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45
어디까지나 외부의 시선을 쓴 연예인들끼리의 쇼윈도 친목.
이도진은 그 모습에 웃었다.
“이야, 서로 그러니 진짜 보기 좋네요. 다들 예쁘시니까.”
지아는 가볍게 홍조를 띠었다.
“너무 칭찬하시네요. 근데, 두 사람은 무슨 관계세요? 같이 앉아계시는데.”
이도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도하연은 난감해 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이제 막 서로 안면을 튼 사이에요.”
최대한 기분 안 나쁘게 적당히 말을 만들었다.
그때, 지아의 눈빛이 예리해진걸,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부럽네. 저런 남자가 도와주고.”
지아는 다시 지하 2층을 향했다.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를 건, 없었다. 여자가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똑같다.
지아는 정 차관에게 다가갔다.
“어머, 근데? 차관님. 도하연씨는 끝끝내 오지 않네요?”
“몰라. 도도한 년인가 봐. 참 내. 이도진이 건들고 있다니…. 근데 그놈은 왜 이런데에 참여를 안 하지? 깨끗한 척을 하는 건가?”
정 차관은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그 태도도 지아의 들어왔다.
“그럼 우리는 싼 년인가요? 실망이에요.”
“거참. 우리 지아가 되게 앙탈 부리네. 걱정 마라니까?”
지아는 정민도의 품에 안기고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깨끗한 척. 도도한 척. 비싼 척. 똑같이 더러운 년인데.’
누구는 말끔한 재벌 3세가 좋아해 주고, 누구는 더러운 중년이랑 어울린다.
“말도 안 돼.”
“응 뭐가?”
정 차관의 반응에 지아는 슬쩍 웃었다.
“도하연 말이에요. 너무하지 않아요? 차관님 말을 두 번이나 씹었잖아요.”
“그거야….”
“차관님이 어떠신 분인데요. 도하연, 제가 알기로 되게 음탕해요. 소문이 얼마나 퍼졌는데요.”
지아는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차관을 자극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비싼 척하고 차관님 말 무시하고 솔직히 어이없지 않아요?”
“진짜? 그 도하연이? 나이도 어린데….”
“우리도 어려요. 알거 다 알아요. 차관님. 그런 애가 조신한 척, 비싼 척하는 게 말이나 돼요? 그냥 강제로 불러요. 어차피 알 거 다 아는 게 내숭 떠는 거예요. 그냥 부르면 자기도 알아서 할 거니까요.”
지아의 유혹에 차관의 마음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11. 증오
다음날, 점심에 돼서도 이들이 출발하는 일은 없었다.
간간이 들리던 총성은 더 거세지는 상황.
동현은 그사이 술이랑 안주를 샀다.
“매니저 형씨. 우리야 의식주가 편하니 괜찮은데. 뭔가 불안하지 않아요?”
옆에 매니저도 거기에 동의했다.
“TV나 뉴스는 다 괜찮아질 거라 하는데…. 문제없겠죠?”
“그래야죠. 뭐, 여차하면 2층 창문으로 도망쳐도 되고요.”
동현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애당초 도망칠 걸 상정해서 2층을 잡은 게 아니던가.
탈출할 수단은 무궁무진했다.
이들은 로비로 나가자, 거기서 또 익숙한 광경이 보였다.
동현은 도하연과 이도진을 보았다.
“아이고. 저 형씨. 아주 그냥 관심 폭발이구만? 이거 여기 나가기 전에 고백하겠어.”
“저게 쉽게 될까 봐 모르겠네요. 애당초 재벌이면 보통 끼리끼리일 텐데. 해봤자, 얼마 못 갈 거 같은데요.”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당사자의 의지가 강하면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니까요? 예전에 여러 케이스 나왔잖아요.”
동현은 그러다가 하나 신비한 광경을 보았다.
한명의 여성이 더 보였다.
바로 퍼플링의 지아였다.
“이야, 삼각관계인가? 바로 드라마 촬영 들어가도 되겠는데요?”
“아니, 동현 씨.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매니저는 질색했다.
