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1
“이제 슬슬 가지고 온 식량이 떨어졌을 걸? 대가리 박아야지.”
“설동아. 바로 그거야. 저 새끼들. 좋게 대해줬더니. 아주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깨닫게 해줘야지.”
설동은 빈성우가 한 말을 떠올렸다.
[너무 몰아붙이지는 마. 결국, 차 키는 그놈들 소유니까.]‘나도 알고 있어.’
극단적으로 행하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대신, 확실하게 얻을 건, 얻어야지. 제 발로 수그리고 들어오라고 하는 거야.”
“그래. 무조건 대가리 박게 한다.”
한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성격적으로 그다지 온화하지 못한 두 사람은 조건 없는 사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꺽정은 그들이 모은 차 키를 던졌다.
“진짜 어떻게 하나가 없냐. 하긴, 차도 별로 없고 기계식 주차장에 있는데, 거기는 감염자들이 주변에 깔렸지. 와, 진짜 최악이야.”
“그것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데, 미니버스가 더 확실해서 그쪽에 너무 시간을 많이 투자했어.”
결국, 쏟은 시간이 아까운 거다. 설동은 컨테이너 쪽을 보았다.
‘어차피 주도권은 우리한테 있고.’
이제는 하도 사냥해서 그냥 움직여도 될 정도의 한산함이 보였다.
이들은 신 과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밤. 드디어 식량 봉쇄의 효과 나타났다.
컨테이너에서 박주식이 나오는 게 아닌가.
설동은 눈을 껌뻑였다.
“저거 누구야? 과장이 아닌데?”
“몰라. 아무튼, 버르장머리를 고쳐버려야지.”
한꺽정은 벼르고 별렀다. 박주식은 거점으로 다가왔다.
“이야기 좀 합시다.”
“신 과장 데리고 와.”
설동은 냉정하게 말했다. 단호한 그의 얼굴에 박주식은 손바닥을 모았다.
“어떻게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신 과장 데리고 와.”
역시나 같은 말의 반복. 박주식도 안 될 건, 아는지 기어이 돌아갔다.
이윽고, 신 과장이 박주식과 같이 나왔다.
한꺽정은 그들을 보자, 2층에서 조롱했다.
“아주 콧대가 높으셔. 과장님? 할 말 없수?”
“…….”
신지석은 속으로 끓는 걸 참는 듯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미안합니다. 팀원도 죽고 심란해서….”
이를 악물고 사과하는 모습.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설동은 컨테이너를 가리켰다.
“차 키 내놔.”
“네?”
“차키 내놓으라고. 하는 꼬라지가 도저히 안 되겠어. 차 키 내놓고 그냥 숨어나 있어.”
신지석은 당황한 눈빛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사과하잖아요! 그런데 차 키라뇨?”
“그럼 굶던가.”
설동은 이미 개판을 친 신 과장을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확실한 담보를 요구하는 거였다.
“그동안 그럼 조심을 해야지. 그렇게 해놓고 말만 넙죽하고 넘어가려고? 차 키를 맡겨. 우리는 댁처럼 그러지 않으니까. 아니면 그냥 돌아가. 어설프게 협상하려 했다간 그날로 전쟁이다.”
그야말로 에누리 없는 거래 현장. 신지석은 표정이 험악해졌다.
하지만 굶주림은 참을 수 없는지, 기어이 알겠다고 하고 컨테이너로 이동했다.
한꺽정은 통쾌해 했다.
“진작 저러지. 자기들이 뭐 되는 줄 아나.”
“…..”
설동은 여전히 그들은 주시했다. 이윽고, 이들은 차 키를 가지고 왔다.
한꺽정은 그들을 향해 외쳤다.
“던져.”
“…….”
신지석은 아무 말도 없이 일단, 차 키를 던졌다.
“이제 식량 좀 주세요.”
“그래. 가져가.”
협상이 완료되고 이들은 2층으로 올라와 드디어 식량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설동은 그들을 주시했다.
‘방망이랑, 쇠파이프라…….’
물론, 저건 저들이 밤털이 시 상시 가지고 오는 무기다.
