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8
“너, 뭐하려고? 멋대로 사진을 찍어?”
“지금 더 큰 문제가 있을 텐데요?”
도하연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신민기는 이를 악물었다.
“무슨 문제? 공과 사는 구분하는 거야. 술 먹은 게 잘못이야?”
“그게 구분하는 거예요? 누가 봐도 다 아는데…!”
“어서 말대답을….”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도하연의 몸이 뒤로 밀렸다.
“어?”
신민기가 당황하는 그 순간, 계단 중간에서 도하연은 굴렀다.
“아악! 아…. 아….”
계단 아래서 도하연이 신음하고 신민기는 놀라서 주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지아가 옆에서 나타났다.
“왜 그래요? 스스로 자빠진 거 아니에요?”
그녀는 씨익 웃으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바로 거뒀다.
“이런 건, 지워야 해요. 비밀번호가 걸렸네요. 오빠, 이거 알려지면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가 나빠지지 않겠어요?”
“그, 그렇지.”
신민기는 너무 놀랐지만, 곧 현실을 파악했다. 이게 유출되면 말 그대로 리더로서 권위와 위엄이 폭락한다.
그렇다. 여기는 자신이 리더. 모두에게 반발을 사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 늘어난 최미옥 패거리들이 나왔다. 신음하는 도하연을 붙잡았다.
신민기는 최미옥을 보았다.
“최 사장님. 뭐하는 거예요?”
“아니, 이대로 가면 우리 민기도 위험하잖아. 확실하게 해야지. 끌고 가.”
“그래도….”
“그러면 이대로 보낼 거야? 그냥 끝나는데? 사진이 없으면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지만 찍힌 건, 달라! 리스크 관리 몰라? 저 여자애 하나 협박하는 게 더 싸게 먹혀.”
최미옥의 말은 그럴듯했다. 더불어 이제 신민기는 왠지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었다.
“그, 그러죠. 하연이 한테 비번만 알려주면 그냥 보내주겠다고 해.”
도하연은 고통에 신음했다. 여기저기 찰과상이 생기고 그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오빠, 정신 좀 차려요.”
그리고 나온 대답. 신민기는 분노하는 그때였다.
“하연아!”
바로 그때였다.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조아현. 도하연이 걱정되어 나와 본 그녀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순간, 신민기 패거리들의 마음속에 거센 풍랑이 일어났다.
어찌해야 할까.
“일단 휴대폰이라도…….”
그렇다. 휴대폰만 없으면 된다. 압수 핑계는 아무거나 대면 그만.
하지만 이들은 근본적인 오류에 빠져 있었다. 다친 도하연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무슨 짓이에요!”
간신히 허리를 세운 도하연에게 조아현이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하연아 괜찮아?”
“밀었어.”
도하연은 힘들게 한마디를 했다. 조아현의 따가운 시선이 신민기에게 향하자, 그는 극구 부인했다.
“난 아니야.”
“그럼 다른 누군가인가요?”
조아현이 그렇게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도하연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내 휴대폰 내놔요.”
“그럴 순 없어.”
신민기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 규칙에서요? 멋대로 휴대폰 가져가지 마요.”
“넌 우리를 찍었어. 멋대로 찍는 건, 금지야.”
“최미옥씨랑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사진이요? 근데 규칙도 없지 않았어요?”
도하연이 차갑게 응수하자 신민기의 손이 움직였다.
짝!
신민기의 손바닥에 맞아 바닥에 재차 쓰러지는 도하연이었다. 조아현은 격분했다.
“무슨 짓이에요!”
“누가 반항하래? 내가 리더란 말이다! 왜 말을 따르지 않아?”
신민기는 결국, 파국으로 향하는 말을 내뱉었다. 핑계처럼 되던 규칙도 규율도 없었다.
조아현이 기가 막혀 아는 가운데, 지아가 다가왔다.
“꼴에 친구라고 그러고 있네. 징벌이 필요해요. 최 사장님.”
“민기야. 우리한테 맡겨. 알아서 처리해줄게. 네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어.”
신민기는 이판사판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최미옥 패거리들이 도하연과 조아현에게 달려들었다.
“무슨…”
입을 봉하고 이들이 강제로 끌고 가려는 찰나였다.
“와…. 조폭들이다!”
갑자기 1층 아래서 험악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폭보다 더 무서운 인상의 사내가 계단으로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신민기 패거리는 순간, 영화 조스가 생각났다. 비지엠만 있었으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걸 말이다.