“지금,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하는데, 그런 삼류 드라마는 보기도 싫어요.”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죠. 어차피 감염자가 바깥에서 활개 치는데 로맨스 드라마 찍을 이유는 없잖아요. 하지만 퍼플링의 지아가 이기려면 과감해질 필요가….”
동현은 매니저의 따가운 시선을 넘기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도진 씨라고 했나? 술은 잘 먹어요? 같이 드실래요?”
“어디 가서 꿀려 본 적 없습니다.”
도진의 의외의 발언. 동현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이야, 그럼 한 번 달려봐야지.”
동현이 기뻐하면서 캔 맥주들을 건넬 때였다.
갑자기 문 바깥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보호해달라고!”
“달려! 달려!”
입구 근처에서 고성이 들렸다. 그러더니, 군인과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뒤엉키는 게 아닌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외쳤다.
“멈춰! 멈추라고!”
하지만 성난 무리는 그걸 무시하고 돌진했다.
“우리는 아무런 보호를 못 받고 있는데 너희만 받냐?”
“너네만 왜 거기서 보호받는데! 자기들만 그렇게! 거기서 놀고 있어? 우리도 들어가서 먹고 쉬게 해달라고!”
총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로비의 사람들은 다급히 일어서서 뒷걸음치고 있는데, 기어이 몇몇이 침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아…. 아….”
하지만 곳곳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피를 흘리며 다가오는 이들을 보며 지아는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 도하연 일행만 빼놓고 모두가 당황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이도진은 이 상황에서 패닉에 빠진 퍼플링 앞으로 나섰다.
“침착해요. 침착.”
“네?”
지아가 간신히 이도진과 눈을 마주치며 패닉에서 벗어났다.
“물러나요. 걱정하지 말고.”
이도진은 책임감을 보여주며, 그들을 물렸다.
일단 의자를 들었다.
하지만 그나마 멀쩡하게 온 사람들도 있었다.
“개자식들! 죽여 버린다! 커억! 콜록!”
모두의 앞으로 울분에 차 다가오는 사내. 군인들도 총을 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누가…. 누가…. 막아 봐!”
공허한 외침 속, 점점 기괴하게 나갔다 오는 침입자를 막지 못했다.
동현을 빼고 말이다.
“아저씨들, 방해되지 말고 나와.”
우락부락한 근육이 움직인다. 어느새 의자를 든 동현은 단숨에 의자를 휘둘러 변하려는 자를 그대로 후려쳤다.
한 방, 두 방.
단숨에 감염자의 머리가 터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같이 온 무리는 분노했다.
“이 새끼야! 내 딸이야!”
“형씨. 감염자잖아.”
동현이 타일렀지만, 가족을 잃었다는 분노가 가장의 분노로 나타났다.
“개자식아!”
하지만 달려들던 사내는 동현의 주먹을 맞고 한 방에 바닥에 대 자로 뻗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주먹이었다.
곧이어 다른 이가 동현의 등 뒤에 매달렸다.
“너희만 편하게 호의호식하고! 우리 국민은…….”
“나도 국민이야.”
동현은 그대로 등 뒤에 매달린 이를 바닥에 내리쳤다.
육중한 소리와 함께 로비 바닥에 금이 갔다. 동현은 거품 물고 실신한 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알아서 정리하쇼.”
그가 손을 털자, 지켜보는 이들은 감탄했다.
이도진은 혀를 내두르면서 도하연을 바라보았다.
“저분 뭐하시는 분이에요?”
“어…. 우리 팀의 ‘더 락(드웨인 존슨)’이요.”
도하연은 짧게 설명했다.
이제 상황이 정리되려 할 때였다. 도하연은 자기 앞으로 거품 물고 쓰러진 사내를 보았다.
피부가 메마르고 푸른 혈관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자, 이도진이 의자를 들었다.
도하연은 그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뒤늦게 의자를 들려 했지만, 이미 동현이 누구보다도 먼저 의자를 집어 던져 처리했다.
군인들이 주변을 정리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정민도가 군인들에게 다가갔다.
“야!”
그러더니, 갑자기 조인트를 까는 게 아닌가.
“경비를 엉망으로 하고 뭐하는 거야? 손님들이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장난쳐? 왜 총을 안 써?”
