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65
“아, 좀 봐줘요.”
“뭐?”
민기의 표정이 경악으로 가득했다. 동현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군소리 않고 벌을 받던 애들이 또 왜?’
무언가 이상하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볼멘소리가 나왔다는 정도. 해프닝으로 취급하면 된다.
‘원래 규율을 지키는 곳이니까.’
동현도 그렇게 판단하고 몸을 돌렸다.
또다시 2일이 흘렀다. 별문제 없던, 상황에서 민기와 다른 동료들은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2일째 안 오는 건가요?”
“아…. 술 먹고 싶은데.”
이들은 마치 중독된 환자처럼, 최미옥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힘들고 무서운 수색 일을 마치고 기다리는 달콤한 술.
이들은 그 맛에 빠진 거다.
“근데 최미옥 사장님이나 사람들 다 재미있지 않냐?”
“사업해본 사람이라서인지, 비위는 진짜 잘 맞춰주네.”
“공사 구분해서 자기들 벌은 상관없이 오는 거 보면, 대단하긴 해요. 나 같으면 얼굴도 못 봤을 거 같은데.”
“퍼플링의 지아가 장난 아니더만. 아유 귀여워. 귀여워. 오빠, 오빠, 거리는 게.”
이들은 어느새 매번 술과 안주를 가지고 오는 최미옥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도 최미옥 일행은 오지 않았다.
결국, 민기는 동료들의 성에 못 이겨 최미옥을 찾아갔다.
“요즘 안 오시네요?”
“요새 지각했다며? 우리가 피해 주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니, 그거야 우리가 오랜만이어서 실수한 거죠. 게다가 힘든 애들한테 술이라도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게 해야죠.”
“진짜? 우리는 우리가 민폐 아닐까 싶어서 그랬는데, 오늘부터 찾아갈게.”
최미옥은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근데 어떻게 돈이 다들 없어? 술도 못 사먹어.”
“사태가 워낙 급박해야죠. 카드나 지갑도 잃어버리고 여기서는 보급말고 받을 게 없어요.”
“아, 그렇지. 우리야 뭐 다 보존하면서 왔으니까. 우리가 잘 도와줄게. 솔직히 대장이 돈이 없는 게 말이 돼?”
최미옥이 현금지급기 쪽으로 인도하자, 민기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 정도까지는. 아무튼, 밤에 봬요.”
민기가 다급히 떠나고, 최미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남지 않았어.”
엄격한 규율이 행해지던 이 피난민 센터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시작은 사소한 일이었다.
도하연은 짐을 옮기다가 손목을 다쳐 태희가 있는 의료실로 향했다.
“언니!”
그녀가 태희를 향해 반갑게 들어설 때였다.
짝!
눈앞에 보인 건, 최미옥은 태희의 뺨을 치는 장면이었다.
“이게 어디서 꾀병이라는 거야. 그런 식으로 할 거야?”
태희는 뺨을 맞고 당황한 얼굴이었다.
“검사를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잖아요. 몸살이라는데 체온도 정상이고.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 건, 나쁜….”
짝!
다시 한 번, 태희의 볼에 최미옥의 손이 올라갔다.
“이게 어디서! 미쳤어?”
“그만둬요!”
도하연이 놀라서 끼어들었다.
“폭력 행위를 하며 처벌된다는 거 몰라요?”
“흥. 어쩌라고? 아주, 자기편이라고 귀신같이 왔네. 기분 나빠서 못 있겠어. 나가지.”
도하연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멋대로가 아닌가.
“언니, 기다려요. 내가 바로 보고하고 올 테니.”
도하연은 열 받아서 손목을 치료하는 것도 잊고, 본부에 있는 감독관에게 달려갔다.
감독관이란, 역시나 초창기에 개척한 이 중 한 명으로서 신민기의 동료였다.
“영중 오빠. 최미옥 씨가 의료실에서 행패를 부렸어요. 조처를 해주세요.”
“최 사장님이?”
김영중, 이곳의 감독관은 그 말에 깜짝 놀라 했다.
“의무실에서 간호사인 태희 씨의 뺨을 때렸다고? 심하네.”
