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46
“네?”
도하연은 당황했다. 이미 거부 의사를 보냈다.
“죄송하지만, 지금 놀 기분이 안 들어서요. 오늘 그런 일도 있었고, 그냥 방안에만 있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요.”
“에이, 우리는 아예 군인들이 지켜줘요. 더 안전해요. 걱정 마요.”
엑스의 손이 자연스레 도하연의 손목을 감쌌다.
도하연은 슬며시 웃으며, 손목을 빼냈다.
“잡지 말아주실래요?”
“에이. 도하연 씨. 우리가 이러면 변태 같잖아요!”
엑스가 너털웃음을 지어 분위기를 전환 시키려 했다.
도하연은 재차 강한 어조로 말했다. 블랙 건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엑스가 도하연에게 속삭였다.
“제발 부탁해요. 진짜 저희가 엄청 혼나요. 거기 높으신 분들인데, 계속 도하연 씨만 안 온다고….”
“대체 거기가 뭐 하는 곳인데요?”
도하연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러섰다.
그러자, 블랙 건의 다인이 주변을 경계하며 속삭였다.
“아니, 그냥 여러 사람이랑 술자리 같은 거예요. 근데, 도하연 씨가 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네에? 왜 저를요?”
불길한 기분이 든 도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블랙 건이 그녀를 감쌌다.
“제발 한번 만요. 저희가 죽어요!”
“도하연 씨. 사람 한 번만 살린다는 셈치고, 부탁합니다. 한번 만요!”
이들은 도하연을 둘러싸고 부탁하고 있었다. 아예 손목을 잡고, 아래쪽을 가리켰다.
“진짜 한 번만 부탁합니다. 진짜 저희가 죽어야. 그 여자 알죠? 뚱뚱한 중년. 우리를 완전 개 취급하고 물건 다루듯이 해요! 진짜 죽고 싶어요!”
도하연은 점점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연아!”
천군만마와 같은 소리에 도하연이 반색하고 블랙 건은 황급히 물러섰다.
“어디 가?”
블랙 건은 다급히 나섰다.
“네. 같이 놀려고 열심히 꼬드기는 중이죠.”
최대한 유머로 보이게 블랙 건의 선중이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리더 엑스가 속삭였다.
“이거 밝혀지면 진짜 큰일 납니다. 여기서 아예 쫓겨날 수도 있어요. 적당히 말해주세요. 알죠?”
이들이 물러가고 도하연은 아까보다 배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지하 2층 창고의 밤은 그 열락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뒷정리는 최하위 계급이 한다. 불려 온 일반인들이 청소를 시작하고 있고, 연예인들은 자기가 모시는 이들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블랙 건은 최선자를 보필하고 있었다. 흡사 머슴이 안방마님 모시듯 말이다.
최선자는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젊은것들이 힘이 좋아. 내가 팍팍 밀어줄 테니까. 말이야.”
“네. 감사합니다.”
“며칠 열심히 했으니 보너스도 줘야지? 저번처럼 말도 없이 데리고 오지 말고. 그냥 여기에 아무나 해.”
최선자는 청소를 하는 일반인 여자들을 가리켰다. 블랙 건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내 새끼들도 영양 보충을 해야지. 거기! 여자들 빨리 튀어나와봐!”
최선자는 우악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눈이 퀭한 여자들이 비틀거리며 왔다.
최선자는 한심하게 보았다.
“아니, 고작 몇 번 했다고 그러는 거야? 원래대로라면 밖에서 빌빌댔을 애들이 누구 덕에 여기서 보호받는데.”
여자들은 멍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여자 한 명이 쓰러졌다.
블랙 건의 리더 엑스는 휘파람을 불었다.
“약 먹고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던데….”
“흥. 잘 안 서는 늙은 놈들이 다 그렇지 뭐. 해.”
최선자는 인사불성의 여자를 가리켰다.
“내 앞에서 한 번 해 봐. 빨리해.”
리더 엑스가 당황해서 반문했다.
“네?”
“엄머? 지금 반항하니? 너희가 그럴 입장이야? 어차피 원하는 건 하나잖아.”
최선자는 당황하는 블랙 건에 명했다.
“종마가 주인이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 안 그래?”
“…….”
엑스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최선자는 혀를 날름거렸다.
리더의 뺨을 핥아주며 최선자는 강한 어조로 명했다.
“해.”
엑스는 순간, 모멸감을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해야 한다. 이곳은 그런 곳이니까.
블랙 건은 마구간 주인의 명에 따라 자신의 짝짓기 상대를 데리고 움직였다.