하지만 왜일까, 묘한 긴장감이 이곳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 사이 신지석은 주방으로 가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여기서 먹게?”
“배고프니까요.”
신지석은 넉살 좋게 라면을 끓였다. 설동은 거기서 왠지 모를 수상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말없는 불안감이 몇 분 동안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옆에서 박주식이 달려들었다.
“이 개자식아!”
쇠파이프가 휘둘러지고, 신지석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덤벼들었다.
인시현이 멍투성이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앞에는 장미연이 잔뜩 흥분한 상태로 혀를 움직여 입가에 묻은 피를 핥았다.
“솔직히 이러는 거 재미있지 않아?”
그녀는 이미 엉망이 된 인시현의 얼굴을 매만졌다. 흡사 장난감을 만지는 아이처럼 말이다.
“근데 솔직히, 너도 날 경리라고 무시하지 않았어? 박 부장 애인이라고. 뒷담화한 거. 나 다 안다? 그런데 이제 누가 우위지?”
“개 같은 년.”
인시현은 이를 악물고 노려보았다. 그 태도에 장미연은 더욱 기분 좋아했다.
“하긴, 이래야지. 솔직히 나도 더 괴롭히고 싶거든.”
장미연은 다시 인시현의 뺨을 후려쳤다.
그 뒤로 피투성이로 기절한 강 차장이 있었다.
강 차장은 살며시 눈을 떴다.
“콜록.”
아주 작게. 소리칠 기력도 없는 그의 입에서 기침이 나왔다.
컨테이너의 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기습. 신지석이 선택한 건, 순순히 바치는 게 아니었다.
감히 자기를 무시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였다.
박주식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뒤를 이어 신지석이 쇠파이프로 설동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설동이 육체가 쓰러진다. 신지석과 박주식이 설동의 머리통을 두들겼다.
“이 새끼들이!”
한꺽정은 박주식을 발로 차버렸지만, 이미 설동의 머리는 피가 흐르고 뼈가 보였다.
“이 새끼들이! 도와줬더니 이딴 미친 짓을 해?”
“네가 뭔데 도와주니 마니 하는 거냐! 개자식아! 누구한테 지랄하는 거야!”
신지석은 울컥해서 소리쳤다.
“그냥 동네 양아치 새끼들이 식량 좀 구한다고 위세를 부려? 우리가 순순히 따를 거 같아? 주식아! 일어나!”
신지석은 한꺽정과 대치하면서 구른 주식이 일어날 시간을 벌었다. 심지어 박주식은 그사이에 설동의 품을 뒤져 차 키를 꺼내올 정도로 민첩했다.
이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차 키를 넘긴 거다.
한꺽정은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양아치도 아니고!”
2:1.
설동이 뻗은 마당에 한꺽정만 제압하면 된다.
한꺽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고 베란다 쪽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그런 한꺽정에게 다가갔다.
신지석은 쇠파이프를 들고 웃었다.
“베란다로 도망치려고? 쇠파이프로 대가리 맞고 추락하는 꼬라지는 보지 못했는데. 오늘 보겠어.”
한꺽정은 그 이야기에 신지석의 얼굴을 보았다.
“아, 그것도 그런데. 이 광경도 희귀할걸?”
“뭐?”
신지석이 의아해하는 순간이었다. 박주식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악!”
굳이 보지 않았지만, 회사생활 때처럼 그의 감각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기에 피투성이던 설동이 어느새 도끼로 박주식의 등을 찍어버리고 있었다.
“조준이 개판이네. 머리만 맞지 않았어도.”
태연하게 일어나는 설동. 물론, 그의 체질 덕이지만, 신지석에게는 피칠갑을 한 설동이 다시 덤벼든 것처럼 보았다.
박주식이 비틀거리고 신지석은 설동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우아아악!”
설동이 물러서는 때. 한꺽정이 달려들려 하자, 이번에는 신지석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적어도 이때만큼은 이들도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마치 콤비처럼, 호흡을 맞추며 갑자기 현관으로 도주했다.
설동도, 한꺽정도 놀란 민첩한 행동.
