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9
매니저가 이야기하자, 뒷좌석에서 동현이 일어섰다.
“맞아. 진짜 무조건 안전 때문이라도 해야 해. 하연이 이거 드디어 인천에 오니까 몸이 달아올랐네.”
“당연하죠! 지금 미칠 거 같다고요! 제주도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
공포의 제주도를 벗어나자 도하연은 특유의 생글생글한 미소를 되찾았다.
주변 사람이 미소를 짓게 하는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섰다.
“그래도 도중에 좀비가 나타났을 때, 무서웠어요. 진짜 탈출구도 없는 곳인데.”
“하연이가 눈치 챈 덕분이지.”
동현은 그때를 회상했다. 도하연이 갑자기 자기들을 불러서 의심 자를 말해주었다.
덕분에 그가 좀비로 변하자마자 동현이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도하연은 짐을 내리면서 웃었다.
“경험하고 나니까 예민해진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나타나면 끝이니까 자세히 봤죠. 너무 감정적으로 격앙돼서 우는 게 수상했거든요.”
도하연은 화장실까지 따라가 그가 내는 소리를 엿들었다.
결국, 기침을 확인하고 미리 주의하라고 경고해서 잡을 수 있던 거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하연은 아예 자기들을 지키던 군인들에게 말해 경계를 강화해 3명을 더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아무튼, 이제 좀 안심이에요. 설마 영화처럼 착륙하는데 좀비들이 달려오는 거 아니죠?”
그녀가 뒷자리에 태희를 보았다. 이 동현의 여자 친구는 귀여운 동생의 말에 웃어 보일 뿐이었다.
“너도 참. 스타답게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지?”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인연은 그대로예요. 나중에 연락 주세요.”
이제 서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하연과 동현 커플은 서로 악수를 하고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상쾌한 하늘…. 이어야만 할 것 같지만 헬기와 전투기들이 요란하게 상공을 휘젓고 있었다.
직원들이 다가왔다.
“모두 내리셔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역 절차가 있을 테니, 죄송하지만 모두 한쪽 팔의 소매를 걷어주십시오.”
매니저의 예상대로였다. 사람들은 또 검사를 한다 하자, 성을 냈다.
“그만 좀 해요.”
“몇 번째야! 진짜 병균 취급이네!”
“아, 그냥 빨리하고 갑시다. 서울로 가야지 원….”
살짝 흥분했지만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에 다들 소매를 걷었다.
도하연도 새하얀 팔목을 내보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끝인가. 서울로 가서 씻고 자야지.’
무조건 몸을 편안히 자고 싶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무서워서 잠이 들어도 금방금방 깼을 정도였으니까.
방역절차 자체는 신속했다. 10명이 피를 뽑으며 지나가자 40분 정도에 절차가 끝이 났다.
“이제 가면 되려나?”
도하연의 이런 기대는 갑자기 군화를 신은 군인들의 난입으로 깨졌다.
“피를 채혈 하신 분 들은 만약을 위해 지정 숙소에서 하루를 지내셔야 합니다.”
“네?”
도하연이 절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 여기서 바로 나갈 수 없어요?”
“네. 지금, 전국적으로 방역절차가 강화되니 이해 바랍니다.”
군인들은 마친 이들을 하나둘 태우고 있었다. 도하연은 동현 커플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래도 하루 더 같이 있네요?”
“참. 인연도 기네. 술이나 한잔 할래?”
동현이 낄낄 웃을 때였다. 갑자기 옆자리에서 한 남성이 불쑥 끼어들었다.
“도하연씨. 맞죠? 그 여배우.”
“네. 맞아요.”
도하연은 연예인의 자세로 재빨리 미소 지었다.
상대는 검은 정장의 멸치처럼 마른 인상이었다.
이 남자는 동현과 도하연을 쳐다보았다.
“둘이 무슨 사이죠? 제주도에서 만난 건가요?”
“네?”
상대는 음흉하게 웃었다.
“아니, 그 인기 좋던 여배우가 외간남자를 잘도 말하네? 신기하잖아. 어떤 사이야?”
“제주도에서 만난 사이요. 저 사람 애인도 있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정말이야?”
상대는 반말을 지껄이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그 순간, 동현이 남자의 목을 잡았다.
