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2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기차 화통 삶아 먹을 정도로 말이다.
아이 엄마는 울어도 신경 쓰지 않고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요구를 계속 돌려 말하고 있었다.
신설동은 악다구니 쓰듯 우는 아이 때문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만이 아니라, 이코노미에 앉은 모두가 똑같은 표정이었다.
바로 그때, 앞쪽 문이 열렸다. 거기에 배가 두둑이 나온 중년 남성이 미간을 좁혔다.
“아니, 애 조용히 안 시켜? 시끄럽잖아!”
“당신 뭐에요!”
아이의 어머니가 화를 내자, 중년 역시 소리쳤다.
“난, 내 돈으로 퍼스트 클래스를 샀단 말이야! 지금 일반석 여기도 자리 많구만! 왜 넘어오려 그래! 거기다가 질병 같은 거 검사는 했어? 어딜 넘어오려고! 거지 근성이야?”
“뭐라고요? 지금 사람을 지금 병신 취급하는 거예요!”
싸움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남성은 스튜어디스에게 따졌다.
“아니! 내 돈 주고, 퍼스트 클래스 왔는데 저 거지 새끼는 날로 먹으려고 하네? 옆자리 빈 데 아무 데나 애 편하게 놓던가. 어디서 병균 옮기려고!”
“죄송합니다.”
사이에 낀, 스튜어디스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남성은 화를 내며 들어가고, 아이의 엄마는 계속 스튜어디스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신설동은 저런 짜증나는 걸, 두고 볼 타입이 아니다.
“진짜, 편하게 좀 가고 싶은데.”
차라리 질병이라면 바로 때려눕히지만, 저건 비행기의 유명 진상 사례 중 흔한 케이스였다.
“아줌마! 그렇게 애새끼 신경 쓸 거면 아이 우는 거나 달래요! 진상도 저런 진상이 없네!”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말했어?”
바로 칼날처럼 신설동에 시선을 돌리는 아이 엄마다.
신설동은 불같이 화를 냈다.
“가고 싶다고 말하던가. 아니, 애당초 돈이 없으면 가질 말든가. 아이 팔아서 가려고? 추하기 그지없네. 우는 거나 닥치라고 해! 제 엄마 닮아서 빽빽거려!”
“뭐라고? 이 미친놈이 뭐라고 했어?”
아이까지 공격하자 엄마 쪽이 화를 냈지만, 신설동은 살벌한 시선으로 대신했다.
“어찌할 건데. 아줌마. 우리 따로 이야기할까? 따라 나오라고.”
“…….”
이렇게 압박을 주자, 드디어 이 진상 엄마의 표정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미친 지가 뭔데….”
수군거림이 들렸지만, 아이 우는 것만 제외하고 상황은 정리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 울음은 여전히 거슬렸다.
결국, 이 진상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신설동은 이제 편안하게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데, 별안간 화장실에서 비명이 났다.
“아앗! 말 좀 들어!”
“쯧. 애한테 화풀이야.”
신설동은 혀를 찼다. 그러다가 자신의 엉망인 옷차림을 보았다.
‘좀 정돈해야겠어.’
화장실에 들어가 잠시 거울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쿵.
갑자기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우다다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물론, 화장실을 여러 개다. 간다는 거자체가 급한 볼일을 처리하는 거니, 당연히 신경 쓰지 않아야 했다.
‘긴장을 늦추지 마라. 설마를 믿어라. 그래.’
상공 위. 탈출구 없는 곳.
여기서 만약 좀비가 발생하면 말 그대로 지옥이 발생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휴우. 휴우. 휴우.”
바깥에서 불규칙한 숨소리가 들렸다. 신설동은 침을 삼켰다.
‘갑자기? 하지만 진짜라면 지금 처리해야 해.’
그의 손이 문을 살짝 여는 순간이었다.
문을 비집으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그 진상 녀를 말이다. 핏발이 선 눈과 일그러진 얼굴. 창백해진 피부와 푸른 혈관.
