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
박 경장이 나섰다.
그들은 이 살육극을 벌인 이를 향해 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쏘지 못한다.
‘좆같은 대한민국 수칙. 진정이 안 되면 제압해야지.’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공무 집행 중 시민이 다치면 경찰한테 그 책임이 가는 경우가 크다.
총은 최후의 수단. 결국, 경찰 2명이 맨몸으로 제압해야 했다.
“칼 버려!”
박 경장이 외치고, 총을 들었지만 흥분한 사내는 진정할 기미가 없었다.
“니들이 뭔데! 시발새끼들아아아!”
대화의 여지가 없다.
이들이 총을 넣고 조금씩, 조금씩 전진했다.
하지만 상대는 야생 수사자처럼 달려들었다.
“어?”
생각지도 못한 기습. 박 경장이 넘어지면서 자리에 굴렀다.
“박 경장님!”
미친놈이다. 안준민이 뒤에서 끌어안아 제압하려 했다.
‘뭐야? 힘이….’
하지만 상대는 놀랍게도 성인 남자 둘을 상대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밑에서 공격당하는 박 경장이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악!”
안준민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머리통을 후려 깠다.
“박 경장님 괜찮아요?”
다급히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박 경장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큰 충격을 받을 공격에도 이 살인마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단 걸.
안 순경은 지금,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다. 지금 사방팔방에서 전화가 폭주하고 있었다.
무전기는 아까부터 연락되지 않는다.
‘왜 이러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순간의 혼돈이 안 순경을 감싸기 시작했다.
“살려줘요!”
“미친 새끼야! 왜 남의 차는 부수는데?”
“시발! 정부는 뭐하는데! 지금 밖에 미친놈들이 돌아다니잖아!”
몸은 하나고,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은 여러 개.
안 순경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패닉.
순간적인 상황변화와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생겨났다.
안 순경의 현실도피는 오래가지 않았다. 박 경장이 별안간 비명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끄아아악!”
“박 경장님!”
아까 자기가 쓰러트린 남자가 발을 물었던 거다.
안 순경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잠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물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니다.
푸른 혈관과 메마른 피부. 생기 없는 눈동자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안 순경의 뇌를 낭떠러지로 인도했다.
“으아아악!”
안 순경은 순간, 총을 꺼내 들었다.
“콜록. 놓으라고!”
경고한 뒤 사격도 지키지 않았다. 기침과 함께 총탄이 살인마의 머리를 관통했다.
“헉헉……. 콜록. 콜록.”
안 순경은 이미 쓰러진 상대를 향해 연이어 총알을 발사했다.
시끄러운 총성은 모든 총알을 소모한 뒤에 멈췄다.
“허억. 허어억….”
이상할 정도로 몸이 뜨겁다. 안 순경은 물린 박 경장을 내려다보았다.
“시발.”
혼돈 속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의 무력감은 곧 분노로 다가왔다.
아래에서는 박 경장이 몸을 기괴하게 꺾고 있었다.
“거…. 거….”
박 경장을 도와야 하지만 이 신입 순경은 점점 그걸 신경 쓰기 싫어졌다.
“개시발! 맨날 술이나 처먹는 새끼!”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 안 순경은 박 경장을 걷어차 버렸다.
“후욱! 후욱!”
그는 그리고선 시끄러운 주변을 향해 외쳤다.
“시발! 경찰이 니미 엄마야? 니들이 할 건, 니들이 해! 이 시발놈들아! 우리가 몸이 여러 개야? 좆같은 새끼들이…….”
안 순경이 거칠게 소리칠 때였다.
와작.
기묘한 소리와 함께 다리에서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안 순경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자신의 뒤쪽 허벅지를 문 박 경장이 보였다.
기괴한 푸른 혈관과 메마른 피부, 생기 없는 눈동자. 아까 본 살인마 그 자체였다.
안 순경은 권총을 들었다. 총알이 없는 권총이 그대로 박 경장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죽어! 죽어! 죽어!”
권총의 피와 뇌수가 묻어 더럽혀지도록 안 순경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안 순경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있었다.
“주…. 거…. 주….”
어느 순간, 말이 멈추고 행동이 멈췄다.
“고……. 거…….”
안 순경은 푸른 혈관과 생기 없는 눈동자로 여기저기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총성이 울리고 우렁찬 분노가 터진 뒤.
게스트 하우스 A 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조심스레 커튼 너머를 보았지만, 여전히 기괴하게 움직이는 이들만 보였다.
경찰은 연락되지 않고 와있던 경찰은 ‘그들’이 되어버렸다.
신설동은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좀비 같은 놈들이 왜 나타난 거지?’
혼란스러워 죽겠는데 그것보다 더한 정부의 통제 방침에 모두가 당황했다.
특히나 타국에서 겪는 통제에 남미 커플은 불안해했다.
“통제? 그러면 우린 어떻게 나가?”
“비행기로 돌아가야 하는데….”
설동은 믿기지 않는 듯이 충전 중인 휴대폰을 켰다.
가족.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야 했다.
“여보세요? 엄마! 아빠는요? 상인이도 거기 있어요?”
신설동이 연결된 부모의 목소리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지금 제주도인데, 너무 이상해요. 갑자기 통제를 발표하고….”
“통제? 제주도가 통제니? 지금 전염병 돌아서 격리 조치한다는데?”
“네?”
순간, 설동의 표정이 달라졌다. TV에서 나오는 조치는 소요로 인한 통제.
근데 서울에서는 전염병으로 격리 조치한다? 표현이 지금 서로 달랐다.
‘굳이 따지면 서울에서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야.’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들었다. 설동은 그냥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다.
