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7
박만적은 코웃음 쳤다.
“미쳤네.”
결국, 식사 시간이 끝나고 유상인은 끌려가 구타를 당하고 말았다.
도하연은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최미옥과 지아와 같은 이들이 전혀 일하지 않는다는 것.
그걸 지금, 분명히 깨달은 상태였다.
3일 동안 지켜본 결과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니 일은 하는 지가 굉장히 의심되었다.
도하연은 신민기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있는 문을 두들기자, 드문드문 들리던 소음이 싹 멈췄다.
“…….”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든 도하연 이었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지 않은가.
문이 살짝 열리고 마치 범인이 형사를 맞이하는 것처럼 민기가 얼굴만 빼꼼이 내밀었다.
“민기 오빠! 지금, 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누구?”
“최미옥 패거리요! 아예 일 자체를 하지 않던데. 어떻게 된 거에요? 규칙을 제대로 적용해야죠.”
도하연이 따지고 들자, 신민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일 확실하게 할게. 일단, 오늘은 물러가렴.”
“오빠…….”
문은 다시 닫히고 도하연은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뭐가 안 되네.”
스트레스만 쌓이는 기분이었다.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안쪽에서는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상해. 왜 최미옥 패거리는 이 시간만 되면…….’
일은 하지 않는 건, 물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단 말인가.
그러던 중, 도하연은 계단에서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새끼들 때문이야. 그 새끼들……. 왜 나만…. 왜 나만…….”
“저기…. 요?”
도하연은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사내는 무언가 계속 중얼거렸다.
“걔들…. 점점 늘어나…. 늘어나…. 날 때렸어. 밥 먹는데 방해하고 나만 벌을…….”
도하연은 뒷걸음질 쳤다.
‘감염자야!’
그렇다. 상대는 지금 분노로 일그러진 상태. 이미 제주도에서도 인천에서 잔뜩 본 형태다.
‘왜?’
이제껏 평온하던 피난민센터였다. 제주도랑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게 어그러지고 있었다.
“아!”
도하연은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운명의 장난처럼 변이중인 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봤지? 봤지? 너도 날 놀리는 거지? 시발 년아!”
흥분한 채로 도하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도하연은 다급히 일어서서 뒤로 도망치고 있었다.
“개년아!”
괴성과 함께 드디어 폭주해버린 상대가 그녀를 뒤쫓았다.
도하연은 뛰었다. 계단으로 뛰고 상대가 쫓아왔다.
계단에서 줄행랑을 치지만, 상대가 더 빠른 건 어쩔 수가 없으리라.
도하연이 잡히려는 그때 그녀는 계단에서 구르고 말았다.
“아욱…….”
그리고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흥분한 상태로 중심이 넘어져 도하연의 옆으로 굴렀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하연이 몸을 일으킬 때였다.
“커……. 커억……. 컥!”
눈앞에서 기괴한 꿈틀거림이 보였다. 피부가 급속도로 마르고, 푸른 혈관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
도하연의 온몸도 같이 떨렸다. 이윽고 그것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 눈동자와 그녀가 시선을 마주쳤다.
“캬아아악!”
공포 영화 속에서 도하연의 운동화가 감염자의 공격과 동시에 나갔다.
그저 본능으로 그녀는 얼굴을 차버리고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달렸다. 살기 위해 말이다.
“하연아!”
그때, 매니저가 몽둥이를 들고 나타났다.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감염자와 매니저는 맞붙었다.
“크아아악!”
서로 뒹굴며 필사적으로 맞붙는 와중에 도하연이 그대로 머리통을 갈겼다.
감염자가 움찔하는 순간, 매니저의 방망이질이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그제야 이곳은 고요해졌다.
“일단 들어가 쉬어. 갑자기 이게 뭔 일이래?”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도하연은 최미옥 일행과 신민기가 같은 방향에서 나온 것도 말이다.
