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6
“도망가죠.”
신설동의 판단은 역시 빨랐다.
“네? 하지만 두 명이라면….”
“칼을 들었어요.”
설동은 조금씩 뒤로 돌았다. 그렇다. 그냥 맨 몸이면 상관없었겠지만, 상대는 흉기를 들었다.
어린아이도 잘못 휘두르면 위험한데, 하물며 성인이다.
그 비정상적인 행동을 생각하면, 절대로 덤벼들지 않는 게 현명했다.
‘거기다가 내 체질도 그렇고.’
신설동은 자신의 몸을 슬쩍 쳐다보았다. 힐링팩터.
소위 말하는 불사신 같은 몸.
하지만 이 몸은 그만큼, 불쾌한 기억도 많이 남겼다.
특히 어렸을 적, 놀림거리라든가 괴물 소리를 들었던 걸 떠올리면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었다.
‘혼자였으면….’
저번의 살인마랑 싸웠을 때처럼, 달려들었을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덕준이 있다.
괴물 취급을 받기 싫은 만큼 일단 후퇴한다.
‘방법은 많아.’
무엇보다 상대가 거실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창문을 통해 방에 잠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설동은 덕준과 함께 현관문을 닫을 때였다. 갑자기 다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센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뒤이어 칼질하듯 유리창에 바늘을 긁는 것만큼이나 역겨운 소리가 들렸다.
“동철…. 이 개새끼야! 꺼억 컥!”
신설동과 덕준의 온 몸은 소름이 돋아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여자가 자신들을 쫒아왔으리라.
신설동은 그때,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근데 문을 안 여네요?”
“그러게요.”
“이성을 점점 잃는 건가….”
설동은 지금 저 조건에 부합하는 존재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좀비.
‘하지만 좀비라는 건, 존재할 리가 없는 존재잖아.’
머릿속에는 현실을 말하지만, 가슴은 아니라고 답하고 있었다.
현실에 없는 존재, 좀비. 저 행동은 좀비와 유사하다.
하지만 바깥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까 떨어진 세 명 중 2명이 기괴하게 배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준은 기가 질린 듯 혀를 내질렀다.
“저 사람들…. 이야기 걸면 어떻게 될까요?”
“환영의 인사로 물어뜯기를 선사해주지 않을까요?”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덕준의 말에 신설동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건 오히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위로 여행 와서 대체 이게 뭔 짓이야? 부모님은 괜찮으실까? 상인이도.’
그의 죽마고우와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다. 울적한 기분이 들면서도 이들은 조심스레 건물 뒤쪽으로 이동했다.
1층 창문이 살짝 높긴 하지만 남자 둘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들은 조심스레 B동의 ‘그들’을 피해 움직였다.
덕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시야가 그다지 넓지는 않은 가 봐요.”
“몽골 사람이 저렇게 되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설동은 실없는 소리를 하며, 이제 건물 뒤쪽으로 돌아섰다. 정원처럼 꾸며놓은 꽃밭. 평면적인 디자인의 뒤쪽이 눈에 보였다.
설동이 창문만 보고 움직이고, 덕준이 뒤를 봐줄 때였다.
덕준의 시선에 꽃밭 안쪽에 이상한 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 금씩 꿈틀대는 사람 팔뚝만 한 것. 자연스럽게 덕준이 시선을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으악!”
실체를 보자, 덕준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건 진짜 사람의 팔이었다. 그 끝에는 다리가 잘린 ‘그것’이 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 설동 씨.”
“네?”
창문으로 뜀박질을 하며 높이를 재던 설동이 뒤를 돌자, 다리가 잘린 괴생명체가 접근하고 있었다.
“커……. 크……. 커…….”
기묘한 소리와 질질 흐르는 피. 접근하는 이 괴생명체에 설동은 소름이 끼쳤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어오며 꽃밭을 피로 물 들이고 있었다.
이 게스트 하우스의 조명에 의해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피의 길을 만들며, 혈화로 변한 광경은 지금이 평화로운 제주도인지를 의심케 했다.
평범하게 살고 있던 곳이 변했다. 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살아야 해.’
인상을 쓰며 엇나갈 거 같은 정신을 다잡았다. 그저 기어오는 사람이었던 것에 이 정도 충격이었다.
“헤…. 헤…. 헤….”
신덕준은 패닉에 빠졌는지, 기분 나쁜 웃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설동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느꼈다. 바로 손을 올려, 덕준의 뺨을 사정없이 날렸다.
“악!”
“정신 차려요!”
패닉에 빠진 원인을 우선 제거해야 한다. 설동은 그대로 돌진했다.
‘좀비가 아니야. 아닐 거야. 그냥 마약에 미쳐서 좀비처럼 된다는 것도 있잖아.’
상대를 괜히 좀비라고 생각하면, 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
찬다.
지금 신설동이 할 행동은 단 하나였다. 달려가서 사커킥을 선사하는 거다.
‘어떤 사람이든 저 자세로는 반격이 불가능해.’
그렇다. 이점을 살리는 거다.
피를 질질 흘리는 저 충격적인 비주얼을 없애면 별거 아니다.
설동은 용기를 가지고 단숨에 사커킥을 날렸다.
“케에엑!”
이 괴생명체는 무너진 얼굴과 함께 옆으로 굴러지고 말았다.
거기서 설동은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가 잘려져 있잖아?’
미선의 손에 들린 성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기가 잘린 이 남성은 이빨이 다 부러져도 돌진하고 있었다.
