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77
몰이사냥.
약간 위치가 달라졌지만, 방식은 결국 똑같다. 한꺽정이 하는 걸, 설동이 도맡을 뿐.
설동이 한두 마리씩 끌고 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철제계단을 두들기며 한 마리씩 유도했다.
감염자가 천천히 올라오고, 활짝 연 문 아래에는 옷걸이를 연결한 줄이 있었다.
“기…….”
감염자들이 문 앞에서 선 설동만 보려다가 줄에 걸려서 넘어졌다.
“쳐요!”
뒤를 이어 신지석이 소화기로 머리를 내려쳤다.
설동도 도끼를 휘두르면서, 단숨에 감염자를 척살했다.
그리고 지켜보던 인시현은 한마디 했다.
“간단하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되게 생각했던 거에 비해서….”
설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니야. 그리고 이걸 반복한다. 대신, 다른 사람들도 해봐야겠지?”
설동의 말에 장미연과 인시현이 침을 삼켰다.
강차장이 그때 나섰다.
“여자들은 좀 봐줘야지.”
“왜요?”
설동이 되묻자, 강 차장은 당황했다.
“아니, 그게….”
“지금 모두가 싸워야 할 판에 누굴 빼요? 여기서 예외가 어디 있다고요? 아저씨도 해야 해요. 돌아가면서 익숙해지게 말이죠.”
신지석은 그런 설동의 태도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일단 오늘 하루는 안심이야. 빨리 습득해서 내가 보여줘야 해.’
지석은 설동이 다시금 바깥으로 나가서 감염자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유심히 보였다.
‘소리를 낸다고 무조건 감염자가 따라오는 게 아니야. 가다가 포기하는 것도 있어. 근데, 저 사람은 간격을 잘 지키네. 필요한 것들만 끌고 오고 있어.’
다시 시작된 사냥. 신지석은 이전보다 수월하게 감염자를 내리쳤다.
설동은 강 차장이 놓친 감염자를 찍고 일어섰다.
“이걸 반복해야 해요. 전, 오늘만 온 거니까. 알아서 계속 잡아줘야. 우리가 빨리 이 컨테이너로 접근 할 수 있어요.”
설동은 세 번째부터 빠졌다. 그때부터는 직접 이 컨테이너 사람들이 스스로 해야 했다.
물론, 순탄치 않았다. 일단, 몰이부터가 문제였다.
신지석은 조금씩 소리를 내서 감염자들을 유도했다.
발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지만, 그는 해내었다.
“온다! 와!”
그가 실수로 옷걸이에 걸려 넘어지기는 했어도 결국, 임무는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미연이 그에게 다가갔다.
“진짜 용기 넘치시네요.”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인시현이 몽둥이로 감염자의 머리를 치고, 공달영이 열심히 내리치고 있었다.
‘잘 돌아가고 있어.’
한차례 몰이가 끝나고, 신지석을 향해 박주식이 달려들었다.
“우리 과장님이 용기를 내 끌어오셨는데. 박수 주죠. 우리도 할 수 있네요.”
“야, 하지 마. 뭘, 그러냐. 누군가는 해야 할 걸 한 것뿐이야.”
신지석은 속으로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박 부장을 보았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자신에게 밀린 채, 구석이 쪼그라들었다.
처량한 모습에 신지석의 마음에 작은 우월감이 치솟고 있었다.
설동은 스스로 해내는 이들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문제는 없을 거 같군.’
그는 휴대폰으로 기다리고 있을 3인방에게 연락을 취했다.
-설동: 대강 끝냈다. 한두 마리씩 잡게 해줬어.
-주현: 올 ㅋㅋㅋㅋㅋ 어떻게든 성공했네?
-성우: 그러면 이제 우리도 좀 편해지는 거 맞지?
-꺽정: 이걸로 피난민센터로의 탈출계획이 한 발 더 앞서겠네. 나이스! 오늘 파티다.
-주현: 야! 식량을 나눠서 함부로 쓰면 안 돼
-꺽정: 아…. 맞다.
작업 속도는 확실히 빨라 질 거다. 대신 식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괜찮아. 빨리만 갈 수 있다면.’
