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7
“콜록. 커억! 야야. 니들만 좋은 거 하지 말자. 우리도 서비스도 받고, 여기 음식도 좀 먹어보자.”
“야 눈깔아! 자리 괜찮네. 아무데나 앉으면 되나? 콜록!”
이들은 기침을 하며 의기양양하게 들어섰다.
설동은 자신이 행동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았다.
“멈춰.”
설동은 그들의 앞에 섰다.
“기침하고 있지? 돌아가. 감염자잖아.”
“뭐? 이 새끼가! 네가 제일 재수 없는 놈이야!”
30대 남자가 신설동을 아니꼽게 쳐다보며 다가왔다.
“콜록. 기침 나오는 거 알지? 이 상태로 남을 물면, 남도 기침을 하더라고.”
“그래?”
설동은 일반적으로 감염자가 되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면 변하는 단계가 완전히 감염된 자에게 물리는 것. 아직 변하기 전 바이러스만 가지고 있을 때랑 다르다는 거군.’
머릿속에 또 정보를 입력한 그였다. 침입한 이들은 그런 설동이 겁먹었다고 판단했는지, 비웃기 시작했다.
“자기가 뭐라도 된 양 설쳐대더니, 이제 무섭나 봐? 그러게 깝죽거리지 말아야지. 앙? 알겠냐고.”
“······.”
“새꺄. 함부로 깝치지 말란 거야.”
30대 남자가 그렇게 웃으면서, 신설동에게 얼굴을 들이밀 때였다.
곧, 이 30대에게 살기가 당도했다.
그 살기를 알아차릴 때쯤, 이미 신설동의 손이 삼단 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빡,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비참한 비명 뒤에 삼단 봉이 연이어 쓰러진 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정적이 흘렀다. 이 한 방으로 30대는 거품 물고 실신해버리고 감염자들은 주춤거렸다.
“적당히 해라. 막말로 여차하면 우리도 피해 감수하고 너희 족치면 돼. 어차피 좀비가 될 거잖아. 죽인다 해도 문제가 있나?”
그가 말 한마디는 선을 넘으려던 감염자 측을 움츠러들게 했다.
애당초 이들도 보통 사람. 몸을 맡기던 감정이 멈춰지면 더 움직이지 않는다.
감염자들이 움찔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설동은 무섭게 살기를 띄었다.
“문다고? 그래. 한번 해 봐. 대신 확실하게 네놈들은 족치고 감염자가 될 테니까. 누구 나와라. 왜? 아무 말이 없어?”
설동의 서슬 퍼런 기색에 삼단 봉이 위협적으로 휘둘러졌다.
“…….”
감염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동은 이미 승리자였다.
쓰러진 상대를 발로 깠다.
“데려가. 다시 여기 오면 뒤진다.”
감염자들은 그 기세에 쫄아서 황급히 물러나고 말았다.
설동은 통로 쪽으로 나가서 문을 다시 잠가버렸다.
강만두는 큰 한숨을 쓸어내렸다.
“아니, 저것들 뭐야. 깡패야? 갑자기 왜 저래? 심지어 기침까지 하고…….”
“역시 개판이란 거죠.”
설동이 한숨을 쉴 때였다. 갑자기 남은 보안업체 직원 하나가 소리쳤다.
“아! 정만 씨가 밖에 있어요.”
“밖에 있는 사람? 포기해. 다시 문을 열면 기습할 수도 있어.”
설동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동료인데….”
“어쩔 수 없어. 끝까지 안 들어오려 하다만.”
냉정하지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인천 전역이 보였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가족이 눈앞에 있다. 서울은 안전할 거다. 설동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으아아악!”
그때였다. 통로 쪽에 비명이 들렷다.
보안업체 직원은 동료 쪽을 바라보았다.
“정만 씨 목소리에요.”
“관둬.”
설동은 다시 냉정하게 말했다.
‘이미 가망이 없어.’