최선자는 연신 박수를 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새끼. 아이고 잘한다!”
즐거워하고 있는 가운데, 최선자의 옆으로 정민도가 퍼플링을 낀 채로 다가왔다.
“아주 잘하는 짓이군.”
“어머나? 정 차관님.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에 내 강아지들을 괴롭히려는 건, 너무했잖아요.”
최선자는 정 차관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 차관도 마찬가지였다.
“뭐, 우리 계약만 잘된다면 괜찮지. 알아서 잘 해줘. IP그룹도 복구 쪽 건설, 재개발 쪽으로 한다니까.”
“구호물품은 우리 쪽이죠. 당연히.”
최선자가 미소 지었다. 그렇다. 이 재난마저도 이들은 정부에 줄을 대고 사업을 확장할 기회로 삼은 거다.
정 차관은 그런 재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핵심.
즉, 서로 공생관계였다.
이때, 리더 지아가 그때, 한마디 했다.
“도하연씨는 안 왔어요? 몇 번째죠?”
그 순간, 정민도의 웃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그러고 보니 너무 하더라고. 블랙 건한테도 시켰는데 안 와.”
“흠.”
최선자는 지아를 유심히 쳐다보자,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다 젖혀두고 확실히 오라고 해도 안 오는 건방진 건, 확실히 대단하네. 이도진이 빽 믿고 저러는 거야?”
슬쩍 분노가 이곳을 감돌았다. 정민도는 흥분했다.
“한 번 상하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네. 허달! 이 새끼 또 여자랑 놀러갔냐? 오라면 퍼뜩 튀어와야지! 도하연 불러!”
정민도가 소리치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지아는 미소를 지었다.
도하연은 다음 날, 아침. 이도진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다.
“도진 씨. 여기를 책임지고 있다고 하셨죠?”
“물론이죠. 뭐, 불편한 거 있어요?”
이도진은 살갑게 웃으면서, 그녀의 곁에 앉았다.
‘이제 생존이야. 만약을 위해서.’
도하연은 혹시나 다른 탈출 수단을 이야기했다.
“혹시, 만약에라도 이곳이 감염자 무리가 들이닥치며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음…. 옥상에 헬기가 한 대 있는데…. 다는 무리죠.”
이도진은 깜짝 놀란 얼굴로 답했다. 도하연은 제주도에서의 일을 말해주었다
“솔직히 그때는 군대라도 근처에 있어서 살았거든요. 감염은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나니까 최악을 상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 이야기라면, 확실히 다른 수단도 필요하겠네요. 만약을 대비해서.”
“그런데 도진 씨. 지금 군대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나요?”
이도진은 도하연의 질문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오해하지 마세요. 이야, 갑자기 도하연 씨가 믿음직스러워 보이네요. 확실히 한 번, 다른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그래 주면 저야 감사하죠.”
“뭘요. 이 사람들 일단 다 서울로 보내는 게 제 일이기도 한 대요. 배나 다른 교통편도 알아보겠습니다.”
이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갔다.
도하연은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먹는 뷔페식 식단을 바라보았다.
‘만약 며칠 동안 떠돌아야 한다면?’
도하연은 옆자리 매니저에게 말했다.
“오빠! 우리 식량이나 이런 것도 챙겨두죠?”
“그래? 나쁘지 않네. 최소한 가방 한 개 분은 찾도록 하자고.”
하나씩 하는 거다.
이들은 식당에 말해 통조림이나, 레트로 식품을 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요리사들은 서로를 보았다.
“많이는 없어요. 그런 3분 요리 같은 건, 잘 안 드시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먹거나 혹시나 싶어 몇 박스 있는 게 다예요.”
도하연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적어도 한 박스 분은 사고 싶은데요.”
요리사들은 서로를 보다가 도하연을 안내했다.
식품 창고는 박스채로 여러 식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도하연은 일단 라면 박스에 시선이 갔다.
“매니저 오빠. 라면부터 챙길까요?”
“아니, 라면은 의외로 보존 기간이 짧아. 거기다가 물도 필요하고, 불도 필요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좋아.”
매니저는 통조림 쪽으로 움직였다.
“진짜 이런 참치 통조림이든, 뭐든 통조림 종류가 오랫동안 가. 이런 거 챙겨.”
“오빠 잘 아네요!”
도하연이 박수를 쳐주었다. 매니저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동현 씨가 군대도 특수부대 출신이라. 잘 알더라? 나한테 술 먹으면서 이야기해줬어.”
“술도 둘이 마셔요?”