계단을 타고 이들은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도주했다.
설동은 아픈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미간을 좁혔다.
한꺽정은 흥분해서 베란다를 넘으려 했다.
“시발놈들. 감염자고 뭐고 당장 쫓아가서….”
“기다려!”
설동은 일단 그를 진정시켰다. 그도 열이 뻗쳤지만, 상황 자체는 냉정하게 봐야 했다.
“만약 저놈들이 부하들까지 동원해서 대기하고 있으면?”
“아, 저놈들 사람 수가 많지?”
한꺽정은 반쯤 베란다를 넘던 몸을 멈춰 세웠다.
컨테이너 안의 상황을 모르는 두 사람은 혹시나 상대가 다수를 동원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만약 섣불리 쫓아갔다, 잡히기라도 하면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쪽수 싸움이다.
심지어 감염자도 소리에 이끌릴 수도 있으니 일단은 진정했다.
설동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성우랑 주현이한테 연락하자. 총력전이다.”
도끼를 든 설동은 이제 더 이상의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단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전쟁이다. 강제로라도 차 키를 빼앗아주지.”
“그래. 이제는 완전히 끝이야.”
한꺽정이 성우와 윤주현을 다시 불러오는 사이, 설동은 컨테이너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신 과장 일행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탈출.
머릿속에 그거 하나만 강렬하게 각인 된 채, 이들은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장미연은 인시현으로 한창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는 과장이 떠나면서 한 말을 정확히 기억했다.
[더는 못 참겠어. 그 양아치들. 처리하고 우리가 다 차지하자. 그 활 쏘는 애만 남기고.]장미연은 고통에 신음하는 인시현을 보고 웃었다.
남들보다 우위에서 마음대로 한다는 기쁨. 장미연은 여기서 자신의 감정을 명백히 깨달았다.
“아파?”
장미연의 손길이 그대로 인시현의 상처 난 팔목으로 향했다.
일부러 손톱으로 그 상처를 헤집었다.
“앗!”
인시현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지금 악착같이 참으며 버티고 있었다.
신지석이 그랬던 것처럼, 무력한 상대를 보고 장미연 역시 말 못할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이런 사태 덕분이었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강 차장은 눈을 감고 있었다.
“어머, 차장님. 힘드시겠다. 예전에도 굽실거리고 여기서는 사람 취급도 못 받고. 근데, 내 취향은 아니네. 난, 남자 괴롭히는 것보다 여자 괴롭히는 게 더 재미있더라? 차장님은 신 과장님이 파트너니까요.”
한껏 즐거워하는 그녀가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다급하게 신 과장 목소리가 들렸다.
“문 열어!”
“어머? 신 과장님?”
장미연이 문을 열자, 박주식을 부축한 신지석이 보였다. 상황이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은 장미연은 박주식을 부축했다.
“어떻게 된 거죠?”
“그놈들이 공격했어. 비겁하게 협상을 하는데, 우리 뒤통수를 쳤어.”
“…….”
뻔뻔한 거짓말. 신지석은 이럴 때도 자존심을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장미연은 분명 신지석이 먼저 공격하러 간 걸 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장미연은 그런 신지석의 편을 들었다.
“그래요. 틀어졌으니 일단 치료가 시급하지만, 이곳에 의약품이 없어요. 소독이라고 해봤자, 피를 닦아내는 정도니.”
장미연이 수건을 가지고 오고 신지석은 강 차장을 노려보았다.
“일어나!”
그는 강 차장을 발로 차버렸다.
“너라도 해야겠다. 이번에 일 제대로 하면 용서해 주지.”
강 차장을 툭툭 건드는 그때였다. 묶인 강 차장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커억! 콜록! 콜록!”
연이은 기침이 터지고 신지석은 놀라서 물러섰다.
“애미 시발!”
강 차장의 표정이 변하고 있었다. 묶여 있단 게 천만다행일 정도로 몸부림을 쳤다.
“저거…. 저거….”
신지석은 다급히 뒤로 빠졌고, 옷걸이 대를 밀어서 그를 쳐버렸다.
“크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