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92
“그래요?”
빈성우와 윤주현은 고개를 그나마 안심이 된다는 표정이었다.
허순자는 손자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망할 놈들. 총은 최후에나 쓰라니까.”
이 강건한 신체는 리볼버를 들었다. 들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근접 무기로 죽이는 거지, 지금처럼 틀어지면 총은 무조건 해방해야 했다.
허순자의 노련한 눈은 최우선으로 자기 위치와 아군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
‘이곳은 교회 기준 6집 앞. 그 문제아 두 명이 4집을 돌파했고, 그다음에 총소리가 났어. 반대로 애송이군인들은 한 개의 집도 돌파 못 했고, 일단 문제아들에게 합류해야겠군.’
그녀는 무전으로 설동과 한꺽정을 찾았다.
“지금 위치 보고하도록.”
“지금 주택 옥상에 올라왔어요. 아사한 꽃들이 보이네요. 가슴이 아파요.”
한꺽정의 나름 쾌활한 무전이었지만 주변에 감염자들의 소리가 무전에 수신되고 있었다.
“위험하군. 구출하러 가야겠어.”
분명 감염자들이 즐비할 거다. 하지만 구할 수 있다.
‘이제는 포기하지 않는다.’
괴로운 추억을 떠올리며 허순자는 리볼버를 들고 바깥으로 이동했다.
총소리에 감염자들이 하나둘 마을에서 나오고 있었다.
갇혀 있던 좀비, 목적 없이 배회하던 좀비들이 뚜렷하게 교회 쪽으로 가고 있었다.
탕!
교회 쪽에서 또다시 총성이 터졌다.
허순자는 그 총성에 좀비들이 움직이는 걸 보았다.
‘현재 내 앞에 열 마리. 옥상에······.’
그녀가 시선을 위로 올리자, 덩치 큰 남정네 하나가 리볼버로 어딘가를 조준하고 있었다.
허순자는 바로 무전을 날렸다.
“쏘지 마!”
“네? 할머니. 그래도···.”
“지금 교회 쪽으로 감염자들이 몰려간다. 네가 총성을 내면 오히려 포위를 풀 수 없어. 수십 마리랑 피 터지게 싸우고 싶나?”
“그건 아니죠.”
“우선 반대쪽 옥상으로 넘어와라. 나도 이동하지. 그리고 기다려. 기다리면 너희는 무사할 수 있어.”
허순자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을 충실히 지켰다.
곧, 그녀의 시선에서 한꺽정이 놀라운 도움닫기로 반대편 옥상에 착지하는 걸 보았다.
“별명이 한꺽정이라기에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별명대로군.”
설동은 그 정도는 안 되는지, 간신히 난간에 매달렸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로 총성에 감염자들이 물러가고 한산해졌다.
허순자는 군용 삽 하나를 들고, 아직 가지 못한 감염자의 뒤통수를 노렸다.
빡!
감염자가 쓰러지고 연이은 가격. 좀비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설동과 한꺽정이 반대편 옥상에서 내려와야 하지만 습격당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위기를 맞게 하지 않는다.’
허순자는 일부러 두 사람이 있는 집의 문을 두들겼다.
적어도 내부에 감염자가 있다면 반응할 것이다.
쾅! 쾅!
아니나 다를까. 나가지 못한 좀비가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자기가 인도해서 안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허순자는 책임감을 느끼고, 과감히 문을 열었다.
감염자가 튀어나왔지만, 기다리는 건, 허순자의 두꺼운 워커.
좀비가 사람에게 달려들 때, 일단 팔을 뻗는다. 허순자가 기습적으로 가슴을 걷어차자 좀비가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 뒤는 바로 삽의 난타였다.
그녀는 무전을 내렸다.
“내려와. 감염자는 처리했…….”
“캬아악!”
바로 그때였다. 어느새 감염자 하나가 뒤에 있었다.
바깥에서 따라온 걸까? 허순자가 삽으로 입을 밀어냈지만, 중과부적. 바로 넘어졌다.
“쿠아아악!”
