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67
죽은 자, 죽은 동물들이 돌아온다.
근데 그게 기쁘던가? 가족들에게는 몰라도 제삼자에게는 아니다.
하물며 생면부지의 사람이면 더더욱.
“저······. 저거 뭐야!”
한꺽정은 극도로 당황했다. 야밤에 감염자 투성이인 도시를 가로질러 음식을 구해오던 이 의적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겁에 질렸다.
죽었던 이가 살아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야, 저거 계속 두드리면 좀비들이…….”
빈성우가 다급히 외쳤다. 그렇다. 시끄럽게 소리가 난다.
감염자들이 당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쾅! 쾅!
거기다가 설동은 거칠게 문을 부술 듯이 두들겼다.
“야! 사람 쏴놓고 편하게 있다고? 감염자랑 같이 빌딩 구경이나 해볼까?”
거기다가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윤주현이 얼굴을 구겼다.
“저거 쏴 버릴까? 어떻게 왔지?”
“근데 좀비가 말도 해?”
한꺽정은 잠시 고민했다. 2초도 안 되는 시간. 감염자들이 달려올 걸 생각하면 충분히 많은 시간이다.
“내가 책임질게. 2층으로 올라가 있어.”
“어? 꺽정이 너…….”
빈성우와 윤주현을 뒤로하고, 한꺽정은 1층에 홀로 남아 막던 짐들을 치워버렸다.
그리고 걸쇠가 걸린 유리문을 보았다. 거기에 여기저기 피가 묻은 악귀가 하나 있었다.
“참 빨리도 여는군.”
“…….사람은 사람인데.”
보통 감염자가 나타난 세상에서 저런 몰골이면 당연히 거부한다.
하지만 한꺽정은 보았다. 분명히 멀쩡히 되살아나는 걸 말이다.
다른 친구처럼 한 번이 아니다. 두 번이나 말이다.
그렇기에 이 이상한 자를 향해 한꺽정은 공포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뭐 하는 놈일까?’
그 감정으로 문을 열었다. 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말도 안 했는데, 바닥 쪽의 걸쇠를 잠갔다.
그리고 주변에 널브러진 짐들을 다시 쌓았다. 숙련된 것처럼 말이다.
한꺽정이 멍해 있자, 설동이 두리번거렸다.
“화살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상황파악은 됐나?”
“이봐. 우리도 원해서 쏜 거 아니라고. 근데 좀비를 데리고 오는 건 너무하지 않나?”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열어주지 않을 거잖아? 이걸로 퉁 쳐.”
설동의 태평한 말에 한꺽정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짓이야! 이 멍청아!”
윤주현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한꺽정은 황급히 입을 막았다.
“들려.”
“들리라고 하는 거야! 물티슈는 왜 건네준 거야!”
윤주현은 물티슈로 몸을 쓱쓱 닦는 신설동을 노려보았다.
“이봐요. 할 말 없어요?”
“멀쩡한 사람인 나를 향해 활을 쐈다. 끝.”
“뭐라고? 너 지금…….”
윤주현이 화를 내며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설동의 눈빛에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디, 사람 하나 잡아먹을 듯 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이상한 놈이었다면 진작 널 공격했겠지. 지금 내가 가만히 있는 거 자체가 이상한 놈이 아니라는 증거 아니야?”
“허 참…….”
윤주현은 반박은 못 하고 빈성우 곁으로 갔다.
한꺽정이 육포 하나를 물고 앞으로 나섰다.
“좋아. 좋아. 서로 감정은 접어두고 통성명이나 하지. 난 한백민. 이놈들은 날 꺽정이라 불러.”
“신설동. 여행 갔다가 감염자들한테 쫓겼다.”
신설동이 그러면서 가방에서 음료수를 들이켰다.
동시에 세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
“그래, 온 김에 선물하나 해주지.”
신설동은 사회생활을 할 줄 안다. 남의 영역에서 일단 위탁하려면 어느 정도 선물이 필요하다.
그는 음료수병을 나눠주었다. 한꺽정은 좋다고 받았다.
“키야, 수돗물만 먹다가 음료수라니….”
빈성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어디서 구했지?”
“비행기 수화물 칸에서.”
“그래. 그렇군. 그런데 넌 뭐지? 사람이야? 주현이한테 화살에 맞았잖아. 근데 지금, 어떻게 된 거야? 상처가 하나도 없어.”
