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3
신설동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사정거리 안에서는 까다로워. 거리를 두거나 행동을 유도해야 해.’
약속된 침묵을 깨는 이들이 점점 사람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걷는 정도다.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 도망치려면 비행기의 뒤쪽 짐칸이나 앞쪽의 퍼스트 클래스에 가는 수밖에 없다.
거기다. 비행기는 이미 뜬 상태다.
“저게 대체 뭐죠?”
침묵이 공간에서 궁금함을 참지 못한 이가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사람이라고 부르기 힘든 이들의 시선이 움직였다.
“캬아.”
“쿠아!”
아까보다 빠르게, 조금 빨리 걷는 스피드로 소리를 낸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 그들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으아아아!”
“물러나!”
설동이 다시 움직일 때였다. 옆에서 중년의 여성이 그를 붙잡았다.
“어. 그거 비싸게 주고 산…….”
“그럼 아줌마가 저거랑 싸우게?”
설동이 냉정하게 말하자, 캐리어의 주인은 손을 놓았다.
“쓰, 쓰세요.”
여성은 바로 수긍하고 빠졌다. 설동은 의자를 두고 좀비를 유도했다.
“죽어!”
제일 먼저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통에 시원스러운 스윙이 떨어졌다.
보통의 남성이면 뻗어서 기절했을 거다.
“키익!”
하지만 ‘이것’들은 달랐다.
“계속 움직여요!”
누군가 외치듯, 머리를 풀스윙으로 얻어맞아도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변해서인가? 쉽게 머리가 안 날아가!’
신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스윙이 아래를 향해 미친 듯이 휘둘러졌다.
악귀처럼,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는 캐리어를 휘둘렀다.
12kg이라 무게도 무겁고 물건도 들어있다.
기어이 머리의 반이 박살 날 정도가 되자, 이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
모두가 참혹한 광경에 침묵했다. 그러다 한 젊은 청년이 입을 열었다.
“진짜 좀비잖아.”
그렇다. 모두의 머릿속에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는 좀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현재 좀비로 변한 이들은 3명. 그중 한 명이 죽었지만, 아직 두 명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형씨! 도와줄게!”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캐리어를 하나 든 채 나섰다.
“반대쪽 맡아요!”
선행자가 나오자, 뒤늦게 사람들이 따랐다.
사람을 죽인다고 하지만 좀비라는 인식이 들자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들이 합세하자, 이 좀비들은 빠르게 제압당했다.
그나마 최근 영화추세처럼 달리는 좀비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달렸다면 이 비행기 안은 지옥이 됐을 거다.
할퀴거나 물리지 않기 위해 원거리에서 가격하여 바닥에 쓰러트린다.
머리를 집중적으로 노려서 그 자리에서 끔살하는 데 성공했다.
“후…….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소리만이 이코노미석을 가득 메웠다.
사태가 진정되자, 그제야 사람들은 입을 열었다.
“우, 우리가 사람을 죽인 거요?”
“이놈들이 사람이라면.”
신설동이 짧게 답했다.
비즈니스석. 일반적인 이코노미에 비해 좌석이 조금 더 넓고 서비스도 극진했다.
이 A380 항공기의 위치상 비즈니스 석으로 퍼스트 클래스 위쪽 2층에 위치에 있다. 90석 정도의 좌석에 20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
예전에 비즈니스석에 포인트로 올라온 한 승객이 올린 후기가 있다.
비즈니스석에 불안에 떠는 남자가 기도해달라니까, 스튜어디스가 무릎을 꿇고 같이 기도까지 해줬다는 후기를 말이다.
지금 이곳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콜록, 개시발년이 날 버렸어요. 내 마음 이해하죠? 저랑 같이 기도해 주세요. 콜록.”
“….”
웬 남자가 스튜어디스에게 애원하다시피 하며 땡깡을 부렸다.
기침은 감염자의 증세지만, 스튜어디스들은 좀비들을 보지 못했다. 그냥 공항 근처에 머물다가 다시 탑승한 거다.