감염자의 이빨이 삽에 막히고 있었다. 삽에 볼살이 뜯어지는 것도 상관도 하지 않고 말이다.
허순자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감염자의 파워는 상상 이상이다.
“가만히 계세요!”
하지만 그녀의 예상보다 저 두 명의 판단력은 뛰어났다.
설동의 손이 보이고, 감염자가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갔다.
“할머니, 몸 관리하셔야죠.”
한꺽정이 그녀를 부축했다.
“흥, 손주 찾기 전에는 어림없지. 언제 내려왔지?”
“할머니가 문 열 때요. 설동이가 바로 내려가더군요.”
“위험한 짓을…….”
허순자는 주름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염자들은 교회로 몰려갔다. 그렇기에 오히려 거리가 한산하다.
“그 두 명은 어떻게 될까요?”
“포기하는 게 정석이야. 보통.”
허순자는 짧게 교회 쪽을 보았다. 총소리가 연이 났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근데, 난 그 보통이라는 걸 싫어한다네. 구출한다.”
“그럴 거 같았어요.”
설동은 어깨를 으쓱했다.
좀비 영화를 보면 흔히 보는 장면 중 하나였다. 좀비 떼에 오도 가도 못하고 둘러싸여 있는 장면을 말이다.
지금 신설동의 눈앞에 그 광경이 보였다. 수백 마리의 감염자들이 교회 입구를 두들기고 있었다.
“저걸 어떡해…….”
구할까? 설동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소리로 유도하는 것도 수십 정도면 모를까. 수백이면 답이 없다.
허순자가 멀리서 말했다.
“꼬마. 시가전 훈련은 해봤나?”
“네?”
“저 감염자라는 놈들은 단순해. 사람을 물어뜯는다. 목표만 포착하면 이성 없이 달려드는 거지. 난, 교회 이전의 지역을 여러 차례 ‘청소’했다. 차라리 이쪽으로 유도해서 집안과 창문을 넘나들어 흐트러트리면 구할 수 있어.”
신설동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보았다.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
“되게 위험하지 않나요? 기껏 안전지대를 만들었는데, 감염자들이 가득하다면…….”
“나 때문에 오게 됐는데 저렇게 바보같이 죽게 놔둘 수 없지.”
허순자는 무전으로 안의 군인들에게 안심하라는 무전을 보냈다.
설동은 한꺽정을 쳐다보았다.
“왜?”
“네가 두 사람 잘 인도해서 도망쳐라.”
“잠깐, 그건?”
허순자와 한꺽정의 표정이 변했다.
“이봐, 꼬맹이. 네가 한다고?”
“같이 하죠.”
“위험하다. 그런 건 내가…….”
“같이 하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그게 더 생존을 위한 길이에요. 그리고··”
걱정하는 허순자에게 설동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절대 안 죽습니다. 어디로 나중에 모이죠?”
그 강렬한 시선에 허순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다. 무전으로 구했다는 신호가 오면 우리가 처음 내려올 때 본 파란 지붕의 집이 있지? 거기로 오도록. 내가 지원 요청을 지금 날려둘 테니.”
허순자의 표정에는 듬직한 아들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제 이야기는 끝났다.
남은 건, 실행뿐.
패닉에 빠진 두 군인을 구출하기 위해 허순자와 설동은 사전작업을 시행했다.
미리 안전지대 주택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그리고 옆 주택과 연결된 창문을 열어두며 최종마무리까지 마쳤다.
“야, 이 새끼들아! 놀고 싶지 않다잖아!”
교회의 앞. 바글바글한 감염자 떼 앞에서 설동이 패기 있게 앞으로 나섰다.
그는 리볼버를 들고 감염자의 머리통을 정확히 날렸다. 거센 반동에 양손으로 잡은 탄착군이 흐트러졌다.
“어, 머리를 맞았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총소리에 감염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수백의 감염자들이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적을 노리고 있었다.
“캬아악!”
“구아아악!”
설동은 다시 한 발. 리볼버를 쏴버렸다.
더 많은 감염자가 되도록 자신에게 오도록 말이다. 이제 감염자들의 70%가 움직였다.
탕!