밖에서 성난 이들에게 희생됐을 거다. 설동은 다시 의자에 누웠다. 어떻게든 도착만 하면 모든 게 끝이 날 거다.
극심한 피로감이 느껴지면서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20분이지만, 이게 20년의 세월과도 같았다.
모두가 피로해서 눈을 붙이고 있을 때였다.
보안업체 직원은 슬쩍, 통로 쪽으로 다가갔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본인도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동료를 버릴 수 없었다.
‘만약…. 변한 상태라면…….’
자신이 할 짓은 미친 짓이 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한 직장 동료였다. 구해주고 싶었다.
아니면 바로 버린다. 자기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운 그였다.
‘시,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휴대폰을 꺼내 들어 비행기 모드를 풀었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윤천 씨. 나 좀 구해줘요. 이놈들이 날 폭행하고 다시 이코노미로 갔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정만 씨 문자야.”
놀랍게도 상대도 비행기 모드를 풀고 문자를 보낸 게 아닌가.
윤천은 침을 삼켰다.
‘휴대폰까지 보낸다는 건, 아직 걸리지 않았다는 거야.’
희망이 생겼다. 지금 바로 동료를 구출하면 된다.
윤천은 황급히 잠금 장치를 풀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그사이 변했다면….’
다시금 두려움이 들었다. 혹시나 해 다시 문자를 보내보았다.
[이 문자 보면 연락 줘요.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이코노미 석에서 서로 싸우고 있어. 이 틈이에요.]상대가 바로 답을 보냈다. 심지어 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윤천은 안심하며 황급히 잠금장치를 풀었다.
통로의 문이 열리고 윤천의 얼굴은 동료의 생환을 맞이하는 기쁜 얼굴이었다.
그리고 통로 쪽에는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도석은 전방에 나섰다. 이미 피부가 메말라가고 있는 그는 상냥한, 그렇지만 윤천에게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콜록. 어디 다 같이 죽어보자!”
“어? 어?”
윤천이 당황하는 사이 정만은 슬프게 웃었다.
“나도 협박당했어. 미안….”
“콜록. 기침 참기 더럽게 힘드네. 고마워.”
자그마치 수십 명이 줄을 지어. 윤천을 지나가고 있었다.
윤천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코노미 석은 이미 광기로 서로를 공격하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7. 추락
신설동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눈앞에서 20명이 넘는 인원들이 쳐들어온 것이 보였다.
그 중심에는 박도석이 있었다.
“콜록! 이미 끝났어! 다 같이 죽자!”
“뭐라고?”
설동은 이미 메말라가는 박도석의 상태를 보고 상황을 추측했다.
“이 비행기는 끝이다! 콜록! 모두 죽자! 컥! 콜록!”
박도석은 말을 마치자마자 달려들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설동의 삼단 봉에 맞고 뒹굴었다.
“오냐. 좆같은 새끼야!”
이미 저 자에 의해 쫓겨난 설동은 바로 달려들어 곤죽을 내고 있었다.
“저 새끼 잡아!”
“물어!”
하지만 달려드는 인원은 무려 20명이 넘는 인원.
심지어 협박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기침 소리가 기차처럼 달려왔다.
설동은 삼단 봉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중과부적. 압도적인 인원에 7명 째를 쓰러트리고 붙잡혔다.
“콜록! 하하! 죽어…. 죽어…. 너도 동지가 되자!”
광기에 찬 눈동자는 설동조차도 두려움에 물들었다.
“꺼져! 내가 왜 좀비가 돼야 하는데!”
“히히히! 이제 너도 동지다!”
깔린 설동을 향해 피에 물든 이가 보였다.
그는 발버둥 쳤다.
‘내가 이런 곳에서…….’
물리는 순간, 좀비가 된다. 그는 가족을 떠올렸다.
그의 목적이자, 종착점이 눈앞에 있다. 근데 여기서 끝나는 거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표정에 드디어 이가 당도했다.
