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0
그는 자기가 타박 당하는(부하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꺼리기 시작했다.
윤주현이 어이없어 소리쳤다.
“이 사람, 웃기네! 지가 잘못하고 뭔 나가 달래? 우리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사람들이!”
“아, 안다고요! 알아요!”
마치 자존심이라도 챙기려는 듯 그는 떨어졌다.
황당해 하는 설동 일행에게 인시현이 다가왔다.
“죄송해요. 과장님이 요새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음부터는 잘하도록 할게요.”
정중하게 사과하자, 그제야 설동 일행은 분을 풀었다.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같이 갈 사이 아닙니까. 서로 좋게 합시다. 나 참.”
“네.”
인시현의 중재로 그들이 물러났다. 그리고 장미연과 같이 신지석이 들어오자, 인시현이 따졌다.
“과장님. 그 사람들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나한테 지랄하잖아.”
신지석이 아이 같은 투정을 부렸다.
“잘못했으면 그냥 조용히 있죠. 초등학생도 아니고 왜 그래요? 저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는데.”
“야! 장미연!”
신지석은 그때, 인시현의 뺨을 후려쳤다.
모두가 경악하고, 신지석은 숨을 헐떡였다. 그가 부하사원에게 손댄 건, 이번이 처음.
본인도 당황했다.
“아니….”
“과장님 괜찮아요. 여기서 지위는 확고히 해야죠.”
그때, 장미연이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과장님이 일하시고 지휘하시는데, 화 좀 낼 수 있죠. 사람인데. 오히려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닌가요? 인시현 씨?”
그녀는 인시현에게 다가갔다.
“우리 같은 부서 사람이잖아요. 과장님한테 같이 좀 힘 실어주자고요.”
“허….”
인시현이 어이없어하자, 장미연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러면 신 과장님하고 1:1 독대 자리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어설프게 반항하지 마시고.”
인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물러나고, 신지석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다시 자각했다.
“강 차장님. 그리고 달영이. 그놈들한테 좋다고 인사하더라? 아주 간도 쓸개도 다 주지 그래?”
또다시 시작된 갈굼. 강 차장은 기가 질린 듯 피하려 했다.
신 과장은 그를 비웃었다.
“어이고. 가서 뭐하려고? 일이나 제대로 하지. 야. 공달영. 정신 차려라.”
신지석의 압박에 공달영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망할 새끼들. 짜증 나.’
가슴속에 자신을 망신 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욱 나빠진 신 과장이었다.
이번에는 박주식을 밖으로 내보내고 신지석과 공달영이 줄을 잡았다.
박주식이 뛰는 감염자를 포함해 4마리 정도를 데리고 왔고, 이들은 뛰는 감염자를 처리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지석은 가슴 속 감정이 차올랐다.
‘날 부하 앞에서 망신을 줘. 개자식들.’
“과, 과장님.”
“응?”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뛰는 감염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다급히 줄을 들어 올렸지만, 휘청거릴 뿐. 넘어지지 않았다.
“키에에엑!”
눈앞에서 침을 흘리는 감염자. 신지석은 공포를 마주하고 있었다.
4. 완장 찬 돼지
지겹지만 지켜야 하는 말. 예를 들자면 안전 같은 단어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지겹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 감염자는 공포의 대상이다.
“기에에엑!”
꾀를 내고, 주변을 이용하며 사냥을 해왔지만, 감염자는 감염자.
무방비로 감염자를 맞닥트리게 되자, 신지석은 공포에 떨었다.
자신이 뒤늦게 반응한 탓에 들어온 감염자 또다시 눈앞에서 본 감염자 앞에서 신지석은 몸이 굳어버렸다.
“과장님!”
그때, 공달영이 그 누구보다 먼저 몸을 날렸다.
“기아악!”
감염자와 몸부림치는 사이, 장미연과 강 차장이 문을 닫았다.
인시현은 쇠몽둥이로 공달영과 맞붙는 감염자를 후려쳤다.
감염자는 바닥에 쓰러졌지만, 아직 꿈틀거린다.
박주식이 야구방망이로 추가타를 날리자, 그제야 모든 것이 끝이 났다.
