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99
붙으려면, 완전히 밀착해서 심판이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근데 일부러 손을 올릴 공간을 만든다는 거 자체가 공격을 해오겠다는 의도,
설동은 우월한 체격으로 상대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하이 킥을 날렸다. 복싱 스타일대로 스웨이 하려는 상대의 머리통에 그의 단련한 킥이 정통으로 꽂혔다.
수찬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설동은 쓰러진 그를 발로 차버렸다.
“복싱 하는 새끼들이 클린치에서 떨어질 때, 목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지. 근데, 우리가 복싱 경기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름대로 싸움 좀 한다는 이가 무참히 쓰러지고, 심민욱 패거리는 일순간 침묵했다.
하지만 곧 수적 우위를 깨닫고 덤벼들 때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중대장 구상준이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그리고 군인 10여 명이 이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심민욱 패거리는 당황했다. 김반이 봐줘야 할 텐데. 저들이 어찌 왔단 말인가.
그리고 이들은 그 원흉을 찾았다. 박준길.
이 사내가 어느새 이곳에 도착했다.
“십 수 명이 떼거리로 한 곳에 몰려가면 당연히 사람들 눈에 띄지. 지금 뭔 짓이지?”
반장 중 가장 리더인 그가 나선 거다. 심민욱 패거리는 표정이 핼쑥해졌다.
“김반! 대체 무슨 짓이냐!”
허순자의 분노가 터졌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이 김반 패거리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린치를 가하려 했다.
김반은 난감해 하며 해명했다.
“오해야. 오해. 그놈들이 하 중위랑 친해서 죽은 거에 열 받은 거야. 순간적으로 화가 난 거라고.”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저게 무슨 행동이야? 이 피난민센터에서 저런 식의 패악 질을 부리면 안 되지!”
허순자의 맹공에 김반은 쩔쩔맸다.
‘아, 진짜. 망할 것들. 알아서 잘한다며. 진짜 민폐야.’
지켜보던, 신영주는 혀를 찼다.
“아주 잘하는 짓이다. 저거 보나 마나 신참한테 맞아서 저러는 걸 거야. 하 중위는 핑계지?”
“야! 말이 심하잖아! 하 중위가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했는지 알아?”
“…….그래. 그건 그렇긴 하지만. 작전에서 죽을 수 있는데, 그걸 제들 탓을 하면 안 되잖아.”
“하지만 저 녀석을 내세워서 그런 거잖아. 할망구! 댁이 애지중지해서!”
김반도 열심히 항변하고 있었다. 이필준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명백히 이건, 법에 어긋나.”
“법이 뭐요? 거…. 깐깐하네.”
김반이 이필준을 노려보자, 이필준은 역시나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다. 하 중위가 죽어서 슬픈데. 책임을 누구한테 물을지.”
그때, 박준길이 넌지시 지켜보다 이야기를 꺼냈다.
“뭐, 그렇다 치더라도 작전 실패이기는 하지. 벌은 받아야지.”
“그렇지?”
김반이 반색했다. 하지만 박준길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 패거리는 당연히 처벌이고. 신참들은 따로 벌을 내리자는 거지.”
김반은 금세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패거리가 전해준 정보를 떠올렸다.
“벌? 그럴 바에 다시 보내는 거 어때? 그놈들 자기들이 자기들끼리도 다시 점령할 수 있다고 하던데. 벌을 그걸로 주자고. 점령하면 우리한테 좋고. 아니어도 그놈들만 희생되잖아.”
허순자가 눈을 찌푸렸다.
“김반! 그게 무슨 소리야? 작전에 불안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아니, 벌이잖아! 거기다가 그놈들이 스스로 자신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허순자는 혀를 찼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니고 중요한 작전이다.
분명히 안 될 거 같은 발언. 김반도 예상했는지, 패거리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걔들도 사정을 참작해줘야지. 그래, 벌은 받지만 좀 약하게….”
“그래, 그 신참들 보내자.”
엄청난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바로 박준길. 이 리더는 허순자를 보았다.
“저번에 폭력건도 있고, 이대로는 규칙이 무너져요. 본인들도 자신하며 기회를 줘보는 형식으로 해보라 하죠. 퇴로는 군인들이 도와주고요.”
의외의 발언이었기에 김반은 깜짝 놀랐다.
“진짜야?”
“대신, 그 사람들이 작전을 거부하면 다른 거로 대체한다. 알겠지?”
반론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병사 하나가 설동 일행을 향했다.
20분 후, 병사는 다가왔다.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케이. 그러면 해볼까?”
박준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 밀고?”
센터장의 앞에서 강민호는 그야말로 눈두덩이 밤탱이가 된 밀고자를 데리고 왔다.
