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58
가지도 않고 이쪽에 미련을 보인다. 설동은 도끼를 더욱 거세게 매만졌다.
“확실히 말하지만 내가 주변을 뒤져서 찾은 거다. 창문을 깨든지, 유리를 부수던지 알아서 들어가.”
설동은 한 가지 충고를 해줬다.
‘극단적으로 변하면 이쪽도 불리해.’
저들은 차를 가지고 있다. 혹시라도 열 받아서 차 가지고 자기 봉고라도 들이받으면 설동이 손해였다.
‘내가 봉고 옆에 없으니까. 확실히 너무 극단적인 생각을 못 하게 해야 해.’
설동도 바보는 아니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무작정 대립이 주는 파급력은 크다.
상대에게 이판사판으로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런 넓은 시야가 필요했다.
설동의 말에 이들은 그제야 베란다 창문에 주목했다.
깨라면 깰 수 있다.
“오빠, 일단 들어가자!”
이들도 어쨌든, 생존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일단 집에 들어가는 걸 택했다.
덕준은 베란다를 두들겼다.
“이거 열리는 데 없나? 깨기는 부담스러운데.”
이들은 이것저것 재면서 여기저기 근처 집을 살폈다. 그러던 중, 이들은 한 집의 베란다가 열리는 걸 발견했다.
“여기다. 여기!”
“와. 다행이네. 진작 이쪽으로 올걸.”
일단 이걸로 진정이 되었다. 설동은 그제야 안심하고 커튼을 달았다.
밤이 깊었다. 덕준과 진희는 1층의 베란다를 물건으로 막고 있었다.
“우와. 일단, 이걸로 끝났네.”
덕준은 흐르는 땀을 닦았다. 보일러는 열심히 돌고 있었다.
진희는 땀에 젖은 자신의 옷을 만졌다.
“샤워부터 해야 할 거 같아. 자기야. 그렇지?”
“밥부터 먹자.”
하지만 이전에 이들은 굶주리고 있었다. 도망치면서 한 끼도 먹지 못했다. 그들은 잔뜩 기대하며, 밥솥을 열었다.
“있다. 있어!”
다행히 밥과 반찬은 존재했다. 나물들과 김치뿐이지만, 그거라도 어디인가.
덕준은 일단 급한 대로 위장에 넣고 있었다.
“이제 피난민 센터까지 가야 하는데…. 기름도 부족하고 말이야. 주유소까지 가려면 또 그 감염자를 피해야 하는데…. 힘들다. 힘들어.”
그러다가 그는 문득,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진희야, 표정이 왜 그래?”
진희는 김치를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반찬이 왜 이 모양이야…. 나물에 김치뿐.”
“그럼 어떻게 해. 이거라도 먹는 게 고마운 거지. 어서 먹어. 내일 또 움직여야 하니까.”
“그 사람 식량 엄청 많던데.”
진희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덕준은 고개를 저었다.
“야야. 도끼 봤어? 살벌하더만. 근데, 그 사람도 똑같을 거 아니야.”
“아니, 그래도 좀 나눠주지. 그렇게 많이 가지고 가서 뭐하려고!”
“신경 꺼. 우리는 우리대로 잘살면 되지.”
“아니, 자기는 뭐가 그리 겁나는데?”
진희가 그를 타박했다.
“진짜 도망칠 때만 빠르고.”
“야! 그냥 이거에 감사해. 빠르니까 우리가 살아남은 거잖아.”
덕준은 연인을 달래보려 했지만, 진희는 요지부동이었다.
“일단 며칠 동안 살 텐데. 이런 거나 먹어야 한다니.”
“내일부터 찾아야지. 오늘은 그냥 씻고 자자. 오래간만에 편하게 자겠다.”
“쉽게 찾아질 거 같아? 오늘 감염자도 봤잖아. 매번 그런 거 보고 도망치려고?”
진희는 주변을 경계했다.
“차라리, 우리가 그 봉고차 꺼 다 뺏는 게 어때?”
“도끼 들고 쫓아올 텐데?”
“차로 밀어버리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식량이 바로 옆에 있는데, 자기만 차지하려는 거 너무 하지 않아? 한 상자만 나눠줘도 되잖아. 저 사람 거 보면 반년은 그냥 버티겠네. 감염자보다 그게 더 쉽잖아.”
덕준은 잠시 고민했다. 도끼를 든 설동이야 젖혀두고서라도 만약 그들이 주변을 뒤진다는 건, 감염자와 맞닥뜨리게 될 확률이 높았다.
식량을 가진 도끼든 남자 vs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감염자
덕준의 머릿속에는 합리적인 판단이 세워지고 있었다.
“도끼는 진짜 무서운데. 진짜로 휘두르겠지? 경찰도 안 올 거 아니야?”