바깥에는 감염자들이 거칠게 문을 두들기고 있었고, 내부는 고요해졌다.
인시현이 공달영에게 달려갔다.
“달영아. 괜찮아?”
“…….”
공달영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이 젊은 인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어깨를 보았다.
거기에는 찢어진 옷 조각과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이 컨테이너는 경악의 시선이 가득했다.
“달영이…. 너….”
“저…. 저…. 어떻게 하죠?”
공달영은 울먹거리고 있었다. 답이 없고, 이미 끝난 사태.
점차 그의 피부가 메마르기 시작했다.
“죽고 싶지 않아요. 누가 저 좀…. 저 좀…. 구해달라고!”
울분을 토해내며 공달영이 분노를 터트릴 때였다.
신지석이 다급히 소화기로 공달영을 후려쳤다.
“죽어! 죽어!”
다급한 목소리와 다급한 손놀림. 신지석은 벌벌 떨면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공달영이 더는 움직이지 않고, 이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박 부장이야, 자기가 저지른 죄도 있어서 그냥저냥 했지만, 공달영은 다르다.
말 그대로 부서 막내이자, 활력소. 그런 그가 죽었다.
인시현은 슬퍼하며 죽은 공달영은 어루만져주었다.
“달영이가…….”
그러다가 신지석으로 매섭게 째려보았다.
“과장님이 정신만 차렸으면 됐잖아요! 왜 늦게 들었어요!”
“뭐라고?”
신지석은 울컥한 기분으로 고개를 돌렸다. 밖에서는 감염자가 난리를 치고 있었지만, 지금 이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인시현은 줄을 가리켰다.
“전 봤어요! 과장님이 줄을 늦게 든 걸! 덕분에 감염자가 멋대로 들어왔잖아요! 그러니까 달영이가…….”
울먹거리는 인시현이었다. 신지석은 격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시발.’
분명히 자신의 실수이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이 욕을 먹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리더야. 내가 먹여 살리고 있는데.’
자기 잘못보다 상대에 대한 지적이 더 화가 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리더 아니야?’
신지석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공달영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기에 어쩌지도 못했다.
그때, 장미연이 나섰다.
“그 정도만 해요. 지금, 감염자들이 바깥에 있는 거 몰라요? 지금, 과장님도 힘들어요. 게다가 우리를 위해 해주시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신지석은 그런 장미연을 보고 고마움의 감정이 커졌다.
인시현은 분노했다.
“누구는 못하면 바로바로 욕하고 자기는 그냥 넘어간다? 그럴 거면 공평하게 해야죠. 지금까지 조금만 잘못해도 화내놓고, 이제 와서 봐달라고요?”
“그래서? 과장님 비난할 생각만 하고 기회가 오니 욕하겠다? 역시 재미있어. 귀여워.”
장미연이 또다시 그녀의 명치 부근을 툭 건드렸다.
인시현은 그대로 뺨을 날렸다.
“미친년이! 자꾸 내 몸에 손댈래? 미쳤어?”
쓰러지는 장미연. 그리고 신지석은 이 광경을 보고 더는 참지 않았다.
“작작해!”
다시 인시현의 뺨에 그의 주먹이 날아갔다. 보통 이러고 끝났겠지만, 이번에는 끝이 아니었다.
“제발! 좀! 닥쳐! 성질만 부리고 장난해!”
연이은 구타. 얼마나 심했으면 그 소심하던 강 차장이 말리러 올 정도였다.
충격에 기절한 인시현. 신지석은 이제 족쇄가 풀린 느낌이었다.
“야! 강 차장! 아까 아주 아양 떨더라? 그렇게 위로 올라갔어? 누구 편드는 거야!”
“왜, 왜 이러나!”
“이제부터 확실히 하자고!”
신지석은 엄포를 놓았다. 이제 남은 인원은 5명. 이곳은 점점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인시현은 퉁퉁 부은 눈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는 신설동 무리가 보였다.
“아니, 그동안 잘하다가 갑자기 왜 이래요?”
“미안합니다.”
거기서 표정을 찌푸린 채, 사과하는 신지석이 보였다.
그녀는 온 몸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었다.
