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49
“쏴! 쏘란 말이야!”
군인들이 달려오는 좀비를 쏘았지만, 움직이는 피사체를 맞추는 건, 극히 힘들었다.
이들이 조준점을 맞추는 데 성공한 때는 이미 좀비가 코앞까지 달려들었을 때였다.
“기이이익!”
“으아아악!”
바로 군인 하나가 물리고, 옆의 군인이 총을 갈겼다.
탕, 탕.
하지만 비명은 더욱 커졌다.
군인의 앞으로 사람들이 쓰러졌다.
“아아악! 아악!”
혼돈. 수십 명이 끌어내는 혼돈에 사람들은 무작정 달렸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그 속에서 도하연은 물린 군인이 움직이는 걸 깨달았다.
‘잡아야 해.’
예전의 자신이 어물쩍거렸던 걸 떠올렸다.
그 사이 최선자가 총을 쏜 군인의 뺨을 갈겼다.
“미쳤어? 미쳤냐고? 여기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
군인은 뺨을 맞고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돌리더니?
“이 좆같은 년이!”
단숨에 총구를 최선자에게 향했다. 최선자는 크게 당황했다.
“아니, 너….”
“시발년아 죽어! 내가 니 종이야! 콜록!”
기침과 함께 총구가 움직였다.
총성이 울리고 최선자는 쓰러졌다. 얼마 되지 않아, 동현과 매니저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형씨! 흥분했네. 내놔!”
동현이 우악스럽게 양 팔목을 붙잡고 매니저가 강제로 군인을 넘어트렸다.
“개시발! 너흰 뭐…! 억!”
그때, 몸에 발작을 일으키듯 군인이 몸을 떨었다.
동현은 총을 받자마자, 단숨에 일어서려는 군인을 향해 쐈다.
다음으로 일어서는 감염자가 된 군인에게도 한 방을 날렸다.
도하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 이도진을 비롯한 몇몇 군인들이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감염자 10여 마리가 내려오고, 그중에서 빠른 속도의 감염자가 두 마리 정도가 있었다.
도하연은 동현에게 다가갔다.
“오빠! 저거 맞출 수 있어요?”
“보통은 힘들지 하지만, 적중률을 높일 방법은 알지.”
이도진이 계단을 돌며 내려오는 바로 그때, 동현은 단숨에 난사를 시작했다.
뛰어오는 감염자들이 그 난사에 걸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두 마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어디로 나타나는지만 알면 적중률은 상승하는 거야. 가자!”
“역시 동현 오빠네!”
이들은 내려가면서 블랙 건의 시체, 정확히는 감염자들을 볼 수 있었다.
군인의 시체도 여럿이 보인다.
끔찍한 광경에 누구는 구토하고, 눈을 돌렸다.
도하연은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거리에 감염자가 나와 있는 것도 아니야. 어떻게든 빨리 탈출해야 해.’
이들이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오자, 군용 버스와 수송차량 등 여러 대가 있었다.
미리 도착한 다른 이들이 고성을 질렀다.
“이거 어디로 가는데!”
“서울로 가? 당장 가자고!”
이들이 쓸데없는 문답을 하고 있을 때, 그 누구보다 빨리 도하연 일행이 버스로 달렸다.
그러자, 먼저 앞에 나가 있던 이가 도하연의 앞을 막았다.
“야! 니들은 나중에나 타!”
도하연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무시할 뿐.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버스에 타려는 이들을 막아설 때였다.
“이시발! 딴따라 새끼들이! 우리가 먼저 탈거라….”
그 순간, 도하연은 가방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전력으로 달려들어 날았다.
중년의 눈앞으로 보이는 건, 도하연의 무릎뿐. 점핑 니킥이 터지고 중년은 쓰러졌다.
동현과 매니저는 두 사람을 보내고 소리쳤다.
“지금, 여기서 니들 직책이 중요해? 방해하면 처맞을 줄 알아!”
“맞습니다. 당신들이 안타던걸. 왜 우리가 기다려야 합니까? 지금 비상사태에요!”
