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68
파주. 정부는 지금 왜란을 피해 북상하는 선조처럼, 파주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덕진산성이 보이는 근처로 이들은 진지를 구축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진군은 일단 완성한 진지를 지키는 군인들을 보며 혀를 찼다.
“아예 산성으로 올라갈 것을.”
그는 전문가들의 의견에서 산 지형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인간의 몸인 이상, 산 지형이 방어에도 더 유리해.’
그래서 그는 아예 옛 왜란처럼 산성으로 올라가 대비를 하자고 건의했으나, 청와대는 그것을 거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산성에 있기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냥 근처 건물을 빌리고 그 근처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걸 먼저 했다.
‘산성은 최후의 보루란 느낌이군. 여차하면 저기로 갈 수밖에 없어.’
이미 대한민국 전 국토는 감염자로 넘치고 있었다.
정부는 이미 초기 대처에 실패하고 사태가 악화하였다.
그래도 정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일단, 피신했지만 이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박진군은 자신의 휴대폰을 보았다. 회의 연락이 오고 있었다.
“회의라…. 현재 상태로는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이미 총리도 연락 두절에 운용 가능한 부대도 이제 한정적이었다.
박진군이 청사 회의장에 들어가자, 대통령 윤정인의 고성이 들렸다.
“빨리 처리해야 해요! 지금 뭘 망설입니까?”
이미 대통령으로서 실패자로 기록된 윤정인은 장관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부가 어떻게든 수를 낼 때마다 섣부른 짓으로 피해를 더 키웠다.
회의장은 침묵하고 있었다. 대통령만이 흥분한 상태였다.
“파주 이곳은 안전합니까? 군대를 이곳에 집결시키세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모두가 아무 반론도 하지 못했다. 서슬이 퍼런 대통령의 기세에 박진군이 일어섰다.
“이미 전국에 부대가 흩어져서 다시 모으기는 어렸습니다. 연락이 끊긴 부대도 있고 또한, 수십만의 군대를 감당할 물자가 너무 부족합니다. 보급을 최대한 이곳으로 모은 다음에 모아야지요.”
“그래서 이 상태로 놔두자고요?”
“아닙니다. 우선 수십만으로 움직이는 게 비효율입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시간이 너무 걸려요!”
대통령이 역정을 낸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밑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박진군도 평소라면 이쯤에서 굽혔을 거다. 하지만 그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이미 부대 운용에 대한 들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빨리 처리한다고 상황이 나아졌습니까? 이건, 이미 단기간에 불가능합니다. 장기간 계획을 잡고 처리해야 합니다!”
“지, 지금 내게 화를 낸 거요?”
윤정인의 얼굴에 핏발이 섰다. 그야말로 항명이라 봐도 좋은 행동.
박진군은 당당히 맞섰다.
“이미 일선 부대는 소수정예로 조금씩 주변을 청소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연락이 되는 대로 다른 부대에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태여 이걸 다시 모은다고요? 이 바이러스는 다수가 모일수록 갑자기 발병할 수 있습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보급을 보내서, 지원해야 합니다. 여기로 모이게 하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나는 감염자는 없지 않습니까. 공중에서 보급하고 수송하면 됩니다.”
“박 장관!”
윤정인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대통령이 불편하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살벌한 기세가 서로 맞부딪칠 때였다.
보건복지부 장관 하민석이 기침했다.
“잠시만 진정하시고요. 제 생각에는 결국, 이 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하민석에게 움직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이러스를 분석하려면 이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야겠죠. 이미 섭외해두었습니다.”
그리고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쥐처럼 야비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그곳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김기철 연구소의 소장, 김기철이라고 합니다. 바이러스 관련으로 연구 중이죠. 감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정인은 화를 가라앉혔다.
“바이러스 전문가?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게 있소?”
“아직 연구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해외 랩들과 인터넷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촐한 시험을 하고 있죠. 밝혀진 건, 두 가지. 발병률은 뜻밖에 낮습니다. 아, 질병 기준으로는 높습니다. 1%를 훌쩍 넘죠. 보통 질병들의 발병률이 1%도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높은 편입니다.”
전문가의 말에 어느새 회의는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문제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급격하게 발전한다는 겁니다. 1%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 무난할 때의 이야기고요. 전쟁이나 다른 상황에서 이 수치는 크게 상승할 겁니다.”
