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5
‘이 자식. 분명 친구나 가족이야. 그래서 숨기는 거야.’
답보상태에서 박도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결국, 근거가 없어. 감염자니 뭐니 그게 쉽게 걸리겠어? 무작정 화내는 것부터 진정합시다. 그렇죠?”
대중을 향해 그는 재빨리 동의하냐는 제스쳐를 취했다.
“자기네 친구, 가족이 기침 한 번, 했다고 죽는 걸 보고 싶어요? 우리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침착합시다.”
“맞아요! 그래야지! 기침했다고 해도 사람이잖아. 사람을 죽일 겁니까?”
여기저기서 거기에 동조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동도 눈치는 빠르다.
“좋아. 그러면, 기침한 사람을 분류하죠.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요.”
“거 젊은 사람이 너무 나가는구만?”
박도석은 인상을 썼다.
“그러니까 댁이 여기 완장 찼어? 무슨 권리로. 우리가 댁 말을 들어야 해?”
“안전! 앞으로 한 시간 넘게 상공에 있을 건데. 상황파악이 안 돼?”
설동은 열이 차올랐다. 안전을 위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저들은 대체 뭘 하는 건가.
“아…. 진짜!”
“콜록.”
그때, 기침이 들렸다. 설동의 눈이 돌아가고 박도석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설동이 움직였다.
“나와!”
“사람 죽인다! 사람 죽여!”
박도석은 설동을 막으려다 가장 먼저 주먹에 맞고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박도석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저 새끼 잡아!”
“저게 감염자네!”
주변에서 찬동하며 설동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설동의 주먹에 두 사람이 벌러덩 눕고, 세 사람 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하지만 누군가가 달려와 그의 얼굴을 쳤다.
“시발.”
설동이 재차 발로 상대를 걷어찼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덤벼들었다.
“잡아!”
다수의 인원에게 중과부적. 설동은 기어이 제압되었다.
“됐다! 이 새끼! 묶어서 내쫓아!”
“이제 좀 평화로워지겠네.”
안심의 소리와 함께 줄로 팔이 묶인 설동이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박도석이 뒤에서 외쳤다.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를 보호해야죠? 아직 뭐가 뭔지 몰라요. 윗놈들은 자기들이 빠지려고 하고 우리를 희생양 삼잖아요. 우리가 왜 이래야 합니까. 윗놈들이 문제지! 감염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났어요? 기침 한 번으로 다짜고짜 죽는다? 이게 옳은 일입니까? 우리끼리 싸우라는 겁니다.”
“옳소! 옳소!”
마치 군중을 따르게 하는 선동가처럼 그는 외쳤다.
사람들이 거기에 부화뇌동하기 시작했다. 박도석은 신나서 외쳤다.
“무작정 죽인다? 기침이 원인 맞아요? 신종 바이러스라는데. 기침 증상은 한두 가지입니까? 무작정 죽이지 말아야죠. 여러분들도 그렇죠?”
설동은 암담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저 남자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쉽게 죽기 싫다.
감염자로 몰리기 싫다.
이 감정을 건드려서 지지를 끌어내고 있었다.
‘설사 기침을 해도 당사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죽기를 거부할 테니, 저 미친놈의 말에 동조하겠지.’
안타깝지만 설동의 말은 슬픈 진실. 달콤한 거짓이 저들에게는 더 좋게 들렸다.
“나가!”
설동은 두 팔이 묶인 채로 그대로 통로로 추방되었다.
설동은 욕을 하며 두 다리로 일어섰다. 묶인 팔 채로 거칠게 통로를 걷어찼다.
“미친놈들!”
어이없어 한숨을 쉬며 그는 통로 중간에서 서성였다.
“으아아악!”
바로 그때였다. 이번에는 퍼스트 클래스 쪽에서 비명이 났다.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돌겠네.”
그 순간, 퍼스트 클래스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나온 건, 보안 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설동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했다.
“으아악!”
“형씨. 퍼스트도 뭔 문제 일어났어요?”
