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50
신설동의 다음 목표는 자기가 먹을 식량. 재생해서인지, 온몸이 배고픔을 소리 지르고 있었다.
‘시체가 뭐가 중요한데.’
설동은 이판사판이었다.
당연하지만 박살 난 비행기에서 정상적인 음식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조각난 시체, 불타는 시체, 머리가 사라진 시체 등.
죽은 자들의 품을 뒤졌다. 다행히 껌이나 초코바, 물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죽은 이들을 뒤로하고 설동은 손 안 가득, 물병과 과자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선은 물이었다. 단숨에 목 안으로 들이키자, 전신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진짜 군대 행군 시절에 먹던 물보다 더욱 달콤하다. 이건 팩트야.’
수분이 목 너머로 넘어가 시원함을 끌고 온몸을 채워주고 있었다.
“후우…….”
한숨 돌린 설동은 바로 초코바 하나를 까서 단숨에 욱여넣었다.
시체가 주변에 널렸지만 2일 이상 굶은 사람에게 그딴 건,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그래도 감염자들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미 개판이 돼서 감염된 상태로 죽었으니까.’
설동은 기억한다. 죽은 지 얼마 안 됐거나 감염 초기에 죽으면 부활한다는 걸 말이다.
비행기는 다행히 서로 몰고 뜯어 모조리 감염자인 상태로 죽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문제군. 내가 어디에 떨어진 거지? 인천공항을 빗겨갔으니 영종도 근처인가? 아니면 도로를 건너 인천 해변에 떨어진 건가?’
자기 위치 파악도 중요하다. 민가나 마을이 있으면 그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좋았다.
설동은 자신이 간신히 모은 식량들을 담을 것들을 찾았다.
‘트렁크는 안 되겠지? 놈들이 소리에 반응하면 안 되니까.’
감염자들은 시선, 소리에 반응한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기 싫은 설동은 일반 가방을 찾아야 했다.
다시 밤이 찾아오기까지 설동의 외로운 수색작업은 기어이 흙투성이의 검은색 가방을 찾는 데 성공했다.
“후우. 가자.”
해변의 모래를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간 그는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포화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군대가 이겨주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긴 하다.
‘오인사격은 안 하겠지?’
설동은 이제 밤의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생존뿐.
그는 살기 위해 해변을 떠나고 있었다.
‘연락수단만 있으면 괜찮을 거 같은데.’
만약 좀비가 이기면 최악의 상황이다.
설동은 가면서 음료수 하나를 입에 물었다. 미지근한 느낌이 목을 넘겼다.
하지만 갈증에 메마른 신체는 이 미지근한 물이 마치 시원한 맥주처럼 넘어가게 했다.
지금은 이게 좋다.
‘싸우고 있다면 진지를 구축해 놨을 거야. 거기로 가서 일단 의탁해보자.’
군대가 자신을 오인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빌어먹을. 휴대폰이라도 멀쩡했으면.’
휴대폰은 안타깝게도 잠금이거나 부서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설동이 외부와 연락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래를 밟는 설동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놀러 왔을 때는 가깝던 거리가 지금은 구만리였다.
‘보인다.’
바닷가를 지나 민박집과 펜션 쪽으로 접근했다. 포화의 흔적인지, 불타오르고 부서진 것들이 보였다.
“후우. 제발.”
통신수단만 만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기묘한 인기척이 났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설동의 눈에 무언가 어기적어기적 걷고 있었다.
“기……. 그…….”
그의 안색이 변했다. 눈앞에서 절뚝거리며 걷는 감염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
팔 한쪽이 반쯤 타버린 좀비가 고개를 돌렸다. 밤이라지만, 그 몰골이 자동으로 연상된다.
설동은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온다.’
그나마 몇 번 경험해봐서 다행이다. 신설동이 대비하는데 감염자는 별다른 반응 없이 걷는 게 아닌가.
‘밤이어서 그런가?’
설동에게는 뭐가 됐든 행운이었다. 그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마치 야구선수처럼, 단련된 신체에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거기서 뿜어진 돌이 매섭게 날아갔다.
빡!
그야말로 스트라이크라고 할 수 있다. 감염자의 머리에 크나큰 상처가 나며 뒤로 뻗었다.
신설동은 단숨에 쓰러진 대가리를 발로 거칠게 깠다.
또 돌덩이를 들고, 미친 듯이 머리를 후려쳤다.
“죽어!”
불쾌한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좀비는 이내 움직이지 않았다.
설동은 다시 기력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쉬고 싶다.
감염자 한 마리가 주는 피로감은 상상 이상이다.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지? 음식이라도 남겼으면….’
제주도에서 그렇게 개판이 났고 인천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면, 분명 온전히 버티는 이들이 적을 것이다.
‘몰라. 지금 어떻게 하루 자고 싶어.’
확실한 건, 긴급 상황에 모든 걸 다 챙기고 도망갈 수 없을 거다.
‘인터넷이라도 되면 좋을 텐데.’
사건 초기지 않는가. 아직은 전기도 물도 공급될 터.
신설동은 조심스럽게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펜션을 향했다.
그나마 덜 부서지고 멀쩡해진 곳.
2층짜리에 마당에 울타리가 터진 멋진 곳이었다.
지금은 인기척이 없다.
설동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멋지게 수놓을 펜션은 이미 도둑이라도 들린 듯 엉망이 되었다.
무거운 TV는 그대로지만, 마당 옆 매점은 이미 탈탈 털린 상태였다.