“뭔데 초면에 반말이냐. 예의 좀 지키지?”
우악스러운 근육이 움직이자, 남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나…. 나…. 기자야! 기자라고! 이러면 후회할 거야.”
“기자? 근데 어쩌라고. 벼슬이야?”
하지만 역효과였다. 동현은 목덜미를 잡고 힘을 주자, 기자의 얼굴은 거세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악! 아….”
“동현아!”
태희가 말리자, 동현은 그제야 기자를 내던졌다.
“예의 좀 지켜. 병신아.”
“후회한다. 너. 기자한테 감히….”
하지만 기자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동현이 그대로 발길질 한 방에 저 멀리 처박았기 때문이었다.
무시무시한 힘. 동현은 침을 내뱉었다.
“어디서 협박 질이야.”
“무슨 일입니까!”
군인들이 달려오자, 동현은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때, 태희가 나섰다.
“저 사람, 증세가 이상한데 확인 부탁해요.”
“뭐라고요? 야! 저 사람 손발 묶어!”
센스 있게 위기를 피해 간 동현은 태희와 손을 꼭 잡았다.
“역시, 우리 자기라니까.”
“너무 무식하게 나가지는 말고.”
두 사람의 이 행태에 도하연은 미소를 지었다.
“우와. 부럽다. 나도 저런 애인이 있었으면….”
“하연이 너라면 많이 사귀지 않았니?”
태희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도하연이 고개를 저었다.
“제 나이를 생각해보세요. 거기다 전, 까다로운 여자거든요.”
“어머나. 그래? 그래도 이번에는 있을 거 아니야?”
“네?”
도하연이 의문을 가지려는 찰나, 태희가 ‘그’를 꺼내 들었다.
“아래쪽 남자 말이야. 전에 보니까 아주 거실에서 전화기 잡으려고 대기 타던데? 마음에 들어?”
“네에? 아니에요! 그냥! 그냥…. 그게…. 그러니까….”
순간, 말문이 막힌 도하연이 어버버하자, 동현과 태희는 서로 툭툭 치며 놀리기 시작했다.
“이야, 우리 인기 연예인의 마음을 뺏은 게 누구인지 궁금한 데? 그 사람도 여기에 탔나?”
“음. 몰라요.”
“진짜? 안 찾아도 돼?”
태희가 재차 묻자, 도하연은 시뻘게진 얼굴로 거부했다.
“인연이라면 나중에 만나겠죠. 굳이 찾을 이유가 없어요.”
새침데기같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커플의 미소가 음흉해졌다.
동현이 결국, 나섰다.
“진짜 부끄러워하기는. 이 오빠가 도와준다.”
“네? 동현 오빠. 뭐해요?”
동현이 갑자기 행렬에서 빠졌다. 모두를 향해 그 두꺼운 목으로 외쳤다.
“여기 암석 게스트 하우스 출신이신 분! 암석 게스트 하우스 출신이신 분!”
화통 삶아 먹는 목소리로 동현이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순간, 도하연의 두 눈에 실망의 기색이 가득했다.
“호, 혹시. 탈출하지 못한 게 아닐까요?”
“그거야 모르지만, 내가 언뜻 보기에 그놈은 무조건 탈출할 스타일이야. 하는 행동이 무조건.”
동현은 그때 그 망설임 없는 태도와 작전 등을 기억해냈다.
쉽게 죽을 놈이 아니다. 그렇게 믿고 있었기에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매니저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쪽을 보았다.
“저기에는 군인만 내리는데요?”
“아….”
다시 도하연의 실망의 기색이 보였다. 물론, 커플이 자기를 향해 음흉하게 웃는 걸 보고 다시 표정을 고쳤지만.
“마지막 비행기에 있나 봐요.”
도하연의 시선이 저 멀리 또 다른 비행기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갑자기 눈앞에서 비행기가 폭발했다.
“어?”
“아?”
모두가 놀라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검은 연기를 뿜으며 해변 쪽으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게 아닌가.
“…….”
도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8. 공항을 벗어나자
갑작스러운 폭발. 공항에 대기 중인 모든 사람이 움찔거렸다.
“방금 비행기가?”
“미친. 저거 왜 저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곳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군인들에게 사람들이 요청했다.
“빨리 가자고! 빨리!”