물어보나 마나 한 대답. 보안업체 직원은 감염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갑자기 비즈니스 석에서 여자가 굴러 떨어지더니, 바로 남을 물고…. 가스총도 안 통해요!”
사내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설동은 몸을 돌렸다.
“끈 좀 풀어줄래요? 그러면 퍼스트 클래스는 일단 막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보안요원은 황당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손목을 묶은 줄을 풀기 시작했다.
“이코노미는 멀쩡해요?”
“아뇨. 곧 개판이 될 거예요. 퍼스트가 사람도 적죠? 훨씬 낫네요.”
신설동은 안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안요원이 들고 있는 삼단 봉을 보았다.
“그거 사용 안할 거면 나 줄래요?”
“네? 싸우려고요?”
보안요원이 놀라기도 전 바로 삼단 봉을 강제로 가져왔다.
“몇 마리죠?”
“3, 3명이 변했어요.”
“충분해요.”
설동은 담담하게 퍼스트 클래스 석으로 가는 문의 버튼을 눌렀다.
마치 자동문처럼 안이 열렸다. 그리고 신설동의 눈앞에서 비명이 난무하는 상황이 보였다.
“막아줘! 저거 뭐야!”
강만두가 가방을 좀비들에게 휘두르고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는 12석. 5명 정도가 탄 곳에서 단 2명의 생존자만이 있었다.
생존자는 강만두와 그의 부인인 이지숙. 두 사람은 퍼스트 클래스의 의자에서 술래잡기하듯 좀비들을 따돌리고 있었다.
강만두가 두려움에 떨다가 신설동과 눈을 마주쳤다.
“야! 너 뭐 하는데? 어서 처리해!”
“뭐라는 거야, 씹새끼가.”
설동의 욕설에 강만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곧, 물려서 감염자가 될 사람?”
설동이 웃으며 대답하자, 강만두는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현실 파악은 빨랐다.
“도와줘! 뭐든지 해줄게! 나 돈 많아. 살려주기만 하면 보답은 확실하게 할게.”
“얼마 줄 수 있는데.”
“달라는 대로…. 으악!”
강만두의 앞으로 좀비 하나가 달려들었고, 이 남자는 볼썽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천운으로 좀비가 의자에 부딪혀서 주춤거리고 있었다.
그 흔들리는 의자를 보며 설동은 생각했다.
‘중앙에 좌석을 잘 이용하면 될 거 같아.’
신설동은 3마리나 되는 좀비를 보고 소위 말하는 ‘각’을 재고 있었다.
드디어 각이 나오자, 설동은 강만두를 습격하는 좀비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키엑!”
맞은 좀비가 나가떨어지고 그는 단단한 삼단 봉으로 반대편에서 오는 좀비의 머리통을 갈겼다.
한 대, 두 대.
연속으로 달리는 봉에 좀비의 머리가 꺾이는 순간, 드디어 이 좀비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퍼스트 클래식의 모두가 이 대담한 행동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6. 악화일로
서울 한복판에는 두 거대 집단이 시위하고 있었다.
경찰은 그들을 향해 외쳤다.
“우우우!”
하지만 한쪽 집단이 야유를 보냈다. 그들은 정부를 타도하는 문구들을 보이며 소리쳤다.
“정부는 진실을 밝혀라!”
“감염자들을 격리해놓고 무슨 꿍꿍이냐!”
“언론에 생화학 지대에 있던 핵심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도망쳤다는데 해명해라!”
“제주도 사태의 진실을 숨기지 마라!”
이들은 최근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었다.
소리 높여 외치는 가운데, 반대편에서 확성기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정부수호!”
“친일야당언론 개혁!”
“토착왜구들에 겁먹지 마!”
“나는 믿을 거야! 정부 믿을 거야!”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나온 반대쪽 시민들이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정부 관계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경찰청장 김방호는 자기 부관이 들고 있는 무전기를 빼앗았다.
“어떻게 해산이 안 돼?”
