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5
“당분간은 못 올 거 같으니 어서 받아.”
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기호품들이 던져지고 이 방은 욕망으로 가득했다.
최미옥은 이럴 때, 다시 채찍을 들었다.
“적당히 해도 되지? 솔직히 우리 잘못도 아니야. 왜 그 남자가 분란을 일으켰는지 몰라.”
“적당히요?”
“에이. 알잖아. 알아서 잘할게.”
이 말의 의미는 뻔하다. 명목상 벌을 받지만 대강 하겠다는 의미다.
신민기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미옥에게 이들은 너무나도 중독되어 있었다.
“좋습니다.”
“역시, 민기라니까? 애들 빨리 불러야겠네.”
이윽고, 지아와 육진욱이 들어왔다.
최미옥은 지아를 일부러 신민기 옆에 붙였다.
‘완벽해. 올가미야.’
다시 즐기는 술자리. 이미 신민기는 중독되고 있었다.
도하연은 우울한 얼굴이었다.
각오했다지만 추가 작업이라는 벌의 절망감은 둘째 치고, 민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민기 오빠가 너무 이상해졌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규칙에 철두철미하고 사람들을 휘어잡던 그가 이제는 타락한 것처럼 나태해졌다.
“아이구, 우리 하연이. 힘이 없네?”
그녀의 뒤에서 조아현이 남자친구와 같이 나타났다.
그나마 이곳에서 웃을 수 있게 하는 몇 안 되는 친구다.
“아…. 추가 작업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이 쭉 빠진다.”
“뭘, 이 주 정도인데. 힘내고 버텨. 금방 간다니까?”
가볍게 어깨를 두들기는 친구를 보며, 도하연은 다시 힘을 찾았다.
“그래. 버텨야지. 가자!”
조아현은 자기 남자친구와 함께 사각대차를 끌고 움직였다.
‘그래, 일단 주어진 일부터 하자.’
도하연은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4인 1조로서 엄격하게 조를 짜지만, 최근은 어느 새인가 그냥 편한 대로 짜고 있었다.
‘역시 흐트러졌어.’
도하연의 눈에는 전반적으로 이 피난민센터도 해이해진 걸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민기 같은 지도부 쪽이 문제가 되니, 아래쪽도 점점 변해가고 있는 거였다.
도하연은 매니저의 호위를 받아 전진 중이었다.
고개를 둘러보니, 이전처럼 옆쪽 피난민 센터 사람들도 나와 있었다.
“도하연 아니야?”
“여기에 있었네?”
여전히 그녀를 신기해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도하연은 그녀에게 누가 말을 걸 때마다 일단, 인사를 받아주었다.
“네. 감사해요. 우리 열심히 해보죠.”
영업용 미소를 보일 때였다.
“도하연 씨죠?”
곱상한 외모의 사내가 다가왔다. 도하연은 그를 보았다.
체격이 살짝 작고 유약한 이미지의 사내.
그는 도하연에게 다가왔다.
“실물로 보는 거 처음이에요. 제주도에서 오셨나요?”
“네. 힘들었죠. 지금도 생각만 하면 오싹해요.”
그녀는 그냥 상투적인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냥저냥 대답해주는 가운데, 왠지 모를 의미심장한 말이 나왔다.
“제 친구도 제주도에서 탈출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곳에 오지 않아서요. 어떻게 된 건지 아세요? 같이 오지 않았나요?”
연예인 도하연이 아니라 사정을 아는 도하연이 필요했던 거다.
도하연은 예능에서 신선한 질문을 들은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반색했다.
“제주도에서 탈출이요? 어쩌면 같이 탔을 수도 있겠네요. 비행기로 왔거든요. 한 대는 추락했지만….”
“추락이라고요?”
그때, 이 곱상한 청년은 무언가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도하연 씨를 비롯한 사람들은 다들 배를 타고 온 거에요?”
“아마, 제 쪽에 있던 사람들은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반수 이상은 못 왔을 거예요. 그 친구 분은…….”
“최근까지 연락했어요. 희한하게 배는 타지 못하고 오고 있다는 말만 하거든요. 아무래도 따로 떨어진 거 같기는 한데….”
눈앞의 사내는 간절해 보였다. 도하연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곳에 머물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다른 곳에 갔을 확률이 높아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거 같네요.”
