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78
홀로 있는 박 부장은 장미연을 쳐다보았지만, 장미연도 이미 그를 외면했다.
“신 과장님. 일단 쉬세요. 오늘 고생하셨잖아요.”
어느새 아양을 떨며, 신지석에게 붙었다.
박 부장은 그러다가 신지석과 다시 눈을 마주쳤다.
무언의 압박이 흐른다.
박 부장은 결국, 20년 만에 청소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신지석은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가 어느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눈치는 보이네.’
신지석도 다시 청소에 동참했다.
밤이 되자, 컨테이너는 다시 분주해졌다.
“일단, 나랑 주식이가 움직이자.”
“네?”
박주식은 신지석의 선택에 침을 꼴깍 삼켰다.
이들은 밤털이에 동참하려는 거다.
“처음인데 몸이 좀 날랜 애들이 가야지. 그래야지. 달영이한테도 가르치지.”
신지석은 그나마 몸놀림이 좋은 박주식을 대동했다.
그렇게 이 두 사람이 떠나고, 컨테이너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여전히 눈치만 보는 강 차장에게 박 부장이 다가온 거다.
“야, 강석천이. 너, 아까 대단하더라?”
“부장님. 그게….”
“아주, 신지석 그 새끼가 말하는 대로 하더만. 장난쳐? 한참 어린놈한테 그럴래?”
박 부장은 씩씩거리고 있었다. 신지석이 사라지고 다시 박 부장은 기세를 올렸다.
‘이참에 확실히 해야 해.’
아군을 포섭해야 한다. 신지석을 압박하려면 그 수단밖에 없었다.
이제 그는 장미연을 찾았다. 장미연은 공달영과 인시현 중간에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장미연. 이리 와 봐.”
“어머나? 무슨 일이죠?”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는 장미연. 몸선이 드러나는 옷차림은 박 부장의 감각을 자극했다.
“우리 미연이. 요새, 왜 그렇게 신 과장하고 어울려? 우리 사이잖아.”
부장이 손을 얹자 장미연은 자연스레 손을 내렸다.
“부장님. 왜 그러세요?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에요. 오늘 충격이 너무 커서 쉬고 싶은데요,”
“미연아. 너, 이럴 거야. 너랑 내 사이인데.”
“부장님. 조금 만요. 기다려야죠.”
장미연은 그렇게 떠나갔다. 박 부장은 허망하게 있는데, 갑자기 고성이 들렸다.
박 부장이 나가니까, 인시현과 장미연이 서로 소리치는 게 아닌가.
인시현이 분노해서 장미연에게 달려들고, 박 부장은 다급히 떼어내었다.
“저쪽에서 시비를 걸었다고요!”
인시현이 항변했지만, 박 부장은 그대로 인시현의 뺨을 쳤다.
“닥쳐! 미연이한테 뭔 짓이야.”
인시현은 평소처럼 굴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박 부장을 노려보았다.
“그런 식이니 과장님한테 밀리지. 어차피 과장님 아니면 진작 죽었어요.”
“뭐라고? 야! 이 망할 년이!”
공달영이 재빨리 그를 막으며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강 차장까지 와서야 간신히 사태는 진정되었다.
박 부장은 화를 참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밖에서 신지석이 돌아왔다.
신지석의 가방에는 식량이 가득했다.
“그 한꺽정이라는 사람, 미쳤더라? 무슨 타잔 보는 줄 알았어. 4개의 집을 한꺼번에 수색하는데, 그 사람이 사실 다 했지 뭐. 그래도 먹을 건, 많이 가져왔다.”
신지석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 박 부장은 마음에 거슬리는 와중에 장미연이 신지석에게 찰싹 달라붙은 걸 보았다.
“과장님이. 제일 고생하세요. 어서 쉬세요. 정리는 우리들이 할 테니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 속에서 박 부장은 소외당하고 있었다.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버틸 수 없는 감정이 격하게 끓어올랐다.
‘개자식. 제가 뭔데. 대체 뭔데?’
점점 감정은 물이 끓듯이 폭발하고 있었다.
격정적인 감정은 곧, 기침으로 변모했다.
“콜록.”
박 부장은 경악했다.
작게 내지른 기침 소리. 시끄럽게 식사준비 중인 이들에게는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
‘저 새끼 때문이야. 저 새끼 때문에!’
감정은 이제 완전히 넘어가고 있었다.
3. 우월
밤털이를 마친 설동과 한꺽정은 이전보다 풍족한 가방을 들고 왔다.
설동은 신지석을 떠올렸다.
“그 사람, 그래도 책임감은 있더라? 움직임도 좋아. 이거 생각보다 되겠어.”
이번 밤털이는 2차 거점을 넘어 전진해서 이루어졌다. 새로운 곳인 만큼 설동과 한꺽정이 중심이 되어 감염자를 기습했다.