이제 반대편에서 소리가 났다.
설동은 도로를 건너 재빨리 미리 열어둔 주택으로 돌진했다.
“우어어어!”
감염자들이 단순하기에 여럿이서 좁은 현관문에 끼며 설동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혐오스럽다. 설동은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서 삽으로 머리통을 하나씩 쪼갰다.
“캬아아악!”
팔과 다리가 으깨지며, 현관에 끼인 감염자들이 억지로 밀어붙여 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공포의 진격이었다.
선행 감염자들의 팔다리라 뽑혀지고 무너졌다. 그리고 길이 뚫렸다.
“노답 새끼들.”
다시 리볼버가 한 발 발사되었다.
설동은 열어둔 창문으로 바로 탈출했다.
“어?”
하지만 설동은 창문 아래에 홀로 싸돌아다니는 감염자를 보았다.
기행종. 그냥 평범하지 않은 종자들인지, 설동을 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빡!
설동의 도끼가 귀신같이 머리통을 쪼개고 바닥에 눕혔다.
“쿠아아!”
창문이 열린 곳으로 감염자가 하나둘 떨어졌다.
설동은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이런 과정의 반복은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다. 군인 둘을 구하기 위한 희생.
그가 같은 패턴으로 6집 째로 감염자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카악!”
의외의 상황에 맞닥트렸다. 분명히 문을 열 때 없었는데, 감염자가 나타난 것이다.
“갸악!”
더 부패하고, 더 썩은 내가 나는 감염자. 거기에 뛰는 감염자였다.
설동에게 기습적으로 덤벼들었다.
“미친!”
“캬아악!”
넘어진 설동의 뒤로 문에 끼인 감염자들이 아까처럼 들어오려 애쓰고 있었다.
“갸악! 구아악!”
다급한 마음에 방어가 쉽지 않았다. 감염자는 기어이 설동의 방어를 뚫었다.
설동을 밀어붙이고 그대로 어깨로 이빨을 물어뜯었다.
“제기랄!”
고통 속에서 설동은 리볼버로 단숨에 머리통을 날렸다.
“시발…….”
피가 뚝뚝 흐르고 뜯긴 살점. 하지만 곧 원래대로 재생되었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다시 감염자들의 벽이 무너지고 새로운 감염자들이 물밀 듯이 왔기 때문이다.
창문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아까보다는 늦었다. 감염자들이 이미 그의 옷자락을 잡고야 말았다.
설동은 창문에서 몸을 던졌다.
감염자 두 마리와 같이 떨어진 설동은 자기 팔과 허벅지에 격한 통증을 깨달았다.
감염자들이 떨어지면서까지 물고 있는 거다.
도끼로 허벅지를 문 놈을 강제로 뜯어내었다. 청바지가 찢기고, 설동은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아아, 여기는 한백민. 군인 둘 이상 무사하게 접선 지로 이동 중.]“좋아. 인제 간다.”
다행히 한꺽정이 군인 둘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무전이 들렸다.
‘근데, 허순자 할머니는 괜찮으려나? 나이가…….’
설동은 걱정하면서 접선 지로 갔다. 그의 뒤로 아직도 수많은 감염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설동은 접선지에서 100여 명의 군 병력을 발견했다.
허순자도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이야, 저 할머님도 대단하시네.”
임무 완료. 설동은 간신히 부대에 몸을 맡겼다.
이어지는 화끈한 총격에 감염자들이 우수수 바닥에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해냈다!”
한꺽정이 와서 축하해주고 있었다. 설동은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허순자가 다가왔다.
“살았군.”
“할머니도 대단한데요? 역시, 특전사 짬밥은 어디 안…….”
철컥.
바로 그때였다. 허순자가 리볼버를 설동에게 겨누었다.
10. 설동 파티
분위기는 차갑게 변하고 있었다. 갑자기 허순자가 분노의 눈빛을 보이며 총구를 겨눴기 때문이다.
한꺽정이 놀라서 다가섰다.
“할머니. 갑자기 왜.”
“움직이지 마라!”
허순자의 몸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말 한마디로 한꺽정을 멈추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