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2
물론 이걸로 죽지 못하지만 지금 신지석의 무기는 다급하게 뛰느라 버려진 상태.
거기다가 날뛰는 강 차장에게 물릴까 무서웠다.
대강 격리해놓는 걸로 일단 처리한 셈이다.
장미연이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신지석은 바깥을 경계했다.
“강 차장도 저렇게 되고 이제 놈들이 공격해올지도 몰라. 여기를 떠난다.”
장미연이 조심히 물어보았다.
“차 키는 요?”
“주식이한테 있어.”
신지석은 그러면서 박주식의 지갑에서 다시 차 키를 꺼냈다.
“차라리 가려면 밤에 가는 게 나을 거 같아. 감염자들도 그나마 반응을 덜 하니.”
이미 식량은 없고, 다들 굶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랑 마찰이 일어났다.
차라리 포기하고 도망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신지석은 조심히 주차장 쪽을 보았다. 여전히 감염자들이 돌아다니지만, 이전보다 수는 적었다.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다고.’
신지석은 이제 최후의 도박을 하려 했다.
“짐 챙기자.”
박주식을 내버려 두고 두 사람은 부지런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한동안 짐을 옮기는데, 장미연은 무언가 이상한 걸 보았다.
‘안 보여?’
인시현이 보이지 않는 거다.
그녀의 시선은 핏자국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 핏자국은 이내 강 차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
장미연이 놀라서 그 방향으로 향했다. 옷걸이대 사이로 인시현의 멍든 발목이 보였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장미연이 옷걸이대를 치우는 바로 그때, 인시현은 그녀를 보고 웃었다.
“미친년.”
그 한 마디에서 마치 살인마가 코앞에 등장한 느낌을 받은 장미연이었다.
인시현의 팔뚝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강 차장이 물어뜯은 흔적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강 차장의 밧줄이 풀려 있었다.
“꺄아아악!”
장미연이 비명을 지르고 물러서고 인시현은 웃었다.
힘겹게 고통을 참던 그녀에게서 드디어 속이 시원한 웃음이 나오는 거다.
“죽어!”
기뻐하는 그녀가 쓰러지며 몸부림을 치는 사이 강 차장이 몸을 일으켰다. 장미연은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도망쳤다.
“신 과장님!”
그녀의 외침에 박주식을 일으키던 신 과장은 강 차장과 정면으로 보았다.
“아…….”
외마디 신음이 이 컨테이너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짐을 챙긴다?
그런 선택지는 단번에 사라졌다. 이 두 사람은 박주식을 부축한 채, 바깥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캬아아악!”
설상가상. 강 차장은 하필 빨리 달리는 감염자. 문을 닫기도 전 뛰쳐나와 그들을 덮쳤다.
신지석은 본능적으로 박주식을 방패로 삼았다. 육중한 충돌. 강 차장이 잠시 주춤할 때였다.
박주식을 방패삼아 그는 강 차장을 밀어버렸다.
“뛰어!”
그리고 살기 위해 이들은 뛰었다. 강 차장은 죽지 않고 그들을 향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기에에엑!”
“그아아악!”
그동안의 원한을 풀기라도 하듯 달려드는 강 차장. 박주식을 메고 뛰던 신지석은 눈앞에 미니버스가 보였다.
하지만 강 차장이 먼저 온다.
‘여기서 잡히면 다른 감염자들도 반응해!’
결국, 그는 결단을 내렸다.
“미안하다. 주식아.”
“과, 과장님?”
정신이 혼미한 박주식이 눈을 뜨는 순간, 그는 이 부하 직원을 그대로 강 차장에게 내던졌다.
“과장님!”
애처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고, 강 차장은 박주식을 습격했다.
“으아아아악!”
비명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서서히 몰려오는 감염자들을 보며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장미연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떻게 하죠? 식량도 갈 곳도….”
“그냥 가는 거야! 여기를 벗어나서….”
미니버스가 굉음을 내었다. 감염자들이 다가와 두들겼지만, 이 육중한 차량은 그들을 헤쳤다.
하지만 도로는 여전히 감염자와 버려진 차량 투성이다.
이들은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떠나고 있었다. 창문이 깨지고, 감염자들이 몰려온다.
이들은 공포 속에서 차량을 운전하며 무작정 떠났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주변에 기약 없는 발걸음을 말이다.
5. 도박수
설동은 다음 날 아침, 4명과 함께 컨테이너로 닥쳤다.
이미 간밤에 그들이 벌인 짓을 보았지만, 혹시나 해서 와 본 것이다.
“진짜 신속하네.”
빈성우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챙기려던 짐도 내버려두고 도망갔다. 그만큼 다급하겠지만, 짐도 없이 도망쳤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죽을 확률이 높아.”
하지만 한꺽정은 실망했다.
“아! 우리가 여기에 투자한 게 얼마인데? 이게 비트코인 떡락하는 거냐?”
“그건, 최소한 도망가지는 않아. 아니다. 비슷하네. 사람이 도망가기는 하니까.”
빈성우가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잘린 혀를 떨어트린 채 죽은 한 여성의 시신도 보았다.
설동은 도끼를 든 채 접근했다.
“이거 변한 거 아닌가?”
감염자와 다름이 없는 모습이지만, 움직이지 않고 죽었다.