그러면서 다시 조인트를 깐다. 쌍심지를 킨 정민도는 군인을 향해 대놓고 욕을 할 때였다.
동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아저씨. 그렇게 대놓고 욕할 필요는 없잖아.”
“넌 뭔데?”
“‘넌 뭔데?’ 네 줘팰 놈이다. 씹새야.”
동현이 짜증을 내면서, 다가가자, 정민도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내가 누군지 알고! 지금 쫓겨 날 수도 있어.”
“댁 입도 여기서 쫓겨나게 해줄게.”
동현이 험악하게 다가갈 때였다. 이도진이 나섰다.
“정 차관님. 그만하죠. 군인 분들도 최대한 막으려 한 건데요. 게다가 총기를 사용하기에는 우리가 맞을 수도 있었잖아요. 동현 씨도 참으세요.”
이도진이 말리자, 정 차관은 그제야 입을 멈추었다. 살짝 자그마한 살얼음이 이곳에 생겨났다. 아직 깨지지 않지만, 모두의 마음속에 작은 불안감이 들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호텔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도하연은 자기 숙소에서 창문 밖을 향했다.
‘그 사람들 지금 여기도 위협받고 있는 건가?’
그야말로 쥐죽은 듯한 영종도였다. 사람들 간간이 보여야 하지만 감염자의 위협 때문인지, 저녁에는 진짜 사람도 안 보였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 정도라면, 사람들이 몰려 왔을 리 없다.
‘더 심각하단 거야. 상황이.’
처음 때도 그랬고, 지금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이러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편하기는 하지.’
일반 시민보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나가라고 하면 안 나가지.’
속물적이지만, 도하연도 굳이 이곳에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이건 어떤 이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연예인이라든지, 돈이 많거나 지위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동정할 때야?’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고민은 사치였다. 자기가 무슨 히어로도 아니고 수백 명, 수천 명을 구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건, 자기 주변의 사람과 최대한 살아남는 것뿐.
‘그래, 착각하지 마. 도하연. 넌, 그냥 운 좋게 잘 도망쳐 나온 생존자야. 그 어떤 힘도 없는 평범한 사람. 당장이라도 감염자가 나타나면 끝이야.’
순간, 정지희의 말이 떠올랐다.
살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남 걱정할 정도로 자기 상황이 여유로운가?
‘아니야. 절대 아니지. 오늘만 해도 난….’
당장 그녀는 오늘 일어난 일이 너무 충격이었다.
‘내가 감염자로 변한 사람을 두고 뒤로 물러섰다고?’
제주도에서는 앞장서서 처리하려 했지만, 지금 여기서 자신은 물러섰다.
‘이도진 씨가 있어서?’
도하연은 지금 자기가 나태해졌단 걸 깨달았다.
‘살아야 해. 지금, 여기서 누구를 걱정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가는 수밖에 없어.’
이곳에 오고 도하연은 잠시 시소를 탔다. 제주도에서의 경험과 일상에서의 삶에서 말이다.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해.’
드디어 시소 타던 중심이 완벽히 제주도에서의 경험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고 우리 쪽에 올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해 보자.’
일전에 말했듯이 군대가 밀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구는?
‘배나 헬기겠지.’
도하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언제 개판이 될지 모르는 영종도다. 최소한 다른 루트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제 좀 머리가 시원해지네.’
도하연은 여기서 느꼈던 불안감의 정체를 드디어 깨달았다.
자신의 나태함. 바깥 상황과 단절된 곳에서 느끼는 일상에 불안함을 느낀 거였다.
실체가 파악되었다면, 그걸 고쳐야 한다.
도하연은 상쾌한 기분으로 바깥의 문을 열었다.
‘밤에 찾아가는 건, 좀 그런가?’
이도진을 만나서 탈출 수단에 대해 의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도진이 어느 호실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만약을 대비해서 식량도 싸놓고 본격적으로 준비해야지.’
내일 아침이든, 점심이든 이도진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매점이 있는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려가는 길, 거기에 블랙 건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도하연은 짧게 인사하고 지나치려 했다.
블랙 건의 리더 엑스가 앞길을 막았다.
“도하연 씨. 벌써 3일째인데, 오늘 놀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