“아니에요. 친구 분을 찾으셔야 한다니. 도와야죠. 친구 분 성함이?”
“신설동이요. 전, 유상인이고요.”
“신설동…. 알겠어요. 혹시라도 뭔가 알아내면 연락드릴게요.”
두 사람은 그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조아현은 도하연의 옆구리를 찔렀다.
“웬일로 대화를 길게 했네?”
“제주도 사건을 물어보더라? 나도 제주도에서 있었는데…….”
같은 제주도에서의 귀환자. 도하연이 호기심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그렇구나. 그래서 아는 건 나왔어?”
“아니. 하지만 혹시 몰라? 지내다 보면 기억날지…….”
그때였다. 갑자기 무전기가 벼락같이 이곳을 강타했다.
무전기가 울리고 도하연 일행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들 사이로 무려 10여 마리의 뛰는 감염자들이 오는 게 아닌가.
“어떻게?”
앞에는 수색조가 있을 터. 의아했지만 도하연은 바로 뛰었다.
“아현아! 일로!”
다급하게 이들은 한 집으로 가서 숨었다. 그리고 뒤늦게 애매한 거리에 있던 유상인이 이쪽으로 뛰고 있었다.
곧, 5명이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 마리라면 저항도 가능했겠지만, 무려 10마리. 이들은 무조건 숨어야 했다.
“동현 오빠네 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집 안에 숨고 감염자를 피해 이들은 일제히 거두던 집 안에 숨었다.
무전기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기서 해야 할 것을 찾아야 한다. 도하연은 창문 쪽을 주시했다.
“모두! 창문을 잠가요!”
수색조가 열고 간 창문이 보인다. 도하연이 다급히 뛰어가서 창문을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기이?”
창문 바깥으로 감염자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간의 침묵.
도하연의 손이 창문을 재빨리 닫았다.
하지만 뛰는 감염자는 온몸을 내던졌다.
“악!”
유리창이 깨지고 감염자가 바닥에 안착했다.
도하연이 경악하면서, 물러나는 그때였다.
매니저가 바로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키엑!”
쓰러지는 감염자. 그제야 매니저는 소총을 들어 발사했다.
한 발, 두 발, 세 발.
연이은 총성이 울리고 도하연은 본능적으로 바깥을 보았다.
“후우…….”
아니나 다를까 세 마리 이상의 감염자들이 이쪽을 향해 뛰는 게 아닌가.
“오고 있어요! 창문을 막아야 해요!”
이들은 본이 아닌 공성전을 펼쳐야 했다. 온몸을 유리창에 던지는 감염자들이 거실의 창문을 점점 깨트리고 있었다.
도하연은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유리창이 깨지면 모두 큰일 나는데?’ 점점 금이 가는 유리창을 보는 그때, 도하연은 제주도에서 사내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래요? 우리는 좀비 세 마리가 창문대용으로 뻗어 있는데. 나중에 서로 구경이나 하죠.]오히려 이용이 가능하지 않는가.
도하연은 그때 갑자기 깨진 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쪽이야! 이쪽으로!”
깨진 부근에 미끼를 던지듯 손을 내밀자, 감염자들이 달려들었다. 깨진 곳으로 몸을 던지는 거다.
그리고 매니저는 바로 도하연의 의도를 눈치 챘다.
“고맙다! 아주 좋은 과녁이네!”
들어올 곳을 지정하면 총을 쏘기도 편하다.
심지어 한 마리씩 들어와야 해서 다른 곳에 깨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이 판단력으로 이들은 감염자들을 모조리 총알의 제물로 만들 수 있었다.
연이은 총성에 모든 감염자가 뻗은 상태였다.
유상인은 땀을 닦았다.
“대단하시네요. 전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제주도에서 별일이 다 있어서 말이에요.”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았다. 도하연은 지쳤는지, 거실에 앉아서 그대로 누워버렸다.
“나, 이대로 쉴래. 매니저 오빠. 그래도 되죠?”
“그래. 일단 쉬자. 와…. 수색조에서 뭔 일이 일어난 거야?”
“동현 오빠는 무사할까 몰라. 아니다. 그 오빠는 당할 리가 없지.”
동현의 무지막지한 실력과 체구를 떠올린 도하연이었다.
그 모습에 유상인이 물었다.
“동료분이 엄청나신가 봐요?”
“인간병기에요! 진짜 잘 싸워요. 제주도에서 오빠 덕에 살았죠.”