“너무하잖아요. 꾀병 부리는 거 같은데. 그거 지적했다고 뺨을 때리다니.”
도하연이 씩씩거리며 따지자, 김영중은 고개를 일단 끄덕였다.
“일단, 민기가 들어오면 처리할게. 태희 씨는 일단 쉬라고 전해줘.”
도하연은 그렇게 확답을 듣고, 다시 손목을 치료받고 쉬고 있을 때였다.
그의 눈에 지아와 육진욱같은 이들이 내려와서 쉬는 게 보였다.
물론, 이들은 꾀병이었다. 태희가 마찬가지로 별 증상이 없다고 하자 이들은 또 태희를 겁박했다.
“의사 불러!”
결국, 태희가 다른 진료 중이던 의사까지 불러 증상을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
지아는 침대에 멋대로 누웠다.
“충격이 있으니까 잠깐 정도 쉬는 건 괜찮죠? 무작정 내쫓으려고요?”
도하연은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결국, 그날 저녁 민기를 비롯해 간이 재판이 열렸다.
최미옥은 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고작, 하루 정도의 추가 작업을 명받을 뿐이다.
도하연은 이제 올라가는 민기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민기 오빠. 너무 약한 거 아니에요? 폭력이잖아요! 저런 경우 3일 이상 추가 작업이 아니었어요? 여태껏 그랬잖아요.”
민기는 도하연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올라가면서 한 마디 던졌다.
“그 사람 벌 많이 받아서 몸이 아프더라고. 잘못해도 사정을 봐가면서 벌을 주는 거야. 그건 네가 이해해줘라.”
도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떠나는 민기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이상해. 갑자기.’
엄격하게 잘 굴러가던 피난민센터에서 무언가 수상한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도하연은 그리고 그날 밤, 불침번을 명받았다. 그것도 짜증나기로 유명한 2~3시 타임을 말이다.
도하연은 사용하지도 못하는 총을 메었다.
‘그냥 나타나면 빨리 알리라고 했지?’
애당초 불침번 목적이 경보의 의미가 더 큰 만큼, 총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아파서 쏘지도 못하고.’
붕대로 감긴 손목을 매만지며 도하연은 바깥으로 향했다.
이 진지 전체로 10명이 빙 둘러서 사방을 관찰한다.
2~3시라는 한창 꿈나라에 갈 타이밍에 도하연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남자들은 이걸 2년이나 한다고? 진짜 싫다.’
억지로 졸음을 참으며 매니저가 가르쳐준 대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하지만 피곤함은 가시지 않았다. 추위에 자동으로 탭댄스를 추고 있는데, 옆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응?”
자기 구역이 아닌, 옆 사람의 담당 구역이었다.
도하연의 표정이 예리해졌다.
그때였다.
“꺄악!”
비명이 들리자, 도하연이 다급하게 무전을 때렸다.
“지금 어…. 제12 포인트 옆, 13포인트에서 비명이 났습니다!”
도하연이 어둠을 헤치고 13포인트로 다가갔다.
하지만 불침번은 보이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겨난 거로 파악한 도하연은 휴대폰의 빛으로 주변을 살펴보려 했다.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먹는 소리 같은 것이 말이다.
“기엑…. 그에엑!”
그 소리에 아픈 손목을 참으며 총을 양손에 들었다.
조금씩 앞으로 가자, 갑자기 한 여성이 튀어나왔다.
그건, 바로 지아였다.
“아….”
순간, 흐르는 어색한 공기. 하지만 그 뒤에 나타난 감염자에 다시 모든 이목이 쏠렸다.
‘언제 왔지?’
이미 일전에 본 뛰는 감염자일 경우 정말 위험하다.
도하연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하는 순간이었다.
툭.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밀었다. 아니, 밀 사람은 하나뿐이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기에는 기묘한 숨결이 그녀의 오감을 잠식했다.
도하연은 감염자 앞에 먹음직스럽게 떨어졌다.
감염자가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기에에엑!”
사정거리 안. 도하연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아픈 손목으로 소총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이 행동은 제주도서부터 직접 감염자와 싸워왔기에 나온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기엑! 기엑!”
