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71
설동은 편안한 기분에 잠시 여기서 호텔같이 느껴졌다.
‘감염자만 아니라면.’
하지만 그 아래로 보이는 현실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어떻게든 탈출해야 해.’
탈출 수단인 차가 필요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죽은 감염자의 차키로 일일이 찾는다고 쳐도, 시동이 걸리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어떤 차량인지도 몰라.
하필 지하주차장도 마련하지 않은 빌딩이다. 근처에 기계식 주차장이 있지만, 그거 한 번 돌렸다가 오만 감염자를 모을 수도 있었다.
복잡해진 머리에 설동의 표정이 굳어질 때였다.
빈성우가 다가왔다.
“뭘, 걱정해?”
“앞으로 빡셀 거 같아서.”
“걱정하지 마. 우리 파티는 무적이라고. 게다가 주현이 말처럼 천천히 하면 돼. 오후에는 오피스텔 한번 뚫어보자. 샤워한번 시원하게 해야 하지 않겠어?”
빈성우는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의심했는데, 넌 진짜 괜찮은 놈이야.”
“그래?”
“정말로. 이러니저러니 해도 희망이 생겼어.”
빈성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설동은 이런 사람의 호의에 역시나 따뜻한 미소로 대응했다.
“그럼 식사를 다 했어? 그러면 오피스텔을 한 번, 가볼까?”
이들은 단숨에 6층으로 향했다.
오피스텔이 가득한 6~8층.
이들의 움직임인 이전보다 단단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대범해져 있었다.
설동의 뒤에 바로 빈성우와 한꺽정이 붙었을 정도였다.
윤주현이 걱정할 정도였다.
“꺽정아, 너무 앞이야!”
“걱정하지 마!”
이제 오피스텔 복도에 돌아다니는 감염자가 보였다.
“기…….”
설동이 시선을 끌자 바로 빈성우가 밀대로 넘어트렸다.
한꺽정의 자신감 넘치는 스윙이 이어졌다.
한층 자신감이 붙은 이들은 오피스텔의 문을 두들겼다.
“열려라! 열려!”
일부러 소리를 지르고 설동은 복도의 문들을 빠르게 열었다.
잠긴 곳도 있지만, 열리는 곳도 있다.
다만, 설동도 과감해져서인지 문을 열고 바로 다음 문을 열고 있었다.
보통은 사람이 없는 곳도 있지만, 지금처럼 감염자가 뛰쳐나오는 것도 있었다.
“기…….”
설동의 뒤에서 뛰쳐나온 감염자가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상대를 향해 달릴 때였다.
그 움직임은 뛰는 좀비와도 같았다.
“기엑!”
감염자의 입이 방심한 설동의 등을 노릴 때였다.
감염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뛰어들던 몸은 스스로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설동이 무심하게 뒤를 돌자, 머리통에 꽂힌 화살이 보였다.
“역시, 명사수야.”
윤주현은 화살을 뽑으며 화를 냈다.
“위험하잖아! 자칫하면 너도 맞을 수 있었고.”
“네 사격 실력을 믿은 거야. 어차피 뒤에서 쏴줄 거니까.”
이런 설동의 발언에 윤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기고만장했다.
“참 내. 입에 침이나 바르시지.”
“그러면 이곳도 정리됐지?”
이제 6층이 정리되었다. 문이 열리는 곳은 5곳. 이들은 샤워도 할 수 있는 공간에 만족했다.
“샤워다!”
“이제 좀 사람답게 씻겠네.”
“휴식!”
세 사람은 바로 방 하나씩을 잡고 샤워에 들어갔다.
설동도 마찬가지다.
‘그래, 믿을 수 있었어.’
이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설동은 남에게 자기 등 뒤를 맡겼다.
신뢰.
조금씩 이런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후 4시.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할 거다.
이들은 그러기 전에 마무리 작업을 시도했다.
윤주현이 양궁을 든 채로, 창문 앞에 대기했다.
빈성우가 냄비를 들고 창문 앞에서 신나게 두들겼다.
“좀비들을 스스로 모은다니. 이거 완전히 미친 생각이야 아니, 그랬었지.”
그가 두드리는 대로 소리에 이끌린 감염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기….”
“그….”
10여 마리에 가까운 감염자들을 보고 윤주현이 화살을 조준했다.
설동은 옆에서 긴장했다.
“빗나가지 않게 주의해.”
“뭐? 지금 누구한테 그런 걱정이야?”
윤주현의 손에서 활시위가 떠나갔다. 유려하게 날아간 화살이 정확히 감염자의 머리통을 맞추었다.
“지금 10점의 수십 배는 되는 과녁이 있는데 이걸 못 맞춘다고?”
설동은 대답 대신 엄지를 들었다.
윤주현은 총 11발의 화살을 삽시간에 감염자들에게 맞혔다.
걸린 시간은 15분.
남은 건, 뒤늦게 온 감염자 두 마리 정도였다.
한꺽정이 밧줄을 잡았다.
“그러면 처리해볼까?”
설동이 그를 말렸다.
“가다가 물리면 어쩌려고? 이런 건, 내 역할이야.”
설동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감염자들이 그를 향해 손을 벌리고 있다.
허리춤에 매어둔 도끼가 삐걱거리며 뽑혔다.
“후우.”
잠시간의 침묵. 설동은 이제 바로 아래에서 손을 뻗는 감염자를 보았다.
‘저놈, 움직임이 민첩해.’
뛰는 좀비같이 활달한 감염자가 손을 휘두른다.
“날 원해? 나도 널 원하는데.”
의견이 하나가 된 순간, 설동이 밧줄을 손에서 놓으면서 그대로 떨어졌다.