신지석은 그런 두 사람을 충분히 인식하고 영리하게 행동했다.
옆에서 접근하는 감염자를 소리로 주의를 돌린다든가. 한꺽정과 신설동이 집 안에 들어가기 전에 주의를 그는 것 등. 초보자로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따라 했다.
한꺽정은 기쁜 얼굴이었다.
“이 정도면, 금방 되겠는데! 드디어 탈출이다!”
작업 속도는 순조로웠다.
탈무드의 구절처럼, 하나씩 하면서 전진하면 된다.
말 그대로 장밋빛 미래만이 앞에 깔렸었다.
하지만 빈성우는 표정이 이상했다.
한꺽정이 다가갔다.
“왜? 또 무슨 일 있어?”
“저쪽 말이야. 여자관계가 약간 이상한 거 같아서.”
뜬금없는 소리에 모두가 빈성우를 쳐다보았다.
“두 번이나 가봤는데. 그 뭐냐. 부장이라는 사람하고 긴 생머리의 여자 있지? 대하는 태도가 애인 같더라? 근데 그 여자가 과장이라는 사람한테 다가갈 때마다 시선이 무섭게 변하더라고.”
“삼각관계야?”
한꺽정이 혀를 찼다.
“지금 상황에서 뭔 애정 싸움이야. 부장은 이미 눌렸잖아. 과장이 힘 좀 쓰던데.”
“그러니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여자관계랑 복잡하게 얽히면 문제가 일어날 수가 있다고. 난 분명히 첫 만남에서 그 남자랑 여자가 붙어 있는 걸 봤거든. 두 번째에서 주로 신지석에 붙어 있어.”
“드라마를 많이 봤네.”
한꺽정은 대수롭지 않게 치부했다. 윤주현은 빈성우의 등을 쳤다.
“아주, 그동안 인기 많았다고 여자에 대해서 잘 파악하네? 나도 살짝 그래 보였지만 그렇다가 서로 싸우면 망한다는 건 자기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만. 애정 문제와 권력 문제가 결합하면 나라도 뒤집히거든.”
“별걱정이야. 어차피 우리가 관여할 수도 없고. 일어나면 대처하는 수밖에 없어. 게다가 애당초 성우, 네 상상이잖아. 쉬기나 해!”
윤주현의 말에 이들은 오피스텔로 다시 올라갔다.
하지만 빈성우는 무언가 걱정이 되는지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신지석의 컨테이너는 다시 잠자리에 들려 했다. 1층으로 가는 통로를 완전히 막고 침낭을 꺼내 들었다.
보일러가 없고 이들은 난로와 전기장판에 의존했다.
그래도 이들은 행복하다. 식량이라는 것이 확보됐으니 말이다.
신지석은 과장답게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자려 했다.
그의 가슴은 아까부터 기묘한 고양감이 가득했다.
‘이제 내가 리더야.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날 리더로 생각하고 있어. 그래, 이제부터 내가 이끄는 거야.’
미묘하게 자기 쪽으로 기울어지던 권력의 시소는 이제 완벽하게 쏠렸다.
오늘이 사실상 대관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가 통제하고 위엄을 보여야 해.’
그는 강 차장이 자기 전, 과자를 먹는 걸 보았다.
“강 차장님. 먹지 마세요. 자기 전에 뭘 먹습니까?”
“어? 하지만…. 배고파서….”
“먹지 마요. 식량을 아껴야지! 멋대로 가져가면 어떻게 합니까.”
강 차장의 얼굴에 굴욕감 늘어났으나 어쩌지도 못하고 내려놓았다.
신지석은 다시 한 번,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입가는 어느새 웃고 있었다. 이 감정을 더 느끼고 싶다.
“앞으로 함부로 먹지 마세요.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굳이 한 번 하고 말걸 반복하고 있었다. 강 차장의 얼굴에 분노가 치미는 그때였다.
인시현이 그를 말렸다.
“과장님. 말이 너무 심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계속해서 공격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 어?”
신지석은 올라오던 고양감이 사라지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상황파악을 위해 눈을 돌렸다.
‘조금 오버했어.’
“과장님. 게다가 식량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잖아요. 규칙이라도 정해야죠. 무작정 그러면 서로 기분만 나빠져요.”
인시현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하지만 순간, 신지석은 자신의 감정이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저게 나한테 감히…. 아니, 내가 뭔 생각하는 거야?’
신지석은 자신이 너무 방방 뜨고 있다는 걸, 인식했다.
“흠흠. 알겠어. 규칙을 정해서 정해진 식사 외에는 못하게 한다. 앞으로 그런 거로 여겨….”
“야! 개새끼야!”
그때였다. 그의 귀에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지석은 점점 자신의 가슴이 고양되는 걸, 느꼈다.