모든 게 그것과 같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오싹하다.
“이런 개…….”
신설동은 본능적으로 문을 닫았다. 보자마자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루어진 번개 같은 행동.
이건, 신설동 본인도 놀랄 정도의 신속한 행동이었다.
“…….”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설동은 긴장된 얼굴로 아무 소리 없는 문 쪽에 귀를 댈 때였다.
쾅! 쾅! 쾅! 쾅! 쾅!
거칠게 문이 요동치고 있었다.
설동이 이성을 차린 건, 10초도 지나지 않고서였다.
그는 굳이 자기가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힘으로 질 이유가 없는데?’
상대의 서슬 퍼런 기색에 눌렸다뿐이지, 정상적으로 그는 싸움을 잘하는 편에 속했다.
체질과 상관없이 그는 격투기나 운동을 열심히 했고, 철없는 시절 싸움도 당연히 져본 적이 없다.
‘제주도에서 별 머저리 같은 놈들하고도 싸웠어!’
근데, 지금 좀비 하나 가지고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개소리지.’
머릿속으로 좀비들의 특성을 떠올렸다. 무조건 안 듯이 팔을 내밀고 덮친다.
설동의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이 떠올랐다.
‘일단 발로 가슴을 밀어버린다.’
설동이 다시 화장실 문을 잡고 열 때였다.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설동의 표정이 바뀌었다.
“안 돼!”
“기이이익!”
문이 열리고 눈앞에서 스튜어디스에게 달려드는 좀비가 보였다.
“여기서는 절대로 안 돼!”
신설동은 벼락같이 튀어가서 단숨에 여성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벽과 키스를 시켰다.
쿵!
둔탁한 울림이 한 차례 울렸다. 신설동의 시선이 순간, 아래로 향했다.
아기의 존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캬아.”
창백해진 아기의 얼굴이 신설동을 노려보며 아주 자그마한 이를 드러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적의.
신설동은 충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기랄.”
그러는 사이 이 여성이 설동의 손을 붙잡았다.
손톱이 살짝 길어져 보이는 건, 착각일까?
동시에 상상도 못 할 힘이 느껴졌다.
“……!”
신설동도 운동 꽤 한 몸. 그런데 그 힘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미친년!”
상대를 벽에 몰아붙인 신설동은 살겠다는 신념밖에 없었다.
여기서 좀비가 출몰하면 모든 게 끝난다.
“죽어!”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이 여성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아이가 있건 없건, 지금은 공격해야 한다.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만둬! 지금 뭐 하는 거야?”
전신을 난자하며 바닥에 여성이 쓰러질 때였다.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그를 말렸다.
“미쳤어?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한테 뭘 하는 거야?”
“좀비! 감염자라고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잖아! 사내새끼가 지금 뭔 짓을 하는 거야.”
이 남자는 설동을 밀어내고 친절하게 웃으며 쓰러진 아이 엄마를 부축했다.
“양아치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뭔……. 으악!”
이 중년 남성은 바로 날뛰는 여성에게 물렸다.
신설동은 그대로 주먹으로 여성을 재차 날렸다.
“이 꼰대가 정신을 못 차리네. 비켜!”
“으…. 뭐야! 저 여자 왜 저래?”
소란은 이제 커졌다. 스튜어디스와 사무장을 비롯한 이들이 화장실에 몰렸고, 사람들은 웅성대었다.
“키아아악! 크아아악!”
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온 힘을 다해 여인의 머리를 잡고 벽에 부딪쳤다.
한 번, 아니, 두 번, 네 번, 10번.
뇌수가 튀어나오고 나서야 그의 손길이 멈췄다.
“으으아아악!”
“사람이…. 사람이….”
이코노미석에서 일제히 비명이 울렸다.
이코노미석의 사람들은 경악했다. 눈앞에서 사람의 머리가 터졌다.
아니, 그전에 사람의 목을 날린 것부터가 비정상적이었다.
