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59
“갔군.”
그러면서 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피를 흘리며, 절망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덕준아! 덕준아!”
애타게 불러 봐도 도망가는 덕준의 몸이 뒤로 도는 일은 없었다.
진희의 얼굴이 절망에서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이 개자식아! 돌아와! 콜록!”
그리고 나는 기침 소리. 진희는 놀라서 자기 몸을 매만졌다.
“내가 왜? 나…. 멀쩡했는데.”
그제야 시선이 설동에게로 갔다. 하지만 이미 설동의 도끼는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잠시 만요. 뭐든지 할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콜록!”
하지만 도끼는 매섭게 머리에 꽂혔고, 진희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일단 머리를 맞추면 초기에 죽더라도 부활하지 않는다.
설동의 가슴이 요동쳤다.
두근. 두근.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감염자로 변하기전에 도끼를 휘둘렀지.’
본디, 그가 죽이는 대상은 감염자뿐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도래하자 그는 일반인인 진희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어지러울 정도의 감정. 하지만 현실이 곧, 그 마음을 바로잡아주었다.
‘그놈을 잡아야 해.’
불안요소. 설동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지금, 이 세상은 법과 경찰, 군인이 지켜주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 살아야 한다. 덕준은 약탈자다.
‘그래, 절대로 그냥 보내서는 안 돼. 서울로 가야하는데 방해물이야.’
본디 원래세계였다면, 그저 주먹질 몇 번하고 경찰에서 핀잔 들으며 서로 사과하고 끝날 일일지도 모른다.
‘내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 무조건. 방심하지 마. 신설동! 넌, 살아야 하잖아.’
지금 이 세계는 오로지 생존이 중요하다. 이미 제주도에서도 겪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마인드는 이미 세상이 멸망한 매드맥스 정도의 세계로 인식했다.
거기서 내가 모은 걸, 누가 약탈한다? 있을 수 없었다.
“그래. 그래. 그놈들이 내가 가는걸, 도와주지 않을 거잖아.”
인간을 공격한다. 설동은 떨리는 도끼를 강하게 쥐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덕준을 찾아 뛰었다.
‘사람의 체력이 한계가 있어. 멀리는 못 갔을 거야.’
하지만 설동은 덕준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덕준을 찾기 위해 깊숙이 이동할 처지에 놓였다.
‘위험해.’
감염자가 언제 달려올지 모른다. 설동은 머릿속에 저울질을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설동은 바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불안요소(덕준)가 있는 만큼, 여기서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생존하기 위해서 명심해야 하는 것.
판단은 빠르게.
덕준이 감염자가 될 수도 있고, 그대로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여유롭게 지낼 시간은 없었다.
설동은 봉고에 시동을 걸고, 출발시켰다. 어디로든 가야 한다.
‘피난민 센터 쪽으로.’
설동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위치를 이미 기억하고 있었다.
가면서 감염자들이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
“기에에엑!”
“키에에엑!”
감염자는 가면 갈수록 불어나고 있었다.
그는 고속도로를 지그재그로 달리며, 내비를 찍었다.
‘그런데 지금, 도로가 정상적이지 않잖아.’
피난민 센터는 내비로 치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정상적이라면.
‘1시간도 넘을 거 같은데.’
그는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인도와 도로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도로가 막혔어!’
아예 가기도 힘든 곳이 곳곳에 있었다.
‘애당초 이래서 천천히 살펴보면서 오려 했는데.’
예상외의 사태로 일찍 온 거다. 곳곳에서 감염자들이 보인다.
일전에 도심지에서 본 수백, 수천의 감염자 떼를 떠올렸다.
‘고립되면 그냥 끝이다.’
그 안에서 봉고가 달린다? 이건 도박 수였다.
봉고 자체가 성인 남성이 몸통박치기만 해도 영향을 받는데, 수십 마리가 달려들면 아예 엎어질 수도 있었다.
‘제기랄. 여기서 또.’
설동은 결국, 또다시 거점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로가에는 상가건물들이 많은 상황. 감염자가 필히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도로에서 잘 수는 없으니.’
차라리 타고 있는 차량이 SUV나 중형급 이상이었으면 그냥 차에서 잤을 거다.
‘봉고로는 너무 위험해.’
아기자기한 크기의 봉고로는 하룻밤을 버티기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
결국, 설동은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녹록치 않았다. 곳곳에 감염자들이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주택 골목이랑은 다르네.’
여러 감염자가 하나둘, 모이고 있었고, 역시나 그들 중에는 뛰는 감염자들이 한둘 정도가 나타났다.
“키에엑!”
여기저기 들리는 괴성. 설동도 조급해지고 있었다. 액셀을 밟으며 움직였지만, 도로의 차량이 방해된다.
‘침착하자. 갈 수 있어!’
그렇게 빠져나오려는 찰나, 갑자기 엄청난 충격이 봉고차를 덮쳤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태에는 모든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차하거나 운행하지 않았다.
선을 침범하고 엉망으로 배치해놓은 차량이 다수였다.
“아악!”
마치 놀이공원에서 다람쥐 통을 탔을 때의 그 느낌이다.
다만 훨씬 거칠다.
신설동의 전신에 거친 충격이 가해졌다. 에어백이 켜지고 신설동은 다급하게 문을 발로 찼다.
“카아악!”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밖에서는 감염자들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신설동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었다.
거칠게 문이 열리고 그는 급한 대로 도끼와 가방을 멨다.
차량의 식량? 알 바 아니다. 지금은 일단 도망쳐야 했다.
기어서 바깥을 탈출하자, 그의 앞에 냄새나는 더러운 바지가 보였다.
“······.”
설동이 말없이 고개를 올리자, 거기에는 한 마리의 감염자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설동 역시 답례로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불쾌한 소리와 함께 감염자가 쓰러지고 설동은 도끼를 회수했다.
