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98
윤주현이 기뻐하는 사이, 한꺽정은 도움닫기로 2층 진열대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죽다 살았네. 근데….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 쉬어라.”
허순자는 트럭이 오가는 바깥문을 보았다. 창고의 구조는 간단하다. 대형 창고와 출입문, 그리고 마트 안쪽으로 향하는 문이 다다.
하지만 감염자들의 수는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설동은 고개를 돌렸다.
출입문 쪽을 보았다. 거기에도 수십 마리의 감염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고립. 이들은 2층 창고 진열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박스가 가득했다.
허순자는 무전으로 상황보고를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 쪽도 군인들을 동원해야 하지만, 싸우다가 변하는 게 문제군.”
이제는 백 마리. 그리고 저 너머에서 서성이는 감염자 떼들은 질리고 있었다.
설동은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주변 감염자들이 더 몰려올 거고요.”
“전투가 지속되면 감염자로 변하는 이들도 늘어나겠지.”
허순자가 마무리했다.
그렇다, 원래 군대를 투입하면 손쉽게 끝날 수가 있지만, 피치 못하게 총성은 감염자를 끌어들인다.
[허순자 담당관님. 일단, 별동부대를 편성해서 길을 열 테니, 그사이 탈출하는 게 어떠십니까?] [하지만 총성이 나면 더더욱 몰려올 거야. 일단은 기다려 봐.]허순자는 일단 웅성대는 감염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수단은 없었다. 감염자들이 주변을 점거하고 몰이를 하기에는 화살도 이제 존재치 않는다.
설동은 이곳에 있는 감염자 수를 파악했다.
‘대략 70마리 정도 되나? 우리 무장을 생각해본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총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역시나 출입문 쪽 감염자들을 더 부를 수 있다.
즉, 죽여도 출입문 쪽에서 더 몰려와서 사실상 악순환.
‘먼저 출입문 쪽을 유도해야 해야 해.’
감염자와의 싸움에서 지속적인 전투는 불가능이다. 하지만 잘 생각하면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할머님. 저 출입문 쪽을 어떻게든 끌고 나가게 부탁해도 될까요?”
“출입문 쪽을?”
“굳이 오래 전투할 필요는 없잖아요. 말 그대로 시선만 돌리죠. 지금 우리 아래서 환호하는 이놈들도 보내고요.”
설동은 아래에서 자신들을 향해 손을 뻗는 감염자들을 보았다.
허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거니. 그렇다면 일시적으로 주의를 끈 다음 수가 적어졌을 때, 싸우자는 거지? 하지만 분명히 모든 감염자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총은 소지 못 하고 활도 없다. 한 마디로 근접해서 싸워야 하는데 되겠나?”
“물론이죠. 지금은 점령보다 탈출이 우선이에요. 잡는 건, 나중에 다시 해도 돼요.”
그렇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곧, 허순자는 무전기로 외부 별동대와 연락을 취했다.
“우리가 신호하면 발포해. 대신 싸우지는 마, 몇 마리 잡고 바로 빠지는 거다. 알았지?”
별동대의 지시가 올 때까지, 이들은 잠시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그때, 한 병사가 소리쳤다.
“저, 정말로 가능해요?”
워낙에 큰 소리였기에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떨리는 목소리의 병사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저것들이 물러나도 우리는 저 마트 안쪽으로 달려야 한다고요. 그런데…. 그런데…. 감염자들한테 습격당하잖아요.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진정해.”
설동은 다급히 병사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집어치워!”
순간, 거칠게 병사가 손을 뿌리쳤다. 불안감이 이곳을 치솟고 있을 때였다.
허순자가 일어나, 단숨에 병사의 뺨을 날렸다.
“윤 상병! 정신 차려! 죽고 싶어? 지금 당장 모든 걸 포기하고 싶나?”
허순자가 윤 상병의 멱살을 잡고 갑자기 밀려 했다.
설동이 당황하며 말릴 때였다.
허순자는 윤 상병과 눈을 마주쳤다.
“똑똑히 기억해! 우리는 모두 하나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하지만 살고 싶다면….”
허순자는 다시 부드럽게 병사의 손을 잡았다.
“이 할미가 모든 걸 걸어서 지켜주마. 살 수 있다면 끝까지 발버둥 쳐서 사는 거야. 할 수 있다.”
윤 상병의 패닉이 간신히 진정된 듯 보였다.
“죄, 죄송해요….”
“됐다. 조금 더 쉬다가 작전을 개시하지.”
다시금 감염자들의 아우성만이 가득한 이곳. 드디어 작전은 개시되었다.
총성이 바깥쪽에서 울리고, 감염자들의 시선이 움직였다.
근접한 10여 마리만 남겨 놓고 나머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동은 그들이 멀리 갈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작전 개시였다.
“일단 내가 유도한다!”
한꺽정이 놀라운 파쿠르로 반대편 진열대로 뛰었다.
육중한 소리가 들리고 감염자들이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제 그들의 아래에 남은 건, 단 세 마리.
그리고 설동이 움직였다.
