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52
간간이 감염자들이 철책을 밀어버리거나 넘는 경우가 있다.
남은 부대의 역할이 바로 그런 감염자를 막고 도망치는 부대다.
위험하기 짝이 없기에 군대에서도 숙련된 베테랑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특전사들을 배치했다.
즉, 이들이 인천에 철수하는 이들 중 가장 전투력이 높은 부대이기도 했다.
모두의 앞에서 부비트랩이 터지고, 감염자들이 몰살당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500명의 부대가 조금씩 후퇴할 때였다.
갑자기 철책 하나가 뒤로 ‘날아’왔다.
“어? 분대장님! 저놈 보십시오!”
그때, 군인들을 보았다. 다른 감염자보다 이질적인 존재를 말이다.
더 크고 더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 2m가 넘는 감염자가 있었다.
이 감염자는 철책을 엄청난 힘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순간, 철수부대는 정적에 빠졌다. 하지만 썩어도 이들은 베테랑이다.
윤 중령이 소리쳤다.
“저놈 무조건, 죽여! 어차피 화기에 당할 수 없어!”
뭐하는 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반 감염자랑 다르다는 건, 파악했다.
그러니 무조건 죽이고 떠난다.
저격용 총을 든 특전사가 단숨에 머리통을 노렸다.
7.62mm 총탄이 이 덩치 큰 감염자를 향해 날아갔다.
감염자의 머리가 흔들렸다.
“쿠에에엑!”
그리고 이어지는 괴성. 안 죽었다.
저격수는 당황했다.
“아니, 사람의 몸인데 왜 총알이 안 통해!”
머리에서 총알이 떨어졌다. 거기에는 깊게 패고 피부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틀거리던 덩치 큰 좀비가 이내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름 손쉽게 격퇴했지만, 죽이지 못했다. 철수하는 군인들은 머릿속에 의문을 가졌다.
‘분명히 화기로 죽이지 못할 건, 아니다. 문제는 만약 인천에 남은 수많은 생존자가 저것과 만난다면 대항수단이 있을까?’
그들이 철수하는 건, 좀비가 격퇴돼서가 아니다. 호위 대상들이 떠나서 지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들은 부비트랩에 폭사하는 감염자를 보면서, 인천을 떠나기 시작했다.
***
설동은 망연자실했다. 폭격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서,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봉고 차밖에 없었다.
봉고 차가 아니라 식량이 있던 집 2층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이동은 할 생각이었다. 단지, 과연 감염자들이 있을 인천을 어떻게 탈출 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정상적이면 밥 따위야 안 먹고 서울로 가는데.’
문제는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과연 도로에 차들은 어떻고, 감염자들이 널린 곳을 쉬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안전. 무조건 안전이다.’
설동이 아무리 서울로 가고 싶어 해도 가장 중요한 걸 잊을 리 없었다.
‘그래, 다시 식량을 모으자.’
그는 땅에 널브러진 삽과 도끼를 다시 봉고에 실었다.
특히 도끼는 신설동의 든든한 무기이기도 했다.
봉고차에 탄 설동을 시동을 걸었다.
‘이 근처부터. 뭐든지 가까운 곳부터 가는 거야.’
식량.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거다. 못해도 2~3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필요하다.
‘어차피 펜션이나 민가였으니 매점은 무조건이야.’
생활 속 지식을 떠올리면서, 그는 차량을 운행했다.
무너진 집을 피해 멀쩡한 집을 찾은 설동은 도끼를 들고 내렸다.
“후우. 할 수 있다.”
폭격이 듬성듬성 이루어졌지만, 감염자들은 쉽게 보이지 않을 거다.
‘나타나면 죽인다. 할 수 있잖아.’
이미 제주도에서 지옥의 밤을 겪었다. 감염자의 특성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 자신은 감염에 면역이 있다.
‘확인했어. 그래, 자신 있게 가는 거야.’
설동의 차량은 어느 반쯤 게스트 하우스에 멈췄다.
다른 게 아니라 코앞에 매점이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기 전, 설동은 감염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빵! 빵!
경적을 울린 설동이 잠시 대기하자, 갑자기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설동은 제주도에서의 기억을 꺼내 들었다.
‘분명히 기본적으로 손을 앞으로 내밀고 덤벼들 거야.’
쿵쿵, 거리는 매점 문 앞에서 설동은 옆에 바싹 달라붙었다.
그의 손이 거침없이 문을 여는 순간, 다리를 입구에 뻗었다.
“기익!”
감염자가 하나가 튀어나온 순간, 설동의 다리에 걸려 그대로 엎어졌다.
설동이 단숨에 달려들었다. 도끼로 머리를 찍었다.
“일단…. 하나.”
설동이 다시 조심스럽게 매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냄새를 맡았다.
“우엑!”
설동이 매점 밖으로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에는 시체들이 뿜는 역겨운 냄새가 가득했다.
‘겨울인데?’
아무리 이번 겨울이 포근하기는 했지만, 시체는 한여름처럼 부패한 상태였다.
‘난로인가?’
그 원인은 따뜻하게 데워진 난로였단 게 드러났다.
“진짜 사람 사체 썩는 냄새는 최악이야.”
설동은 결국 숨을 참으며 매점 안으로 진입했다.
목을 맨 사람, 내장이 터진 사이 있었고, 과자봉지와 라면 냄비가 그대로 있었다.
‘라면은 물하고 불도 필요하고….’
군대 시절을 떠올린 설동은 최소한 바로 먹을 수 있는 걸 선호했다.
역시나 레토르트 식품이다. 또한, 건조식품도 챙겼다.