진희는 이런 남자친구의 답답함에 등을 후려쳤다.
“패기가 없어! 어차피 군인도 경찰도 없잖아! 우리가 먼저 치면 되지.”
“야! 도끼를 맞을 위험이 큰 건, 나야! 너야 뒤에 있겠지! 생각하고 말해! 위험한 건, 내가 다하는데!”
덕준이 화를 내자 진희는 그제야 물러섰다.
“알았어. 화내지는 말고. 내가 자기 잘되라고 하는 거 알지?”
“알지 그럼. 솔직히 그 정도 식량이면 나눠야 하잖아. 그게 사람의 도리야. 그걸 안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도 많이 안 털 거야. 적당히. 사람 살게만 털 거야. 그 정도는 해도 되잖아?”
덕준은 다시 진희와 서로 껴안았다. 그리고 이들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아침, 6시. 설동은 벼락같이 눈을 떴다. 겨울의 해에 어둠이 조금씩 가시고 있을 때, 그는 수상한 소리를 들었다.
‘감염자는 아니겠지.’
이 근방에서 의문의 소리가 들리려면 오로지 하나뿐이다.
‘그 커플이야.’
어제 온 커플들이 내는 소리다. 설동은 도끼를 들고 베란다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가 본 광경은 어제 그 커플이 어디서 구했는지, 야구 방망이와 식칼을 들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설동이 소리를 지르자, 이들은 뻔뻔하게 웃었다.
“거, 음식 좀 나누지? 우리는 김치와 밥만 먹었는데.”
설동은 어이가 없었다. 난데없는 행동.
“지금 상황에서 김치와 밥이라도 먹는 게 다행이 아니고?”
“넌, 아니잖아.”
“난, 내가 구한 거다. 멍청아.”
설동이 쏘아붙이자, 덕준은 야구방망이로 창문을 겨누었다.
“그래서 나도 구하려고. 이야, 바로 옆에 식량 창고가 있네? 그럼 구해야지.”
“내가 구한 거다. 왜 남의 걸 약탈해?”
“어차피 경찰도 군인도 오지 않잖아?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한 상자만 내놔. 아니면 진짜 이 차 박살낸다.”
“그러면 넌 뒤진다.”
설동이 도끼를 들고 노려보자, 덕준은 자신들의 차를 가리켰다.
“그래? 그럼 우리는 차타고 떠나면 그만이야. 봉고가 꽤 가벼운 거 알고 있어? 차로 들이박아도 되는데?”
“…….”
설동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 지금 불리한 상황이다.
‘냉정해지자, 섣불리 가다가는 망한다.’
서울로 가야 한다.
설동은 결국,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한 박스만이라면 주지. 물러나.”
덕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설동이 도끼를 대동한 채 내려가자, 어느새 커플들은 차에 탄 상태였다.
“한 박스 안 내놓으면 바로 달려갈 거야. 허튼 짓 하지 마. 서로 돕고 살아야지.”
설동에게 봉고는 서울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
그는 즉석요리 한 박스 꺼내었다.
“보낸다.”
설동은 그냥 근처까지 와서 박스를 던졌다. 진희가 바로 그것을 받았다.
하지만 덕준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한 박스만 더 내놔.”
“뭐?”
설동의 표정이 굳어졌다.
덕준은 경적을 울렸다.
“솔직히 한 박스는 조금 그런 거 같아. 한 박스만 더 내놔. 안 내놓으면 알지?”
이들은 자기가 유리한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이용해 설동을 벗겨 먹을 셈이다.
‘그래. 그렇다면.’
설동은 무언가 결심한 듯 바로 한 박스를 더 꺼내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가까이 가서 던졌다.
진희가 박스를 가져가려고 내린 그 순간이었다.
설동의 손에서 도끼가 날아갔다.
5. 피난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어떻게 된 거지?”
머리를 빡빡 민, 순한 인상의 사내는 한숨을 쉬었다.
오종훈. 신설동과 같이 제주도에서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는 곧 이 소위와 함께 새로운 부대에 들어갔다.
[대 감염자 섬멸 부대]국방부에서 자체적으로 편성한 이 부대는 지금까지의 대규모 작전보다 소수 정예로 운용되는 게 특징이다.
이 소위는 그를 데리고 오며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 부대는 신나게 싸우더라도 갑자기 아군을 공격해서 전투력 손실이 오히려 더 커. 서로 통제할 수 있는 인원과 좋은 실력을 지닌 깡다구 좋은 놈들만 모아서 가는 거지. 너라면 가능하다.]그렇기에 이 부대에서 매일 같이 작전을 반복하고 있었다.
‘서울로 온 건, 좋은데. 그 사람은 왜 연락이 안 되지?’
