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97
“쯧. 그동안 봐주려고 했는데. 적당히 해야지. 안 그래? 저 도둑놈들 편들어서 억지나 부리고. 그지?”
다시 자기 패거리를 보자, 이제는 3명이 맞장구를 쳤다.
윤주현은 화투패를 던졌다.
“이 길거리에 화투패가 자기들 거인지 어떻게 증명하는데? 그냥 어깃장 놓는 거지. 가져가요. 가!”
“이 시발 년이!”
수천이 흥분해서 다가가려 하자, 한꺽정이 앞에 나왔다.
“싸우시게?”
“허, 덩치 좀 크다고 싸움을 잘하나?”
수천이 나서려고 할 때 뒤에서 책상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야. 뒤지고 싶어? 아주 끼리끼리 병신들이 만나서 군대놀이야.”
설동도 다가오고 있었다.
일촉즉발. 냉기만이 감도는 이 교실에서 대치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군복을 입은 상병이 그들을 보고 깜짝 놀라 했다.
“설동 씨와 윤주현, 한꺽정, 빈성우씨. 본부에서 오라고 하는데요?”
“…….”
냉전은 잠시 멈췄다. 이 네 사람은 상병을 따라 움직였고, 심민욱과 수천 패거리는 그런 이들을 끝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다음날, 하 중위는 부하들과 함께 중요한 작전에 들어가야 했다.
“저 마트는 근처 주민에게 물어보니, 초기에 감염자들이 발생해서 상대적으로 약탈이 일어나지 않았어. 즉, 가진 물품이 많다는 거지.”
부하들은 그 이야기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래. 일반 민가에서 짜잘하게 쓰는 거 말고 대량으로 가져올 수 있단 거지.”
그러면서 이들은 허순자와 같이 선두에 서는 설동 일행을 보았다.
어제 작전 회의에서 이들은 사실상 최 중요 요원으로 작전에 투입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활이라는 무기의 특수성과 깡다구 좋고, 몸놀림이 민첩한 이들이 모였으니까. 오히려 이런 감염자들의 사태에 큰 위력을 발휘하는 거다.
‘그래, 그렇지만. 우리도 나름으로 열심히 싸웠는데.’
하 중위 부대가 왜 이런 작전에 투입되겠는가. 바로 설동 일행이 오기 전까지 최전선에서 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미루어 내었다.
‘우리도 잘한단 말이다.’
저들이 하는 건, 자기들도 할 수 있다.
강 병장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또 저 사람들이 선두에요? 우리가 왜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죠?”
“활 쏘는 사람도 적고, 여러모로 편리하기는 하잖아. 그리고 우리는 전혀 딸리지 않아. 효율을 추구하는 거야.”
분명히 이치에 맞는 말이다. 하 중위는 자기 자신을 그렇게 납득 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속마음은 강 병장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작전은 이제 시작되었다. 저격수들이 혹시나 돌아다니는 감염자를 처리하고 허순자와 신설동 일행이 잠입. 그 뒤를 하 중위 쪽이 잠입하는 거다.
설동을 선두로 이들이 전진하고 마트 뒤쪽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게 준비하는 게 이들의 임무.
강 병장은 이들의 뒤를 쫓아가다가 옆쪽에서 기묘한 소리가 나는 걸 확인했다.
“하 중위님.”
그는 하 중위를 부르고 하중위는 강 병장과 그쪽으로 향하고 나머지 5명의 대원으로 설동의 뒤를 보조하게 했다.
‘가볍게 처리하는 거야. 우리도.’
감염자를 도끼나 야삽으로 처리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총이야 당장은 못 쓰니, 삽으로 처리한다.
판매대를 지나는 설동 일행의 뒤, 다른 입점 매장 쪽에서 나는 소리다.
두 명은 자신들의 능력을 다시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할 수 있어. 간단해. 그냥 치면 되니까.’
그리고 결국, 이들은 매장 안쪽 벽에서 몸을 계속 부딪치는 감염자를 발견했다.
“기…. 그….”
이들은 야삽을 꺼내 들고 바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기민하게 야삽을 휘둘렀고, 감염자는 수차례의 구타 끝에 단숨에 바닥에 쓰러졌다.
