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89
이미 인터넷은 물론이고 현 상황도 좋은 게 아니다.
최미옥이야 복구 이후에 힘쓸 생각이지만, 지아는 이미 비관적이다.
그녀는 난간에 서서 아래를 보았다.
감염자 하나가 머리가 으깨져 있었다. 동현이 몽둥이를 들고 군인들과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
“저 남자, 든든하겠네. 뭐, 없으니 다행이야. 나갈 때를 노리긴 했지만.”
다시 몸을 돌리자, 맞고 있는 도하연이 보였다.
감염자 때문에 다들 나오지를 않는다.
지아도 이미 그걸 알고 있기에 일부러 움직인 거다. 최미옥에게 도움을 받은 몇몇 패거리들은 지금 쓰러진 도하연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지아는 조금 더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흐르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목 조르던지, 어떻게든 끝내….”
바로 그때였다.
도하연을 끌고 온 문이 열렸다. 모두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비틀거리는 매니저가 힘겹게 걷고 있었다.
[자, 신참이지? 일단 우리 쪽에 배우 지망생 하나 있는데, 나이가 어려, 맡아볼래?]매니저는 비틀거리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도하연은 당시 소속사에서 기대주가 아니었다.
아역배우로 이름이 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모를 등지고 나온 상태였다.
동정을 느낀 그는 도하연을 지원해주었다.
‘아이돌도 준비하다가 엎어지고, 하연이가 엄청 힘들어했지.’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도하연의 멘탈을 잡아주고 억지로 일을 잡아오면서 수년을 보냈다.
도하연은 기어이 이겨내고 성공했다. 매니저로서 뿌듯할 정도로 말이다.
매니저로서 도하연을 지켜야 한다. 오로지 그 마음으로 그는 일어섰다.
구타당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매니저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남자들을 보았다.
정상적으로 그가 이길 확률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개 같군.”
매니저는 단 한마디를 하고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싸우는 게 아니다.
맹수가 습격할 뿐이었다.
“으아아악!”
곧 매니저의 입에서 상대의 살점이 뜯겨 나왔다.
“미친 새끼 아니야.”
“아니, 잠깐만! 저거!”
달려들려던 사내들이 일제히 물러섰다. 매니저의 몸이 점차 마르고 있었다.
매니저 혼자였다면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감염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저거 어떻게 해?”
“물러나!”
사람들이 뒷걸음질 칠 때, 지아가 외쳤다.
“도하연! 도하연을 밀어요!”
그녀는 바로 희생양을 던졌다.
감염자는 피아구분이 불가능하지 않는가. 일제히 도하연이 밀어버리고 이들은 도망쳤다.
푸른 혈관이 돋아나기 시작한 매니저는 도하연을 보았다.
그 미모가 멍과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오빠….”
도하연은 이미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매니저는 몸을 돌렸다.
“콜록! 콜록!”
그에게 물린 사내가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아직…….”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잡아당기며, 그는 기침하는 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어디서인지 힘이 솟고 있었다. 이 기침하는 자를 바로 지아 일행 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도하연을 방 안쪽으로 끌고 갔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귀찮게. 난 죽을 거야? 내가 왜….’
감정이 점점 폭발한다. 매니저는 그 모든 것을 참았다.
그리고 점점 이성이 혼탁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목표는 저들이다.
“개새…. 니들이…. 뭔데. 뭔데…. 뭔데에에!”
그리고 이곳에 새로운 감염자가 탄생했다.
동현은 구급상자를 든 태희를 대동하고 올라오고 있었다.
“여기 점점 이상해진다니까? 최소한의 약 정도는 챙겨서 갖춰야지.”
“동현아. 그래서 매니저는 어때? 감기 맞아?”
태희가 조용히 속삭이자, 동현은 이를 악물었다.
“너무 의심하지 마. 그 사람이 쉽게 죽을 사람도 아니고.”
“위험한 거 알잖아.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하아…….”
동현은 복잡한 심경으로 군인들을 지날 때였다.
“꺄아아악!”
지아의 비명이 들리고 본능적으로 태희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계단을 보는 순간, 7마리의 감염자들 사이에서 지아가 도망치는 게 보였다.
“아니, 저 무슨…!”
동현이 올라가려 했지만, 수가 너무 많다, 태희와 함께 일단 아래층으로 도주했다.
“물러나요! 물러나!”
5마리가 뛰는 감염자다. 군인들이 다급히 계단으로 가는 순간, 하늘에서 감염자가 떨어졌다.
“우악!”
탕탕탕!
놀란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이 일어났다. 감염자는 죽었고 이들은 다급히 올라가려는 순간이었다.
“기…. 그….”
죽은 군인이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민첩하게 다른 군인을 습격했다.
“으아악!”
“시발!”
총성이 난사 된다. 사람들은 혼비백산 도망치다가 서로 깔리고 부딪치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이 파국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곳곳에서 기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동현은 그곳에서 보았다. 깔린 사람이 감염자가 되어 일어나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하지? 하연이는 무사한가?’
당장 계단으로 올라갈 수 없다. 그렇다면?
“태희야! 밖으로 와!”
동현은 다급히 1층 바깥으로 나왔다. 자신들의 방에다 설치한 밧줄이 바로 떠올랐다.