[숫자가 수만 명이 넘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무전기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김방호는 한숨을 쉬었다.
“집회를 막아야 하는데….”
사태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걸 가만히 둘 수가 없지만, 강제적인 수단이 없었다.
이들이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김방호는 휴대폰을 들어 그 목록을 보았다.
“아!”
그리고 외마디 신음을 질렀다. 핫라인으로 연결된 ‘그분’라인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시위대 강제 해산하세요.”
진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방호는 이것이 누군지 안다.
민정수석이었다. 김방호는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강제 해산하면 더 혼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곧 비상계엄령을 발동할 겁니다.”
“네?”
김방호는 순간, 주변을 살폈다. 옆에는 부관과 의경이 있었다.
“국회에서…. 합의됐습니까?”
“네. 자기들도 위급한 건 아나 봅니다. 정파 상관없이 지금 국회에 다들 출석하고 있습니다. 계엄령을 발동하면, 국회에서 찬반 투표를 하는 데 사실상 무조건 찬성일 겁니다.”
군사정권 시대 이후로 사상 최초인 비상계엄령이다. 이전 중국과 미국과의 분쟁에서는 경비계엄까지 발동되었다.
김방호는 사안의 위급성에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강제 해산을 시도하겠습니다. 근데 정부 집회 쪽은…….”
“상관없어요. 무조건 밀어버리세요. 지들이 오버한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민정수석의 명에 따라 김방호는 전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경고 3번하고 무조건 해산시킨다! 모두 준비하라 해!”
그가 무전기로 소리치자, 전 경찰병력들이 서서히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돌입하기 전, 갑자기 군중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김방호는 모니터링 중인 화면을 보고 경악했다.
“갑자기 뭐야!”
비명이 들리고,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는 미쳐 날뛰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한 사람이 옆에 사람을 물고, 또 다른 사람이 또 문다. 두 마리가 된 좀비가 두 명을 물고, 4명이 8명을 만든다.
악순환.
거기에 수만 명이 밀집한 곳이라 도망치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으아아악!”
“아악! 끄아아악!”
사방에서 펼쳐지는 비명의 향연. 김방호는 어느새 침을 삼키고 있었다.
옛날 괴담 중에 무조건 두 배로 늘어나는 만두에 대한 것이 연상되었다.
수십 명이, 수백 명, 수백 명이, 수천 명. 어느새 그들의 앞에 수만의 좀비 떼가 나타났다.
좀비가 쓰러지자, 재차 신설동의 삼단 봉이 공중에서 지상으로 수직 낙하했다.
빡!
다른 좀비들이 그거에 반응해서 성큼성큼 오고 있었다.
설동은 가운데 퍼스트 클래스 의자를 중심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나만을 노리고 있어.’
여러 번 보듯이 상대는 주변 지형지물에 상관없이 사람을 추격하고 있었다.
신설동은 일부러 퍼스트 클래스 의자를 돌면서 좀비들을 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한 마리씩 유도한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짐 하나를 찾아내어 다리 쪽으로 던졌다.
“쿠악!”
좀비들이 단체로 엎어졌다. 이제 남은 건, 그대로 삼단 봉으로 무자비한 난타를 하는 것뿐이었다.
“키에엑!”
바동거리는 좀비들을 향해 설동의 손이 거세게 휘둘러졌다.
얼마 가지 않아 이곳에는 뇌수와 피가 가득 퍼졌다.
침묵만이 가득한 퍼스트 클래스는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휴우.”
“허허……. 허허…….”
강만두는 부인과 함께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신설동은 바로 기장실의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반응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기장실은 일반인에게 출입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봐. 아저씨. 비즈니스 석은 어떻게 됐어요?”
“나한테 그걸 왜 물어봐? 새꺄! 아까 나한테 뭐라 그랬어!”
강만두는 위험이 제거되자, 오만하게 대응했다.
신설동은 침묵하다가 단숨에 강만두의 얼굴을 후려쳤다.
“야, 상황파악 안 돼? 어디 있냐고. 대답이나 처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