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3
윤주현은 심호흡했다. 드디어 작전이 시작되는 거다.
설동 역시, 심호흡했다. 그로서도 감염자 떼에 쫓기는 건,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내가 제의한 거니, 할 만큼 한다. 무조건 성공해라.”
“오케이.”
한꺽정의 표정에 비장감이 감돌았다. 세 사람은 이제 설동의 뒷모습만 보았다.
말이 끝나기도 전, 감염자 사이로 신설동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들아! 여기 따끈따끈한 인간이 있다. 오라고!”
앞으로 달려가던 설동이 부리나케 외치는 순간, 봉고 주변에 있던 감염자들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구름처럼 몰린 좀비들이 단체로 신설동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개미 떼들이 포식하러 갈 때처럼 말이다.
그 광경이 역겨운 윤주현이었지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든든한 의적이 움직였다.
“지금이야!”
한꺽정의 신호가 떨어지자, 이들은 봉고차에 달렸다.
“아직 가지 않은 좀비가 있어!”
“무시해! 들어······. 왜 이리 무거워?”
하지만 예상외의 난관이 있었다. 바로 봉고차에 잔뜩 실은 짐 때문에 엄청나게 무거워졌다는 것.
어느 정도 들다가 바닥에 내려놓았다.
“캬악!”
아직 가지 못한 감염자들이 움직였다.
윤주현이 양궁으로 가까이에 한 마리를 저격했다.
“캬악!”
“구아아…….”
하지만 네 마리 이상이 멀리서 오고 있었다.
한꺽정의 머릿속에 비상경고 등이 켜졌다. 하지만 곧, 차 키가 꽂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 짐 빼내! 어차피 4명 타야 하잖아!”
빈성우가 황급히 그 의미를 깨닫고 차 문을 밀었다.
그리고 수북이 쌓인 박스와 통조림을 마구잡이로 버렸다.
그렇다. 신설동 혼자 타니까 운전석을 제외하고 짐을 바리바리 실었다.
하지만 네 명이니 당연히 물건을 빼야 한다.
무게는 가벼워지고, 남은 세 사람이 안간힘을 쓰며 드디어 봉고차를 일으켰다.
“온다! 와!”
“빨리 타!”
이들은 시동을 걸었다. 봉고차는 힘차게 시동이 걸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팍!
눈앞에서 감염자 하나를 날리자, 이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됐다! 됐어!”
“살았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감염자 떼에 쫓기고 있을 설동을 구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살 수 있을까?”
윤주현이 그때 한마디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함축되어 있다.
좋은 의미 일수도, 아니면 나쁜 의미일 수도 있었다.
“자살행위겠지?”
한꺽정도 힐끗 백미러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표정은 복잡했다.
억지로 가다간 감염자 떼에 휩싸일 수도 있다.
다시 구하러 간다. 당연한 선택지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는 또다른 선택지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신설동의 재생능력은 분명히 이런 상황일 때 좋다. 물어 뜯겨도 최소한 살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탈출로가 있다는 전제하에 쓸모 있는 거다.
감염자들과 영원히 같이 있다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신설동은 지친 몸으로 좀비들에게 도망치고 있었다.
뛰는 감염자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작전.
물려도 멀쩡한 자신이 감염자들의 시선을 끌고 나머지가 차를 탈취하고 다시 자신을 구해준다.
작전은 계획대로 흘러갔다.
‘애들만 온다면.’
그동안 지내며 신뢰관계가 생겼다. 그렇기에 그들을 믿고 작전을 행한 것이다.
‘그런데 안 오면?’
지친 몸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피리 부는 이처럼, 감염자 소년들을 이끄는 설동은 점점 그들과 걸음 속도가 비슷해지고 있었다.
“허억…….”
체력은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설동은 힘겹게 걷고 있었다.
“캬악! 쿠악!”
언제부터인가, 감염자들의 소리가 지근거리에 들렸다.
차를 쉽게 타려고 일부러 도로를 돌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진작 왔어야 할 봉고차는 보이지 않았다.
“농담이지?”
지금쯤 봉고가 와야 한다. 이미 그가 본 바로는 봉고차는 사라졌다.
즉, 성공했는데 왜 안 온단 말인가.
이건 배신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역시 검은 머리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닌데.”
신설동은 후회막심 했지만, 바보같이 자포자기 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도 살아야 한다. 그는 차라리 일단 아무 집이나 들어가 버티려고 했다.
“크악! 컥!”
“허억……. 허억…….”
15분에 가까운 경주였다. 설동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고 감염들이 거세게 추격해왔다.
그중에는 빠르게 걷는 감염자들이 앞장섰다.
설동은 도끼 하나만 믿고 몸을 돌렸다.
“죽어! 이 새끼야!”
바로 뒤에 감염자 하나가 팔을 벌렸다.
쩌억.
단숨에 골통이 부서지며 감염자가 쓰러졌다.
하지만 그 뒤로 어마어마한 감염자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역겨움의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설동이 질려서 다시 힘들게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음은 느려지고 10마리의 빨리 걷는 감염자 드디어 이 지친 몸을 붙잡았다.
“키에에엑!:
“크악!”
그의 팔목을 물고 늘어지자, 10여 마리가 달려들고 있었다.
이대로 쓰러진다. 신설동이 통증과 함께 쓰러지려 할 때였다.
갑자기 감염자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
신설동이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거기에는 화살 하나가 머리통에 정확히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짐승은 아니군.”
신설동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헤드라이트가 비치면서, 봉고차가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아!”
한꺽정의 외침과 함께 설동의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단체로 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빈성우가 복숭아 통조림 하나를 들고 내렸다.
