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47
그리고 곳곳에서 향락에 젖은 신음이 들렸다.
“뭐야….”
도하연은 일순간,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의 퇴폐가 이곳에 있었다.
당황한 그녀에게 드디어 정민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야, 그 비싼 몸이 드디어 오셨네? 뭘 놀래? 너도 많이 했잖아.”
“무슨……. 말씀이죠?”
도하연이 순간, 화가 나는 걸 참았다. 상대는 정·재계의 유력인사.
건들면 위험하다.
정민도는 그녀에게 다가오는데, 나체였다. 도하연이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 쳤다.
“뭐하시는 거죠?”
“아니, 지금 상황 보면 몰라? 너 스무 살이잖아? 여기저기 몸 바쳤다는데, 왜 나한테 안 그러냐? 지금 여기서 내 말 한마디면 모두 끝인 거 알아? 빨리 와!”
정민도는 얼굴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도하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왜 나한테만 비싼 척이야? 뜨려고 여기저기 몸 대줬을 거 아니야!”
“무슨 헛소리죠? 지금 이게 다 뭐죠?”
도하연은 신음하며 물러섰다. 문 쪽으로 가는 모습에 정민도가 소리쳤다.
“너, 연예계 생활 알지? 그리고 당장 이곳에서 쫓아버릴 수도 있어. 말 들어! 이리 와! 빨리 엎드려서 ‘성의’를 보이라고? 응?”
“…….”
“잔뜩 기대했다고. 영화상에서 보는 그 도하연이 지금 내 앞에 무릎 꿇는 거…. 어차피 다 알면서 왜 그래?”
정민도는 도하연을 압박하며 다가왔다.
“네깟 게 어디서 앙탈이야? 내가 하라면 하는 거지. 저기 봐봐.”
이 더러운 남자의 손가락이 퍼플링을 가리켰다.
활발하게 무대를 하던 퍼플링의 실체에 도하연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재들도 우리말에 다 따른다고. 블랙 뭐 시기 남자도 여편네들한테 봉사하고. 당연한 거야. 이게 순환이야. 순환. 기업은 돈을 대고 우리는 혜택을 주고, 그 떡고물을 너희에게 주는 대신, 성의를 받는 거지. 어때? 좋지?”
정민도의 손이 도하연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짝!
도하연의 매서운 손바닥이 그대로 정민도의 뺨을 후려쳤다.
“만지지 마!”
“이, 이게! 미쳤나?”
정민도가 깜짝 놀라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도하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 개년이! 어디서 감히! 딴따라가 어디 내게 반항해! 이리 안 와?”
뒤에서 공허한 외침이 들렸다. 도하연은 이미 일상에서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래, 지금은 사는 게 중요해. 다른 관계는 따지는 게 아니야.’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그 남자의 충고. 도하연은 확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12. 파국
[지학선 총리! 대체 뭐하는 겁니까! 이제 돌아오세요.] [지금 인천 쪽에 괴상한 감염자들이 출현했다는데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왜 연락을 끊어요? 인천은 이제 안전하지 않다니까요?]휴대폰의 문자들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연신 울려대는 벨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이 모든 것들이 국무총리 지학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 지금 그 아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망할 새끼들! 국무총리의 명이란 말이다…. 제주도…. 제주도에 가서 어서 빨리….”
힘없이 되 내였지만, 이미 그 말을 들어줄 군대는 없었다.
지학선의 머릿속에는 책임자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전국적으로 감염자가 창궐해서 군대들이 막고 있습니다. 제주도까지는 여력이 없을뿐더러, 따로 헬기나 비행기도 불가능합니다.]냉정한 사령관의 말에 지학선은 눈앞에 책상을 내리쳤다.
“너희가 그러고도 군인이야? 국무총리의 말인데! 개자식들! 너희는 개자식들이야!”
그는 와인 병을 그대로 벽에 던져버렸다. 깨지는 유리조각 사이로 분노로 가득한 지학선의 얼굴이 보였다.
국무총리의 얼굴은 부쩍 초췌해지고 있었다.
‘내 아들…. 아들아.’