“살인이다!”
“살인이야!”
아직 사태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설동의 행동에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대체…….”
“정신 못 차려? 감염자잖아!”
설동이 소리를 지르자, 잠시 기내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감염자? 그거 그냥 바이러스 걸려서 난폭해진 거잖아! 사, 사람을 죽였다고!”
“야당이랑 매국노 새끼들이 헛소문을 퍼트리는걸. 믿어? 현실 파악해라!”
40~50대들이 설동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설동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괜히 말리다가 물린 남성에게로 시선이 향하고 있었다.
40대 남성은 기침과 몸을 떨고 있었다.
설동은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기침하며 조금씩 피부가 메말라가던 40대의 머리통을 잡고 그대로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저, 저, 저, 미친 새끼! 누가 말려!”
주변은 경악했지만, 감히 나서는 이가 없었다. 얼마 뒤, 머리가 깨진 시체가 바닥을 나뒹굴고 설동은 온몸에 튀긴 피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설동은 스튜어디스를 찾았다. 혹시라도 물렸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 사람 막아!”
“안 되겠어요!”
믿지 않는 수십 명이 설동에게 달려들었다. 미식축구 하듯 인파에게 깔린 설동은 답답함에 바닥을 두들겼다.
“이 미친놈들아! 정신 안 차려? 제주도가 그 꼴이 되고, 지금도 죄다 탈출하려 했잖아! 좀비처럼 변한다고!”
“이 새끼가 정부가 아니라잖아! 사람을 죽였어!”
“좀비 같은 게 어디 있어! 이 미친놈아!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돌아간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애당초 같이 흥분해서 소요를 일으키니까 폭격을 하는 거잖아! 나이가 성인이면 정신 차려! 이러니까 젊은 놈들이 툭하면 가짜뉴스에 시달리지!”
그들은 신설동의 말을 믿지 않았다. 실랑이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스튜어디스 쪽에서 비명이 나기 시작했다.
신설동은 보았다. 부축 받은 스튜어디스가 얼마 되지 않아 몸을 떨기 시작했단 걸 말이다.
스튜어디스는 그렇게 몇 차례 떨더니, 이내 옆 사람을 공격했다.
“키아아악!”
“끄아아악!”
비명이 나고 주변이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설동을 짓누르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자, 설동이 일어섰다.
누구보다도 먼저, 옆 사람을 물어뜯던 스튜어디스의 머리채를 잡았다.
“구악!”
이미 사람이라 보기 힘든 몰골에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약점은 머리. 이미 학습한 사실이다. 그는 좀비의 가슴을 거칠게 차버렸다.
머리를 날려야 하지만, 지금 습격자 상태일 때는 맞추기가 힘들다.
‘무기가 필요해.’
설동은 짐칸을 바라보았다. 기내 반입 허용규정에 들어맞는 아슬아슬한 크기.
그 캐리어를 드는 순간, 그것이 다시 설동에게 달려들었다.
빡! 머리통이 박살나는 둔탁한 소리가 이코노미석을 울렸다.
설동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고, 목이 돌아간 스튜어디스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코노미석의 승객들은 이제 비정상적인 상황을 깨달았다.
더불어 조용히 있던 이들이 소리를 내었다.
“지금 위험하다고요! 나도 봤어요! 감기 걸리거나 감염이 심해진 사람이 물으면 갑자기 변한다고요!”
“물리면 감염된다고요! 시발, 왜 보여줘도 안 믿는 겁니까! 나이 처먹고 인지부조화나 걸리지!”
좀비를 경험한 이들이 믿지 못하던 이들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지금 물린 사람들 어디 어디 있어!”
설동이 피 묻은 캐리어를 들고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물린 이들은 알아서 반응하고 있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
“······.”
이코노미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사람이라면 다들 그랬다. 하지만 오로지 ‘그들’만이 침묵하지 않았다.
“캬아….”
“쿠……. 워….”
괴상한 숨소리를 내며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