동현이 천태희와 같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하연이가 혹시 모르니 올라와 달라고 해서 시간 나면 올라가겠다고 했는데, 아주 그냥…. 미쳤구만.”
10여 명이 넘는 신민기, 최미옥 일행을 상대로 동현은 손을 내질렀다.
“훠이 가라. 훠이~”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질렀다. 그 위력을 아는 신민기는 침을 꼴깍 삼켰다.
최미옥은 소리쳤다.
“저게 어디서! 모두 달려들어요!”
하지만 쉽사리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최미옥은 바로 소리쳤다.
“뭐해? 그동안 내 도움으로 잘 먹고 놀았으면서! 제대로 움직이라고!”
최미옥은 동현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덜 됐다. 같이 싸워온 신민기와 그 동료들은 감히 덤비지 못했다.
“휴대폰을 가져갔어요.”
조아현의 어시스트에 동현은 손을 내밀었다.
“민기 씨. 좋게좋게 가자? 갑자기 왜 우리 애들 휴대폰을 뺏어? 뭐 찍었어?”
“….멋대로 촬영한 건, 압수입니다.”
“그런 규칙 있어?”
동현은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었다. 신민기는 심호흡을 했다.
“규칙에 없어도 다짜고짜 사진을 찍은 게 문제라는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압수할 권한은 있냐고. 내용이 문제 있는 거면 삭제한다. 뭐가 찍혔는데?”
대답이 없다. 도하연이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노는 사진이에요! 최미옥 패거리와 노는 사진이에요. 오빠. 이 사람들 벌을 받아도 제대로 하지를 않고요!”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큰일인데? 대장이 공정해야지. 내놔.”
“이 새끼야 그만 해!”
결국, 참지 못한 정도일이 나섰다. 그는 그대로 주먹을 동현에게 날렸다.
빡, 볼에 꽂히는 주먹.
하지만 동현은 거석처럼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신민기를 쳐다보았다.
“이놈 뭐야? 군사재판으로 넘어간다며? 왜 여기 있어? 설마 민기 씨 당신….”
그리고 자기를 때린 사내의 팔목을 잡았다. 가볍게 비트는 순간, 상대는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악!”
“이여기 대장 아니야? 진짜 실망인데? 그리고 휴개폰 내놔. 진짜 주먹 날아가기 전에.”
그 엄포에 결국, 신민기는 휴대폰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동현은 신민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점점 무너질 거야. 그러니 앞으로 잘해.”
하지만 대답은 없다. 소등시간 전에 일어난 크나큰 사건.
당연히 소문이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도하연이 찍은 이 사진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놨다.
그저 관계가 있는 사람 간의 다툼일 수도 있는 이 사진은 불공정한 대우에 암암리에 느끼던 모든 사람을 폭발시켰다.
“왜 저 새끼들은 벌을 받지 않는데?”
“자기들은 잘못을 하고도 규칙을 따르지 않잖아!”
“정도일인가 그놈도 봐줬다고 하던데? 말이 돼? 제멋대로야!”
“자기랑 친한 놈들은 봐주고 우리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그런 식으로 누가 하는데?”
불만이 폭주하고 중랑구 피난민센터는 제대로 업무가 돌아가지 않았다.
기어이 신민기는 센터장에게 불려갔다.
“지금 무슨 상황이야! 잘 관리하겠다며! 지금 군부대가 사람들을 말리고 있어. 감염자도 나타났다는 보고야!”
“죄송합니다.”
“아니, 감염자라도 나오면 어쩔 건데? 잘해오다가 갑자기 왜 그래?”
신민기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센터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만이 폭주하니까 물러나야겠어.”
“네?”
“그러면 저대로 둘 거야? 혹시라도 감염자가 나오면 어떻게 해? 빨리 무마해야지. 그거 알아? 지금 의심환자가 늘어났다고!”
신민기로서는 잘못에 대해 반성해야 했다. 확실히 그는 최미옥 일행에게 끌려 다녔으니까.
‘왜 이렇게 된 거야?’
하지만 그는 최미옥 일행의 호의를 바꾸기는 싫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지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요?”
힘들거나 괴로울 때, 지아는 매일 그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지아는 그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우리 잘못이니까. 오빠는 확실하게 가만히 있으세요.”
“이미 끝났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적어도 지금 이 사태를 만든 이는 처리해야죠. 앞으로 계속 그럴 텐데. 지금 도하연한테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 못 보셨어요?”
지아의 말대로였다. 제대로 폭로한 도하연은 그에게 불만 있는 사람들에게서 영웅 취급을 받았다.