위협스러운 손이 그녀를 향한다.
소총에 걸려 감염자가 바동거리고 있을 때, 그녀는 손목이 부러지라고 힘을 줘서 옆으로 튕겨내었다.
그리고 뛰었다.
‘어떻게 하지? 뛰는 감염자면 따라잡혀.’
뛰는 좀비의 속도를 며칠 전 눈앞에서 보았다.
쿵쿵.
심장이 요동치며 죽음의 기운에서 그녀는 벗어나려 했다.
“허억. 허억.”
그런데 이상하다. 뒤에서 쫓아오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참을 달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천천히 느릿하게 걷는 감염자가 보였다.
‘뛰는 감염자가 아니야?’
느릿한 감염자다. 그사이 다른 곳에서 총을든 이들이 달려와 감염자를 처리했다.
도하연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지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어머, 다행이네요?”
뻔뻔하기 그지없는 얼굴. 도하연은 그녀가 자신을 밀었다는 걸, 떠올렸다.
“지금, 미쳤어? 사람을 밀어?”
“무슨 소리여요? 제가 언제 밀었다고요? 혼자 넘어지셨는데.”
지아의 뻔뻔한 미소에 도하연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 올랐다.
“저 감염자. 걷는 타입이던데요. 대체 보초를 어떻게 섰길래 다가올 때까지 놔둔 거죠?”
“죄송해요. 제가 잘 못 봤어요.”
또다시 능청스럽게 사과를 한다. 도하연은 단숨에 멱살을 잡았다.
“지금, 공사 구분이 안 돼? 댁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댁 행위로 여기 전체가 위험해질 뻔했잖아!”
“무슨 소리여요? 전, 도하연 씨를 싫어하지 않는데. 왜 그러세요? 평소에 절 어떻게 생각하시길래?”
지아는 오히려 뻔뻔하게 나섰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지아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쳤어. 날 죽이려 한 거야.’
도하연은 소름이 끼쳤다. 그는 이걸 민기에게 말해. 제대로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런 부주의는 중벌이야. 저번에도 감시에 실패한 사람들이 자유시간도 거의 없이 일만 했으니까.’
규칙대로 처벌받으면 지아는 고통 받으며 일할 거다.
‘근데 고작 그런 벌로 되나?’
도하연은 무언가 억울했다. 살인 미수나 다름없는 범죄.
거기에 단순하게 잡무와 남들이 싫어하는 업무가 끝이다.
‘경찰이 없어서….’
행정이 마비되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법집행이 불가능하지 않는가.
간이 재판도 그래서 열렸다.
이런 세상에서 징역형은 오히려 안전한 수단. 할 수 없이 일을 더 부과하거나 그런 게 다였다.
도하연은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다음날이 돼서도 자지 못하고 간이재판을 구경했다.
엄벌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신민기는 의외의 판결을 내렸다.
“지아 씨가 위험했지만,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고 야간 불침번의 상황을 따져서 3일간의 봉사와 잡무를 하게 하죠.”
“네에?”
도하연은 기겁했다. 최소 일주일이 기본이었다. 최미옥과 육진욱도 마찬가지였는데, 지아의 형벌이 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최미옥 일행들이 일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이상해.”
도하연이 낸 말이 아니다. 다른 이 피난민 센터의 사람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몇몇 사람들은 일도 하지 않더라. 요즘 이상하지 않나?”
도하연은 자기도 모르게 대답할 뻔했다.
이상하다.
지금, 이 피난민 센터는 명백히 이상해지고 있었다.
9. 설동, 의기투합
설동은 예전에 본 영화가 생각났다. 수많은 괴물에게 쫓기는 주인공을 말이다.
얼굴이 특히 잘생겨서 기억에 남는다.
“내가 그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설동은 뛰었다. 가방과 도끼 하나를 들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의 뒤로는 수많은 감염자가 그를 애타게 부르짖고 있었다.
‘일반 감염자는 따돌릴 수 있어.’
설동은 뒤를 돌아보았다. 뛰는 자와 빨리 걷는 것보다 약간 느린 감염자.
당연히 토끼와 거북이처럼 거리를 벌려야 정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