지승준. 비록 사고치고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괴롭혔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이곳에 왔지만, 결과는 절망이었다.
그는 연락을 끊고 호텔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다른 이들이 그를 찾았지만, 지학선은 절대 응하지 않았다.
‘군인 쓰레기들 때문이야. 그놈들 때문이야.’
그저, 군인들에 대한 분노만 팽배한 상태였다.
“콜록.”
입가에서 작은 기침이 나왔다.
위험한 징조가 눈앞에 보이는 가운데 총리는 또다시 기침했다.
“…..”
지학선의 눈가는 자신의 방문으로 향했다. 군인들이 문을 두들겼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지학선 총리님. 열어주십시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는 비틀거리며 문 앞까지 다가갔다. 평소라면 열지도 않던 문.
이제 총리는 자연스레 문을 열었다.
군인 두 명이 그를 기다렸다.
“손에 피가….”
군인의 놀란 표정에 구제야 총리의 시선이 자신의 손으로 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기가 주먹으로 깬 거울을 보았다.
‘아까 깼지? 근데…. 그게 중요한가? 이놈들 때문인데.’
와인 병을 던진 건, 그다음. 피투성이 손에 감각은 미약하다.
그는 걱정스러워하는 군인들을 보았다.
“콜록.”
그렇게 기침을 했다.
군인들이 놀라는 가운데, 이 총리는 단숨에 몸을 던졌다.
“개자식들아! 너희 때문에!”
“아아악!”
복도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도하연의 발걸음은 어렸을 때, 부모의 폭력을 피해 도망치는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 정도로 매우 급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도 버리고 계단으로 단숨에 자기 방까지 달려왔다.
“역겨워!”
도하연은 단숨에 방문을 잠그고 침대보 안으로 들어갔다.
어렸을 때 부모가 벌인 여러 추악한 짓을 동시에 목격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미쳤어. 아무리 연예계라지만….’
연예계가 더럽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연예인이 그런 게 아닌 것처럼, 도하연도 거기에 예외였다.
‘퍼플링의 지아가 그래서…. 나한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퍼플링의 지아가 자신에게 한 말은 이걸 의미하는 거였다.
자신들처럼, 도하연도 그럴 거라는 추측.
당연히 올 줄 알고 그런 식으로 말한 거였다.
‘웃기지 마. 아역배우 다음, 커리어가 없다고 무시당했는데! 얼마나 싸우면서 올라왔는데!’
도하연의 어린 시절은 전쟁이었다. 부모, 기획사, 동료 연예인들과 전쟁을 하며 여기까지 기어 올라온 거다.
그런데 저들은 그런 자신을 밑바닥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처음이야. 진짜 저러고 있다니.’
그녀에게 조금 전 광경은 말 그대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걸 실제로 보니, 더더욱 충격을 받았다.
‘무서워. 역겨워!’
오한이 저리면서, 어서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졌다.
‘내일은 나가겠지? 배나 헬기도 알아본다고 했으니.’
아침에 말했으니 빠르면 올지도 모른다. 도하연은 이불 안에서 휴대폰만 꼭 붙잡고 있었다.
‘아현이는 뭐 하고 있지? 맞아. 아현이도 찾아야 하는데.’
그녀는 옛 동료들을 떠올렸다.
전쟁 같던 연예계에서 우연치 않게 만나 친해졌다.
‘민기 오빠도 뭐하지? 살아있으라나?’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기억나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해보았지만, 연락되는 일은 없었다.
‘침착해. 도하연. 저것들이 지랄하면 나가면 돼.’
이미 식량을 챙겨두었다.
만약을 대비한 행동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고위층의 협박도 지금이라면 무시할 정도로 말이다.
‘자자. 내일이면 매니저 오빠랑 동현 오빠한테 말해서 빨리 나가야지.’
그녀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한 시간의 뒤척임이 있었지만, 도하연은 어떻게든 자는 데는 성공했다.
3시간 후, 기묘한 소리에 도하연이 잠을 깼다.
도하연이 정신을 차리면서 휴대폰을 찾으려 할 때,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응?”