쩌억, 하는 시원한 소리가 들리고 감염자의 머리가 쪼개졌다.
“나머지 하나….”
설동이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다른 감염자가 덮쳐들었다.
“여자도 아니고, 왜 내가 너랑 굴러야 하는데!”
억울함에 감염자와 뒹구는 상황. 이제는 한꺽정의 차례였다.
“내가 왔다!”
한꺽정은 아등바등하는 설동을 도와주러 그대로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빡!
감염자의 머리통이 그대로 몸과 떨어져 나갔다.
“애네 보면 은근히 내구력이 약한 거 같아.”
“유리 대포 아니야? 게임에서 치면 공격력과 방어력을 맞바꾼 애들.”
“그렇기도 하겠네. 만약에 공격력과 방어력이 보강된 감염자가 나오면 대박이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들은 농담을 나누며 다시 주변을 보았다.
설동은 아직도 바글거리는 감염자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오피스텔까지 일단 정리됐으니 며칠 동안 이 작업만 반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그래, 그러면 밤털이도 쉬워질 테고 말이야.”
이제 석양이 지는 시간이다. 이들은 다시 밧줄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닫았다.
그 뒤로 3일. 이들은 차 키를 모아둔 채, 주변의 감염자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냥하는 통로로 이제 소리만으로 오지 않을 정도로 수를 줄였다.
오죽하면 한꺽정이 나서서 유도를 할 정도였다.
“야! 여기라고! 이쪽으로 와서 놀자!”
한꺽정이 소리를 치며 주변의 감염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설동은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저거, 내가 해야 더 안전할 텐데.”
빈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싸우는 거라면 몰라도 도주하는 건, 꺽정이가 제일이야. 오히려 안전해.”
빈성우의 말 대로였다. 한꺽정은 감염자들을 끌고 열심히 뛰다가 밧줄을 향해 뛰어들었다. “으랏차! 히핫!”
괴상한 기합을 내던 그는 단숨에 밧줄은 혼자서 타며 올라갔다.
설동은 혀를 내둘렀다.
“너, 저거 본 거 같아. 예능에서 레슬링 국대들이 밧줄 타고 올라가는 거로.”
물론, 전문 운동선수만은 아니지만, 역시나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윤주현이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숫자가 조금 많지 않아?”
다만, 이번에는 약간 문제가 발생했다. 끌고 온 건 좋았는데, 그 수가 20마리가 넘는 엄청난 숫자였던 거였다.
“화살을 쏜다 해도 나머지를 처리하기가 힘든데?”
한꺽정이 머리를 긁었다.
“어…. 밤에 내려가서 처리할까?”
빈성우가 저들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절대로 아니야. 너무 위험해. 숫자가 한둘도 아니고.”
모두가 고민에 빠질 때였다. 설동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갔다.
설동의 시야에는 이들이 가끔 쉬던 의자로 향했다.
그는 의자를 들고 다가왔다.
“잡기 물들 깡그리 던져버리자.”
윤주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어차피 저기 모여 있으니까. 근데 의자로 돼?”
“꼭 2층에서 던질 이유는 없잖아?”
설동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렇다. 이들은 6층에서 의자와 책상들을 들고 창문 앞에 섰다.
2층에는 윤주현이 계속 소리를 질렀다.
“야! 이쪽으로 와봐! 멍청이들아!”
감염자들이 그들을 보며 손을 내뻗고 있었다. 이윽고, 설동과 한꺽정 빈성우가 책상부터 낙하시키기 시작했다.
다만, 정확하지는 않다. 홀로 좀 떨어진 감염자 위로 낙하했다.
빈성우가 당황했다.
“어? 방향이 이상한데?”
설동은 의자를 내던지며 외쳤다.
“상관없어. 열 마리 이하로 줄이면 돼.”
그야말로 임진왜란 행주산성 전투를 보듯, 감염자를 향해 이들은 던질 수 있는 건, 모조리 던졌다.
그리고 이들은 포병들이 포탄 각도를 재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파악했다.
“낙하가 뭐 저따위야?”
10여 개의 기물을 던져서 제대로 당도한 건, 5개도 안 되었다.
그나마 두 마리씩 죽은 게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들은 이삿짐센터 직원처럼 추가로 물건을 날라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남은 게 열 마리 이하가 되자, 윤주현의 화살이 매섭게 쏘아졌다.
백발백중. 정확히 머리만 노리며 감염자들이 쓰러졌다.
남정네 3명은 보면서, 환호했다.
“이야, 꽤 죽였다. 이 정도면 우리 빌딩 근처는 괜찮겠는데?”
희희낙락할 정도로 성과가 좋다. 이들은 2층에 내려가 윤주현하고 다시 하이파이브 했다.
“이걸로 꽤 줄이지 않았어?”
“그래, 이거 밤털이 갈 때도 괜찮겠는데?”
마치 대첩이라도 벌인 것 같았다. 이미 3일 동안 수많은 감염자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설동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100마리가 넘어. 이 정도면 진짜 근처까지는 간단할지도 몰라.’
이곳에서 버티기로 한 후, 문제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설동은 한꺽정, 빈성우와 같이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
“감염자는 혹시 모르니 만지지 마. 내가 처리할 테니.”
이들이 화살을 제거하고 설동은 감염자들을 한데 모았다.
그러면서 한적해진 빌딩 앞으로 보았다. 물론, 더 나아가면 아직도 득실득실 하지만, 적어도 안전범위가 늘어난 건, 확실했다.
그는 윤주현을 찾았다.
“윤주현! 차 키 좀 던져 줘!”
이제 이들은 차량을 조금이나마 확인해야 한다.
윤주현이 차 키 10개를 던졌고, 빈성우와 한꺽정이 빌딩 근처의 차량에 신호를 보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