‘질병에 걸리면 난폭하다던데….’
TV에서는 치료할 수 있다고만 나오고, 정확히 실체를 감추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난감했지만, 서비스업의 안타까운 강제성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에서 기도를 해주려 하고 있었다.
“그년이 날 버렸어. 개시발년. 내 돈만 탐한 개좆같은 년.”
그건, 기도라고 볼 수 없었던 배설의 현장이었다.
스튜어디스는 빨리 끝나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이 욕은 점점 심해졌다.
“죽어. 넌 죽어야 해. 가랑이 벌리면서 앙앙대더니, 이제는 날 버려? 시발년. 개년. 사지를 찢고 죽여야 해. 그리고 내 물건을 거기에 박아버리는 거야.”
스튜어디스는 사태가 이상해지자, 다른 스튜어디스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냈다.
“고객님. 지금 다른 일이 있어서….”
“닥쳐! 이 개년아!”
갑작스럽게 핏발이 선 이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갑자기 벨트를 풀고, 쓰러진 스튜어디스의 회색 치마를 벗기려 하는 게 아닌가.
“꺄아악! 도와줘요!”
당연히 고객이라고 봐줄 수 없는 사안이다. 비즈니스석의 사람들마저 합세해서 남자를 떼어놓았다.
“아! 시발! 날 물었잖아!”
말리던 남성 중 한 사람이 다급히 의자를 붙잡았다.
선명하게 남은 이빨 자국에 피가 잔뜩 흐르고 있었다.
“모두 도와줘요! 묶어버립시다!”
보안들이 또 출동해서 이 남자를 묶어버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긁히거나 물려버렸다.
하지만 갑자기 자다 일어난 여성이 돌연 캐리어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발버둥 치는 감염자를 내려찍었다. “무슨 짓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말리자, 여성은 거칠게 소리쳤다.
“이것들 변한다고요! 난 봤어요! 난……. 여기로 오면서 변해서 사람을 물고 감염시키고…. 지금, 누가 물렸죠?”
여성의 광기 어린 시선이 움직이자, 피 묻은 손목을 닦던 남성에게 시선이 쏠렸다.
한둘이 아니다. 네 사람 이상은 물렸다.
여성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여성은 발광하듯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당황하는 그 순간,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만이 아니었다.
군인을 대신해 투입된 보안 업체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콜록. 제길. 아, 쓰라려 죽겠네. 기침은 왜 나오지? 공항 검사에서는 정상이라 떴는데?”
보안 업체 직원은 갑자기 나오는 기침에 당황했다.
“인터넷에 유언비어로 사실상 바이러스라서 정상적이어도 감염이 가능하대. 근데, 좀비가 된다고 하던데. 그럴 리는 없지? 정리나 하러 가자.”
다른 동료가 웃으면서 어깨를 쳤다. 하지만 이 남자의 표정은 결코 웃지 못했다.
“왜 쳐?”
“응? 뭐가?”
“시발, 왜 치냐고!”
그리고 주먹을 날렸다. 동료가 바닥에 쓰러지고, 비즈니스석의 시선이 다시 쏠렸다.
“왜 그래요?”
“갑자기 또 뭔 짓이야?”
이 남자는 씩씩대면서,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콜록.”
그렇게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연이은 기침을 하고 침묵의 시간이 지났다.
동료가 일어난 순간, 이 남자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얼굴에 색이 없어지고 있었다.
푸른 혈관이 전신에 돋아났다.
“기……. 그…!”
“어?”
얼마 뒤, 비명이 이 비즈니스 석 전체에 퍼졌다.
5. 상공 위의 위협
사태가 진정되고 사람들은 그 누구 하나 자리에 앉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검사에서 통과했잖아!”
“지금 다 검사 통과한 놈들만 있는 거 아니야?”
사람들의 눈초리에서 불신의 기운이 가득했다.
지금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런 꼴을 당하는지 이해 못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아니, 통과한 거 맞아? 군인 어디 있어?”
몇몇 이들은 이미 내린 군인을 찾았다. 하지만 없다.