“감정? 사람의 흥분 상태에 따라 변하는 건가요?”
하민석이 묻자, 김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흥분한다고 해도 바로 발병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우리 대통령을 보십시오. 화를 내도 멀쩡하지 않습니까.”
윤정인은 헛기침했다. 김기철은 미소 지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상황이라면 요? 확률적으로 1%라지만, 그 수치는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물어서 전염까지 시키죠! 이것까지는 외국 랩과 조사를 했습니다만….”
김기철은 헛기침했다.
“몇 개체를 두고 연구를 하는데, 아시다시피 세상이 이리되면서 저희는 연구를 진행할 돈이 없습니다.”
윤정인은 허리를 벌떡 세웠다.
“연구가 진행되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소?”
“백신을 만들 수도 있죠.”
그의 말에 회의장에 분위기가 변했다. 김기철은 힘주어 말했다.
“지원과 시간만 있다면 이 바이러스를 파악해 백신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정말이오?”
대통령의 질문에 김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 영원히 지속하는 바이러스는 없습니다.”
당당한 자신감에 회의실은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러면 한 번 지원을 해주겠소.”
“감사합니다.”
김기철은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야비하기 그지없었다.
한꺽정, 이 사내의 주변으로 빈성우와 윤주현이 섰다.
그와 조금 떨어져서 신설동은 도끼를 들고 섰다.
아직은 어색하다.
하지만 한꺽정은 바로 설동에게 다가갔다.
“뭘, 그리 떨어져 있어? 이제부터 함께 해야 하는데!”
“그래. 현재 뚫린 데가 어디라고?”
“1층, 2층. 3층부터 순회공연을 해볼까?”
야구 방망이를 든, 한꺽정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설동은 엘리베이터를 유심히 보았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층마다 어떤 곳이 있는지 보여준다.
‘2~5층이 사무실. 별로 영양가는 없겠어. 물 정도를 쉽게 쓸 수 있는 정도인가?’
이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이동하려 할 때 설동은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한꺽정이 뒤를 돌았다.
“야, 뭐야?”
“내가 어그로를 끌지. 그러면 너희가 진입하는데 쉬울 거 아니야.”
한꺽정은 놀란 눈이었다.
“그래도 돼?”
“내 몸은 괜찮아. 너희는 물리면 위험하잖아.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도 아직 경계를 안 풀었잖아.”
윤주현과 빈성우가 깜짝 놀라 했다. 두 사람이 아직, 설동에 대한 경계하는 것도 사실이다. 설동은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3층을 눌렀다.
도끼를 든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3층에 올라간 엘리베이터가 띵, 하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피로 물든 복도가 보였다.
“기…. 그….”
거기에는 감염자가 순찰을 하고 있었다. 설동은 도끼를 들었다.
상대가 반응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도끼로 머리통을 찍었다.
“키엑!”
한차례 발버둥 치다가 이내 감염자가 침묵했다.
‘일단 하나.’
고개를 들자마자 눈앞에 감염자 한 마리가 몸을 돌리고 있었다.
“아…. 원래 순찰이란 게 2인 1조였지?”
“키에에엑!”
맹수처럼 돌변한 감염자에 설동이 다급히 발을 들었다.
자기의 얼굴에 달려드는 걸 도끼로 막고, 발로 복부를 찬다.
‘경험했다고!’
이미 익숙한 패턴. 설동은 단숨에 상대가 도리어 발로 차버렸다.
“기….”
감염자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다. 설동의 도끼가 다시 힘차게 움직였다.
피범벅의 복도를 뒤로하고 다시 침묵이 감도는 복도. 3층의 사무실들을 하나둘 보다가 그는 유리문을 보았다.
거기에 열심히 돌아다니는 감염자들이 보였다.
‘7마리 정도인가?’
살짝 버거운 숫자지만, 어떻게든 잘 유도하면 도리 거다.
설동이 그곳으로 움직이고, 유리문을 열었다.
“기?”
“그으….”
맨 앞에 서 있던 두 마리가 그를 인식했다.
‘하나씩 처리 하는 거야.’
이 3층에서 가장 큰 사무실을 처리하면 나머지가 쉬울 거였다.
설동은 어느새 마치 혼자 살아남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반응하는 두 마리를 보다가 문 옆에 화분을 보았다.