그렇다. 가족이 기다리는 데 그깟 식량이 문제겠는가.
설동은 미니버스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였다. 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꺽정: 야! 근데, 지금 10여 마리가 몰려가는데 괜찮겠어?
“뭐라고?”
설동이 고개를 들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다음 몰이를 박 부장이 무려 10여 마리를 끌고 온 게 아닌가.
신지석은 소리쳤다.
“저게 뭐하는 거야!”
컨테이너 내부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예상치 못한 일.
설동은 그 순간, 자기가 앞장서서 죽일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물린다면? 저들은 내 체질을 몰라.’
한꺽정네야 그냥 보고 받아준 거지만, 이들은 다르다.
설동은 머리 회전을 빨리했다.
“문 앞에 두 명. 줄잡을 사람 두 명!”
“네?”
신지석이 의문을 가지자, 설동이 소리 질렀다.
“빨리요! 아니면 다 죽어요!”
장미연과 강 차장이 줄을 잡고, 공달영과 박주식이 문 앞에 있었다.
“저 사람 들여보내고 감염자들이 한 마리씩 들어오게 막아요!”
신지석이 놀라 물었다.
“가능한 거예요?”
“뛰는 감염자는 두 마리밖에 되지 않아요! 먼저 처리해야 해요.”
설동의 판단은 정확했다. 뛰는 감염자는 단 두 마리.
‘처리할 수 있어.’
드디어 눈앞에 감염자들이 계단을 박차고 문 앞으로 들어왔다.
“기에에엑!”
들어올 공간은 한 마리가 들어올 정도로 연다. 한 마리가 들어오다 바로 줄에 걸려 넘어졌다.
바로 다음 한 마리가 넘어진다.
설동의 도끼가 움직였다. 우선 한 마리가 침묵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한 마리.
신지석이 처리하려 했지만, 넘어진 감염자가 바동거리면서, 헛치고 말았다.
“기에에엑!”
드디어 일어서는 감염자. 컨테이너 내부가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난폭하게 움직이는 뛰는 감염자가 신지석을 추적한다.
설동이 그 뒤를 따랐다.
“야! 이쪽으로 와!”
신지석이 옷걸이 사이로 사라지자, 감염자가 순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았다.
거기에 설동이 바퀴가 달린 옷걸이 대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쿠에에엑!”
그 힘에 밀려난 감염자. 설동은 도끼로 미친 듯이 휘둘렀다.
감염자가 그대로 축 늘어지며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악!”
이번에는 문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감염자가 한두 마리씩 계단을 올라오면서, 문틈 사이로 몸을 들이밀고 있었다.
‘위험해.’
줄을 들던 두 사람은 줄을 놓치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박주식과 공달영 인턴은 긴장하며 실수로 밀어붙이는 걸 놓치고 말았다.
감염자들이 한두 마리씩 온다. 설동은 달렸다.
제일 앞으로 나온 감염자에게 도끼를 먹이고, 다음 감염자를 찾았다.
“크와아악!”
하지만 달려든 감염자와 함께 그는 뒹굴었다.
“이 개자식이!”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그의 시선에 문 쪽에서 감염자들이 몰린 걸, 확인했다.
난장판.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없었다.
필사적으로 눈앞이 감염자를 밀어내고 도끼를 찍은 그가 고개를 들었다.
감염자가 한 마리밖에 서 있지 않았다.
순간, 의아함이 가득한 순간 바깥쪽에서 화살 한 대가 감염자를 맞췄다.
“이건?”
설동의 얼굴이 밝아졌다. 화살을 사용하는 이는 그가 아는 한 이곳에 단 한 명뿐이었다.
“설동아! 무사하냐!”
화통 삶아 먹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꺽정이 그대로 벼락같이 계단을 타고 진입했다.
“내가 그냥 다 쓸어준다. 남은 거 어디 있어? 어? 없네.”
다시 침묵이 이어지고, 꺽정 일행이 진입했다.
이들은 개판이 된 상황을 정리했다.
빈성우가 설동에게 손을 내밀었다.
