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4
말해야 못하겠는가. 설동은 아직 채, 습격자의 태세를 드러내기 전에 달려들었다.
“꺼…. 끄…….”
기분 나쁜 소리를 무시하고, 가차 없이 캐리어를 두 손으로 휘둘렀다.
불쾌한 스윙이 연타로 들어가고 이 여성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설동이 캐리어를 놓자, 혼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체가 굴러다니고 피가 튀니 제정신인 사람이 몇 있겠어?’
심지어 토를 하려고 화장실로 가거나 그냥 바닥에 토하는 이도 있었다.
개판. 말 그대로 개판 5분 전이었다.
몇몇 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혼란이 가득한 가운데 비행기의 안내방송이 들렸다.
[승객 여러분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본 비행기는 지상 사정에 의해서 선행 비행기를 한 대씩 착륙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정시간보다 1시간 정도 더 늦게 착륙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사람들은 경악했다.
“무슨 개소리야!”
“이 좆같은 곳에서 더 있으라고?”
시체와 오물로 가득한 이코노미석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설동은 피 묻은 캐리어를 든 채, 사방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이 좆같은 곳에서 두 시간?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이 감염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면 서울도 안전하지 않다.
가족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 수밖에 없다. 그는 예민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에 갈 때까지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지금 이곳은 여전히 싸움 중이었다.
“시발, 높으신 분들만 또 먼저 내렸겠지. 개 시발! 진짜 개 쓰레기 같은 정부!”
“우리 민간인은 곁다리고 사실 높으신 분들만 먼저 옮긴 거 다 알잖아. 그놈이 그놈이네.”
사람들은 비행기가 늦게 내리는 이유를 추측했다.
당연히 높거나 군인들을 먼저 내리게 하는 거다.
자기들은 일반인이니까.
하지만 다른 쪽에서 반발했다.
“말끝마다 정부정부 거리네. 자기들도 정부 때문에 구해진 거 아니야? 감사해야지!”
“요새 애새끼들은 다 저 모양이야. 누구 덕에 비행기 타는데!
그러자 젊은 쪽에서 이를 갈았다.
“미친 꼰대 새끼들이 진짜 뒤지려고. 아직도 사태파악이 안 되나!”
“뭐라고? 시발 너 뭐라고 했어?”
설동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동시에 싸우려는 이들을 유심히 보았다.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면….’
그의 시선에는 기침하는 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앞쪽 통로를 보았다.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를 가르는 통로. 거기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었다.
“누구야? 저거?”
설동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순간 문이 닫혔다. 소란스럽던 사람들을 지나, 설동이 문을 거칠게 열었다.
저 멀리서 스튜어디스 한 명이 퍼스트 클래스 쪽으로 도망치는 게 아닌가.
“야!”
설동이 다급하게 퍼스트 클래스의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가스총을 든 이들이 나타났다.
“나가!”
“잠시 만요.”
설동이 말을 걸려 했지만, 금세 문은 닫히고 말았다.
“…….”
설동은 굳게 닫히는 문을 뒤로하고 이코노미 석으로 돌아왔다.
그가 다시 문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갑자기 왜 나간 거예요?”
“누군가 훔쳐봐서요.”
설동은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어차피 퍼스트 쪽으로는 갈 일은 없으니까. 혹시나 변하는 사람 없게 감시만 하면 되겠네요.”
지극히 합당한 처사. 설동의 발언은 정말로 정상적이었다.
연료의 한계도 있고, 어차피 중요한 건 감염자만 피하면 된다.
하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했다.
“자기들만 요원들 보호받고 있어?”
“너무하잖아. 우리는 일반석에 스튜어디스도 없고. 이게 말이 돼?”
“돈 많은 새끼는 아주 편하게 가고. 꼬라지 잘 돌아가네? 우리는 주느냐 사느냐 때문에 고민인데.”
사람들의 분노가 퍼스트클래스로 향하기 시작했다.
설동은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했다.
“어차피 그놈들이랑 뭔 상관이에요? 일단 진정하고 내려갈 때 기다립시다.”
“지금 무슨 말이에요? 지금 퍼스트 클래스는 온갖 안전을 보장받는데. 우리도 받을 권리가 있어요!”
“맞아! 사람의 목숨이 다 똑같지. 지들이 무슨 왕이야?”
사람들의 시선은 퍼스트 클래스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삽시간에 100여명이 퍼스트 클래스 통로를 가득 메웠다.
“야! 문 열어! 너네만 호의호식 하냐?”
“이쪽은 개판 났는데. 너희만 보호받는 거야?”
거칠게 문을 두드리고, 고성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곧, 문 너머에서 아까 보였던 살 많은 중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니들? 감염자지?”