‘다리를 향해 던지는 거야.’
화분을 들고 바로 던지자마자, 감염자 한 마리가 고꾸라졌다.
‘넘어진 놈은 안 돼.’
바로 옆이기에 무방비해진다. 설동은 오히려 한 마리 남은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간격에 들기 전, 설동이 먼저 뛰었다. 상대의 사정거리 밖에서의 기습. 감염자가 손을 뻗으며 달려가는 순간, 설동의 도끼가 먼저였다.
‘이다음!’
제주도에서부터 다져온 상대법은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단숨에 나머지 한 마리에도 도끼를 휘두르고, 두 마리를 끝냈다.
‘이제 또 끌어내서 처리하는 거야.’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5마리라고 생각한 순간, 웬 감염자 한 마리가 일어서는 게 아닌가.
“기에에엑!”
그 감염자는 뛰고 있었다.
“왜 바닥에서 일하고 있어? 망할 놈.”
하지만 소리에 이끌린 다른 좀비들이 움직이면서, 설동은 뒷걸음질을 쳤다.
무섭게 달려드는 뛰는 감염자와 설동은 바닥을 굴렀다.
물론, 기세를 잡은 건, 설동이었다.
“이 자식!”
그야말로 온 힘을 쓰며 뛰는 감염자를 바닥으로 눌러버렸다.
하지만 움직임이 거칠다. 확실하게 처리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점점 감염자의 소리가 가까워졌다.
‘위험해.’
공포감이 드는 그때였다.
“엎드려!”
설동은 귀신같이 몸을 숙였다. 그 위로 무언가가 바람같이 날아갔다.
설동의 옆으로 감염자가 쓰러진다. 이마에 화살이 꽂힌 채로.
‘화살?’
고개를 든 순간, 한꺽정 패거리가 보였다.
“야! 먼저 가면 어떻게 해?”
한꺽정은 야구 방망이를 설동의 뒤로 던졌다.
빡, 다시 감염자 한 마리가 스러지고 빈성우가 긴 대걸레를 들고 감염자를 밀어내는 게 아닌가.
설동은 눈앞에서 바동거리는 뛰는 좀비의 머리통에 도끼를 쑤셔 박았다.
“빠르네.”
삽시간에 위기가 사라졌다. 남은 감염자들이 손을 뻗었지만 윤주현의 화살이 먼저 한 마리를 처리하고, 설동의 도끼가 마무리를 지었다.
‘그래, 애들도 같이 있어.’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 위험을 담보로 할 필요가 없었다.
몸으로 깨달은 동료들의 도움. 설동은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아주 좋은 사냥법이 생각나는데.”
설동은 나머지 3명에게 웃으면서, 다른 사무실로 향했다.
그 앞에서 설동은 거칠게 문을 두들겼다.
“야! 나와!”
“기에에엑!”
안에서 들리는 소리. 설동은 윤주현에게 신호를 보냈다.
문고리를 잡고 설동은 다리 하나를 뻗은 채, 몸을 숙였다.
끼익.
문이 열리고, 네 마리의 감염자가 튀어나왔다.
설동의 다리에 걸린 게 한 마리. 윤주현의 화살에 걸린 게 한 마리. 설동의 도끼로 한 마리. 빈성우의 밀대에 좀비가 밀려 넘어졌다.
한꺽정이 설동이 넘어트린 감염자에게 갔고, 설동은 빈성우가 넘어트린 감염자를 처리했다.
한꺽정이 만세를 했다.
“대박이다!”
“이렇게 쉬웠어? 세상에나.”
1분도 안 되어 일어난 일. 이들은 서로 힘을 모아 3층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꺽정은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며 웃었다.
“이 시국에 커피라니. 그래도 열심히 일한 자들에게 이 정도 휴식은 있어야지.”
그러다가 그는 곳곳에 널린 시체들을 보았다.
“음. 좋은 비주얼은 아니네.”
3층은 깨끗하게 청소가 됐다. 문이 열리지 못한 곳을 제외하고 이들은 3층을 안전 구역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시체를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설동은 지치지도 않는지, 시체들을 죄다 바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빈성우와 윤주현은 신설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한꺽정이 자기 멋대로의 행동으로 들어온 남자. 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열심히 하네.”
빈성우는 커피를 마시면서 고개를 저었다.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