“자살일수도…….”
반응하지 않는 시체를 건드려 본 설동은 한숨을 내쉬었다.
투자처가 파산해버렸다. 현 상황을 이것만큼 잘 설명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차량을 찾는 것뿐. 그때, 한꺽정이 매우 놀랐다.
“야! 좀비 수가 많아지지 않았어?”
“뭐라고?”
설동이 꺽정에게 다가가자, 쌍안경을 든 그가 손가락을 들었다.
그곳에는 이전보다 많은 수의 감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윤주현이 경악했다.
“어째서?”
“그놈들이 도망치면서 감염자들이 움직였나 봐. 저들이 몰려오면 사냥으로 턱도 없겠는데?”
한꺽정은 한숨을 쉬었다. 예상외의 사태. 이들이 그동안 노력한 것들이 수포가 되고 있었다.
모두가 침묵했다.
빈성우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다시…. 하는 건….”
윤주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가 너무 많다잖아.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해!”
죽을 듯이 고생해서 결승선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추가적으로 움직이라고 다그치는 격이었다.
의욕을 잃은 사람들 뒤에서 설동은 머릿속으로 도박수를 떠올렸다.
‘….할까? 너무 위험한데.’
그가 한꺽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꺽정도 설동을 보고 있었다.
“설마?”
“야…. 너두?”
두 사람의 의견이 한방에 일치했다. 의아해하는 빈성우와 윤주현에게 이들은 조금씩 다가갔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다.
윤주현은 밤이 다가오자, 이 무식한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하고 미친 계획이야.”
사실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어거지로 감염자 소굴에 있는 차를 세우고 운전해서 탈출한다는 거다.
“물리면 끝장이야.”
“하지만 버티기가 힘들어. 구조대도 안 올 거 같고···.”
빈성우는 심정적으로는 이 작전이 미쳤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장기간 감염자들을 또 사냥하다가 또 몰려온다면?
기약이 없었다.
차 키로 차량 찾기도 안 되는 이상, 빠르게 가려면 이것뿐이었다.
한꺽정은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성우야. 날 믿어. 언제 실패한 적 있었냐? 차가 있는 이상, 우리가 탈출할 수 있어. 여기서 더 버티는 것도 힘들어.”
빈성우는 고민을 거듭했다.
“하이리스크······. 아니, 슈퍼 하이리스크야.”
“성공하면 하이퍼 리턴이지, 식량, 차, 이동수단이 갖춰지니까.”
설동이 거들었다. 이렇게 되자 두 사람의 마음도 흔들렸다.
다만 윤주현은 아직 두려웠다.
물론, 여차하면 설동이 막아주면 된다. 그는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싫다. 나도 이러는 게······.’
그녀로서는 설동을 희생양으로 던지는 것도 꺼림칙했다.
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양궁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움직여야 한다는 건, 여기에 있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저 감염자 떼가 도로를 덮으면 자칫하면 고립될 수도 있으니까.
설동이 드디어 준비하고 일어섰다.
“가자! 내가 안내하지.”
이들이 갈 곳은 단 한 곳. 바로 설동이 탈출했던 바로 그 봉고차였다.
이들은 가방을 메고 조심스럽게 창문 너머를 살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배회하는 감염자들이 보였다.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한꺽정은 별명처럼 날렵하게 무리를 인도했다.
여기서 이 의적에게 의존해야 한다. 설동도 군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차가 어디쯤이라고?”
소곤대며 한꺽정이 말했다.
설동은 빌딩 너머를 가리켰다.
“차가 아주 멋지게 주차되어 있어서 엎어졌지. 신속하게 해야 해. 그런 경험 많지?”
“군대 모르냐? 군대? 선임들한테 맞으면서 신속하게 정리하는 거?”
“아, 기억난다.”
고요한 밤. 이 남자 셋은 순식간에 동질감을 느꼈다.
윤주현은 우두커니 있었다.
“저기, 군대 이야기는 그만해줄래? 집중이나 해. 잠깐.”
동시에 어깨에 멘 양궁이 앞으로 나왔다.
“······.”
침묵 속에 이들의 앞에서 감염자가 다가가고 있었다.
쓰러트릴 수 있지만, 그랬다간 근처 좀비들이 주목한다.
절대로 사절이었다.
“후우.”
빈성우의 이마에서 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약속이나 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의 시간.
이번 술래는 천천히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어둠은 이들은 완벽하게 가려주었다.
빈성우는 숨을 몰아쉬었다.
“진짜 심장이 떨린다.”
한꺽정이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 조용.”
이제 그들은 다시 발을 놀렸다. 설동은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로 빌딩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마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았다.
빨리 걷고 싶어도 감염자들이 근처에 있기에 천천히 가야 한다.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감염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100 이상의 감염자들이 곳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후방을 책임지던 윤주현은 그 수에 기겁했다.
“여기서 어떻게 차를 움직여?”
사실상 포위당한 상태고 차를 일으키는 순간, 감염자들이 달려올 거다.
무리수.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설동이 나서기 전까지는.
“이제 저 앞에 가로 방향으로 주차한 차가 보이지, 그 앞으로 봉고차가 엎어져 있어.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세 사람이면 충분해.”
“알겠어. 진짜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