‘명함?’
설동은 거기서 이곳의 위치를 알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왔다.
[을왕리 마가 펜션]이곳의 위치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을왕리 해수욕장이었군.”
영종도를 지나,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이 현재 설동이 있는 곳이다.
“휴.”
절로 안도의 숨이 나오고 있었다.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펜션과 민박집.
‘매점은 좀 남아 있으려나?’
여자 친구와의 경험으로 이곳저곳 놀러 간 그는 매점이 무조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가격이 심하면 두 배 가까이 비싸고 말이야.’
옛 추억에 표정을 구긴 신설동은 2층 쪽을 보았다.
1층은 엉망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물건이 뒤집어진 난장판.
2층으로 가자, 붉은 색 피가 보였다.
‘피?’
설동이 계단에 가까이 가자, 웬 핏자국이 계단에 진하게 나 있는 걸 발견했다.
차륵. 차륵.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2층에서 들리고 있었다.
‘설마.’
설동은 돌덩이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다.
차륵. 차륵.
소리는 살짝 멀게 들렸다.
두근. 두근.
아무 목적 없이 그냥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 좀비다.
신설동은 확신했다.
돌덩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2층을 올라왔다.
그리고 보았다. 소리가 들리는 방문 앞에 흔들리는 그것.
사람의 몸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자살?’
그 아래로 신문지가 있었고, 똥과 오줌 냄새가 강하게 났다.
차륵. 차륵. 차륵.
소리가 한층 빨라졌다. 이건, 자살한 이가 내는 소리가 아니다.
심장이 조금씩 고조되고 있었다.
설동의 손이 남자의 시체로 조심스레 향했다. 휴대폰이나 다른 걸, 찾기 위해서다.
‘만약…. 움직인다면….’
떨리는 손으로 아주 조심히 주머니를 뒤지는 때였다.
바로 그때, 이 목을 맨 시체가 움직였다.
“시발!”
설동은 그야말로 튕기듯 뒤로 나자빠졌다. 그다음?
미친 듯이 돌로 감염자의 머리통을 갈겼다.
너무나도 놀라고 두렵기에 나온 행동. 삽시간에 좀비의 머리가 날아갔다.
설동은 조심히 다시 수색을 개시했다.
그러던 중,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유서일까? 설동이 편지를 열었다.
[저는 할 수 없어요. 엄마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지 못해요. 이상한 감기에 걸리더니, 소리를 내질러요. 저는 지능이 낮아요. 그런 저를 오랫동안 보살펴준 엄마예요.사람들은 우리 엄마를 죽여야 한데요. 저는 다급히 빼둔 식량을 2층에 두고 칼을 들고 버텼습니다. 옆집 아저씨를 찌르고 말았어요.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고생만 하셨어요. 절대로 떠날 수 없어요.
기침이 나네요. 혹시라도 이 편지를 보는 사람은 제발, 저희 어머니에게 안식을 내려줘요. 우리 펜션의 모든 걸 사용하세요. 대신, 우리 어머니만은 제발…….]
애처로운 편지가 끊겨 있었다.
설동은 차륵 소리가 나는 방을 보았다. 이 남자가 지키려 했던 곳.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아.”
설동은 누워 있는 좀비를 보자마자 안타까움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본 일반 좀비와 다르게 말라비틀어진 좀비가 팔찌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미 묶어놓은 줄 중 한쪽만 풀려서 차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 아…….”
소리마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신설동은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약속대로 그녀의 어머니에게 영면을 내려야 한다.
곧, 이 펜션에는 작은 충격음이 울렸다.
모든 게 끝난, 지금 신설동은 남자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었다.
[충전 0%]절망 속에 발견한 작은 희망이 이곳에 있었다.
보통 전쟁이 일어나면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불필요한 지역을 빼고 전력 공급을 차단하기 시작한다.
한 달~석 달. 발전소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있을 경우 6개월, 무인으로 돌아갈 경우 3개월까지 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사태 초기인 지금은 딱히 전기나 온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온수다…….”
추위에 떨던 설동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염자로 인해 대판 싸운 지 얼마 안 됐다. 고작 3~4일 만에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아직 완전히 진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신설동은 짠 내와 먼지가 묻은 몸을 씻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할 게 많았다. 우선, 충전된 전화기로 자신의 부모에게 연락해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든 서울로 가야 할 이동수단을 찾아 부모와 만나야 한다.
‘차 키를 내버려 두고 가는 사람은 없을 거야.’
펜션 주인을 생각하면 차량을 운행할지도 몰랐다.
여차하면 손님을 위해 픽업을 하는 게 보통이니까 말이다.
신설동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 다급하게 휴대폰을 켰다.
‘10%지만, 알게 뭐야.’
제일 먼저, 유상인의 휴대폰을 눌렀다. 자기가 여행 간 사이 집에 찾아갔을 게 분명하니까.
‘제발……. 제발…….’
상인이가 만약 연락이 없다면 자기 부모가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무조건 세 사람은 같이 있을 거란 말이야.’
신호가 가면서, 신설동의 마음도 요동쳤다.
그렇게 30초 가까이 지나고 설동의 표정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제발!”
입으로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며 전화기를 붙들었지만, 결국 음성사서함이 연결되며 그의 가슴을 찢어버렸다.
“하…….”
유상인인 종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타입이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건 심각한 거였다.
“······.”
설동은 허무한 표정으로 펜션 복도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단정 짓지 마. 전화 한두 번 못 받을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