“이야, 나 하나 잡으려고 과 투자하네.”
설동은 깨달았다. 자기 주위로 이미 수십 마리의 감염자가 버티고 있단 걸 말이다.
“후우. 진짜 술래잡기 한 번, 무섭네.”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살기 위해,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안전하다며? 감염자 새끼들이 호텔까지 왔잖아!”
유람선 내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영종도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정부 사람들에게 따지고 있는 거였다.
“군대는 뭐했는데? 지금 편안하고 느긋하게 지내기만 하면 된다면서?”
“이러면 우리도 협조를 못 해주지! 당장 정부 대책 본부에서 빠지겠소.”
몇 안 되는 정부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렸다.
“정 차관님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정 차관? 그놈은 이미 나가리지! 여자 연예인 습격하다가 두들겨 맞았다며? 그다음 놈 나오라 해!”
“아니, 정차관이 이 배에 탔어? 잘도 살았네.”
사람들이 그렇게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도하연은 매니저와 같이 뜬 눈으로 갑판에 나와 있었다.
“서울까지 가겠죠? 오빠?”
매니저는 진이 빠진 얼굴이었다.
“원래 아라뱃길로 가면 서울까지 단숨에 가는데, 갑문을 열어주고 닫을 사람이 인천에 있나?”
“좀 돌아가야겠네요.”
도하연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심신을 달랬다. 그야말로 별일이 다 있는 인천이었다.
‘여기만 빨리 벗어나고 싶어.’
어차피 해봤자, 몇 시간도 안 걸린다.
그러면 다시 서울인 거다.
도하연은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친구들은 다 어떻게 하고 있지?’
커온 환경 상, 그녀의 몇 안 되는 친구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연락해도 안 받고.’
쓸쓸하다. 지금 도하연의 마음속에 든 감정이었다.
세상은 바뀌고 있었고 자신을 알고 있는 이들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에 한층 우울해졌다.
매니저는 그런 도하연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걱정하지 마. 다들 잘 살아있을 거야. 문제가 생겨서 휴대폰이라도 잃어버렸을 수도 있잖아.”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야겠죠?”
도하연이 기지개를 켰다. 우울한 건, 빨리 날려야 한다.
배는 열심히 물살을 가르며 서울로 진입하고 있었다.
추운 밤바람 속에서 조금씩 동이 트고 있었다.
도하연은 맨날 뜨는 해에 새삼스럽게 감동했다.
‘영화의 한 장면이었으면 진짜 감동적이었을 거야.’
생존했으니 새벽을 맞는 거다. 생존한 자들만이 볼 수 있는 아침.
도하연은 그것을 맞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제 곧 있으면 군대가 보호해주겠지?’
군대가 보호해주고, 일상은 아니지만 안심할 수 있는 곳.
제주도와 인천에서 악몽을 겪은 도하연에게는 서울이 천국으로 보였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서울의 광경을 기대할 때였다.
하지만 곧 도하연의 두 눈에 경악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세상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눈앞에 안전할 것 같던 서울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이 타오르고 건물은 무너져 있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말이다.
“서울도….”
도하연은 다시 절망이 찾아오는 게 느껴졌다. 사실, 전국이 난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단순하게 ‘그래도 서울인데 좀 낫겠지.’라는 생각뿐.
하지만 감염자의 여파는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도하연 뿐이 아니라 서울을 확인한 모두가 침울한 얼굴을 보였다.
도하연은 헬기로 서울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 곳곳에도 깃발을 흔드는 사람과 감염자들이 보였다.
‘그나마 다른 곳보다는 낫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서울은 확실히 수나 파괴의 정도가 덜하다.
지상에서는 아예 무리를 이루어 감염자를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안전한 곳. 그나마 중랑구인가.’
그들이 가야 할 곳은 명확했다. 가장 안전한 곳. 서울 도심도 안전하지 못하다면 나머지는 단 하나. 피난민 센터 중 가장 안전한 곳을 간다.
‘중랑구가 그나마 체계가 잘 잡혔다고 하니까.’
도하연은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퀭한 눈으로 밤을 지새운 하루. 사람들은 아침에 하나둘 호텔 공연장 앞에 모였다.
공연을 보러? 당연히 아니다. 넓은 공간에서 브리핑을 위해서다.
지금 이곳은 소위 말하는 높으신 이들이 군인들에게 따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 마포구? 거기 안전한 거 맞아?”
한강을 횡단하는 유람선이 서울에 진입하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앞에서 대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우선, 마포구 피난센터로 갈 것을 말하자 사람들이 난리를 쳤다.
“거기 말고 다른 곳은 어디에 있는데!”
군인은 진땀을 빼며 프롬프터를 레이저로 가리켰다.
“서울에는 스무 군데가 넘는 피난민 센터가 있습니다. 군대가 매일 매일 서울 곳곳에 감염자를 처리하며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성북구는 소탕작전이 완료됐지만, 피난민 센터가 없습니다.”
“그럼 위험하잖아. 보급 받고 지원해줄 곳이 있어야지.”
“중랑구는 진지도 구축 중이고 나름 체계가 잘 잡힌 편입니다.”
“거기까지 가자!”
사람들이 바로 반색했지만, 군인은 난색을 보였다.
“배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마포구 피난민 센터에 내리셔야 합니다.”
그때였다. 듣고만 있던 도하연 일행이 손을 들었다.
“우리가 내리면 이 배는 어떻죠?”
“이도진 씨가 빌린 것으로 저희는 권한이 없습니다.”
“안 내려도 되죠?”
도하연이 그렇게 말하자, 주변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군인은 당황해했다.
“안 내리신다고요?”
“네. 그래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