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95
‘정신차려라. 허순자! 제대로 하자. 저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면 안 돼. 절대로!’
눈앞에서 설동의 도끼가 날았다. 그야말로 장작 패듯 감염자의 머리통을 쪼개고 있었다.
이들은 2층의 열리지 않는 건물을 두고 모든 곳을 정리했다. 허순자가 시간을 보니, 무려 오후 3시.
하루만에 2층 대부분을 정리한 거다.
설동 파티에게는 이게 끝이겠지만, 허순자에게는 아니었다.
그녀는 1층을 생각하고 있었다.
“너희 작전을 보며 생각했는데, 한꺽정이라고 했나? 네가 정문으로 감염자를 유도할 수 있나?”
“가능이야 하겠죠. 별것 없다면.”
“좋아. 그러면 작전을 해볼까? 너희의 능력을 생각하자면 1층까지 청소할 수 있을지 몰라. 1층까지만 처리 되면 군대가 손쉽게 오겠지. 감염자로 변하지도 않고 말이야. 그리고 이들은 편하게 마트 쪽을 향해 저격하고 몰이사냥을 한다. 너희 덕분에 말이지.”
허순자는 씨익 웃었다. 이 4명의 콤비에 대해 그녀는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한 거다.
동시에 이 4명도 웃고 있었다.
이제 다시 2층 밧줄을 통래 한꺽정이 단숨에 착지했다.
“기다려봐! 내가 아주 왕건이들로 잡아올 테니까.”
“어부냐?”
빈성우가 어이없어하는 사이, 한꺽정은 매섭게 소리를 치며 정문을 발로 찼다.
“나와! 나오라고!”
“키에에엑!”
정확히 30초 후,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한꺽정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 뒤를 감염자들이 아주 열렬한 팬처럼 뛰어왔다.
“인기 많네?”
윤주현은 피식 웃으면서, 활을 준비했다.
달려온 감염자 수는 다섯 마리 남짓. 1층에 본, 수많은 감염자를 생각하면 적게 온 거다.
윤주현의 화살은 그 다섯 마리를 모조리 꿰뚫어버렸다.
“잘했다!”
허순자는 기뻐하며 윤주현을 감싸주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밤이 되기 전에 1층도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허순자는 껄껄 웃으면서, 4인방을 보았다.
“이거 부대에 말해서 특식이라도 준비해야겠군. 아주 좋아.”
“특식이요? 삼겹살이죠?”
한꺽정은 혀를 다시고 있었다. 그때, 지켜만 보던 하 중위가 끼어들었다.
“허 담당관님. 그렇지만 감염자 대부분이 꼭, 저 친구를 따라 나오지 않을 거 아닙니까. 그동안 패턴으로 보면.”
“음.”
“그럴 바에 우리가 가서 끝 쪽에 있는 녀석들을 방화문 쪽으로 유인해서 처리하는 건, 어떨까요?”
하중위는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허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도 베테랑이니까. 가능하겠지. 방식은 알고 있지. 이놈들이 하는 것처럼 하면 돼.”
하 중위는 그때,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쟤들보다 우리가 더 전문가입니다. 가자!”
하 중위가 부대원 둘을 데리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허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쟁심이구만. 하긴, 자기들도 감염자랑 싸워 왔을 테니. 더 열심히 하겠지.”
그렇게 두 팀으로 나누어지고 이들이 다시 몰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후 5시가 넘어가는 시점.
허순자는 밧줄을 타고 온 한꺽정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쯤 해도 되겠다. 몇 마리 없지?”
“네! 안쪽에 있는 것들은 군인들이 하겠죠. 뭐.”
한꺽정이 밧줄을 타고 올라오고, 이윽고 군인 팀 역시 1층을 정리하고 올라왔다.
단 하루. 이들의 빌딩 청소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설동은 이번 작전에 참여한 포상을 눈앞에 두고 침을 삼키고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의 향. 그리고 기름이 불판 위에서 춤을 추며 식욕을 돋우고 있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
삼겹살과 소주.
이들은 너나 할 것도 없이 술 한 잔 씩 하고 고기를 흰 쌀밥 위에 얹었다.
작전을 치하하는 중대장, 구상준은 허순자 옆에서 술잔을 들었다.
“상추는 별로 없지만 어찌 됐든 수고했네. 마음껏 먹어! 자네들 같은 사람들을 위해 주는 거니까.”
더도 말도 할 것도 없었다. 이들은 이미 입 안 가득 고기를 집어넣었다.
“후우! 후우!”
뜨거운 입김이 곳곳에서 허공을 향했다.
상기된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했고, 뜨거운 열기는 맛으로 보답 되었다.
설동도, 한꺽정도 그저 먹는 것에만 집중할 정도였다.
구상준의 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자네들이 이번에 활약해졌으니, 포인트도 주지. 부대 내에서 어떤 거라도 활용할 수 있어. 보급물품을 받을 수 있고, 무기 보충도 가능하지. 듣고 있나?”