“남자끼리 술 한 잔 하는 거지. 주당이더라?”
매니저는 피식 웃으면서, 물건들을 이리저리 챙기기 시작했다.
빈 박스에 차례로 통조림들이 채웠다.
“하연아 넌, 물 좀 챙겨라.”
“네! 알겠습니다!”
도하연이 경례를 하며 물통 6개짜리를 들었다.
“무겁다.”
“처음 들어? 남자도 무거워하는 거야.”
“알면서 저한테 들라고 하셨어요?”
도하연은 볼멘소리를 하며, 양손으로 2꾸러미, 총 12개의 물병을 들었다.
“으아…. 이거 맨날 배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센 걸까요?”
“요령이야. 요령.”
매니저는 박스 하나를 품에 안고 이제 로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둥바둥 되면서 엘리베이터 타고 2층으로 올라간 이들이 방에다가 그것들을 방에 다 놓았다.
도하연은 흐르는 땀을 닦았다.
“후우, 식료품을 이제 배분해서 들고 가면 되겠네요.”
“그래, 동현 씨랑 태희 씨가 일어나면 또 이야기해서 추가로 더 물품을 구해보자.”
두 사람은 웃으면서, 다시 로비로 향했다. 자판기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타민 음료 하나씩을 꺼내 먹으며 잠시 쉬고 있었다.
도하연은 그때, 자기 휴대폰이 울리는 걸, 깨달았다.
“어라? 허달 오빠네?”
그녀는 살짝 불편해했다. 허달은 요 며칠간 계속 놀러 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안 받기도 뭐하니….’
연예계 선배이자, 몇 안 되는 친한 이이기에 도하연은 전화를 받았다.
[하연아. 우리 이러지 말자.]듣자마자 허달의 한숨이 나왔다. 도하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빠. 저 지금 그런데 갈 기분이 아니에요.”
[진짜 오늘 하루만도 안 돼?]“죄송해요. 오빠.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라 서요.”
[야, 한 번만 부탁하자. 진짜 오빠 죽어. 진짜 그냥 와주기만 해.]“아…….”
도하연은 한숨을 쉬었다. 매니저가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허달 오빠가 놀자는데요. 자꾸.”
“야! 내가 전화할까? 아니, 남의 연예인에 뭐 그리 관심이 많아서?”
“아니에요. 제가 해결해볼게요. 직접 가서 거절하고 올게요.”
도하연은 블랙 건의 일도 떠올랐다. 연예 기획사 위에 군림하는 정부관계자나 재벌들이다.
자기가 안 가면 그들이 크게 혼나거나 괴롭힘을 당할 게 분명했다.
도하연은 바로 허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그래서 언제 가면 되는데요? 그냥 가서 말할게요.”
[하연이 네가 진짜 천사다 천사! 어, 밤 10시쯤이면 되거든? 지하 2층을 간다고 하면 군인들도 바로 열어줄 거야.]허달이 기사회생의 목소리로 말했다.
‘밤 10시라….’
도하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동현은 어디서 구했는지 도끼를 방 안에 두었다.
“그래, 이제 좀 제주도에서 느낌이 나네. 우리 하연이 말대로 준비는 확실히 해야지.”
오늘 하루 동안 도하연 무리는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구해두고 있었다.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다시 되살린 이들은 역전의 용사와 같았다.
복도 중앙의 소화기도 일부러 자기들 방 앞에 놓았다.
도하연은 박수를 쳤다.
“일단, 오늘은 수고하셨어요. 내일 또 열심히 해보죠!”
“그래, 하연이 너도 수고했다. 쉬어!”
동현이 덩치에 안 어울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배웅했다.
대강 하루의 정리가 끝나고, 도하연은 이제 휴대폰을 보았다.
밤 10시.
드디어 그녀가 가야 할 시간이 된 거다.
‘뭐 하는 곳이기에? 드라마나 영화 촬영 때, 접대장면은 기억하는데.’
대강 상황상 평범하게 노는 곳은 아닐게 분명했다. 도하연의 머릿속에는 옆에서 아저씨들 술을 따라주고 비위를 맞춰주는 걸 떠올렸다.
‘접대겠지. 노는 건, 그냥 표면상이고?’
일단 그런 예상을 하고 그녀는 지하 2층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군인들이 정말로 비켜주고 그녀는 지하 2층의 창고로 향했다.
별별 물품들이 다 밖에 나와 있었고, 도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썩은 것도 있네. 아까워라.’
그녀의 귀로 이제 정체불명의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창고의 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