‘여기에 내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신지석은 태도가 점점 이상해졌다. 특히나 협력하는 설동 일행에 대한 태도가 나빠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꺽정이 그의 멱살을 잡을 정도였다.
“우리 아니었으면, 갇혔을 인간이 대체 뭘 믿고 그딴 식으로 대답하는데? 좋게 가면 안 되나? 아저씨. 갑자기 태도가 왜 그래?”
신지석은 차 키를 흔들었다.
“어차피 우리 키 없으면 안 되잖아. 우리가 댁들 아래인 줄 알아? 명령하지 마!”
“진짜 미쳤어?”
대립이 격화되고, 신중한 빈성우 마저 움직였다.
“이렇게 되면 협력이고 뭐고 끝날 수도 있어요. 식량 거둬가도 돼요?”
“뭐?”
“누구 덕에 얻었는데. 이럴 거면 갈라질까요?”
“허참.”
신지석은 끝까지 자존심을 부리고 있었다.
인시현은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 보였다.
‘원래 저렇지 않았는데…. 대체 왜.’
굽힐 때는 굽힐 줄도 아는 사람이 너무나 이상하게 변했다.
설동 일행과 결국 신나게 말싸움하다 감염자 소리가 들리자, 4인방은 결국 끝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나가고 말았다. 다시 컨테이너는 조용해졌다.
‘여기에 있을 이유가 있어? 가고 싶어.’
인시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강 차장 쪽을 보았다.
그리고 조심히 보았다.
“강 차장님. 여기 계속 있을까요?”
“나도 싫어.”
강 차장도 이미 신지석의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인 신세였다.
두 사람은 뜻이 맞았다.
“오늘 밤, 어떻게든 탈출하죠.”
“그 사람들이 옆에 거점이 있었으니까.”
이 두 사람은 지옥 같은 컨테이너를 탈출하려고 모의했다.
그때, 박주식이 넌지시 다가왔다.
“과장님. 좀 이상해진 거 같지 않아요?”
두 사람은 박주식을 쳐다보았다. 동지가 생긴 거다.
강 차장은 장미연과 부장이 썼던 방으로 들어가는 신지석을 보았다.
“그래, 오늘 밤에 나가자고. 더는 못 있겠어.”
“그래요? 저도 동참할게요. 일단 인 사원은 푹 쉬어. 아프지?”
인시현은 퉁퉁 부운 얼굴과 멍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집안에 구급상자가 왜 있나 했는데. 옛사람들 말 틀린 게 없다니까요. 뭐라도 바르고 싶은 기분이네요. 밤까지 쉬면서 체력을 비축해야죠.”
인시현은 그렇게 쉬었다. 그렇게 밤이 되고, 강 차장과 인시현은 조용히 잠잘 때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신지석이 그들에게 실실 웃으며 다가왔다. 그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튀어나왔다.
“인 사원. 강 차장. 우릴 배신하게?”
그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인시현의 시선에 박주식에게 향했다. 신지석의 뒤에서 박주식은 씨익 웃었다.
“너! 개자식아! 사람을 팔아?”
하지만 인시현은 곧 신지석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인시현이 나가떨어지고, 신지석은 그대로 인시현의 배를 걷어찼다.
“어딜 욕해. 미친년이.”
강 차장이 덜덜 떨면서 나섰다
“어디를 가든 우리 마음이지 않은가! 그만해! 우리는 나갈 거야!”
신지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우리 같은 부서면 다 같이 가야지. 어디를 내빼? 아, 새롭게 아양을 떨 집단으로 가게? 고렇게는 못하지.”
그 순간, 강 차장에게도 주먹이 날아갔다. 그리고 장미연이 인시현에게 다가갔다.
“아프겠다~”
그녀는 웃으면서, 바로 인시현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억!”
“과장님. 제가 벌줘도 되죠? 사실, 괴롭히고 싶었거든요.”
“마음대로. 이 더러운 놈들은 혼 좀 나야 해!”
이미 법도 질서도 없었다. 신지석과 장미연은 두 사람을 향해 모진 구타를 가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3일이 지난밤. 신설동은 한꺽정과 같이 식량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미 신지석과의 마찰로 그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주지 않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