“네에.”
이들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고기에 다시 집중했다.
허순자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잘 먹어야지 힘이 나는 법이지. 내일도 잘 부탁한다.”
“ㅁㄴ엄니엄ㄴ;어;”
설동은 입 안 가득 고기를 문채, 대답했다. 이들의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나고 나서 교실로 들어올 때, 심민욱 일행은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말이다.
술기운 좀 오르고 기분이 좋아진 설동 일행은 무시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불을 펴고 세면대를 가려는 순간이었다.
윤주현은 가방을 살펴보고 놀라 했다.
“잠깐만? 우리 식량이 없어졌는데?”
“뭐?”
빈성우가 바로 달려왔다. 정말로 가방 안의 음식 몇 개가 사라진 상태였다.
“뭐야? 이거?”
한꺽정도 설동도 술이 호가 깬 채 다가왔다.
도둑. 그 순간, 이들의 시선이 심민욱 쪽으로 향했다.
“야? 뭐야. 그 시선은? 우리가 도둑이야? 엿같네?”
그러더니, 다짜고짜 화를 냈다. 설동이 앞으로 나갔다.
“…….우리는 댁을 도둑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흥분하세요?”
“아니, 나를 쳐다봤잖아.”
“물건을 잃어버렸으면 보통 주변에 목격자들한테 묻는 게 당연하죠. 같은 교실이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화를 내세요?”
설동이 날카롭게 추궁하자, 심민욱은 불같이 화를 내었다.
“이 새끼야! 도둑? 미쳤어? 신참 아니야? 누구를 도둑으로 몰아!”
그 순간, 심민욱은 주먹을 내려다 말았다. 그 순간, 저열한 의도가 생각난 거다.
“앞으로 조심해. 너…. 말 함부로 했다가는 가만 안 둘 테니까.”
그로서는 이걸 빌미로 트집 잡고 괴롭히려는 의도였을지도 몰랐다.
단지, 설동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뿐.
“군대를 너만 갔다 온 줄 알아? 어서 수작질이야!”
어느새 설동의 다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 다리는 김반을 맞춘 것처럼 정확히 심민욱을 맞췄다.
강민호는 감염자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곧이어 치르게 될 반장 선거.
반장이 되면 그냥 막사나 강당이 아니라 아예 개인 방을 하나 준다.
개인 공간이 극히 드문 피난민 무리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완장으로 인한 권력이 나타난다.
이 피난민 센터에는 미모의 여자들이 있다.
“크크. 화장을 제대로 못 하니 본판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자기 무리 앞에서 강민호는 혀를 날름거렸다.
하지만 신용이 중요하다. 군 관계자들은 세력이 있고, 통제가 가능한 이를 뽑으려 할 것이다.
“박만적 그 새끼도 유력해.”
자기 무리를 박살 낸 배불뚝이 군단을 떠올렸다. 요새는 조용하지만 영향력은 그대로다. 세력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 무리와 대책회의를 논했다.
“민호야.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바보야. 계기를 만드는 거지. 모두의 앞에서 활약할 계기.”
그렇다. 기회? 그건 만들면 된다. 강민호는 격리구역을 가리켰다.
동시에 무리의 사람들이 당황했다.
“야, 감염자라도 탈출시키게?”
“당연히 아니지. 군인들이 총 들고 지키는데 내가 어떡해. 하지만 밀고 당한 사람 중에 멀쩡한 사람도 많잖아. 밀고한 놈을 족쳐서 걔들을 구해준다면?”
“음. 착한 작전이네?”
강민호치고는 굉장히 선량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거기서 진짜 감염자 한두 명을 끄집어내는 거지. 그걸 습격시킨 다음에 우리가 처리한다. 어때?”
“······위험하네.”
무리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표정이 새겨졌다. 굳이 완장하나 차고 싶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지만 강민호는 진심이었다. 일단, 가장 밑바닥 욕구인 생존과 안전 욕구가 충족된 만큼, 상위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고작 한두 마리야! 군인들이 코 파면서 죽여도 돼. 우리도 여차하면 그냥 죽이면 돼!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라니까?”
이곳은 충분하다. 심지어 위험해지면 도와 줄 옆 피난민센터도 있지 않은가.
‘안전대책들이 철저하잖아. 뭐가 문제야.’
그걸 믿고 강민호는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박준길은 자타공인 이곳의 리더였다. 더불어 관리자이기도 했다.
그는 취침 시간에 끌려온 9반 인원들을 보고 황당해 했다.
“아니, 이곳에서 싸움은 금지인 거 몰라요?”
그런 그에게 이 소동은 황당했다.
사람끼리의 분쟁이야 있지만, 폭행은 어지간해서 서로 피하고 있었다.
근데, 설동은 아주 망설임 없이 심민욱을 날려 버린 게 아닌가.
“설동 씨. 다짜고짜 발차기를 날렸다는 게 사실입니까.”