설동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사를 받아도 감염자가 나온다.
‘그냥 공기 중에 퍼져 있어서인가?’
공기라면 확실히 당시에는 멀쩡하더라도 나중에 감염될 확률이 있었다.
‘내가 의료인도 아니고 정확히 원인을 알 수 없잖아.’
정상인들이 고작 수분 사이에 감염자가 되려면 원인물질과 접촉해야 한다. 근데 여기에 원인물질이 어디에 있는가.
설동이 그렇게 고민할 때, 한 커플이 일어섰다.
“미세먼지 때문이라니까? 생화학 무기 그거 성분 섞여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시발, 개 같은 놈들. 맨날 관련 없다더니.”
“거기다가 우리는 군인도 없어서 감염자가 되면 다들 위험한 거 아니에요?”
이들의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정부가 계속 부인하면서 구라치고 다니니까 이 모양이지.”
“진짜 제주도가 개판 났어요! 멀쩡한 사람한테 총질을 했다니까요?”
분위기가 갑자기 성토장으로 변했다. 그러자 못마땅한 얼굴로 40대 남성이 일어섰다.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무작정 정부 욕하네?”
“지금 이게 증거지 뭔데? 그러면 정상인이 갑자기 감염자가 되는 건 뭔데!”
“속인 건가 보지! 무작정 정부나 욕하고 말이야!”
40대가 흥분하고, 다른 이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계속 아니라고 하지만 제주도에서 민간인들을 쏘고! 사람들 많은데 폭격하고! 미친 거지. 그럼 뭔데?”
“야, 이 새끼야! 네가 겪었어? 봤냐고!”
“봤어! 내 옆에서 엄마가 죽었다!”
“어디서 거짓말이야! 그냥 정부 욕하려고 아무 소리나 해?”
싸움이 번질 듯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설동은 그것보다 스튜어디스들이 더는 오지 않는 것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사고가 분명 났는데 한 명도 오지 않는다? 아까랑은 다른데?’
지금 좀비라지만, 살인이 일어났는데 죽은 승무원과 도망친 승무원 말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에는 사무장까지 왔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였다.
“콜록!”
그의 귀에 또다시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렸다.
웅성대기 시작한 이곳에서 신설동의 눈은 매처럼 주변을 훑었다.
콜록.
콜록.
분명히 어디선가 들리고 있었다.
‘기침을 시작으로 감정적으로 흉포해져.’
신설동의 귓가에 끊임없이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기침을 하는 한 여자가 보였다.
“시발! 뭘 봐! 고소당하고 싶어? 콜록.”
거칠게 반응하는 여성이었다.
지금까지 무서워하던 감정에서 돌변하듯 말이다.
“뭘 보냐고. 뭘 보냐고······. 칠거야? 커억. 칠거냐고?”
신설동은 흥분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곧, 여성의 얼굴이 급격하게 붉어지는 걸 보았다.
‘모든 사람이 다 그랬어.’
이상할 정도로 흥분한다. 신설동이 여성에게 더욱 가까이 갔다.
“때리려고? 개새끼야! 쳐다보지 말라고. 말란 말이야!”
기어이 이 젊은 여성이 달려들 때였다. 신설동은 피가 묻은 캐리어를 흔들었다.
쿵!
비행기 바닥에 부딪히는 여성. 그리고 주변에서 또다시 경악했다.
“이봐! 또 뭐하는 짓이야.”
안경을 쓴 남자가 황급히 신설동을 붙잡으려 했다.
“물러나.”
하지만 신설동의 서슬 퍼런 기색에 절로 뒷걸음질 쳤다.
“키익…….”
그리고 곧, 흥분한 여성이 점점 새파래지는 안색과 함께 일어났다.
“너……. 보지 마!······. 보……. 마. 쿠엑?”
실시간으로 언어 체계가 무너져 내리는 걸 확인했다.
여자의 몸이 갑자기 꺾이듯 비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홍해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피부가 메마르고 푸른 혈관이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