“간단하구만.”
이들은 입점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원래대로라면 본대와 합류해야 하지만, 이들은 잠시 공적에 눈이 멀었다.
“어차피 간단하잖아. 감염자들을 처리하고 합류하자.”
한두 마리는 문제없다.
그렇게 생각한 이들은 공적을 위해 다른 감염자로 이동했다.
“유도하고 친다. 우리가 저것들보다 더 익숙해.”
빌딩에서처럼, 일부러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 착각한 게 하나 있었다.
이곳은 빌딩처럼 통로가 제한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입점 가게가 많아 안 보이는 감염자들이 많다는 걸 말이다.
“캬아아악!”
감염자의 소리가 들린다. 하 중위와 강 병장이 놀라서 뒤를 돌자, 두 마리의 감염자가 뛰쳐나왔다.
“뭐야? 올 때는 없었는데?”
뛰어오는 감염자는 반대편 화장실 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맞다. 저기도 있었지?’
이건, 실책이었다. 차라리 한 마리만 잡고 본대에 합류했으면 저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들의 욕심이 지금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하 중위님 앞에도 에요!”
거기다가 앞쪽에서도 뛰는 감염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하 중위는 순간, 머릿속에 패닉이 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설동은 선두에 서서 감염자의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진열대 수십 개. 이거 고역이군.’
감염자들의 소리는 당연히 가까이서 잘 들린다. 진열대로 막힌 너머의 공간. 그곳에 감염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뒤에서는 하 중위가 지켜줄 테니까 맡기고. 우리는 이제 전방에서부터 하나씩 처리하면 된다.’
이들은 진열대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는 감염자를 보였다.
생전의 본능인지, 장바구니를 손에 꼭 쥐거나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감염자가 많았다.
한꺽정은 동전을 들었다. 이전에 첫 수색 때처럼, 그는 바로 동전을 굴렸다.
“기?”
근처 감염자들이 동전 소리에 반응하며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윤주현이 바로 활을 들어 움직이지 않는 과녁을 향해 쏘았다.
감염자 세 마리가 쓰러지고, 설동은 동전 소리에 이끌리지 않는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기…….”
그리고 도끼가 뻗었다.
감염자가 바닥에 쓰러지고, 한꺽정이 다시 동전을 던졌다.
감염자의 반응이 쏠리자, 재차 설동이 도끼로 머리를 쪼겠다.
무난한 전진.
허순자와 군인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다른 곳을 찾았다.
설동 일행이 전투에 집중한다면, 허순자는 혹시나 만약을 대비해 안전하게 사냥할 곳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약 포위당한다면, 꼼짝없이 죽어. 만약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면….’
허순자의 시선이 마트 끝에 존재하는 창고 쪽을 바라보았다.
‘진열대에 올라갈 수 있다면 좋지만, 쉬울 리 없고 감염자들이 몰려들면 무너질 수도 있어. 애당초 몸이 작지 않은 이상 못 올라가기도 하고.’
사방이 진열대로 가득하고 수성하거나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다.
허순자는 설동 일행에게 창고 방향을 먼저 뚫으라고 했다.
이들이 진열대 하나를 기점으로 고양이처럼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어?”
“아?”
모두가 당황하며 뒤를 도는 순간, 연신 방아쇠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총은 최후의 수단. 이 마트 내의 감염자들의 행동을 예측불능으로 만드는 무기.
그게 연신 발사되었다.
설동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하 중위와 강 병장이 감염자 떼에 쫓기는 걸 말이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이들은 좌우로 협공을 당하며 총을 쏘다가 감염자에게 덮쳐졌다.
“시발….”
설동은 절로 욕이 나왔다. 그리고 감염자들이 준동하며 움직였고, 그 시선은 이 마트 내의 유일한 사람들에게로 쏠렸다.
“캬아아아!”
“기아아아!”
사방에서 들리는 포효. 모두의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때였다. 허순자가 외쳤다.
“앞으로 뛰어! 창고로 이동하는 거다!”
그 누구도 반론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들어온 명령을 따르기 위해 일제히 뛰었다.