동현은 바로 도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연아! 밧줄 좀 던져줘!”
“…….네.”
왠지 힘이 없는 목소리지만, 정말로 밧줄을 내려왔다.
저번에는 2층 정도였지만, 길이를 더 늘여 아예 바닥까지 닿게 했다.
“태희야. 올라올 수 있지?”
“…….3층까지는 힘들 거 같은데.”
“그럼 타!”
동현은 그대로 어부바 흉내를 냈다. 태희는 잠깐 망설이다가 비명이 여기저기 들리자, 바로 올라탔다.
동현은 그야말로 완전행군보다 더한 무게를 몸에 짊어지고 밧줄을 타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힘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현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힘든지 숨을 헉헉대며 올라갔다.
태희는 그런 연인을 걱정스러워했다.
“괜찮아?”
“내가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 완전군장하고 줄타기도 해봤다고. 중간에 포기했지만”
동현은 악다구니를 쓰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은 포기 안 해. 우리의 모든 게 다 3층에 있는데!”
그야말로 괴력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다행히 중간 중간 매듭으로 버틸 구석이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기어이 3층에 태희를 올린 동현은 숨을 헉헉대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굴이 부어오른 도하연을 보고 경악했다.
“아니, 무슨 일이야!”
도하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는 슬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매니저 오빠가…. 오빠가….”
“왜 그래? 매니저 형씨가 어디 있어?”
동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직감했다. 그가 누워 있던 이불은 이미 엉망으로 뒤집어진 상태였다.
도하연은 울면서 간신히 말했다.
“변해버렸어요. 오빠가….”
두 사람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바깥에서는 더더욱 거센 비명이 들렸다.
안전하다던 피난민 센터는 지금 혼란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수의 감염자 발생으로 점점 그 세가 확장된 것이다.
갑자기 다수의 감염자가 난리를 피우니 도망치다가 당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거기에 유탄에 맞아서, 감염자가 갑자기 덮쳐오며 로비가 엉망이 되고 있었다.
도하연은 펑펑 울면서 태희에게 안겨 있었다.
동현은 씁쓸한지, 매니저의 이불을 바라보았다.
“태희야, 하연이 좀 잘 치료해줘.”
구급상자는 정말 이럴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태희는 얼굴의 상처를 닦아주고, 연고와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항생제도 챙겨올걸. 그래도 이 정도 상처면 그거 까진 필요 없기는 한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도하연은 울면서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동현은 격분했다.
“미쳤나? 그년은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이유야 모른다. 도하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그녀는 당장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오빠는 절 지켜줬어요. 그러니 살아야 해요. 바깥에는 어때요?”
“개판.”
동현은 간단하게 말했다. 창문을 보니, 감염자에 쫓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 상주 군인은 40명 정도고, 수색조까지 합하면 70명 정도 되거든? 저들이 빨리 진화해주기를 바라야지.”
동현은 짐을 챙기면서 일단 도하연에게 휴식을 취하라 했다.
“하연아. 일단 누워. 지금은 누워 있어.”
구타로 몸이, 매니저로 인해 마음이 상처 입은 도하연은 일단 쉬게 하는 게 다였다.
총성이 계속 울리고 비명이 커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제압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밤이 깊어지고 총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더불어 감염자들의 비명도 말이다.
동현은 다시 창문으로 나가보았다.
‘감염자들이 더 늘었어?’
그의 시선에 수십 마리의 감염자가 보였다. 하지만 총성이 잦아들지 않았는가.
“이상한데?”
동현은 바로 신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투 중인가? 그러면 방해 겠고.’
이번에는 센터장이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자 이번에는 받아졌다.
“도, 동현 군. 자네 어디 있어? 어서 도와주게!”
“센터장님.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군인들로 조금씩 처리하면 되죠?”
“지금, 그 군인들이 변하고 있어! 야! 막아! 막으라고!”
시끄러운 소리와 총성이 휴대폰에도 울렸다. 위급한 상황에서 돌변하는 사람들.
거기에 비명이 생생하게 동현의 귓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큰일 났는데?”
동현은 통화를 끊었다. 총성 대신, 비명이 주변을 메우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과연 이곳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은 그저 처리를 기다려야만 했다.
“신고한다.”
유상인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상대는 정말 안 될 놈이었다.
자기가 맞은 것보다 아버지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왜 엄마는 안 풀어주는 거지?’
만약, 감염이 됐으면 가족에게 알려주는 기본이다.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건, 달리 말하면 무사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인가. 그래도 너무하잖아. 언제까지……. 사레 들렸다고 그렇게 격리시키는 거야.’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유상인은 일단,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했다.
강민호 말대로 배불뚝이 군단은 위험요소이다.
“후.”
딱히 동의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기 가족이 당하니 달라졌다. 강민호랑 말을 맞춰 배불뚝이 군단 대장을 보내야 했다.
‘우선, 아버지를 건드린 박만적이니 뭔지 하는 놈부터.’
박만적은 이대로 신고하고 끝내버린다.
그는 작업을 빠지고 강민호를 찾아 나서려 할 때였다.
유상인의 시선에 박만적이 보이는 게 아닌가.
‘저건, 부인?’
박만적이 갑자기 여자와 아이 하나를 데리고 황급히 나가고 있었다.
그의 체육관 지하는 의무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