인인 내가 관심 둘 것도 아니고.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설동은 듬성듬성 빈 좌석들을 보았다.
150명 정도 탄 거 같은 일반석이다. 그때, 신설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군데로 쏠리고 있었다. 더불어 여기저기 떠드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뭐야?’
다시 예민하게 시선을 보내자, 그곳에는 승무원과 한 여성이 싸우고 있었다.
“아니, 왜 이따위에요. 항공사가! 우리 아이가 아프다고요. 항공사 서비스가 이래도 돼요?”
웬 아이 엄마가 아이를 안고 승무원에게 따졌다.
“앞쪽이 퍼스트 클래스죠? 거기 사람 몇 명 없잖아요! 우리 아이가 아프니까 서비스를 해달라고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여쁜 스튜어디스는 허리를 숙이며 이 여성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신설동은 그걸 보고 대번에 사태를 유추할 수 있었다.
“아이가 아프잖아요! 조금 더 편안하게 서비스를 해달라고요! 어차피 없는 자리인데 가면 안 돼요? 아이가 아프다고요.”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진상.
한 마디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국내 항공사면 보통 진상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지만, 문제는 이곳의 상황이 호락호락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이건 규칙이라….”
“아니, 그딴 게 어디 있어요!”
스튜어디스가 사과하면서도 다른 선임급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하지만 이 선임 스튜어디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 아이가 아프다고요!”
아이 엄마는 악을 쓰면서 소란을 피웠다. 그래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