거기에 설동의 사커킥이 다시 터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신을 잃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전진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설동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여름도 아니고, 초봄 날씨다.
고작 두 번의 발길질에 설동의 몸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다.
“허억….”
아무리 강하게 차도 다시 기어온다. 설동은 어느새 자신이 벽 뒤까지 몰렸단 사실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불사신.
어느새 상대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냥 차서는 안 돼.’
설동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시발!”
욕을 내뱉으면서 설동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전력을 담아, 머리통을 부술 기회로 찬다.
그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단숨에 머리통을 걷어찼다.
그 순간, 너무나도 손쉽게 사람의 머리통이 하늘로 치솟았다.
붉은 피를 흩뿌리며, 머리통은 꽃밭을 수놓았다.
‘사람 머리가 저리 쉽게?’
설동은 연이은 충격적인 장면에 당황했다. 그도 운동을 배웠고, 사람의 신체가 보기보다 질긴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뼈째로 날아간다? 이상했다.
‘신체가 약해.’
머릿속에 정보가 점점 들어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서, 설동 씨. 사람 머리가….”
“덕준 씨. 지금 상황이 이상해요. 여기서 빨리 탈출하죠.”
설동은 반쯤 패닉에서 벗어난 덕준을 보채 버팀목 삼아 창문에 손을 닿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설동이 창문을 열고, 몸을 그 안에 들이밀자, 그 안에는 8인용의 익숙한 방이 보였다.
2층 침대 4개가 나란히 좌우로 설치된 광경. 설동은 자신의 짐이 있는 2번째 침대를 바라볼 때였다.
“꺼……. 어….”
문밖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시발.’
다시 한 번, 전신에 소름이 돋고 있었다. 제발 한 번 만이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자, 살짝 열려진 틈 뒤로 피 묻은 발이 보였다.
‘소리로 오는 건가? 귀도 좋네.’
설동이 다급히 창문에서 몸을 던지는 동시에 문이 열렸다.
설동이 몸을 굴린다.
문 바깥에서 이미 변해버린 미선이 칼을 휘적이며 오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다.
“크… 캬아악!”
벼락같이 몸을 던지는 미선. 설동은 자신의 신체를 이용했다.
다쳐도 회복되는 몸.
필요한 건, 용기였다.
부상을 각오하고 설동은 주먹을 날렸다. 미선의 칼날이 설동의 몸을 스쳐 지나가며 통증을 선사했다.
하지만 설동의 주먹은 그보다 더 매서웠다. 단 한방에 미선이 넘어졌다.
‘아직!’
그렇다. 끝이 아니다. ‘저것’들의 끈질김을 경험한 그는 땅에 떨어진 칼을 주었다.
“크아아악!”
설동을 보며 핏물 가득한 이를 드러낸 미선. 그 위로 칼날이 떨어졌다.
정확히 머리통을 노린 칼날.
미선은 침묵했다.
‘좀비.’
다시 한 번, 머릿속에는 좀비를 떠올렸다. 그렇다. 이건 흔히 판타지에나 존재하는 좀비와 같았다.
특히나 머리를 공격하면 바로 행동을 정지하는 게 더더욱 말이다.
쉴 시간은 없었다. 바로 뒤에서 덕준의 비명이 들렸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덕준 씨!”
설동이 창밖을 내다보자, 아까 떨어진 2명이 역시나 비정상적인 형태로 걸어오고 있었다.
“빨리 내 손잡아요!”
설동이 손을 내밀어 덕준을 끌어올렸다. 좀비의 속도가 느린 게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후우.”
두 사람은 창문을 바로 닫아 버렸다.
창 아래에서는 좀비들이 손을 벽에 부딪히며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덕준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발발 떨었다.
“으아아악! 시체…. 시체….”
“눈 돌려요! 심호흡해요. 심, 심호흡…”
설동은 말을 하면서 자신이 호흡이 달리는 걸, 느꼈다.
평범한 일상에서 바뀐 현실. 당연히 그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덕준은 기다시피 하면서, 시체를 지나갔다.
“어, 어떻게 하죠? 저 사람들 왜 저래요?”
“자, 잠시만요. 이, 일단….”
설동도 쉽게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지금 해야 할 것들이 순서대로 나와야 하는데, 밥상을 엎은 것처럼 뒤죽박죽이었다.
‘오지 말게 해야 해.’
설동은 힘이 풀릴 뻔한 다리를 간신히 움직였다.
“혀, 현관문 닫죠.”
그렇다. 저들이 접근하게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급히 현관문을 닫고 창문도 다 닫아버린 그였다. 밖을 구경하기 좋은 거실 창문의 커튼도 다급히 내렸다.
“후욱…. 후욱…..”
별거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전신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샤워라도 하고 싶지만 무서워서 하지를 못했다.
혼돈 속에서 설동은 귀에 들려오는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굉음을 내는 차량 소리가 들리고, ‘그것’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구아아악!”
“구…. 캬아아악!”
차량이 엎어지는 소리와 그것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귓속에 들렸다.
“살려 줘! 살려줘!”
“엄마! 엄마!”
차량이 저 멀리서 엎어지는 소리가 또 났다.
비명이 난무하며, 사면초가처럼 들렸다.
정상이 아니다.
설동은 지쳐서 바닥에 뻗어 있는 덕준을 보았다. 동시에 덕준도 설동을 보았다.
두 사람은 머릿속에서 한 가지 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서워서 말을 못했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두 사람의 공통된 의문이었다. 지친 몸에 잠시 휴식을 불어줄 때였다.
쿵쿵.
천장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