도끼와 함께 가장 먼저 감염자의 머리를 찍었다. 낙하하면서 받는 힘에 감염자의 머리는 단숨에 반으로 쪼개졌다.
앞뒤로 두 명. 설동은 감염자가 양팔을 위로 올리는 그 타이밍에 일어섰다가 다시 몸을 숙였다.
“키에!”
“캬아!”
두 감염자가 서로 팔을 엉킬 때 설동의 도끼가 난무했다.
지켜보는 이들이 감탄할 정도의 몸놀림이었다.
한 마리가 쓰러지고 마지막 한 마리에게 역시나 도끼가 머리를 썰어버렸다.
“빨리요!”
이제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면서, 다시 마트 안으로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꺽정이 뛰어서 진열대에 도착했다.
“가즈아!”
힘차게 뒤따르는 한꺽정. 모두가 안정적으로 탈출하고 있었다.
허순자는 소리쳤다.
“지금은 쏴! 무조건 쏘면서 도망쳐! 어차피 매장 점거가 아니라 탈출이다!”
이제는 해금된 총성. 결국, 이들의 뛰어난 활약으로 무사히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1. 빼내지는 박힌 돌
마트에서의 작전은 일단은 실패였다. 하 중위의 욕심에 일이 그르쳤으니까. 대신, 사상자의 수는 단 2명. 하 중위와 강 병장이 끝이다.
이 작전에 대해서는 하 중위가 실책을 일으킨 거기에 이들은 아무 책임이 없었다.
하지만 김반은 달랐다. 그는 구상준을 찾아가 따졌다.
“신참한테 너무 맡기니까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결국, 작전은 실패잖아요! 책임을 물어야죠.”
작전 지휘관인 구상준에게 김반은 그들의 처벌을 논했다.
“사실, 말도 안 됐어요. 그 빌딩 하나 점거한 거로.”
“하지만 2명을 빼고 무사히 탈출했지.”
구상준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김반은 그 모습에 열이 받았다.
“아니, 하 중위가 보통 사람이에요? 언제나 선두에 서서 싸운 베테랑이라고요. 우리한테 중요한 요원이었어요! 근데 그런 무심한 반응이라뇨.”
“하지만 대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 중위가 독단적으로 빠져서 갑자기 총을 쐈다더군.”
“후방 지원이니까요! 감염자라도 봤나 보죠!”
“대원들 말로는 자기가 맡겠다고 하고 갔네. 나도 하 중위를 탓할 생각은 없어. 아까운 인재였지만,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사고를 당한 거지. 문제는 자네가 말한 대로 그 신참들이 무슨 죄를 지은 게 아니잖아.”
구상준은 차분하게 그를 설득했다. 사실, 작전 중 상황이 꼬일 수 있다.
“오히려 안전하게 후퇴까지 하게 만든 게 더 대단하군. 죽은 두 사람은 장례를 치르고, 작전은 계속하도록 하지.”
“…….”
김반은 못마땅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진짜, 왜 그놈만 그러는 건데? 하 중위가 누군데. 우리가 위험할 때, 같이 싸워 온 동지였다고. 근데, 신참들에게 눈이 멀어서 자꾸 후대하는 건데! 웃기지 마! 난 인정 못 해.”
굴러온 돌들이 자꾸 박힌 돌들을 건드린다. 김반은 그게 싫었다.
소문은 계속 돌고 있었다. 특히나 신참 4인방은 그 근원이기도 했다.
[이번에 들어온 애들이 장난이 아니던데. 빌딩도 그냥 점거하고. 아주 잘한 데] [그러면 우리한테 좋네. 들어보니 작전할 때도 무조건 데리고 간다나 봐. 기존에 있는 팀보다 더 잘한다고 하던데?]“웃기지 마. 우리가 초창기 때, 쌓아온 곳에서 편히 할 뿐이라고.”
김반은 5명의 반장과 함께 감염자와 싸우던 때를 떠올렸다.
그나마 겁이 많던 이필준도 뒤에서 열심히 보급하고 싸웠다.
‘우리도 목숨 걸고, 이곳을 지켰단 말이다. 그런데 뭐가 대단하다고. 그놈들을 떠받드는데?’
자기들도 초창기 개판인 이곳을 지킨 공로자다. 그걸 생각 않고, 신참들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우리도 하라면 할 수 있어. 지금이야 관리직으로 올라온 거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본부를 나가던 그는 휴대폰이 울리는 걸 깨달았다.
“심민욱.”
휴대폰의 쓰인 이름은 바로 심민욱. 김반은 전화를 받았다.
“왜요? 건드린다더니만, 재들 아주 기세등등하다고 소문이 다 나던데.”
“생각보다 꼴통들이야. 저번에 수찬이 패거리까지 갔는데도 싸우려고 했다니까?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저도 같은 심정이에요. 어디서 이곳을 만든 사람한테 하이 킥을 날리는지…. 수찬이도 싸움 잘하잖아요. 졌어요?”
“아니, 군부대 작전 때문에 어영부영. 수찬이도 이를 갈더라고.”