“엄마. 그게 사실은….”
하지만 말을 멈추었다.
만약 사실대로 말하면 부모가 엄청나게 걱정할 게 아닌가.
‘어차피 좀비나 뭐나 해봐야 군대 앞에서는 현실적으로 무리고. 그냥 버티기만 하면 되지 않나?’
구태여 걱정시킬 이유는 없었다. 현실과 판타지는 다르다.
‘그들’이 좀비와 비슷하다면, 영화와는 다르게 인류 화력으로 박살이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설동의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에요. 서울은 그렇다는 거죠? 아마 사건 때문에 며칠 더 있다가 갈 수 있어요. 너무 걱정 마요.”
설동은 부모를 안심시키고 통화를 마쳤다. 그의 휴대폰에는 카톡으로 걱정하는 친구들이 보였다.
‘그냥 며칠 더 있다 간다고 해야지.’
설동은 별거 아니라는 듯 글을 쓰다가 ‘그들’에 대해 떠올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너무 기괴했다.
설동-좀비 같은 거 있으면 조심해라.
민수-무슨 개소리야?
정희-신설동 이 새끼 여자한테 차이고 헛소리하네.
하지만 반응은 당연히 아무도 깊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 이게 정상이다.
‘하긴 대관절 누가 좀비라고 하면 미친놈 취급하겠지.’
당사자인 자신도 믿기지 않은데,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설동은 순간 자신이 저 기묘한 것들을 본 것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렸다.
기침.
분노.
지금 그가 본 ‘그들’은 이 증상이 무조건 동반되어 있었다.
설동-아무튼, 독감이나 기침하는 사람을 되도록 피해
민수-어? 나 요새 기침하는데….
설동은 카톡을 보다가 몸을 움찔했다. 물론, 단순하게 그냥 기침일 수도 있다.
“…….”
그런데 이때 설동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좀비가 되니까 피하라고? 친구들을 만나지 말라고?
그걸 어떻게 확신한단 말인가.
감히 말할 기분 따위는 들지 않았다.
‘제기랄. 민수한테 미안한데.’
자칫 잘못하면 실수로라도 친구 사이가 어색해질 거다.
‘만약 내가 착각한 거라면.’
지금 이 제주도의 밤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섬 밖의 서울은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제주도 사건 말고 딱히 뭐가 일어나지 않잖아?’
인터넷은 제주도에서 격리 조치가 일어난다는 이야기와 전국에서 독감 환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백신? 신종독감인데 백신이 바로 나왔다고?’
이럴 때 어울리는 표현은 바로 ‘예방 대책’이지 백신이 아니다.
수상하다.
설동은 자신의 죽마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인아. 독감에 걸리면 정신이 헤까닥하는 것 같더라? 제주도에서 난리 났어.”
“그래? 인터넷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갑자기 아니라는 댓글들도 우수수 달려서.”
“아직 뒤죽박죽인데. 내가 카톡에 한 말 기억해. 알겠지? 여차하면 엄마랑 아빠 잘 챙겨줘. 우리 집으로 당분간 다시 지내줘. 부탁한다.”
설동은 그야말로 할 말만 하고 통화를 끊었다. 이제는 버티기다. 설동은 도끼가 간절했지만, ‘그것’들이 있는 한밤중에 나간다는 건, 자살행위다.
무엇보다 지치고 피로했다.
‘과부화야. 정말.’
용기를 짜냈다지만, 그게 평소보다 두 배, 세 배의 기력을 짜내야 나온 거다. 쉽게 피곤해진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설동은 극도의 배고픔을 느꼈다.
이건 어려서부터 느끼던 거였다.
‘재생만 했다 하면…….’
설동은 부엌으로 가서 식빵을 자기 입에 욱여넣었다.
거기다가 바비큐 하다가 남은 고기들을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프라이팬에 구워지는 고기. 하지만 삼겹살을 구워본 사람은 잘 알지만, 다 구워지기까지 은근히 오래 걸린다.
‘알게 뭐야.’
설동은 배고픔이 먼저였다. 설익은 고기들을 입에 넣었다.
접시도 필요 없이 조리된 그 순간에 바로 말이다.
설동의 굶주림이 사라지자, 다시 거실로 나왔다.
거기에는 심각한 표정인 나머지 사람들이 보였다.
‘창문을 막아야겠지? 여기서 이틀? 그 정도면 다 처리가 되려나?’
군대를 믿고 버틴다.
설동이 음료수 하나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뭐라고!”
정 할아버지의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설동과 나머지 인원들을 훑어보았다.
“비, 비행기를 다 뺀다고? 지금 무슨 소리야?”
“…….”
정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모두의 귀가 쫑긋 세웠다.
“윗놈들만 일단 탈출하고 아예 봉쇄한다고? 갑자기 그게 뭔데? 제기랄!”
정 할아버지는 갑자기 현관을 나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설동이 달려들었다.
“아저씨! 무슨 일인데요?”
“후우…. 비행기 기장 놈이 내 고교 후배여.”
“그런데요?”
“그놈이 지금 말해줬어. 일주일 내로 지금 제주도에서 윗놈들만 빼서 탈출한데! 지금 빨리 공항으로 오라는 거야! 제주도는 계속 봉쇄한다 하더군!”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아니, 군대로 여기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봉쇄를 한다고요? 무슨 개짓거리야! 얼마나 걸리는데요?”
“몰라! 그러니 빨리 공항으로 가자는 거야!”
“가죠!”
설동도 이 제주도에서 더 버틸 마음이 사라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탈출하는 게 정답이다.
이들은 자기 짐들과 휴대폰 손전등을 켜며 일제히 현관문으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