“위험할 뻔했어.”
“그래도 와주니 다행이네.”
이들은 자연스럽게 시선에 바깥을 향했다.
한두 마리의 감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윤주현은 한꺽정을 꼬집었다.
“네가 소리 질러서 그렇잖아! 안에서 소리치던가.”
“괜찮아. 두 마리면 우리 주현이가 잘할 거 아니야.”
엄지를 드는 한꺽정이다.
윤주현은 바로 화살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 설동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신지석의 성난 목소리를 들었다.
“미쳤어요! 지금, 우리를 다 죽이려고!”
고개를 돌리니, 신지석이 박 부장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박 부장은 어쩌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설동은 일단 그를 말렸다.
“너무 자극하지 마요. 지금은 수습이 먼저고, 감염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후우. 알겠습니다.”
신지석은 화를 참으며 물러섰다. 이들의 도움으로 인해, 컨테이너의 정리는 빨라졌다.
설동은 사태가 정리되고 나서, 다시 바깥을 나섰다.
“이번에는 운이 없었지만, 조심조심 끌고 오면서 하면 돼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요.”
설동은 조심히 바깥을 나섰다. 어느덧 지는 석양.
‘식량을 더 많이 모아야겠어.’
설동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쪽에서 이따가 밤에 식량 구할 때, 나와요. 여러 명이 돌아야지 더 많이 구할 수 있으니까.”
“그러죠. 지금 여기는 졸업식보다 더한 곳이 됐네요.”
엉망이 된 컨테이너 내부를 보며, 신지석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동 일행은 돌아갔지만, 신지석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다시 박 부장에게 다가갔다. 이 불쌍한 부장은 멀뚱멀뚱 있을 뿐이었다.
“부장님. 일 안해요? 지금 사원들 정리하는 거 안 보여요?”
“…….아니….”
“움직여요. 이거 옷걸이 대 정리 좀 하고, 가서 대걸레 가지고 빨아오세요. 하….”
신지석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이 약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래도 되잖아. 누구 덕에 여기가 망할 뻔했는데. 이 정도는 가능한 거 아니야?’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부장을 보았다. 분노가 차오르는 얼굴이었다.
신지석의 감정이 일그러졌다.
“안 움직여요? 쓸모도 없는데 이거라도 잘하시든가!”
“말버릇이 그게 뭐야!”
부장이 분노했다. 신지석의 머리에 실핏줄이 터지는 느낌이 닥쳐왔다.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런 꼴을 당했는데? 정신 안 차려요? 댁 때문에 모든 게 어그러졌는데. 죽을 뻔했잖아! 야!”
신지석은 한 걸음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부장의 발걸음이 한 발 뒤로 향한다.
“움직여. 사람 열 받게 하지 말고.”
그가 거세게 부장을 압박하자, 인시현이 말렸다.
“과장님. 아무리 그래도….”
“뭐? 지금, 이 인간이 도움 되는 게 뭔데? 내가 저 사람 안 불렀으면 쫄쫄 굶었고, 사냥방법도 배우지 못했어! 저 인간이 반대하는 걸 억지로 말이야. 근데 참아져. 게다가 청소하라고 했는데 말도 안 들어. 어떻게 해야 해!”
신지석이 모두에게 소리쳤다. 감히 그의 말에 대적하는 자가 없었다.
과장의 마음속에 다시 한 번, 감정의 파도 지나갔다. 이전보다 훨씬 시원하고 기분 좋은 것이 말이다.
인시현은 일단 그를 진정시켰다.
“너무 화만 내면 악영향이잖아요. 우선, 말로 해요. 말로.”
“후우. 알았다.”
인시현이 말리고 신 과장은 간신히 화를 참았다.
박 부장은 강 차장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신지석에게 그것이 포착했다.
“차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어?”
강 차장은 살짝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신지석의 눈초리가 매서워지는 걸 보고 이내 스리슬쩍 움직였다.
“줄은 잘 서는 게 어때요? 그러니까 차장에서 올라가질 못하지.”
“…….”
강 차장은 그런 신지석을 놀라 쳐다보았지만 이내 두려워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