“딱 봐도 시비 걸려고 빌드 업 중이던데, 왜 그걸 넘어갑니까? 보통 사람은 참아도 난 아니에요.”
당돌하게 리더급인 박준길에게 반발하는 설동이었다.
박준길의 마음에 묘한 감정이 솟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박준길은 그걸 자제할 뿐이다.
“좋아요. 하지만 상대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합니까? 거기에 따라 벌을 더하죠.”
여기서 설동이 거부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박준길은 분명 추가로 벌을 더 부여했을 거다.
하지만 설동은 순순히 인정했다.
“때렸으니까요. 벌이야 받죠.”
“좋아요. 이곳은 노역으로 대체하기는 하는데, 어차피 작전 수행 중이죠? 나름 중요한 거니까 거기 임무를 성공하면 감하는 걸로 하죠. 내일 대장님들에게 보고할게요.”
박준길은 판결을 내렸다. 심민욱이 반발했다.
“아니! 작전 수행으로 끝이라뇨? 전, 순간 기절했습니다. 이걸로 끝내는 게 말이 됩니까?”
“어차피 목숨 걸고 작전 수행 중이에요. 그리고 식량 문제로….”
“전 아니라고요! 손대지 않았습니다. 너무하시네!”
“당신이 범인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식량이 없어졌고, 아직 말도 하기 전에 갑자기 화를 냈다면서요? 이건 맞습니까?”
“아니요! 갑자 기라뇨? 이것들이 먼저….”
“먼저 어떤 말을 했는데요?”
박준길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도 사람인지라 뻔히 싸움이 일어난 배경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정하지 않는다? 그의 눈 밖에 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심민욱도 바보가 아니기에 곧, 꼬리를 내렸다.
“뭐, 저도 그때 먼저 화냈습니다.”
“아시겠지만, 서로 힘을 합쳐야 해요. 지금 상황이 좋은 게 아니에요. 무조건, 뭉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 정도로 끝낼 테니, 적당히 화해하세요.”
박준길의 말은 그걸로 끝이었다.
이들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걸었다.
빈성우는 눈치를 보았다.
이 상태로는 같은 교실을 쓰는 사람으로서 분위기가 최악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빈성우는 설동과 한꺽정, 윤주현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총대를 메고 다가갔다.
“심민욱 씨. 어차피 같은 교실인데, 서로 잘 지내죠. 저희가 때린 건,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심민욱은 기껏 사과하러 온 빈성우를 흘겨보았다.
“그래서? 저놈은 사과 안 해? 아주 위아래도 없는 놈이야.”
그 이야기에 설동은 다시 한 번, 머리에 킥을 먹여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옆에서 작은 체구의 사내가 끼어들었다.
“결국, 본인은 사과 안하네? 것 봐. 저딴 태도로 사과야? 형님. 그냥 말뿐이네요.”
“촉새야. 너무 진실을 말하면 안 되잖아!”
심민욱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촉새라 불린 이는 설동 일행을 다시 노려보았다.
“사과하는 태도나 손찌검부터 진짜 안 될 애들이다.”
그렇게 빈성우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설동과 적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빈성우는 어떻게든 수습을 하고 싶어 했다.
“제가 대표로 사과한 거예요. 그러니까….”
“대표? 야, 무릎 꿇어봐. 진심을 보이라고!”
촉새답게 깐죽거리고 있었다. 설동은 빈성우의 어깨를 잡았다.
“됐어. 저딴 놈들한테 사과 무슨 사과.”
“것 봐. 결국, 진심이 아니었네. 어디서….”
촉새가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설동이 그 촉새의 목을 기습적으로 붙잡았다.
“야.”
그리고 설동은 달려오려는 심민욱을 노려보았다.
“너 또 맞고 추하게 뻗을래?”
그의 엄포에 심민욱이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실제로 맞았기 때문이다. 촉새는 눈앞에 분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침을 삼켰다.
“니들 븅신짓한 거 참았는데 진짜로 처맞을 거야? 야. 갑자기 말이 왜 없어졌냐? 대답해봐.”
거칠게 흔들면서 촉새를 압박하자, 그는 두려운 빛을 드러내었다.
한꺽정이 그를 말리고 설동은 촉새를 벽에 내던졌다.
“서로 좋게 가는 걸 거부했으니 알아서 잘하자고. 서로 피해 주지 말고.”
설동이 그렇게 엄포를 주자, 심민욱 일행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미친놈 아니야? 진짜 어떻게 안 돼?”
박차연은 연인 심민욱이 망신을 당하자 분노했다. 이들은 바로 교실에 돌아가지 않고, 매점에서 커피를 사고 속을 참았다.
원래 계획에는 조금씩 시비를 틀면서 괴롭히는 게 목적이었다.
누가 따져도 대놓고 증거도 찾기 어려운 방식. 하지만 문제는 신설동이었다.
촉새는 화를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