자기 방에 웬 불빛이라 말인가? 도하연이 놀라서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우악스러운 손이 도하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조용히 해 이년아.”
중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하연의 두 눈이 눈앞에 헐떡이는 몸을 보았다.
어둠 속에 드러난 얼굴은 바로 정민도. 바로 몇 시간 전에 자신을 찾았던 그 역겨운 중년이었다.
“읍!”
도하연이 놀라 몸부림치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양손이 구속되어 있었다.
정민도는 씨익 웃었다.
“고까운 년. 나한테 몸 좀 대주는 게 어려워? 쫓아낼까 참았어. 응? 이제부터 그냥 편하게 응해주면 돼.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양 손을 구속한 건, 다른 사람이다. 도하연은 문 쪽을 보았지만, 닫혀 있었다.
‘어떻게?’
분명히 문을 잠갔다. 근데 이들은 어떻게 들어온단 말인가?
정민도는 이불보를 젖혔다.
“야, 꽉 잡아. 너희도 맛보게 해줄 테니까. 왜 부끄러운 척을 해? 다 알고 있으면서? 퍼플링 애들도 네가 걸레라고 하더군. 알면서 뺀다고 말이야.”
도하연의 두 눈이 두 배는 커졌다. 친하지도 않은 퍼플링이 그런 말을 했다?
“읍! 우욱!”
“앙탈이야 어디서? 그 비싼 몸 좀 바치라고. 이도진 때문이야? 거, 몇 번 하고 이도진 그놈한테 넘겨주면 되잖아. 누가 안다고 그래?”
그야말로 쓰레기 중에 쓰레기.
도하연의 분노가 커졌지만, 무려 양 손을 두 명이 잡고 있기에 저항할 도리가 없었다.
정민도가 올라탄 허리 아래의 다리만이 발버둥 쳤다.
“어차피 이 시간에 다 자고 있지 누가 알겠어? 지아가 말하더라. 아닌척하면서 해주면 좋아한다고? 응? 나 좋으라고 그러는 거지?”
정민도가 힘차게 도하연의 티셔츠 상의를 위로 올렸다.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속옷이 드러나자, 정민도가 웃었다.
“이야,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크네? 입으면 말라 보이는 타입이네? 맛이 좋겠어!”
더러운 손길이 움직인다.
도하연은 바동거렸지만, 중과부적.
‘말도 안 돼. 여기서….’
눈물이 흘러나오려 하고 있었다. 순간, 도하연은 이빨을 움직여, 정민도의 손을 물었다.
“아욱!”
놀란 정민도가 손을 떼는 찰나의 틈. 도하연이 소리쳤다.
“도와…. 욱!”
하지만 정민도가 필사적으로 입을 막았다.
“얌전히 있어!”
정민도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려 하고, 도하연은 눈물을 흘릴 때였다.
쿵, 하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렸다.
정민도가 놀라 뒤를 돌았다.
“하연아?”
태희의 목소리였다.
놀랍게도 새벽에 깨어 있던 것이다. 정민도는 당황하고,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동현아. 안에서 대답을 안 하는데?”
다급한 외침. 정민도는 다른 이들에게 속삭였다.
“어차피 못 열어. 빨리해치우고 가!”
퇴로는 막혔다. 그럴 바에 아무것도 아닌척하고 다음 날 아침에 빠져나가는 게 제일이다.
정민도는 머리를 굴리며, 하던 행위를 마무리 지으려 할 때였다.
쾅!
갑자기 문이 울리도록 거센소리가 들렸다.
주먹이 아니다.
그리고 얼마 뒤, 손잡이 위쪽이 뚫려버렸다.
“어?”
정민도가 놀라는 순간, 우악스러운 손이 그 손잡이를 통해,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곰 같은 사내, 동현이 소화기의 나뭇조각을 털고 있었다.
불이 켜지고, 동현은 정민도와 수하들을 보았다.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 이런 쓰레기 새끼들이!”
“저 새끼 쳐!”
정민도가 다급하게 외치자, 수하들이 달려들었다.
“아따, 형님들, 힘 좀 쓰겠다.”
동현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