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43
지아는 태희에게도 손을 건넸다.
태희도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실물이 진짜 더 예쁘네요.”
“그쪽도 되게 예쁘시네요.”
지아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그녀는 올라가는 도하연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도하연은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
“안 올라가요?”
“네. 도하연씨. 우리가 어디로 모이는지 알잖아요?”
지아는 생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도하연은 아예 듣지도 못했다.
“아예 못 들어서요.”
“허달 오빠가 알려줄 거예요. 어차피 하루 정도인데 오늘 모이는 게 더 잘 보일 수 있을 걸요?”
도하연은 점점 의문이 들었다.
‘누구한테?’
의아해하면서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혔다. 침묵의 엘리베이터 속, 태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연예인들 모여서 단체로 뭐해?”
“저도 모르겠어요. 모여서 놀자고 했는데.”
“잘 보인다? 동료끼리? 인맥 관련한 건가? 아니면 접대 자리야?”
태희는 의외로 핵심에 한방에 접근했다. 도하연도 놀란 눈을 껌뻑였다.
“에이 설마요! 언니, 너무 상상력이 과하세요. 이 시국에….”
“근데 공연도 하고 따로 놀자는 걸 보면, 최소한 일반적으로 경각심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태희의 말에 도하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여기 너무 편하지 않아요?”
“자세히 들으면 저 멀리서 총소리도 나고 있는데 말이야.”
두 사람은 기묘한 호텔의 분위기에 이질감을 느끼면서, 2층으로 올라갈 때였다.
“똑바로 안 해? 누구 덕에 지금 잘 먹고 잘사는데!”
비상계단 쪽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시선을 옮기자, 거기에 블랙 건과 웬 뚱뚱한 아줌마가 하나 있었다.
“오냐오냐했다고 멋대로 하는 거 아냐! 강아지들이라고 귀여워해줬더니. 그런 일을 벌여?”
“죄송합니다.”
리더 엑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때, 도하연과 엑스의 눈이 마주쳤다.
“도하연씨?”
엑스가 부르자, 여성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내, 두 사람을 확인하자 미소를 지었다.
“너희는 가 봐. 뭘 보고 있는 거지?”
블랙 건이 비상계단으로 재빨리 사라지고 이 여성은 다가왔다.
“너, 거기에 모이기로 한 거 아니야? 여기 왜 있어?”
“무슨 소리죠?”
도하연의 물음에 이 중년 여성은 한숨을 쉬었다.
“어머, 나한테 눈 똑바로 뜨고 말대답하는 거 봐. 진짜 인기 많다고 그러는 건가?”
도하연은 너무 황당해서 말을 열지 못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죠?”
“뜬금? 이게 말버릇 봐. 네가 인기 있다고 비싼 척하는 거니? 명심해. 여기에 너 정도는 그냥 한 방에 보낼 사람들이 많으니까.”
“한 번 명단 보고 싶네요. 얼마나 대단하신 분들인지.”
도하연은 지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치켜뜨고 미소까지 지었다.
배우로서의 순간적인 변신. 중년 여성은 얼굴이 벌게졌다.
“허…. 어차피 암캐처럼, 지 스폰서한테 몸 대주는 년이 뭐라고.”
더할 나위 없는 폭언. 열 받은 도하연이 움직일 때였다.
태희가 먼저 뺨을 때렸다.
“말 함부로 하지 마요. 당신처럼 막돼먹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사과해요.”
“이게! 진짜!”
중년 여성이 흥분한 채 덤벼들려 할 때였다. 그녀의 움직임이 멎었다.
화를 참아서? 아니다. 그녀의 시선 뒤에 강제적으로 화를 조절해줄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동현과 매니저가 어느새 나타났다. 거구의 곰은 어느새 중년 앞에 섰다.
“거 아줌마가 입이 좀 험하네? 내 여자 친구한테 뭐하려고?”
“뭐. 넌…. 커억!”
그 순간, 동현의 우악스러운 손이 중년의 목을 제압했다.
“아줌마. 작작해. 댁이 그렇게 잘났어? 도와줄 사람 있어? 불러 봐. 그 전에 아줌마 모가지가 먼저 따일테니. 진짜 뒤질래?”
“…….”
중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동현이 목에 힘을 풀자, 황급히 도망갔다.
동현은 의기양양해하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때, 태희야 너 남친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
“어디 갔었어! 멍청아!”
태희가 반가움에 와락 안겼다. 다시 하나가 된 커플을 보며, 도하연도 흐뭇해했다.