“제 친구도요. 그놈은 인간병기라는 것보다는 독한 놈이죠. 기어이 산 것도 그렇고.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도하연은 그 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 동현 오빠랑 팀 먹으면 대박이겠네요. 독하고 강한 자들이 뭉치니까. 매니저 오빠는…. 음….”
“시끄러. 난 원래 뒷바라지 전문이다. 내 전문분야가 아니야.”
매니저의 말에 이들은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도하연이 다시 누우며 편하게 뻗은 순간, 그녀의 시야 끝, 작은 방이 보였다. 그 문 끝에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지금 뭔 짓을 하는 거야!”
동현은 실수를 한 민기의 동료, 정도일을 타박했다.
그들은 포위당한 상태였다. 수십 마리의 감염자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정도일은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동현은 신민기를 불렀다.
“형씨. 여기서 탈출해야겠는데. 현재 우리 탄환이 몇 발이지?”
“총인원 40명에 20명은 흩어졌고, 나머지 20명이 10발씩 200발정도 되네요. 충분하기는 한데, 수십 마리를 상대로 난사했다가는 총알이 부족해지겠죠.”
“그래. 빨리 처리하고 수거 조한테 가야 해. 몇몇 감염자가 달려가는 걸 봤어.”
동현은 전황을 살피려 하고 있었다.
‘제길. 그러게 천천히 가자니까. 갑자기 흥분해서는….’
본디, 수색조는 전방에 홈플러스 건물을 발견했다.
도로를 끼고 있는 이곳은 감염자들로 득실거렸다.
‘거기만 털면 식량이나 생필품 걱정이 당분간은 사라지는 건데.’
동현도 반색했지만, 문제는 그 수가 장난이 아니었던 거다.
못해도 150마리 가까이 되는 감염자가 도로와 홈플러스를 둘러싸고 있었다.
저런 건, 며칠 두고 사냥해야 한다. 동현은 그렇게 설명하고 모두가 동의했지만, 정도일은 그러지 못했다.
감염자 좌우로 갈라져서 돌멩이나 소리가 작게 나는 물건으로 끌고 오려는 계획이었지만, 하필 정도일이 다급한 마음에 가다가 엎어지고 감염자의 주의를 끌었다.
침착하게 도망치면 되지만 당황한 정도일이 총을 든 게 문제였다.
총성이 울리고 100여 마리의 감염자들이 거기에 이끌렸다.
덕분에 수색조는 고립된 상태.
동현은 사면초가를 몸소 경험하고 있었다.
“항우의 기분이 느껴지네. 이걸 어떻게 한다….”
제주도에서도 감염자가 집안까지 들어오려 한 적은 있다.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그 수가 훨씬 많을 뿐.
‘하지만 이쪽도 마찬가지로 무장은 훨씬 좋아.’
창문을 두들기고, 괴성에 움츠러드는 수색조 대원들이 눈에 띄었다.
‘역시, 사기를 올려야 해.’
동현은 사기가 떨어진 군인들은 전장에서 오히려 해가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보여줘야 한다.
그의 머리는 이 난국을 타개할 작전을 세웠다.
‘뛰는 감염자는 다행히 몇 마리 없어. 그놈들이 제일 성가셔.’
동현이 현관으로 다가갔다. 몇 마리가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위험한 짓을 하지 않고 싶었는데.’
하지만 할 수 있다. 동현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유리창이 깨지려 하고 있어요!”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감염자들이 사방에서 달려드는 걸 막아야 한다.
‘생각보다 간단해. 용기만 있으면.’
동현은 거침없이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신민기가 소리쳤다.
“뭐하세요?”
“이대로 가면 사방에서 덮쳐질 거다. 한곳으로 유도해야 해.”
“미쳤어요? 그쪽으로 들어오면….”
“못 들어와. 유도만 하고 닫을 거야.”
신민기가 할 말을 잃은 그 순간이었다. 동현은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두들기던 감염자가 멍하니 동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감염자가 앞으로 쓰러지려 하자, 동현이 그대로 발로 밀어버렸다.
그 우악스러운 힘에 감염자들이 넘어졌다.
“키에에엑!”
뛰는 감염자가 뛰어 들려 하자, 동현의 총성이 다시 불을 뿜었다.
하지만 목을 맞고 버틴다. 감염자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는 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