“시발 새끼가 자꾸 사람 병균 취급해?”
그 소리에 분노한 이들이 문을 부술 듯이 두들겼다.
“우리도 퍼스트에서 좀 쉬자!”
“맞아! 자기들만 서비스 받고 있어? 다 같이 구해진 시민이잖아!”
이들의 목소리와 행동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안쪽에서는 다급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돈 주고 산거라고! 진짜로. 아는 사람한테 할인받아서 추억 여행 온 거란 말이야! 흥분하지 마!”
“시발, 병균이랑 같이 있기 싫다는 거지? 보안요원들 있잖아. 이쪽으로 보내. 우리도 같은 서비스를 받아야지! 지금 이쪽은 난리 났단 말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선두에서 두들기는 중년은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듯 몸을 돌렸다.
이윽고 모든 이들이 동의하듯 소리쳤다. 다시 위협적으로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물론, 철저하게 설계한 문이 쉽게 부서질 리 없었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지친 사람들은 이를 갈았다.
“개자식! 자기들만…….”
“여러분 여기서 끝나면 안 돼요. 좀 쉬다 다시 가요.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아야 해요. 우리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어요!”
수염이 난 중년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선동하기 시작했다.
설동은 거기에 참여하지도 앉았다. 말 그대로 귀찮기 때문이다.
애당초 퍼스트 클래스 문제는 상관할 바 아니었다.
‘비즈니스랑 퍼스트 클래스에는 감염자가 없나? 어떻게 됐지?’
고민은 오로지 감염자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근데, 방금 소란 피웠는데 문제가 없을라나?’
흥분상태. 설동의 머릿속에는 불길한 상상이 자꾸 떠오르고 있었다.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그의 귀속으로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설동은 바로 일어섰다.
“솔직히 여기서 기침한 사람, 알아서 나와.”
그가 피 묻은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분노의 눈빛이 일렁거렸다.
“콜록. 웃기지 마! 기침이 어때서?”
“아니, 사레들린 거야. 미친 새끼가. 지금 완장 찼어?”
흥분한 남자가 신설동의 멱살을 붙잡았다. 하지만 무자비한 신설동의 힘에 곧장 오히려 본인의 팔목에 진한 손바닥 자국을 남길 뿐.
설동에게는 이미 충분한 경험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만큼 이 증상과 마주한 자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기침하고, 흥분을 쉽게 한다. 이거 증세인 거 뉴스에서 떠들지 않았어?”
“네가 의사야?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증상 맞는다고 확신할 수 있어?”
흥분한 남자가 화를 내다가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
왜냐하면, 지금 자기 행동이 명백히 예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의사도 아니고, 뭣도 아니야. 본 대로 말한 거다.”
“아저씨. 웃기지 마요. 자기가 뭐라고 그런 소리를 해?”
기침하는 노모를 모시는 남자가 거들었다.
일단 갈라진 사람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기침하는 자들은 변명하기 시작했다.
“기침만 하는 거로는 믿을 수 없소! 난 벌써 10일이나 기침했는데!”
“거짓말하고 있네. 조금 전에 기침 소리도 안 들리던데?”
“웃기지 마!”
사내가 다급히 도망가자, 친구들이 나왔다.
“의사도 아니고 니가 뭔 자격으로 판단하는데?”
“지금 개판 될 거 몰라요? 묶어두기라도 해야 합니다.”
설동은 당장 후려치고 싶었지만, 아까처럼 깔리기 싫었기에 말로 해보려 했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어찌할 바를 모를 때였다.
일전에 사람들에게 선동한 수염 덥수룩한 남자가 나섰다.
“이봐요. 청년. 아까부터 자꾸 나서는데 무슨 완장이라도 찼어요?”
“없어요. 여기 모두 감염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그걸 댁이 판단하면 안 되죠. 모두가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아시겠어요?”
수염 난 남자는 같은 나이 또래의 중년과 같이 앞으로 나섰다.
한창 사건이 일어나려는 이코노미 석과는 별개로 퍼스트 클래스도 점점 소란이 커지고 있었다.
사건 때문에? 아니다. 한 개인의 흥분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왜 태도가 그 모양인데?”
막무가내로 사무장과 입씨름을 벌이는 통통한 남자가 있었다.
강만두. 중소기업의 사장인 그는 쓸데없이 사무장과 싸우고 있었다.
“이코노미 그 병신들이 들어오려는데 너희가 잘 해야 할 거 아니야! 거기다 비즈니스 석 위층이지? 갑자기 비명 지르고 난리 났잖아! 우리를 위해 네가 알아봐야 할 거 아니야! 진짜 베테랑 아니냐구!”
그는 아까전의 공포를 사무장에게 풀고 있었다.
