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74
“그런 중요한 건, 나한테 보고를 하고 진행해야지! 여기 부서에서 네가 왕이야? 언제부터 그렇게 컸어? 내가 우스워?”
“아닙니다.”
신지석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놈들 식량을 뺏어오랬지. 협상하래? 아주 상사 말을 개똥으로 알아.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흥분한 그를 말리는 건, 장미연뿐이었다. 나머지는 적대적인 시선을 보일 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하세요. 과장님도 잘 돼보려 한 거잖아요.”
“야! 장미연. 넌, 자꾸 왜 편을 들어. 부장의 권위가 달린 거라고.”
“아까 활 든 사람도 있는데 저 사람들이 적으로 돌리면 성가셔요.”
“하…. 진짜, 무능한 부하 때문에 부장인 내가 고생이지. 고작 라면 몇 개만 갖고 와? 냄비가 몇 개인 줄 알고? 무작정 오케이 하지 말란 말이야. 조금 더 얻어내고 가야지.”
부장은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답했다.
“하여간, 거래 할 줄도 모르는 놈. 그래서 그놈들 전화번호는 있나?”
“네. 있습니다. 줘봐. 내가 더 알차게 해주지.”
부장은 호기롭게 전화기를 들은 다음, 바로 전화로 연결했다.
“안 받네?”
하지만 상대는 받지 않는다. 신지석은 한숨을 쉬었다.
“한창 돌아가고 있는 전화를 어떻게 받아요.”
“알고 있어! 나 참.”
부장은 바로 문자를 두들겼다.
-협상을 다시 해야 할 거 같은데
-뭔데 반말이야? 너 과장 아니지?
반응 하나는 화끈했다. 부장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당연했다.
-부장이다. 우리 과장이 좀 개판을 쳤더군. 차 키를 달라고? 근데 이걸로는 안 되지. 고작 식량을 이 정도로 주고? 어림도 없다.
-개소리야. 너 의견 따위는 안 중요해. 그리고 식량은 그게 끝이 아니라 너희가 더 사람을 보내서 가져가면 되잖아. 머리가 안도냐?
-시발 놈이 어디서 자꾸 어른한테 욕질이야?
-어쩌라고 이미 협의했으니 우리는 그대로 진행한다. 파기한다고? 우리 식량에 손대기만 해봐. 모가지 날린다.
“이, 이…. 개새끼가!”
부장은 열이 차올라서 기어이 보내서는 안 될 문구를 보내었다.
-그래! 꺼져라. 너희같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과는 누가 해. 너희는 버스에 절대 못 탄다.
-그러던가. 어차피 우리 아니면 굶어 죽을 놈들이.
박 부장은 전화기를 내던지려 했다. 신지석이 놀라서 손을 붙잡았다.
“제 휴대전화예요.”
“어이고. 이 상황에서 잘도 한다.”
부장은 한심해 하며 신지석을 쳐다보았다. 그때, 인시현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부장님! 지금 뭐하신 거예요. 그 사람들하고 협의한걸. 깬 거예요?”
“아니, 인 사원! 지금 부장한테 반항이야?”
“지금 깬 거 맞냐고요? 우리 식량 어떻게 할 거예요? 누가 구해오는데요?”
“밤에 몰래 가져오면 되잖아!
부장이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인시현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적대할건데요. 갔다가 죽으면요?”
“아! 지금, 그게 중요해? 그놈들 졸라 싸가지 없더만.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은 있어?”
“결국, 대책 없이 일만 내지른 거네요.”
인시현이 경멸하듯 쳐다보는 그때였다.
부장이 주먹이 인시현을 향해 날아갔다.
“오냐 오냐 하니까 아주 건방져! 나가! 나가라고!”
분노한 부장의 억지. 인시현은 바닥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를 편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장은 화를 내며 라면을 들었다.
“출출한데 라면이나 끓여 봐. 그래 이거라도 먹어야지.”
부장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니들, 정신 차려 봐. 그냥 오늘 식량 가지러 다시 가면 되잖아. 왜 그 편한 걸 생각 못 해. 바로 그놈들도 지키고 있지는 않을 거잖아. 신 과장. 빨리 애들이랑 같이 가.”
“안 가요.”
“뭐?”
그때였다. 신지석이 일어나더니 별안간 부장 손에 있는 라면을 빼앗아버렸다.
“너 뭐하는 거야?”
“부장님. 작작하세요. 가려면 혼자 가세요.”
신지석의 눈에 살기가 보였다.
1. 판도
박 부장은 나름 출세가도를 달려온 인물이었다. 동기들을 짓밟고 악착같이 올라와 기어이 부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내가 얼마나 회사에 헌신했는데. 나만큼 일하는 사람 있어?’
그만큼, 부하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굴렸다. 자기 정도는 해야 제 몫을 한다고 믿었다.