이들의 엄포에 나머지 이들이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뒤쪽에서 비명이 거세지고 있었다.
이들이 군용 버스에 올라타고, 거기에는 정지희와 한 중년 남성이 이미 타고 있었다.
정지희가 손을 내밀었다.
“역시 빠르네요. 바로 출발하고 싶어도 인원이 더 차야 한다고 하니….”
도하연은 반갑게 손을 잡으려다가 문득 넓은 버스 안에서 유독 붙어 있는 이들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정지희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전, 사는 게 우선이거든요. 덕분에 제일 먼저 보호받으며 내려왔어요.”
“아, 네.”
도하연은 중년 남성의 음흉한 시선에 몸서리를 쳤다.
그 남자는 씨익 웃었다.
“이거 도하연 아니야? 내 동기가 지금 이쪽 군 관계자야. 배까지 준비됐다고 연락하더만. 하하! 인맥이 좋아야 해. 역시.”
정지희는 활짝 웃었다.
“사장님 위치면 그 정도 인맥은 있어야죠.”
“아버지한테는 다음에 선거 나가면 내가 확실히 밀어드린다고 전해!”
중년 남성이 거들먹거리는 사이, 뒤쪽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이 뒤를 돌자, 갑자기 사람들끼리 싸우는 게 아닌가.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탈거야?”
“시발아! 여기서 뭘 그런 걸 따지는데!”
서로 차량에 먼저 타겠다고 패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하연은 그사이에 달려오는 지아를 보았다.
그녀들은 다급히 싸우는 인원을 피해 제일 앞쪽의 버스로 달려왔다.
도하연이 나가려 하자, 정지희가 그녀를 붙잡았다.
“위험해요. 차라리 그냥 출발하죠?”
“하지만….”
“지금 누굴 구해줄 여력이 있어요?”
정지희의 날카로운 말에 도하연은 잠시 고민했다.
판단.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래, 여력이 없어. 섣불리 나갔다간.’
도하연은 자리에 앉았다. 누굴 걱정하는가. 자기 목숨은 하나고, 자기 주변 사람들과 같이 가는 것도 감지덕지했다.
‘과욕은 안 돼. 할 수 있을 만큼만.’
다시금 재정비하는 사이, 버스의 문이 닫혔다.
지아는 다급히 두드렸다.
“우리도요! 우리도!”
운전병은 일단, 차량을 멈췄다. 정지희는 한숨을 쉬었다.
“꼭 이런다니까. 사장님. 열지 말게 부탁 좀 해요.”
하지만 문이 반쯤 열린 상태다. 그 틈을 지아가 비집고 들어왔다.
“고, 고마워요. 빨리….”
그 순간, 도하연과 두 눈이 마주친 지아는 앞좌석에 빨리 앉았다.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도하연은 여기서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달려와도 멤버들이랑 같이 달려와야 하지 않는가.
도하연은 일어섰다.
“지아씨. 궁금한 게 있는데 다른 멤버들은요?”
“몰라요. 저만 도망쳐 왔어요.”
지아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마치 이미 죽은 사람 취급하듯이 말이다.
지아는 그러다가 도하연을 쏘아보았다.
“뭐가 문제죠? 제가 애들이랑 같이 와야 하는 건가요? 그렇게 불만이에요? 저도 살기 위해 온 건데!”
“아니….”
도하연은 당황했다.
‘멤버가 무려 4명인데, 한 명도 못 챙겼다고?’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아니, 그건 중요치 않다.
기침하지 않고 감염자만 아니면 되니까.
도하연은 그걸 이해하고 자리에 앉았다.
정지희가 옆에서 속삭였다.
“살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는 거죠. 저 사람도 그걸 아주 잘 깨달았나 보네요. 나쁘지 않은 동반자네요. 저 정도면 같이 타도 문제는 없겠어요.”
생존 의지가 강한 이들에게 호감을 표하는 정지희지만 도하연은 불안해했다.
‘단순하게 그것뿐이라면….’