저 목소리가 뭘 말하고,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예상하면서 말이다.
“부장님? 왜 그러시죠?”
“개새끼야!”
거기에는 숨을 헐떡이며 무언가를 참는 부장이 보였다.
“너는 그러면 안 돼. 네가 여기서 리더 하려고? 그래. 해! 하라고! 그런데…. 그걸 빌미로 강 차장을 하대하면 안 되는 거다. 그래, 나야 뭐 원한이 있다 쳐. 그런 식으로 리더를 하려면 때려치워. 넌 그런 그릇이 못 돼?”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부장님, 누구 덕에 먹고살게 됐는데요. 그리고 부장님이 욕먹은 건, 다, 자기 잘못이라고요. 지금, 자기가 욕먹었다고 어깃장을 부리시는 거예요?”
“또또! 커억. 캬악!”
부장은 오바스럽게 침을 뱉었다. 신지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혼나고 싶지 않으면 닦아요. 알겠어요?”
“말하는 것 봐. 넌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알량한 감투 하나 씌워진 착각하고 말이야! 개새끼야. 커억!”
박 부장은 숨을 헐떡였다. 상태가 이상해 보이자, 인시현이 나섰다.
“과장님! 너무 자극하지 마세요.”
“저 인간이 자초하고 있는 거야. 난 가만히 있었어.”
신지석은 표정을 찌푸린 채 답했다. 박 부장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신지석은 손을 뻗었다.
“다가오지 마. 경고했다. 야,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박 부장은 움직이고 있었다. 신지석은 마음속에 잠깐,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맞아야 정신 차려야겠네. 야! 꺼지라고! 미쳤나!”
“과장님. 말이 좀 심해요.”
인시현이 말리려 했지만, 신지석은 각목을 든 채, 화를 내었다.
“인 사원! 그만해! 저러는데 어쩌라고!”
“자극하면 안 돼요. 지금 상태가 이상하잖아요!”
“제 잘못이지.”
두 사람이 옥신각신할 때였다. 장미연이 인시현을 밀어내었다.
“지금, 뭐 하세요. 과장님을 방해하지 마요. 과장님. 확실하게 해야 해요!”
“뭐라고?”
인시현의 얼굴에 분노가 나타났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위급해졌다.
신지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부장은 더는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콜록.”
그 소리가 들리자, 컨테이너 주변이 부산스러워졌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공달영 인턴이 당황하며 물러났다.
“개새끼. 개자식! 네가……. 네가 감히…!”
그의 변이는 빨랐다. 기형적으로 몸을 구부리더니, 어느새 피부가 메마르고, 푸른 혈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개…. 새……. 기……. 기…….”
이성이 없어지고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가 구석으로 피신하는 사이 감염자가 된 부장이 달려들었다.
신지석은 그 좋던 고양감이 다 사라진 채로 공포와 마주했다.
설마 하던 것이 터진 거다.
“이…. 이….”
그는 주변에 잡히는 모든 걸, 던졌다. 옷걸이 대와 수납장 등. 앞으로 던지면서 박 부장을 막았다.
“기…. 그….”
박 부장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가 경악할 때였다.
인턴 공달영이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우아아아!”
공달영은 설동이 그랬던 것처럼 옷걸이 대를 밀어버려 박 부장을 넘어트렸다.
“지, 지, 지금이에요!”
공포로 물든 목소리가 가득할 때였다. 신지석이 다시 각목으로 머리통을 후려쳤다.
뚝, 하고 부러지는 각목. 신지석은 바로 소화기를 가지고 내려쳤다.
박 부장은 그제야 조용해졌다. 하지만 박 부장의 최후를 본 컨테이너는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지석은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의 안도가 서렸다.
이틀이 지나고, 이들은 오늘도 밤털이에 한창이었다.
한꺽정은 점점 도달해가는 목적지를 보고 웃고 있었다.
“컨테이너까지 가까워졌어. 진짜 며칠만 더하면 될 거 같아.”
설동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엇보다 감염자가 사라진 거리에 만족했다.
“진짜, 안전이 확보된다는 게 좋은 거야. 감염자도 잘 안 보여.”
노력의 결과물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고지가 보였다.
두 사람은 망보는 신지석과 박주식을 뒤에 두고 식량을 쌓고 있었다.
한꺽정이 쌀포대를 내리며 말했다.
“근데, 확실히 식량 주는 속도가 너무 빠르긴 해.”
“어쩔 수 없잖아. 인원이 늘어난 셈이니까. 그렇다고 쌀포대는 진짜 어지간해서는 가져가기 힘들고. 다른 식량은 빨리 동나지. 나중을 생각해서 통조림류는 무조건 비축해야 해.”
설동은 순간, 자신이 타고 온 봉고차가 생각났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걸 어떻게 활용해?’
진짜 예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도박 그 자체. 다른 차량 확보가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