‘술안주로 딱 맞네.’
오징어포를 본 설동은 피식 웃었다. 매점은 남은 음식이 별로 없었다.
서로 싸우거나 약탈의 가능성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였다.
거기에 더해 물병 1.5ℓ 하나를 얻은 설동은 봉고차에 차례로 물건을 실으려 할 때였다.
“기….”
“!”
어디선가 들리는 그것의 소리. 설동은 사방을 주시했다.
아까의 경적에 느릿하게 오는 감염자가 보이는 게 아닌가.
“소리에 반응했지만 늦게 온 건가.”
설동은 상대가 감염자라는 걸, 다시 상기했다.
보통 느리게 걷기에 소리에 반응해도 느리게 올 수가 있다.
그 순간, 설동은 차에 바로 올라타고 액셀을 밟았다.
“죽어라!”
그렇지만 결국, 좀비다. 타이어 자국을 남기며 급발진 한 봉고차가 단숨에 느릿하게 오는 좀비를 날려버렸다.
“그래, 이거지!”
차라는 안전 무기가 자신에게 있다.
봉고가 다른 집을 찾아 나설 때였다. 설동은 백미러를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무섭게 달려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사람?’
감염자는 뛰지 못한다. 그 편견에 갇힌 설동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 메마른 피부와 푸른 혈관이 보였다.
천천히 가던 봉고의 옆에 오는 순간, 검은색 동공이 설동을 노려보고 있었다.
‘좀비? 뛴다?’
충격적인 정보가 설동의 머릿속을 휘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게 뭔데, 시발!”
처음 감염자를 봤을 때의 그 느낌. 설동은 기겁하며 액셀을 밟았다.
“기에에엑!”
창문에 거칠게 몸통 박치기를 하는 뛰는 감염자. 설동은 심장이 요동쳤다.
차량의 속도가 빨라지는 사이 설동의 주변으로 여러 감염자가 보였다.
10마리 중의 한 마리. 뛰는 좀비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미쳤어! 저건 뭔데?’
설동은 침착할 틈도 없이 일단, 도로를 타고 움직였다.
무작정 도망간다. 일단 그렇게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제기랄!”
신설동은 차를 허겁지겁 돌리고 있었다.
정찰을 나가자마자, 영화에서도 흔히 본 그 장면이 펼쳐졌다.
수많은 차량이 버려져 있고, 적막한 도시를 말이다.
문제는 이들만 있으면 모를까 주변에 감염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약간 빨리 걷는 수준으로 다가오는 이 흉악한 좀비들의 모습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뛰는 녀석은 없나? 희귀한 건가?’
설동은 할 수 없이 다시 펜션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생각해보니, 그놈들만 처리하면 어떻게든 식량을 더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어. 일단, 저리 감염자들이 많다면 여차하면 고립될 수도 있으니까.’
설동은 인천의 지리는 자세히 모른다.
‘거점이 필요해. 어떻게 나가는지, 파악하고 가는 거야.’
천천히 가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지 않는가.
일단 거점을 만들어 서울로 탈출구를 찾는 게 옳았다.
‘뛰는 놈은 안 나오는군.’
다행히 그에게 컬쳐 쇼크를 안긴, 뛰는 감염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해! 지금 군대가 한바탕 전쟁을 치렀어. 폭격이든 뭐든 사람들이 감염자가 된 거야. 수십만이!’
설동은 라디오를 켜둔 상태였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 소식만큼은 중요하게 들어야 했다.
[급작스러운 이상 바이러스에 대피하는 사람은 인천 피난민 센터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주소는…….]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안전대책으로 여러 번 홍역을 치러서 그런지, 어떻게 대피하고 어디로 모이는 매뉴얼을 정확하게 시행 중이었다.
‘일단, 거기로 가야 하나?’
사실상 도로가 막히고, 산 지형을 차가 통과하지 못한다.
서울로 가야 하지만 가기 힘들었다.
라디오에서는 좀비랑 싸우기 위해 유리한 지형이 산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도시에서 벌어진 무시무시한 좀비 웨이브를 직접 본 군인들은 전자를 택했다.
[지금 이곳은 대전입니다! 현재 대전 시내에는 수십만 명의 감염자들이 거리를 뒤덮고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헬기에 타서……. 이봐, 갑자기 왜 이래?]라디오에서 기자가 중계 도중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곧,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설동은 어떻게든 우회로를 찾으려 했다. 서울로 가서 빨리 부모, 상인과 재회해야 하지 않는가.
그는 여러 루트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부는 인천 로터리 부근의 부대를 철수시켜 다시 서울로 돌릴 예정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고합니다. 현재 인천 지역에서 보호를 받으려면 인천 피난민 센터로 모이시기 바랍니다.]설동은 위험을 감수하고 핸들을 돌렸다.
감염자들이 점점 줄어든다.
인기척이 사라진다.
그 사이 설동은 비명을 지르는 여성을 보았다.
“꺄아아악!”
시나리오가 유출된 영화처럼 뻔 하게 상황이 예측되었다.
하지만 도와줄 수 없다.
감염자들에게 붙잡히면 그가 면역이 되는 거랑 다르게 다수의 적은 역시나 상대할 수가 없다.
‘난 살아야 해. 서울까지.’
마음을 달래야 할 여행이 어째서 지옥으로 변했을까?
설동이 최대한 뚫을 수 있는 루트를 찾아 나섰다.
시끌벅적한 기척이 사라진 도시는 ‘나는 전설이다’의 도시처럼 적막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캬악!”
차량의 소리에 반응하는 건지 감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