가장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보았다. 이들도 설동을 분명 보았다. 화살에 맞고 감염자에 물렸다.
근데, 멀쩡히 부활해서 다니고 있다.
당연히 이상한 존재였다. 설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이상하게 볼 거잖아. 괴물이라고.’
옛 추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설동이는 괴물] [저게 사람이야? 선생님. 신설동이 이상해요!] [당신 자식이야? 괴물이잖아! 표정이 왜 그래? 우리 아이가 다치기도 하면 책임질 거야?]온갖 부정적인 기억이 떠올랐다. 남에게 자신의 신체적 비밀을 들킨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들켰다.
‘해야 해.’
설동은 말로 설명하기보다 몸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엑스맨 영화중에 울버린 기억하나?”
세 사람은 알기 쉬운 비교에 순간적으로 표정이 바뀌었다.
한꺽정이 반응했다.
“근데 매그니토가 짱인데.”
윤주현이 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시끄러워. 아무튼, 울버린이 왜? 왜 일어서?”
설동은 도끼를 들고 일어섰다.
“움직이지 마!”
윤주현이 황급히 활을 들어 설동을 노렸다. 하지만 설동의 도끼는 그들에게 가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검지로 향했다.
한꺽정이 그걸 눈치 채고 경악했다.
“설마?”
“잘 봐라.”
2초의 시간. 그 안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피가 쏟아지고, 설동이 고통으로 바닥을 굴렀다.
“커억! 으윽!”
잘린 손가락과 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모두 당황했지만,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잘린 부분에서 손가락이 그대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입이 벌렸다.
“세상에나….”
“미쳤어.”
빈성우와 윤주현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설동은 재생된 손가락을 매만졌다.
“내 몸은 어려서부터 이런 체질이었다. 감염자에게 물려도 멀쩡하고 감기도 안 걸렸지. 이제 설명이 됐나?”
“······.”
윤주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감염자도 충격적인데, 저건 더 충격적이다. 전체이용가 영화만 보다가 19세 등급의 영화를 맞이했을 때의 충격과 같았다.
빈성우가 그때, 윤주현을 툭 건드렸다. 저 기괴함과 놀라움을 뒤로하고 자기들이 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미안…….”
두 사람은 설동에게 사과했다. 설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본 사람 중 좋은 평가가 없었으니까. 괴물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어.”
당연한 시선이다.
한꺽정은 소탈하게 웃었다.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어쩌다 보니 동지가 생겼구먼.”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엄청난 사건의 연속이었다.
쉬고 싶지만, 다음 의제로 넘어가야 했다.
신설동은 반대로 궁금한 걸 물었다.
“왜 여기에 있지?”
“탈출 못 해서. 안타깝지만 여기는 버린 곳이야.”
한꺽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신설동은 가방에는 의복 한 벌과 음료수, 식량이 전부였다.
대신, 그 양이 많다. 힘이 좋기에 그야말로 처질 듯이 가지고 다닌 것.
그렇기에 혼자서 20일 넘게 생존이 가능할 정도였다.
“역시 통조림이 최고라니까. 라면은 물이 있으니까 편해. 근데 인터넷에 보니까 생존에 의외로 귀찮은 거래.
한꺽정은 신설동의 가방에서 나온 참치를 후루룩 먹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부스러기들과는 달랐다.
아무튼, 모인 4명은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파악했다.
-현재 위치(남동구)는 고립(위험)지역
-주변에 감염자 떼로 가득하다.
-빌딩에도 좀비들이 곳곳에 있다. 그래서 비상계단과 옥상이 주로 1, 2층을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는 사용할 수 있지만 감염자의 위험 때문에 1,2, 옥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층을 누르지 않는다.
-슈퍼나 마트에 식품들이 존재한다.
-군대가 보호하는 피난민 센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에 너무나도 위험이 크다.
-설동의 목적지는 서울 중랑구에 있는 피난민 센터
– 3인방의 목적은 인천 피난민 센터다.
한꺽정이 몸을 풀었다.
“좋아. 식사도 다 했으니 일단, 목적지 다르지만, 경유지는 같아. 인천 피난민 센터.”
약간 살집이 있어서인지, 체격이 꽤 커 보인다.
180 초반인 신설동보다 더 체격이 좋을 정도다.
설동은 그들을 예의 주시했다.
‘리더 같군. 저놈이 하는 행동을 보면.’