“끄악!”
드라큘라한테 물리는 것처럼, 이빨이 설동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시발…….”
설동은 상대의 얼굴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얻어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웃었다.
“이걸로 너도 동료네? 콜록. 커억!”
“야. 일어나자!”
설동을 깔아뭉갠 이들이 기뻐하며 일어서고 있다.
“지랄 마!”
그의 몸에 격렬한 분노가 터지고 있었다. 바로 삼단 봉을 휘두르면서, 무차별적으로 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설동은 한층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
“콜록! 시발….”
바로 기침이 나오고 있었다. 설동의 표정에는 절망이.
감염자는 맞으면서도 기뻐했다.
“크하하하! 시발! 근데 아프네? 개자식! 동료면서 왜 그래! 치니까 개 같네? 시발 놈아! 커억!”
하나둘, 감염자들이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계없다.
이미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모두 아니까. 이판사판.
이들은 다시 설동에게 덤벼들었다. 이미 생사를 포기한 자들의 다툼.
지옥에 떨어진 자들끼리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지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강만두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뭐야……. 저 사람들. 미쳤어. 미친놈들이야.”
광기가 움직이는 이곳에서 생존확률은 극히 떨어지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여행길이 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건데.’
강만두는 혼돈 속에서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그의 부인, 이지숙이 갑자기 몸을 떨었다.
“왜 그래?”
“후우…. 후우….”
부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었다. 이윽고, 기침했다.
“당신…….”
“미안해요. 여보.”
이지숙은 힘들게 목소리를 내었다. 강만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같이 있으면 위험하다.
강만두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몸이 떨어지지 못했다.
“미안해요. 여보,…. 콜록.”
부인은 슬픈 기색으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강만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 이 여편네가. 남편한테 피해를 줄 건 없잖아.”
강만두는 매정하게 돌려고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후. 아니, 나도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라고. 미안해. 진짜, 당신 고생 시켜서 여행이나 온 건데…….”
언제였을까. 부인에게 사과한 게. 결혼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 사과하고 있었다.
초췌한 기색의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만두는 떠나려 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움찔거리면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 주위에 혼돈이 있다는 거다.
“콜록! 아저씨. 자기 부인 내버려 두고…. 콜록! 가려고?”
“뭐?”
강만두가 돌아보자, 한 젊은 여자가 흥분한 채 달려들었다.
“콜록. 콜록. 감염자라고 우리 무시하네. 퍼스트 클래스 타는 놈들은 달라!”
“역시 윗놈들은 쓰레기야. 커억! 너, 너희 때문에 나라가 개판이잖아! 콜록! 저번에 이코노미 와서도 우리 욕했지?”
곧장 감염자들이 성을 내며 일어섰다.
지금 이곳에는 더는 이들을 제지할 수단은 없었다.
사람은 유리한 상황 속에서 쉽게 행동한다.
소수이자, 미운털이 박힌 강만두는 그들의 광기를 노출할 최고의 샌드백이다.
“너희 때문에 이런 거야! 콜……. 커억!”
“이 사태가 다 너희 때문이잖아. 콜록!”
강만두의 앞으로 성난 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모든 것을 강만두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콜록! 너 때문이야. 우리가 이렇게 된 거…. 알고 있지?”
“난 몰라.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바이러스랑 나는 관계없어!”
“웃기지 마. 너희 탓이야. 항상 서민들이 고통 받잖아. 너희 때문에!”
“나, 난 정치인이 아니야. 그냥 사업가야. 왜, 왜들 그래. 제발….”
강만두는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우리 같은 약자들의 분노를 느껴 보라고.”
“시발! 우리를 욕해?”
“너 같은 놈들이 있으니까 이렇게 바이러스가 퍼지는 거야.”
다수에 의한 광기 어린 폭력.
그들이 강만두를 향해 적대하는 이유는 점점 중구난방이 되고 있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어찌 됐든 강만두는 죽는다.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