“기, 기다려주십시오. 차량이 오지 않았습니다.”
군인들도 난감해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행기의 추락은 안심하던 이들의 머릿속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도하연도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떨어진 방향을 보고 있었다.
보다 못해 동현이 그녀를 데리고 왔다.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자. 위험한 거 같다.”
동현은 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과 군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무전을 듣던 군인 하나가 갑자기 몇몇 군인들과 함께 뛰어가기 시작했다.
“여기 안전한 거 맞아?”
“동현아. 무언가 소리가 들리지 않아?”
태희가 동현 옆에 붙었다.
기이한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들에게는 모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총성이 터지고 사람들 사이에 불안은 더욱 커졌다.
도하연은 총성이 들리고 나서야 충격에서 벗어났다.
“그놈들이 나타난 거 아닐까요? 갑자기 변하니까요.”
“군대로 처리 안 되나?”
매니저는 바로 군인 하나를 붙잡았다.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어디로 가면 됩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긴급사태라서….”
사태가 이상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동요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였다.
“여러분! 침착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갑자기 무리 중에서 웃는 얼굴을 한 여성이 외쳤다.
“순서만 지켜서 차례로 타고 빠져나갑시다. 우리는 싸울 수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조심히 말하면서 웃는 낯이 신뢰감을 준다. 도하연은 그 여자를 보았다. 사막여우 상에 차분한 태도.
그 여성이 말하고 나자, 사람들의 소요는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군 지프가 오면서, 이들이 하나씩 태우기 시작했다.
“도하연씨!”
도하연도 이름을 불렸지만, 잠시 멈칫했다.
“저만요?”
군인은 지금 도하연 하나만 오라고 하고 있었다. 매니저랑 동현과 태희는 부르지 않는다.
동현은 어이없어서 군인을 불렀다.
“아니, 여보쇼.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 아이는 연예인인데 매니저는 같이 가야지? 식구 아니야? 세트 메뉴로 움직여야 하잖아.”
“저도 명단에 그렇게 있어서 모릅니다. 어서 타시죠.”
도하연은 자기랑 같이 온 사람들을 보며 웃었다.
나머지 세 사람도 웃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미 충분히 경험했으니까.
“전, 이 사람들이랑 갈 테니 다른 사람 보내세요.”
“네에? 하지만….”
도하연은 바로 물러섰다. 군인은 난감해 하다가 이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움직였다.
태희는 그런 도하연의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하연이가 의리가 너무 좋다니까?”
“솔직히 저만 가서 뭐해요? 이런 시국에 같이 헤쳐나간 사람들이 더 좋죠.”
도하연의 태도는 제주도에서부터 충분히 보인 바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가장 마지막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영종도로 가네?’
이미 말한 대로 하루를 보내는 게 인천공항 바로 옆에 있는 영종도.
하지만 그들이 오면서 본 전경은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현이 바깥을 보고 놀라 외쳤다.
“전쟁 났어? 바깥에 왜 저래?”
영종도를 잇는 고속도로 너머.
로터리를 중심으로 검은 연기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육지는 안전해야 하는데. 참 내.”
“애처럼 찡찡대지 마. 그래도 군대도 있으니 훨씬 낫잖아.”
태희는 입이 삐쭉 나온 동현을 달래고 있었다.
사실, 이건 모두가 같은 반응이었다.
도하연은 사람의 발길이 느껴지지 않는 영종도를 둘러보았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아…. 삭막하네요. 역시 여기도 심각한 걸까요?”
“그래도 차로 운행하는 걸 보니, 그나마 안전하다고 판단한 건가? 차라리 배로 이동시켜주지.”
매니저가 옆에서 혀를 찼다.
하지만 곧, 이들의 귀에는 갑자기 성난 목소리들이 들렸다.
“아니, 시발, 여기서 묵으라고? 제정신이야?”
“미쳤네. 미쳤어! 우리가 누군지 알아?”
도하연은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를 보았다. 아마, 자신들과 같이 있던 인원 중 몇 명이 차에서 내려 항의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 퍼스트에 타던 사람들인데요? 왜 여기에 내렸지? 설마, 우리도 내리는 거예요?”
“설마…….”
태희와 도하연이 서로 쳐다보고 있는 사이, 거짓말처럼 버스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