허순자는 그러면서 침착하게 설동에게 말했다.
“네가 선두에서 달려드는 감염자를 막아라! 주현아! 달리면서 화살을 쏠 수 있어?”
“이거 성공하면 전,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윤주현이 그러면서 옆에서 달려오는 감염자의 머리통을 단숨에 맞추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총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쪽으로 움직이지 않은 감염자까지 동원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설동은 창고 문을 바라보았다.
‘그래, 마트에서 사각대차에 물건 싣고 진열대에 정리하지.’
창고라면 여기처럼 1층 크기의 넓은 매장은 물류를 받는 대형 창고를 지니고 있다.
설동도 구조정도야 안다. 문 앞에서 감염자들이 서성거리는 것이 보인다.
설동은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감염자를 보았다.
‘손을 앞으로 하고.’
볼 것도 없다. 상대와의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감염자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쩌억, 묵직한 소리가 들리고 설동이 도끼를 빼고 달렸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걸 처리한다?
당연히 몸통박치기다.
“기이이!”
문을 어깨로 박차는 순간, 감염자 두 마리가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그 두 마리 너머의 한 마리가 있었다.
설동은 자기가 해야 할 걸, 알았다.
그는 서성이는 한 마리를 향해 달렸다.
윤주현의 화살이 한 발, 한꺽정의 몽둥이가 한 번.
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착착 순서대로 처리하며 나갔다.
설동은 동시에 물건이 쌓인 2층짜리 철골 진열대를 보았다. 마트 내의 진열대와는 다르다. 다량의 물류를 쌓기 위해 창고 벽과 연결된 대형 진열대다.
‘저거라면 사람이 올라가도 돼!’
라면 박스가 진열대에 가득 쌓여 있고, 1층에도 박스가 널렸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설동은 형편 좋게 고민할 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설동은 가장 가까운 진열대의 박스를 대강 발판으로 삼아 뛰었다.
“기에에엑!”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10명도 넘는 인원이 언제 일일이 올라가겠는가.
심지어 창고에서 서성이는 감염자들도 가까이 왔다.
‘어떻게 하지?’
할 수 있는걸 해야 한다. 설동은 박스를 되도록 달려오는 감염자 쪽으로 던졌다. 공간을 넓히면서, 윤주현과 빈성우가 차례로 올라왔다.
아직도 사람은 밑에 있다. 촉박하기 그지없는 시간.
출입문을 박차고 감염자들이 쏟아지는 실정.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작전실패라는 이름이 가득했다.
‘아니야. 아직 이야!’
설동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럴 때, 그는 가장 믿음직한 이를 쳐다보았다.
한꺽정. 이 날랜 도적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앞으로 나갔다.
“야! 일로 오라고! 일로와!”
한꺽정은 자신이 미끼가 되었다. 감염자들을 이끌고 그는 다른 진열대를 향하고 있었다.
“빨리!”
윤주현의 화살이 감염자를 쏘아 맞혔다.
허순자와 군인들도 설동과 빈성우의 손에 이끌려 어떻게든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꺽정.
뛰는 감염자 앞에서 그도 손쉽게 도망치기 힘들었다.
“기아아악!”
수십 마리의 감염자가 바로 뒤에 있었다.
‘여기서 자그마한 틈이 있어야 꺽정이가 오를 수 있는데.’
모두가 한꺽정을 예의 주시했다. 윤주현은 화살을 만졌지만, 회수도 못 한 화살은 고작 3발뿐. 이걸로 한꺽정을 구하는 건, 힘들었다.
“어떻게 해!”
윤주현이 발을 동동 구르고, 한꺽정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질 때였다.
“나와.”
허순자가 어느새 데저트 이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위험하지만 사람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같은 팀이다.”
그리고 데저트 이글은 가까이에 있는 감염자를 쏘았다.
“기이?”
“키에에엑!”
감염자들이 더 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선두에 선 감염자는 그대로였지만, 이제 이들에게 총이라는 무기가 해금되고야 말았다.
총성이 울려 퍼지고 윤주현의 마지막 화살이 한꺽정의 뒤에 있는 이들을 요격했다.
“진짜 올림픽 나가면 금메달을 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