“근데 매니저 오빠. 어디 간 거예요?”
“말도 마. 좀비가 나타났어.”
“네에?”
도하연이 소리를 지르자, 매니저가 다급히 입을 막았다.
“말하지 마. 쫓겨날 수 있으니까.”
“아니, 좀비…. 아니 감염자가 나타난 거면 위험하잖아요!”
도하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뒤로 군인들이 나타났다.
10. 욕망
퍼플링은 최근 1년간 크게 뜬 그룹이었다. 무명의 생활을 거치다가 언론이 주목하고 예능해서 빵 터트린 그룹이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다. 그 속에는 훨씬 어두운 사실이 존재했다.
지아는 엘리베이터로 지하 2층으로 움직였다.
‘또 그 일이네. 그래, 흔하지.’
지아는 약간 늦게 움직였다. 약속 시각은 20분 전, 하지만 생각 외로 늦었다.
그녀는 지하 2층을 향하고 있었다. 군인들이 이 인기 걸 그룹을 보자마자 막았다.
그러자 지아는 미간을 좁혔다.
“아직 이야기 못 들었어요? 놔요!”
지아는 거칠게 군인의 팔을 뿌리쳤다. 군인의 표정이 변했지만, 소대장이 나타났다.
“그냥 보내.”
지아는 자기를 막은 군인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일전에 허달이 이야기한 대로, 지하 2층의 창고로 향했다.
지하 2층의 창고는 보통, 식재료나 기타 잡물 품을 보관하는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창고에 넣어져야 할 것들이 바깥에 나온 상태였다.
지아가 창고에 접근하자,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낯부끄러운 교성도 늘렸다.
“한창 하는 중이네.”
지아가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가장 먼저 지아가 본 건, 중년 여성 곁에 있는 블랙 건이었다.
꽃미남들에게 둘러싸인 중년 여성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 젊은 애들이 애교부리니 낫네.”
블랙 건은 웃으면서, 그녀의 비위를 맞춰 주고 있었다.
“아유! 잘한다.”
중년 여성은 리더 엑스를 쓰다듬어주었다. 지아는 그들을 지나쳤다.
자기가 가야 할 곳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교성이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광경.
지아는 익숙하다. 퍼플링의 멤버 역시, 남자들과 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그들이 누군지 안다. 젊은 사람도 있고, 늙은이들도 있었다.
“아이고, 우리 지아 왔어?”
지아가 창고의 다른 쪽을 이동하자, 거기에 접대를 받는 정민도가 보였다. 올백에 야비한 인상의 사내.
‘계속 도움을 줬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지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
“근데, 차관님. 제가 안 왔다고 다른 여자랑 노세요?”
“아니, 우리 지아를 놔두고? 잠시 맛본 거야. 솔직히 일반인을 맛보기 쉬울 거 같아?”
정민도는 부끄러워하는 일반인을 가리켰다.
“영종도에서 생존 좀 보장해준다고 들어오게 했지. 대가는 뭐…. 이거지.”
“좋네요.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고. 싸게 먹혔네요.”
지아는 그녀를 비웃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민도 에게 안겼다.
“우리 애들은 어디 있어요?”
“아따, 젊은 놈들이 먼저 채가 더만? 순서가 있는데 말이야.”
지아는 피식 웃었다.
“근데 우리 이 사건 끝나면, 아시죠?”
“알지? 내가 팍팍 밀어준다. 방송 사장도 내 친구야.”
정민도는 지아를 데리고 창고에 놓인 매트리스로 향했다.
“근데 도하연인가 걔는 안 왔어?”
“어머, 차관님. 저를 두고 누구를 찾아요? 자꾸 이러면 저 실망스러워요.”
지아는 살짝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이내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정민도는 그래도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렇게 인기가 많고 예쁘잖아. 한 번쯤 맛보고 싶은데 말이야. 어차피 다 똑같지?”
“연예인이 다 그렇죠.”
지아는 살짝 기분 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정민도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우리 지아 화났어? 도하연 이야기해서? 아니, 걔는 그냥 별미지! 우리 지아가 최고라니까?”
“그렇죠?”
두 사람은 그렇게 입을 맞췄다.
도하연은 영문도 모른 채, 군대에 의해 1층 휴게실에 들어갔다.
이유는 대강 짐작했다.
중위 계급을 단, 이가 그들을 맞이했다.
“최선자 사장님의 일 때문입니다. 협박당했다고 하는데요.”