뒤숭숭한 분위기가 피난민센터를 아우르고 있었다.
아침조례시간. 신민기 일행이 앞에서 준비하는 사이, 사람들은 어제 일어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냥 뜬금없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의 일이 터졌다.
“당신들 패거리한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 여성이 울분에 찬 신민기에게 따졌다.
“우리 남편이 계속 항의하니까. 갑자기 몇몇 이들이 시비를 걸고 괴롭혔잖아!”
“무슨 소리입니까?”
신민기는 처음 듣는 소리라며 황당해 했다.
도하연은 저 표정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연기하는 건, 아닌데. 진짜 모르는 거야. 그렇다면 패거리라면…….’
적어도 표정을 보면, 대략 신민기가 거짓말을 하는 지, 진짜인지 알 수 있는 게 도하연이었다.
“하연아. 뭘, 그렇게 노려봐?”
“아현아.”
뒤에서 어성준과 같이 조아현이 웃고 있었다.
그녀는 난리를 치는 사람과 말리는 사람 쪽을 보았다.
“요새 좀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지?”
“그러니까. 후우. 괜찮은 곳이었는데….”
“그런데 너희 매니저는? 항상 붙어 있었잖아.”
“몸이 아프다고 쉬겠대.”
덕분에 도하연은 오래간만에 혼자 다니고 있었다. 동현이야 수색조이고, 태희는 의무실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여기에 오지 않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퍼플링의 지아가 대뜸 손을 들었다. 그리고 도하연 쪽을 보았다.
“이 시국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벌을 좀 세게 줘야 하지 않을까요?”
“…….”
도하연은 순간, 무슨 소리인가 했다.
‘설마 우리 매니저 오빠를 이야기하는 거 아니지? 아파서 빠진 사람인데.’
하지만 신민기는 그런 도하연의 기대를 부쉈다.
“오늘 여기에 빠진 사람들은 추가적으로 벌을 부과하죠. 한 사람뿐인가? 강 매니저였지? 하연아, 그분한테 전해.”
뜬금없는 소리가 전해지자, 도하연이 반발했다.
“오빠! 무슨 말씀이세요! 매니저는 아프다고요! 아픈 건, 제외해야죠.”
“규칙은 규칙이야.”
신민기는 매정하게 몸을 돌렸다. 도하연은 울컥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뭐가 규칙이에요? 최미옥 패거리는 일도 안 하고 벌도 안 받고, 게다가 규칙을 자기 멋대로 적용하면 누가 따르는데요? 지금 오빠,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그녀가 따지고 들자, 신민기는 잠시 몸을 돌렸다. 이해나 관용의 정신이 아니었다.
오히려 분노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다시는 그딴 말로 자꾸 규율을 어지럽히면 넌, 여기서 나가게 될 거야. 알겠어?”
“오빠!”
도하연의 외침에 신민기는 무시하고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한 무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야! 자꾸, 민기 형한테 왜 그래?”
“지금 고생하는 사람이 누군데? 그따위로 말을 해?”
도하연은 그들이 처음 보는, 말 그대로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갑자기 도하연을 핍박했다.
‘뭔가 있어.’
도하연은 거기서 한 가지 깨달았다.
그때 변하기전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 그리고 그 부인이 했던 이야기.
‘이게 지속하면 여기도 위험해.’
도하연은 이 안전한 곳에 더 머무르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일그러진 규율부터 바로잡아야 했다.
도하연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퍼플링의 지아가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도하연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말 그대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스타에 올랐다.
적을 요격하기 위해 몇 시간을 참는다?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그날 밤 10시. 이제 소등 전에 모두가 방안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도하연은 온종일 누워 있는 매니저를 보았다.
“아예 진료실로 가는 게 어때요?”
“감기 정도로 뭘. 그냥 하루 정도 남으면 돼. 역시 그 감염자 때문이야. 괜히 힘썼어.”