그리고 신설동을 덮친 감염자에게 달려들어 난타를 시작했다.
“먹어라!”
아예 투수처럼 멋지게 던져 명중시키자, 감염자 두 마리가 설동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버리는 줄 알았다.”
설동이 반가운 마음에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빈성우는 방긋 웃었다.
“그럴 리가. 감염자가 너무 많아서 적당히 타이밍을 보고 있었어. 거기다가 주현이도 널 구하려고 벼렸는데.”
윤주현은 새침하게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어. 새로운 투자처는 다행히 성공이다.”
“마지막 도박은 성공이다.”
설동은 피식 웃으며 바로 봉고차에 탔다.
운전대를 잡은 한꺽정이 액셀을 밟았다.
“가자! 떡상이다!”
지긋지긋한 이곳에서 드디어 이들을 탈출할 수 있었다.
목적지는 인천 피난민 센터. 새로운 희망을 향해 이들은 열심히 내달렸다.
“엄마를 풀어줘요.”
유상인은 덜덜 떠는 몸으로 피난민 센터장에게 말했다.
유약하다.
유상인을 처음 보는 이들이 흔히 갖는 이미지였다.
외모는 곱상하고 체격은 또래보다 작다.
성격도 강하다기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그런 그가 센터장에게 과감히 요구하는 거니, 당연히 몸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엄마? 자네는 기록지 상으로….”
“어려서 엄마 손에서 자랐어요. 친어머니가 아니라도 어머니죠.”
“아주 좋아. 그런 마음 좋지. 그러나!”
사각형의 턱선을 지닌 센터장은 고개를 저었다.
“의심 환자는 철저하게 격리해야 한다는 게 방침이네.”
“밥 먹다가 사레가 들린 것뿐이라고요. 검사라도 해봐요!”
“멀쩡한 사람도 갑자기 걸려. 시간이 걸린다네. 의사들이 수시로 진찰하니까 이상징후가 없으면 풀어주기는 할 걸세. 지금은 기다리라는 것밖에 말을 못 해주겠네.”
센터장의 말에 유상인은 한숨을 쉬며 사무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신설동의 아버지, 신이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라고 하든? 나올 수 있니?”
“기다려보래요.”
“하아······.”
주름진 이마에 근심이 생겨났다. 밥 먹다가 사레들린 거 하나로 격리구역으로 이동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처사인가.
하지만 이곳에서는 흔했다.
사태 초기. 혼란 속에 이들은 좀비라는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이들만이 아니었다.
“놔요! 그냥 헛기침한 거라고요!”
20대 청년 하나가 군인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차라리 정말로 기침만 해서 그런 거면 낫지. 아무것도 안 하고 끌려간 자들도 있었다.
“개새끼들아! 난 기침 안 했다고! 누구야! 시발놈들아!”
고발.
불특정 다수에 의한 고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것뿐이 아니었다.
피난민 센터답게 매일같이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당연히 포화상태였다.
“아, 또 들어와.”
매번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는 박힌 돌들의 표정은 절대 곱지 않았다.
유상인은 이 이상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나고 언제나처럼 일하고 있는데, 강민호 무리가 다가왔다.
“형씨. 맥주 하나 먹어. 내가 군인들 PX 보급 나온 거 얻었어.”
“당신은 안 먹고요?”
“에이, 날 뭐로 보고? 그 정도로 성실한 인간이 아니라 진작 오면서 먹었지.”
강민호는 낄낄거리며 차가움이 감도는 캔맥주를 건넸다.
유상인도 맥주가 고팠다. 희망이 저 멀리 아른거리고, 끝없는 일에 지친 목이 맥주를 불렀다.
단숨에 캔을 들이켰다. 시원한 청량감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맥주를 먹고 나자, 유상인의 기분도 한결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강민호는 그에게 다가왔다.
“형씨. 알지? 이제 잘 공간도 부족할 정도라고, 근데 웬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모인 집단이 새로 왔잖아. 깽판이 심해.”
“그런데요?”
“나랑 같이 밀고하자. 피난민 센터를 위한 길이라고.”
“네에?”
유상인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채워졌다. 강민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세력이 강해. 거기다가 밀고는 증인이 필요해. 나야 뭐, 뺀질이로 소문났다지만 댁은 아니잖아.”
강민호는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유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죄 없는 사람을···.”
“죄? 지금 죄라고 했어?”
갑자기 강민호가 흥분했다. 그러더니, 웃옷을 벗어젖혔다.
거기에는 바늘로 꿰맨 상처 자국이 보였다. 얼마 전까지 보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상처, 누가 낸 줄 알아? 그 미친 배불뚝이 무리가 우리를 겁박하고 폭행했어! 우리뿐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그래, 너도 그 사정권에 들 거야. 그놈들은 여기서 자기들이 대장이 되려 하고 있어. 지금 군인들에게도 알랑방귀 뀌고···. 너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지?”
“….”
유상인은 순간, 설동이 생각났다.
자신의 죽마고우가 없으면 자기가 부모를 지켜야 했다.
“일단···. 일단. 한번 볼게요. 어떻게 행동하나.”
“그래? 얼마 안 걸릴 거다. 깽판을 무지하게 치거든.”
유상인은 일단은 동의에 가까운 대답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점점 분란이 생기고 있다. 서울 중랑구의 피난민 센터는 점점 위급해지고 있었다.
도하연은 평소와 같은 아침을 보냈다.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었다.
이 피난민 센터는 겉으로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군인도 민간인들도 잘 어울리고 있었다.
규칙을 세워서 다들, 거기에 따르고 어긴 자는 벌을 받는 심플한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