일동은 일제히 아까 있던 일을 떠올렸다. 동현은 흥분했다.
“아니, 지가 개지랄 떨다가 내가 제압한 건데. 고새 쪼르르 일렀네. 정신 나간 여자야?”
태희가 말리는 사이, 매니저는 최선자라는 이름을 되 내였다.
“최선자라면 그 DF 그룹 회장 아니에요? 재계서열 10위!”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분의 항의로 여러분들을 어떻게 하라는 건데….”
매니저는 황당해 했다.
“그게 가능해요?”
“감금이나 구속은 가능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는 힘들죠.”
중위의 말에 도하연이 나섰다.
“솔직히 그 일로 불이익을 당하면 바로 휴대폰으로 난리 치려 했어요.”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래 도하연씨를 부르려 했거든요.”
“왜요?”
도하연이 묻자, 최 중위는 동현과 매니저를 순간 쳐다보았다.
“좀비를 보셨다고 했죠?”
매니저와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와 동현 씨에게 말한 것처럼 두 분한테도 말하려고요. 조사해보니까 매니저랑 연인이면 아무래도 말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도하연은 순간, 머릿속에 의아한 문구가 떠올랐다.
“설마…. 좀비를 본 걸 비밀로 해달라고요?”
“맞습니다.”
중위의 태도에 도하연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우리 지금 평범한 세상이 아니잖아요. 전, 우리는 제주도에서 진짜 죽을 고생 하고 왔어요. 근데 좀비가 나타났다면, 바로 경비를 강화해야죠!”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하지만 도하연씨. 무작정 좀비가 나타났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혼란이 일어나요. 거기다가 감염자들을 보셨다면 아시겠네요. 감정변화가 특징이라는 걸. 오히려 위험합니다. 그냥 적당히 뭉개고 가는 게 나아요.”
“그래도 나타났다는 정도는 나쁘지 않아요? 심지어 내일이면 나가잖아요. 하루 정도는….”
“그러니까 더욱 조심하자는 거죠. 저희도 이러고 싶지 않아요.”
이 중위의 말에서 동현과 매니저는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윗선에서 그냥 좀 하지 말라고 했구만?”
“윗선 문제죠?”
두 사람이 대답하자,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함구해주세요. 여기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 끝이니까요. 오늘 하루만 버티시면 돼요.”
중위가 저렇게 말하자, 이들은 할 말이 없어졌다. 어차피 군대가 하자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도하연은 한숨을 쉬었다.
‘하루. 그래, 하루면 되겠지?’
단 하루의 시간. 그것만 버티면 모든 게 끝이 난다.
도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보다 자다 일어나서, 다시금 수면에 취하고 싶은 밤이었다.
도하연은 일행과 같이 올라와 다시 수면에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안식을 방해하는 휴대폰이 울렸다.
“허달 오빠?”
휴대폰에 찍힌 번호는 허달. 도하연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받았다.
“오빠, 무슨 일이에요?”
[어. 별거 아니고. 너 혹시 이도진이라고 알아?]“누군데요?”
처음 듣는 이름이다. 도하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보다는 빨리 푹신한 베개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IP그룹 회장, 이성철의 아들이고 재벌 3세야. 어때? 빵빵하지?]“대단하네요. 근데 그 사람이 왜요?”
[널 만나고 싶대.]허달의 말에 도하연의 두 눈이 두 배는 커졌다.
“그 사람이 왜요? 원래 재벌은 끼리끼리 좋은 가문이랑 만나잖아요.”
[그건 결혼이고.]허달의 말뜻을 이해한 도하연은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허달 오빠의 말은 결혼하지도 않을 사람이랑 연애나 즐겨라? 전 그렇게 개방적인 여자가 아니거든요?”
[아니, 하연아. 생각해 봐. 지금 이곳을 후원하고 도와주시는 분이야. 너한테도 호감도 있고. 네가 말하는 거 다한다니까? 안전하게 원하는 대로 갈 수도 있고,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그리고 요새 연애랑 결혼이랑 연결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너한테 진짜 호감이 있다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이 오빠가 밀어줄게. 한 번 만나볼래?]허달의 말에 도하연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호감이라….’
도하연은 자신의 마음속 호감이 대부분 사라진 걸, 인식했다.
자신의 호감은 이미 다른 쪽에 보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아래쪽 게스트 하우스 사람.
그 사람 생각이 우선하고 있다.
‘나도 웃기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도하연은 일단 답부터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