부대 상, 서울 수호가 가장 주목적. 그는 전투에 나서기도 전에 설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락이 없다.
‘역시, 그때 그 비행기에….’
오종훈도 인천공항에 있었기에 잘 안다.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한 걸 말이다.
설동은 추정 상, 거기에 탔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전화를 해보지만, 걸려오는 일은 없었다.
그는 자기 관물대를 바라보았다. 여자친구, 부모의 사진이 보였다.
‘후우. 나도 남 신경 쓸 데가 아니지만, 아쉽네.’
생사고락을 같이한 이였다. 그가 일어서자, 이 소위가 머리를 말리며 들어왔다.
“거 윗놈들 더럽게 겁쟁이네.”
“왜요?”
“아니, 기껏 우리 잘하고 있는데 대규모 작전으로 밀어버리래. 그러다가 제주도에서 작전이 망하고 개판 났잖아.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
이 소위는 생활실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았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을 수호하겠습니다!]“지랄 났네. 쟤들, 섬 쪽으로 피난 가려고 준비 중이더라.”
“진짜요?”
오종훈은 깜짝 놀랐다.
“그래, 원래 다 그래.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군사편제에 관해서 나은 방식을 전해줬는데 제대로 뭘 듣지를 않네.”
“벌써 성북동 방면 감염자들을 손실 없이 처리했는데, 대규모로 작전을 시행하면 정신이 없을 텐데요. 또 감염자로 변할지도 모르고요.”
“내말이! 사령관님이 적당히 막아줬으면 하는데. 모르겠다.”
이 소위는 휴대폰을 들고 바깥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다급히 들어왔다.
“종훈아! 무기고에서 총 들고 나와!”
그 순간, 바깥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기아아아악!”
오종훈의 몸은 비명과 함께 무기고를 열었다. 재빨리 총을 꺼내 든 그가 밖으로 나가자, 한 병사가 울부짖고 있었다.
“석민이…….”
어제까지 같이 작전에 나가는 동료. 오종훈은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감염자가 쓰러지고, 이곳은 정적이 흘렀다. 이 소위가 제일 먼저 모포를 덮고, 소독약을 가지고 왔다.
곳곳에 소독약을 뿌리고 우주복처럼 꽁꽁 싸맨 이들이 시체를 거둬갔다.
이 소위는 한숨을 쉬었다.
“석민이가 계속 무서워하더라. 하긴, 어지간히 깡다구가 강하지 않으면 힘들지. 감염자랑 매일 싸운다니까 무서워해서 인원 보충도 힘든데.”
전우가 그렇게 죽고 이곳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종훈은 그 말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설동이 형이라도 있었으면…. 안심될 텐데.’
감염자를 상대하는데 가장 믿음직스러운 동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오종훈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사람에게는 선이 있다. 감정의 선이라 불리는 이것은 침범한 자에게 보복을 가하게 되어 있다.
덕준과 진희는 그 선을 침범했다.
덕준은 지금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자신의 연인이 도끼에 맞고 바닥에 쓰러지는 게 아닌가.
“사, 사, 사, 살인? 미, 미친놈.”
눈앞에서 벌어진 행각에 덕준은 몸이 굳었다.
자기 연인의 어깨에 꽂힌 도끼가 보였다. 죽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다음에는….’
뻔한 영화 사니라오처럼 다음에 보일 행동이 예상된다.
그 순간, 남자가 어느새 도끼를 번쩍 드는 게 아닌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도끼에 살기를 보이는 남자의 표정.
공포영화의 살인마가 보이듯 했다. 기세에 압도당하며 몸이 떨고 있었다.
“덕준아! 도와줘.”
바깥에서 연인이 애타게 울부짖는다.
“내가…. 왜 이런 꼴을…! 음식 좀 달랬다고 도끼를 들다니.”
액셀을 밟았다.
연인이고 뭐고 그는 지금 도망치고 싶어 했다.
“덕준아!”
애처롭게 외치는 소리를 뒤로하고, 그의 차는 출발했다.
심장이 요동치고 생존을 위해 달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떨린다. 발이 떨린다.
차는 출발했지만, 방향을 잃었다.
‘어…. 방향이!’
손은 제어가 안 되고 있었다. 1종 보통 시험 때, 실수 한 번에 다리가 덜덜 떨리던 때를 기억했다.
지금이 그 경우였다.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 다리는 급정거를 하고 차체는 방향을 잃고 돌았다.
기어이 벽에 들이받은 차는 에어백이 터진 상태였다.
덕준은 다급히 차 문을 열었다.
“히익! 살려줘!”
그리고 도망쳤다. 무작정 그는 이곳을 떠나고 있었다.
설동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