문제는 도하연과 지아는 보통 사이가 아니었다.
100% 생존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껴있다.
불안한 마음을 품고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그때, 미처 못 탄 이들이 문을 두들겼다.
도하연이 뒤를 돌자, 어느새 군복을 입은 감염자가 습격하며 주차장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는 이미 속력을 내고 있었다. 멈춘다? 뒤쪽의 차들은 물론 뛰는 감염자에게 잡힐 거다.
“야! 문 열라고! 열어!”
버스 안은 문을 두들기는 이를 외면했다.
“개자식들아! 너희만 산다고? 내가 그동안 쌓아온 재산이 있어! 그거 줄게! 콜록! 커억! 기다려!”
버스는 매정하게 떠났다. 여기저기 난장판에 시체들이 보이는 도로.
호텔 바깥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모두가 아무 말도 없이 앞만 바라보았다.
버스는 이도진이 말한 부두에 도착했다. 흔히 보는 관광용 유람선에 이들은 몸을 실었다.
차례로 사람들이 도착한다.
이도진도, 다른 사람들도. 하지만 모두가 오지는 못했다.
도하연은 차량 수가 훨씬 적다는 걸 파악했다.
‘나머지는 오지 못했어.’
도하연은 어떻게든 생존한 거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이었다.
배가 떠나고, 인천에서는 다시 한 번, 크나큰 전투의 신호가 울려 퍼졌다.
1. 나 홀로 생존
비행기에 붙은 불이 꺼지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설동은 온전히 몸이 나을 때까지, 최소한의 보온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설동은 드디어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살았어. 하하….”
알몸에 불타오르는 비행기에 검은 연기. 심지어 민가 주변은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환경이다.
‘엄마, 아빠는?’
설동이 이 광경을 보고 처음 떠올린 건, 자신의 부모였다.
‘집으로 가야 해.’
감염자는 전국에서 생겨날 거다. 부모님이 걱정되어 어서 움직이고 싶은 그였다.
‘상인이가 곁에 있을 거야.’
죽마고우 유상인도 떠올렸다.
어차피 그가 잠시 사라지면, 항상 유상인이 부모 곁으로 간다.
친구이자, 형제나 다름없는 유상인이 부모님을 어떻게든 챙겼을 거다.
설동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주 행복한 상상만 하고 있군. 망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극히 좋은 망상일 뿐이다. 실제로는 다들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 살아서 서울까지. 일단 내 목표가 되겠군.”
연락해야 한다. 신설동은 휴대폰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타버리고 사라진 옷을 보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 같았다.
‘연락 수단이 필요해.’
설동의 머리에 지금 단 한 가지 명제로 가득 찼다.
포화는 드문드문 귓속으로 들리고 있었다. 즉 군대가 근처에 있다는 소리다.
‘아니야. 소리가 희미한 걸 보니 멀리 떨어진 건가?’
처참하게 박살이 난 비행기는 꼬리 부근과 몸통 잔해만 널려있었다.
그 주변으로 불길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더불어 조각나거나 타버린 시체도 말이다.
“제기랄.”
그는 속이 울렁거리는 걸 참았다. 그러면서 꼬리 부근의 짐칸을 찾았다.
온통 그을음으로 가득 차있지만, 그래도 멀쩡한 게 있을지 모른다.
우선 옷이었다. 아담이 되어버린 설동은 추위를 감당하기 위해 죽은 승객들의 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 설마 하나가 없겠어? 시체에서라도 벗길 거야.’
100명이 넘는 시체와 짐들이 있다. 3분의 2 이상이 불탔지만, 어떻게든 걸치기만 하면 그만이다.
신설동의 체형은 181cm. 하나도 안 맞는 옷이 없을 리 없었다.
‘아니, 안 맞아도 입어야지.’
지금 옷 사이즈에 연연할 때가 아니니까. 다행히도 그가 입을 옷이 부서진 트렁크에 있었다. 대강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 하나를 걸쳐 입고 몸단장을 끝냈다.
‘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