김반은 그 순간, 심민욱이 왜 전화를 했는지, 잘 알거 같았다.
“하긴, 그 새끼 너무 나대죠?”
“아주 그냥 깡패 새끼인가. 자꾸 덤비는데….”
“언제 날 잡아서 혼내줘야죠. 이제는 안 되겠어요.”
“그렇지? 아예 우리 김반 패밀리를 좀 동원해야겠어.”
심민욱이 씨익 웃었다.
김반은도 마찬가지였다.
“김반 패거리라니. 무슨 소리여요? 누가 들으면 조폭인 줄 알겠네.”
“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걔들도 모아서 한 번, 겁 좀 줘야지.”
“너무 심하면 안 됩니다. 박준길하고 허순자 할망구가 난리를 치면 감당 안 되니까.”
김반은 주변을 살폈다.
“잘하세요. 적당히 시간대를 말하면, 알아서 해줄 테니.”
“그래, 부탁한다.”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설동은 군부대를 나서는 중이었다.
[마트? 일단, 더 지켜보고. 너무 위험해.]그는 군부대에 재차 마트를 가자고 주장했지만, 이전에 사건 때문에 부대는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설동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야.’
그는 오히려 감염자들이 마트 바깥으로 대거 빠져나갔다는 걸, 파악하고 마트를 차지할 좋은 기회라 여겨졌던 거다.
하지만 아직 군부대에서 함부로 가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차라리 우리 4명이 가면….’
설동은 마트의 지리 구조를 이제 파악이 끝났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들이 하던 그대로 하면 되지 않는가.
설동의 마음속에 자신감이 솟아오르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
하지만 그는 들어서자마자, 불온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교실은 보통 10~12명의 인원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설동의 눈앞에는 20명도 넘는 인원들이 있었다.
‘저번에 본, 그 새끼 아니야?’
수찬이란 사내와 심민욱이 위세 등등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주인공이 오셨네. 아주 표정부터가 재수 없어.”
설동은 뚱한 표정이었다.
“뭔데? 시비야?”
“뭔데 시비냐고? 야…. 이거 아주 안 되겠네?”
수찬이 앞으로 나왔다. 작은 키지만, 몸집은 다부졌다.
“너 때문에 하 중위가 죽었어!”
“…….하 중위가 죽은 건, 안타까운데. 그게 내 책임이라고?”
“이 새끼가! 너희가 나대다가 죽인 거 아니야.”
“그래서 니들은 뭐 하러 여기에 온 거야? 뜬금없이 하 중위 건을 들고 와? 설마, 하 중위의 죽음을 이용하려고?”
설동의 말이 비수처럼 꽂히자, 수찬의 주먹이 매섭게 휘둘러졌다.
설동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펀치 궤도가 정확히 관자놀이 노렸어. 이 자식 운동한 놈이야.’
보통이라면 숙이거나 고개만 움직였을 거다. 상대가 꽤 싸움하는 걸 파악했다.
수찬은 소리쳤다.
“이 미친 새끼가. 뻔뻔하게 하 중위를 이용한다고? 네가 할 소리야?”
“난, 하 중위를 욕하지 않았다. 갑자기 몰려와서 어깃장 놓는 너희의 행태가 더 이상한데? 패거리까지 몰아놓고. 장난쳐?”
“형님!”
촉새가 나섰다. 그는 다른 패거리들을 보았다.
“아니, 언제까지 말싸움이나 할 겁니까? 저게 감히. 우리를 위해 싸우던 하 중위를 잃게 하고 나서 뻔뻔하게 말입니다.”
“맞다. 결국, 마트 작전도 결국, 성공 못 했잖아.”
이들은 저마다 한소리를 하며 설동 일행은 압박하고 있었다.
설동은 웃었다.
“그 마트 충분히 다시 탈환할 수 있다. 그러니, 꺼져. 이제.”
“뭐라고?”
심민욱이 울컥했다.
“사람을 죽이고 또 가자는 말이 나와? 또 누구를 죽이려고. 진짜 안 되겠네.”
“맞아요. 형님. 자기들이 잘못한 것도 모르고 계속 우리랑 맞서잖아요.”
촉새가 거들고 수찬이 움직였다.
“싸움 좀 하나?”
“너 정도는 눕히지.”
설동 역시 지지 않고 대꾸했다. 한꺽정은 몸을 풀고, 윤주현은 활을 만지작거렸다.
이곳의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순간, 수찬의 몸이 움직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들 물러섰다. 전초전 같은 두 사람만의 대결이 자연스럽게 성사되고 있었다.
그는 민첩하게 설동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가 들렸다.
설동의 니킥이 단숨에 얼굴을 강타한 거다.
‘다 보여.’
설동 역시 복싱과 킥복싱을 수련했다. 심지어 킥복싱은 무려 대회 우승까지 해본 강자.
니킥 한 방에 수찬의 몸을 비틀거리게 했다.
‘복서들이 반드시 걸리는 곳이 있지.’
수찬은 비틀거리다가 클린치하듯 그에게 달라붙었다.
‘숏 어퍼컷이 나오겠지.’
복싱에서 클린치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