절대 충성하고 자기는 그런 충성한 자들을 이끈다.
이런 마인드가 박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게 깨지고 말았다.
신 과장. 자기보다 한참 어린 후배가 지금 자신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신 과장……. 지금 뭐라고 했지?”
“이제 그만하세요. 기껏 도와줄 사람을 구했는데…. 우리한테 도움이 된다고요.”
“야!”
박 부장은 분노해 소리를 질렀다. 평소였다면 달려가서 후려쳤을 거다.
하지만 지금, 박 부장은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신 과장의 살기가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박 부장의 나이는 51세. 신 과장의 나이는 33살.
신체적으로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다.
박 부장은 권위를 사용했다.
“지금, 상사에게 대하는 태도가 뭐야!”
“아니, 좀 빠져요. 기분 개 같으니까.”
신 과장은 이전과 달랐다.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짜증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부장님. 그 사람들이 감염자 잡는 거 못 봤죠? 가만히만 있으면 알아서 해준다는데 왜 그걸 깨요? 그것도 멋대로. 판단력 한 번 멋지네요.
“뭐?”
노골적인 비꼼도 이전에는 없던 태도였다. 박 부장은 눈깔이 뒤집히는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살기고 뭐고 저건, 벌해야 한다.
“이 새끼…….”
평소라면 거침없이 신 과장의 뺨을 지나갔을 손바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도 못 가서 멈췄다.
박 부장의 팔목을 신과장이 잡은 거다.
“그 정도만 해요. 개 같으니까.”
“개 같다고?”
“그럼 시발놈 할래?”
상상도 못 할 발언이 연이어 튀어나오자, 박 부장은 충격에 멍하니 서 있었다.
신 과장의 태도가 돌변하고 있었다. 공달영 인턴이 놀라서 달려왔다.
“과, 과장님.”
“달영아. 잠깐 나와 봐. 우리 생존이 걸렸다.”
신지석은 그대로 인턴을 밀치고 부장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 나랑 민준이, 준식이가 개고생하면서 식량을 찾아다닐 때 댁은 뭐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
박 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가 막혀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무서워서였다.
이미 늙은 박 부장은 권위가 아니라면 신 과장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신지석은 그에게서 받은 식량을 빼앗았다.
“이건 내가 구해왔으니까 압수하죠. 뭘, 먹고 싶어요? 그만큼 뭘 하시면 됩니다.”
신지석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는 그 사람들과 협력합니다. 모두 동의합니까?”
그가 묻자, 강 차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에 신지석은 가슴 한가운데서 무언가가 차올랐다.
‘그래, 이제는 달라졌잖아. 회사? 지금 생존 시기에 뭐가 그런 건 필요 없잖아?’
가슴 속에 사슬처럼 놓인 부장이라는 무게가 한 방에 날아간 기분이었다.
지금은 이곳에서 중심을 가진 이는 신지석 하나뿐이다.
‘별거 아니잖아?’
신지석이 화를 내자, 부장은 감히 덤비지 못했다.
모욕적인 언사도 폭력도 이제 하지 못한다.
이들은 이제 가지고 온 라면을 일제히 끓이기 시작했다.
냄비 세 개에 휴대용 버너. 열심히 이들은 라면을 끓여 먹었다.
강 차장은 어쩔 줄 몰라 하다 슬쩍 합류했다. 박 부장은 먹지도 못하고 성을 내며 사라졌다.
이날, 이곳의 권력구도가 요동쳤다.
설동일행은 다시 그들의 빌딩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순서를 반대로 하여 한꺽정이 능숙하게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나머지는 도움 없이 올라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시금 안전하게 빌딩에 올라가서야 설동의 내용을 알아차렸다.
윤주현은 흥분했다.
“완전 싸가지 아니야? 이게 누군데?”
“우리랑 협의한 사람이 과장이었으니까…. 더 높은 사람이겠지? 그때 우리보고 뭐라 했던 그 늙은이 한 명 있잖아.”
설동의 말에 세 명은 가기 직전 뭐라고 시끄럽게 하던 중년을 떠올렸다.
한꺽정이 바로 흥분했다.
“장난쳐? 우리도 식량 훔쳐간 거 눈감아주고 나눠줬는데! 집어치워!”
빈성우는 약간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면 우리 차량은 어떻게 하지? 결국, 우리도 탈출해야 하잖아.”
다시 일행은 침묵했다.
그렇다. 바로 이게 가장 중요했다.
피난민센터로 가기 위해 차가 필요하다.
빈성우는 다시 바깥을 향했다. 마치 정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대부분 공간이 칠흑처럼 변해있었다.
“차량도 오랫동안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막상 차를 타고 가려 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적어도 수개월은 지나야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여기에 있으면 탈출 수단이 사라진다는 거지.”
“아!”
한꺽정이 별안간 소리쳤다.