즉, 그녀를 중심으로 지금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린 거였다.
“하지만 어떡해…”
“알아서 할게요.”
지아는 윙크를 하며 떠나갔다.
흉흉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큰일 났어! 지금 아래층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어!”
동현은 다급히 일어섰다.
“태희한테 가볼 테니까. 모두 기다려. 매니저 형씨, 약도 가지고 올 테니 참으라고!”
“조심히 가세요!”
도하연은 매니저와 단 두 명만 남은 상황에서 한숨을 쉬었다.
“매니저 오빠, 아예 이틀째 누워 있네요. 뭐 지금 센터는 난리에요. 작업도 중지고 사람들은 흥분한 상태고…. 저로서는 다행이지만요.”
도하연은 열심히 매니저의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크게 몸이 안 좋아진 매니저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도하연의 시선은 왠지 모르게 절망감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손을 잡았다.
“제가 처음에 집안에서 나와서 친구 집에 살며 생활할 때 있었잖아요. 오빠가 그때, 내가 불쌍해서 원룸 하나 구해줬죠? 아직 수입도 없는 저를 말이에요. 정말 고마웠어요.”
매니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웃을 뿐이다.
도하연은 연민의 눈동자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떻게 할까요?”
의미심장한 대답에 매니저는 힘없이 대답했다.
“수면제…를 줄 수 있을까? 내가 너 대배우가 될 때까지 옆에 있으려고 했는데…”
마치 유언과도 같은 대답. 도하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염자 때문에 위험한데. 오빠랑 내 사이인데. 그정도야! 갖다올게요! 꼭 버텨요.”
어떤 의미의 버티라는 말일까. 매니저는 이미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녀가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도하연은 눈앞에서 사람을 대동한 지아를 보았다.
“우리 이야기 좀 할까?”
“미쳤어?”
도하연이 놀란 그 순간, 지아가 달려와 그녀의 뺨을 날렸다.
“지금 아래층에 감염자가 발생했더라? 개판이야. 아주. 너도 지금, 감염자가 되면 돼. 난, 지금 감염자를 처리하는 거고. 그렇게 보고 하면 돼.”
“초등학생이야? 이게 마음대로 될 줄 알아? 내가 죽기라도하면 사람들이 더 흥분할 게 뻔해!”
“아닐 수도 있잖아? 여기 군관계자도 우리편인 건 알아? 군대로 정리하면 돼. 이러고도 그런 소리를 계속할 수 있을까?”
지아는 바로 도하연을 끌고 바깥으로 향했다. 감염자에게는 합법적인 린치가 가능하다.
‘이것들은 지금 난리 난 통에 죽여 놓고 감염자라고 우길 셈이야.’
어거지다. 분명한 어거지지만, 현 상황에서는 통용되는 어거지.
그녀는 뒤쪽을 바라보았다. 닫힌 문 너머에는 매니저가 누워 있다.
“오빠….”
그렇게 끌려간 도하연의 앞으로 매서운 발길질이 날아왔다.
그리고 방 안쪽에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8. 탈출
지아는 도하연에게 가지는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잘나가는 배우? 그것보다는 조금 더 원초적이다.
‘보기 싫어.’
더럽게 온갖 짓을 하고 다니며 커온 퍼플링이다. 도하연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연예계가 뒤에서는 정치 쪽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더럽기 때문이다.
도하연도 그런 종류라 판단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 별거 아니다. 그런 연예인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아는 그 모든 것이 비교되었다. 스폰서나 영화감독한테도 도하연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 열등감은 더 없는 분노로 다가왔다.
어차피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성공만 하면 그만이기에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천에서의 사태에서 자신의 더러움이 자꾸 도하연과 비교되었다.
직접적으로 만나자마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에 한눈에 반한 사내도 도하연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 모든 게 자신과 도하연의 차이라고 느꼈다.
‘내가 더러워서? 저년은 깨끗한 거고?’
거기서 지아는 점점 무너져 갔다. 그녀는 인천을 탈출할 때, 자신의 그룹 멤버들을 희생시켰다.
[언니! 언니! 제발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요…. 제발….] [이러지 마요! 갑자기 왜 이러는데! 미친년아!]모두를 버리고 이제 악과 깡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열등감은 곧, 증오로 변모했다.
이곳에서도 도하연은 인정받고, 칭찬받는다. 자신은 또 비교된다.
‘이미 세상은 망했어. 이러는 게 뭐 어때서? 그 할망구 편 좀 들어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