결정권자 역할을 하는 모습에서 손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신설동이라고? 어차피 위험하게 서울로 가기보다, 피난민 센터에서 군대의 도움을 받고 이동하는 게 낫지 않아?”
“그래. 위험지역 돌파는 너무 무리였다.”
괜히 아까운 식량만 날린 셈이었다. 감염자 사태가 만들어낸 혼란과 무질서에 제대로 당한 셈이다.
한꺽정은 지도를 펼쳤다.
인천 피난민 센터는 말이 인천이지, 부천시에 있다.
부천시 소사구. 그들이 있는 남동구랑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감염자만 어떻게 무시하면 갈 수는 있지만 차가 현재 없어.”
설동은 침착하게 피난민 센터까지 갈 방도를 생각했다.
걸어서? 절대 무리다. 감염자를 어떻게 피하겠는가. 위험지역의 좀비는 못 해도 수천이다.
윤주현은 지치며, 자리에 쓰러졌다.
“하아……. 지쳤어.”
그러자 빈성우가 얼른 부축해주었다.
“옥상에서 바깥바람 좀 맞고 쉬자고. 야, 꺽정아. 잠깐 도와주고 올게.”
“마음대로.”
한꺽정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설동은 그 눈에 왠지 모를 부러움이 가득하다는 걸 느꼈다.
“좋아하는 건가? 저 양궁…….”
“윤주현. 내 소꿉친구였어.”
한꺽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설동은 빈성우의 얼굴과 한꺽정의 얼굴을 순간 비교했다.
“음······.”
안타깝지만 외모가 가지는 이점은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는다.
빈성우는 매우 잘생겼다.
설동은 화제를 돌렸다.
“중요한 건, 식량 문제야. 생존하려면 식량이 더 필요해. 버티고 기회가 생기면 탈출하는 거야.”
“이곳 빌딩 전체를 터는 것도 한 방법인데…. 지금까지는 너무 무서워서 못했지. 하지만 축복받은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순간, 설동의 표정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하게 변했다. 적어도 분노가 더 크다는 건, 확실했다.
“내가 축복받았다고? 장난해?”
“장난이 아니야.”
한꺽정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넌, 최고라니까? 물려도 감염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이 체질 때문에 얼마나 고통 받았는데….”
“이제부터는 아니야.”
한꺽정은 손을 내밀었다. 이런 의외의 모습에 설동은 마음속 깊이 뜨거운 감정이 솟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넌 그 누구보다도 대단한 놈이다. 우리에게 희망이지. 지금 연애질 중인 성우랑 주현이를 봐봐. 네가 어떤 놈인지, 의문을 가질지언정, 능력에 대해 두려워하는 기색이 있어?”
한꺽정의 말에 설동은 잠시 굳어 있었다.
희망.
저주스러운 자신의 체질을 보고 한꺽정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내 능력이 좋다는 거지? 속물적이군.”
“난, 몸놀림이 보기보다 날래.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어. 주현이는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양궁선수야. 성우는 얼굴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지. 우리는 남들이 가지지 않은 걸 가지고 있어. 그렇다고 얼굴만 좋아요. 날랜 것만 좋아요 가 아니야. 그냥 날랜 몸을 지닌 꺽정, 뛰어난 활솜씨를 지닌 주현. 얼굴이 잘생긴 성우. 이렇게 표현해. 단순해. ‘재생능력을 갖춘 설동. 이 세계에서 희망이 되다.’ 좋지 않아?”
설동의 머릿속에서 크나큰 충격이 지나갔다. 이제까지 저주스럽고 숨겨야만 하는 체질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 어떤 것보다 쓸모가 있는 능력이다.
한꺽정은 자신에게 그걸 다시 알려주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쓸모 있는 능력.’
시점이 달라지고 설동은 그동안의 트라우마가 풍선 터지듯 쪼그라드는 걸 느꼈다.
자신의 체질에 괴물 취급하지 않은 건, 이들은 저들이 처음이었다.
한꺽정이 손을 내밀었다. 설동은 그런 그의 손을 잡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동료와 손을 잡았다.
한꺽정은 다시 소리쳤다.
“목표는 빌딩 수색! 내일부터 달리자!”
힘찬 외침. 하지만 윤주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지르지 마! 좀비들이 와!”
“미안.”
한꺽정은 바로 쪼그라들었다.
10. 빌딩 수색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