“우리, 식량! 어떻게 지키지? 다 가지고 오려면 적어도 이틀은 소요될 거 같은데.”
윤주현은 활을 들었다.
“그냥 보자마자 쏴버릴까? 너무 재수 없는데.”
“주현아. 우리 마음이 맞는구나. 내가 앞에서 신호를 줄게!”
윤주현과 한꺽정이 전투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설동이 나섰다.
“일단은 우리도 죽은 감염자들한테서 차 키를 꺼내서 확인해봐야지. 우리도 혹시 모르니까.”
빈성우가 바로 동의했다.
“그래,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 솔직히 다른 수단 없이 저들과 반목하면 좀 그래.”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설동은 다시 화난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솔직히 감정은 이해하겠는데. 이게 그 과장보다 높은 아저씨의 의견일 확률이 높아. 알잖아? 뭔 일을 해도 결국, 결정권자가 ‘어흠!’ 하면서 방향 유도하면 가는 거.”
윤주현은 머리를 매만졌다.
“그렇다지만, 결국 상급자 의견에 거스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잖아. 게다가 저렇게 면전에서 약속하고 뒤통수치는 사람하고 다시 화해하기는 그래.”
한꺽정도 다시 거들었다.
“진짜 또 뒤통수 칠 거 같고. 당장 식량부터 사수하자.”
하지만 설동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사태 때, 제주도에서부터 인천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았다.
‘너무 몰아붙이면 오히려 좋지 않아. 무엇보다 가진 게 있는 사람한테는.’
홀로 지낼 때, 커플과의 마찰을 떠올렸다. 설동은 냉정하게 자기들 상황을 파악했다.
상대는 자기들의 식량위치도 알고 있고, 약탈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쳐들어가기에는 주변의 감염자도 문제고, 화살로 뚫을 수도 없는 공간이기도 하고.’
쳐들어가도 문을 걸어 잠그면 방법이 없다. 심지어 감염자를 몰고 오면 탁 트인 공간에서 그들이 위험하다.
설동은 여러 조건을 따져서 그들과 다시 연락하는 걸 택했다.
“다시 연락하자. 차장인지, 부장인지 모를 상급자 말고 우리랑 연락했던 과장.”
“굳이 그래야 해?”
한꺽정이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설동은 천천히 설명했다.
“뭐든지 잃을 게 없는 놈들이 무서운 법이야. 우리는 지킬 게 많아. 정말로 끝까지 척을 세우면 과장도 적 편으로 돌겠지. 아예 적이 되면 이제 밤털이도 위험해져.”
“그건 그렇기는 한데….”
“항상 극단적으로 싸움이 붙으면 잃을 게 많은 놈이 손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하자고. 적어도 과장은 협상 의지가 있으니 그걸 믿는 수밖에.”
설동은 그들을 설득한 다음에 다시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 과장님. 통화할 게 있는데요. 그 아저씨가 한 말은…….”
“아, 우리 부장님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이야기했으니까. 그냥 하던 대로 쭉 가면 돼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굉장히 희열감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설동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협상의 연속이다.
“그러면 협의한 건, 그대로 이행. 맞죠?”
“네. 물론이죠. 걱정 없어요. 하면 됩니다.”
이상하게 밝은 목소리였다. 설동은 통화를 마쳤다.
“그대로 가자는데? 잘 말했대.”
그의 말에 빈성우가 반색했다.
“다행이야. 그래도 말은 잘 했나 보네.”
설동은 안도했다.
“이제부터는 소탕작전만 주구장창하자. 까짓 거 한 달 정도 청소하면 그쪽 라인으로 가면 감염자가 무한도 아닌데 못 가겠어?”
“그래,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지. 장기적으로 소탕하면서, 차량 쪽으로 접근하자.”
이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했다.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설동은 언제나처럼 감염자들의 시체에서 이것저것 뒤지고 있었다.
주된 목표는 당연히 차 키였다. 그들이 죽은 감염자 중 차량을 가진 이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다만, 감염자들이 모두 그들이 죽은 감염자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하도 죽인 감염자가 많다 보니, 일반적인 감염자가 섞여 있을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어라?”
설동은 시체를 뒤지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치 잠을 자듯 앉아있는 감염자. 여기저기 물어뜯긴 것 외에는 그들의 공격을 받은 흔적이 없었다.
설동은 도끼를 든 채 웃었다.
“편하냐?”
“기…….”
바로 반응하며 일어서려는 감염자. 바로 설동의 도끼가 춤을 추었다.
피가 뿜어지고 감염자는 처리되었다.
오로지 설동밖에 못하는 것. 빈성우는 윤주현과 한꺽정과 같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든든하네.”
정말로 든든했다. 감염 걱정도 없고, 죽지도 않는다.
감염자와의 대결도 1:1에 한해서는 무적이나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