사무장은 쩔쩔매며 고개를 숙일 뿐. 강만두가 분노를 계속 터트리자, 그의 옆자리에서 아내가 손을 잡았다.
“그만둬요. 이 사람들도 힘든데….”
아내가 다급히 말리자, 강만두는 우월감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나 잘했지? 진짜 안전하게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너무 그러지 마요. 흡!”
중년의 여인은 짙은 화장 아래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좀 쉬어. 참내. 기침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강만두는 아내의 모습에 혀를 찼다. 기껏 여행 왔는데 관광은커녕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연신 느꼈다.
“상공에서 빙빙 돌겠네. 또 한 대씩 내린 다음에 검사나 그런 거 할 거지? 그러면 한 시간이 아니라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거잖아!”
그는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 다시 성질을 냈다.
그야말로 자기 멋대로의 행동이다. 퍼스트 클래스에 있던 사무장이나 스튜어디스의 마음속이 썩어 들어갔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목적지인 인천공항으로 빠르게 다가갔지만, 그들은 맨 마지막이다.
강만두는 지상의 건물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하…. 어이가 없구먼. 비즈니스 석은 어떻게 된 거야? 확인 좀 해 봐! 우리 바로 위쪽이잖아!”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은 자기 외에 3명 정도가 있었다.
‘쳇. 다들 쥐죽은 듯 조용하군. 난 신경 쓰여서 잠도 못 자겠는데.’
강만두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기에 와인을 주문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승무원들이 반응하지 않았다.
강만두는 짜증을 내었다.
“아니, 이 항공사 왜 이래? 와인 가지고 오라고! 지금 장난쳐?”
성질을 내자, 그제야 나이든 스튜어디스 하나가 바로 와인을 들고 왔다.
“와인 시킨 지가 언제인데!”
“죄송합니다. 지금 급박한 상황 때문에 인원이 부족합니다.”
스튜어디스의 말에 강만두는 혀를 찼다. 그리고 부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고, 부인. 지금 이것들이 우리를 무시하네. 진짜 여기 개판이구만. 개판!”
강만두가 화를 낼 때였다.
“크아아악!”
갑자기 위쪽 비즈니석 통로에서 비명이 들렸다.
“안전 요원 형씨. 가서 좀 보고 와! 아니, 설마 감염자가 있는 거 아니야?”
강만두가 통로 쪽으로 시선을 던질 때였다.
쿵!
갑자기 계단에서 피투성이의 여성이 굴러 떨어졌다.
“으아아악!”
강만두가 기겁하고 보안 요원들이 경악했다. 피투성이로 굴러 떨어진 여성은 악에 찬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미쳤어······. 미쳤어….”
강만두의 눈앞에서 짐승에게 물어뜯긴 듯 상처투성이 여자가 몸을 떨었다.
“저거…. 막아! 막으라고!”
퍼스트 클래스의 전부가 경악한 것도 당연했다.
“감염자 맞잖아! 비즈니스석 통로 막았어? 어떻게 된 건데?”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사이를 잇는 중간 통로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모두가 거기에만 시선이 팔렸다.
쓰러진 여성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리고 있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박도석. 설동의 앞에 나온 이 남자는 같은 중년의 무리를 이끌고 나섰다.
“아니, 댁이 여기 대장이야? 완장 찼어? 이제 그만 하지?”
“기침한 소리를 들었어요. 아저씨.”
설동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여기 감염자가 날뛰고 우리도 공격당하는데 미리 처리해야죠.”
“확신해? 기침한 자가 무조건 변한다는 거 맞아?”
박도석은 강하게 추궁했다. 설동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아니, 아까 전부터 기침한 자가 변한다는 게 보였잖아. 이해 안 돼요?”
“그래서 확실하게 증거가 있냐고. 변한다는 거. 무작정 몰아갈게 아니잖아.”
“우리 눈으로 봤잖아요. 갑자기 기억이 소거됐어요?”
설동의 목소리에 흥분한 기색이 느껴졌다. 애당초 그는 참을성이 좋은 타입이 아니다.
“앞으로 한 시간 넘게 비행기에서 지내야 하는데 이걸 방치할 수 없잖아요. 근데 왜 기침한 사람을 숨겨요?”
“숨긴 게 아니지. 지금 기침 소리가 안 들리잖아.”
“같은 귀를 지녔으면 들었을 텐데요? 기침이 났으니까. 처리해야 합니다.”
설동이 무시하고 가려고 하자, 박도석은 다시 앞을 막았다.
“너야말로 이상한데? 지금 흥분하고 있잖아.”
“전 기침을 안 하는데요?”
“흥분증세를 동반한다며? 계속 흥분하면 기침하겠네?”
박도석은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설동은 답이 없는 수렁이 눈앞에 보이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