“참, 제가 오빠를 돌봐주다니. 우리 위치가 바뀌었잖아요.”
도하연은 투덜대면서도 매니저의 이불을 정돈해주고 있었다.
놀러 온 조아현은 그런 도하연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우리 하연이가 아주 지극정성이야. 매니저 오빠는 복 받았네. 복 받았어.”
매니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진짜, 옛날 생각났다. 아역 시절 꼬리표 때려고 막 지원했을 때, 진짜 고생 많이 했지. 지금 이렇게 훌륭하게 컸고, 매니저로서 기쁘다.”
“이 오빠가…. 갑자기 무슨 옛날이야기에요? 떽! 쉬기나 하세요.”
살짝 창피해진 도하연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숨길 수 없으리라. 그녀는 화제를 돌렸다.
“태희랑 동현 오빠는 아직 안 들어오네? 데이트라도 하나?”
“그럴걸? 여기에서 연인이 개인 시간을 같기 힘드니 뭐…….”
도하연은 휴대폰 시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그 어떤 연기보다도 진지한 얼굴이었다.
“아현아. 잠시 우리 매니저 오빠 좀 봐줄래? 곧 돌아올 테니까.”
“어디 가게?”
“한 건 하고 싶거든.”
의미심장하게 웃는 도하연,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친구 조아현은 무언가 눈치 챈 듯 나직이 말했다.
“조심해.”
“그래.”
척하면 척. 도하연은 친구의 눈치에 기뻐하며 방을 나섰다.
휴대폰은 이미 촬영모드였다.
“후우. 침착하자.”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기가 할 행동이 헛짓이라면?
때마침 아무것도 없다면?
그야말로 개망신이었다. 하지만 도하연은 앞으로 나갔다.
‘빨리 처리해야 해.’
이곳은 보기 드물게 체계가 잘잡힌 곳. 엉망으로 만들 수 없었다.
차라리 원인을 최대한 빨리 정면으로 만드는 게 옳았다.
도하연은 두근거리며 시끌벅적한 신민기의 방으로 향했다.
그 누구도 허락 없이 열지 못한 곳. 도하연은 전날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조심스럽게 고양이가 먹이에게 다가가듯이 문 앞까지 도달했다.
“후우.”
작은 심호흡이 끝나고, 도하연은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는 질펀하게 술자리를 펼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최미옥, 지아, 육진욱. 그리고 이방의 사람들이 아닌 남자 몇.
그리고 신민기 일행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시선이 도하연으로 향했다.
찰칵.
휴대폰의 촬영음이 일어나고 이 방의 사람들의 살기가 뿜어졌다.
대강 눈치는 채고 있었다. 패거리랑 같이 다니고 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아예 방에서 서로 술 먹으면서 놀 정도로 친근하다?
이것까지는 예상 못 했다.
사진을 찍은 도하연도 놀란 방의 분위기. 멍하니 있던 도하연은 엄청난 살기에 뒷걸음질 쳤다.
“너 뭐야.”
“왜 멋대로 문을 열어?”
“미쳤나.”
격앙된 반응이 화산처럼 문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유탄은 명백히 도하연을 향하고 있었다.
신민기는 그 누구보다도 앞장섰다.
“도하연. 지금 갑자기 무슨 짓이야?”
“…….”
잠시 떨던, 도하연은 침을 삼켰다.
“왜……. 최미옥 패거리가 벌을 받지 않는지 잘 알겠어요.”
“무슨 헛소리야.”
신민기의 손이 도하연의 휴대폰을 뺏으려 했지만 도하연은 바로 물러섰다.
한 걸음 물러나고, 신민기가 한걸음 움직인다.
두 걸음, 세 걸음. 이 리더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도망쳤다. 신민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이 시발! 거기 안 서?”
우다다거리는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도하연은 도망치려 했지만, 감염자랑은 달랐다. 이들은 계단에서 구르지도 않고 중간에서 도하연을 잡고 말았다.
“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