“이 새끼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선량한 사람을 집어넣었습니다.”
강민호는 자신의 뒤로 여러 사람을 대동했다.
밀고 된 사람의 친구, 가족. 그야말로 여론을 등에 업었다.
동시에 죄인처럼, 한쪽에는 한 대씩 맞은 밀고자들이 보였다.
“저년 보세요. 단발한 년. 자기 옆 구역에 살던 여자가 예쁘다고 거짓으로 밀고했대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격리구역이 장난이에요? 진짜들만 가야 할 거 아닙니까!”
강민호의 옆에는 유상인도 있었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너희 아줌마를 꺼내줄게.]이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유상인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센터 내에서 알아주는 신뢰감을 지닌 이들이다.
강민호는 치밀했다. 그런 이들까지 도와준다고 속삭여서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센터 장은 고심했다.
“그래도 위험이…….”
“격리 구역이 무제한은 아니잖아요. 거기다가 일주일 넘게 잡혀간 사람도 있는데, 풀어줘야 하지 않습니까?”
강민호와 여러 여론의 압박. 센터 장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모두 나를 따르라!”
강민호는 대장이 된 기분으로 격리구역으로 이동했다.
물론, 소독은 철저히 하고 간다. 더불어 우주복 같은 방역작업복까지 입고 나서야 이들은 격리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자자! 유상인! 너희 어머니를 찾아봐!”
그렇게 그리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강민호는 계획을 실행했다.
기침에 걸린 자들을 확인한 다음, 자기 멋대로 풀어줄 생각이었다.
애당초 이들은 나와선 안 된다. 하지만 신청자를 쓸 때, 강민호가 일부러 써낸 거다.
[박성민? 그놈은 진짜예요. 기침 안 내려고 혀까지 깨무는 걸 봤어요. 근데, 기어이 기침해서 끌려갔죠.]“그래, 일단, 박성민하고 심기 준을 꺼내는 거야.”
강민호는 껄껄 웃었다.
불합리한 자들을 풀어준다. 그리고 앞장서서 처리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그는 자신의 용맹을 증명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콜록. 콜록.”
기침하는 심기준 앞에서 강민호가 웃기 시작했다.
“이봐. 솔직히 말해. 이대로 죽기 싫지?”
“진짜예요. 저……. 화도 안 나고 그래요!”
“그러면 날 따라와. 기침은 적당히 하고. 대신 어디로 가지 마라.”
강민호는 씨익 웃었다. 위험분자들은 스스로 알고 있기에 다수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
자기들이 데리고 있다고 감염자로 변하면 처리한다.
그리고 보고하는 거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 두 명을 감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감염자로 변하기에 처리했습니다.]감염자가 되면 외형적 변화가 확실하기에 군대도 믿어줄 것이다.
이제 이러면 인도적으로 사람들을 풀어주고, 위험 인자들을 감시해 앞장서서 처리한 명성이 오를 것이다.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자기 무리와 함께 이 두 사람을 반출시킨 강민호는 자기들이 있는 천막으로 이들을 데리고 갔다.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강민호가 말했다.
“여기서 지내라고. 들키면 안 되니까. 우리도 이야기를 들었어. 인터넷에 어떤 도인같이 사는 놈은 감기에 걸리고 한 달 넘게 멀쩡하다고. 마음을 평온하게 먹어.”
“감사합니다.”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고 이들은 그저 강민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대로 하루 정도면 사건이 일어날 터였다.
강민호는 편하게 자기 천막에 누웠다. 추운 겨울 날씨지만, 햇살이 밝다.
“시발, 옆 센터에는 여배우에다가 예쁜 언니들이 많던데. 아쉽다. 이제 여자 좀 꼬시고 그래야지. 그 도하연도 있다던데.”
그는 차가운 바람을 녹이는 햇살을 구경하다가 들어가 실컷 자기 시작했다.
비명이 울리기 전까지 말이다.
탕! 탕!
밤이 깊어질 무렵에 울린 총성. 강민호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난리가 난 상태였다.
“뭐야! 뭐야?”
그가 일어서자, 무리의 한 남자가 달려왔다.
“큰일 났어요! 지금 반대편 피난민 센터에서 감염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그리고 뭐?”
불길한 상상이 강민호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부하는 그에게 충격적인 소리를 내뱉었다.
“감시하던 감염자들을 놓쳤어요!”
“뭐라고?”
강민호가 경악했다.
그의 예상을 벗어난 사건. 바로 옆 피난민센터가 무너져 내리고 있던 거다. 거기에 감시가 소홀해지고 조용히 말로만 있겠다던 이들이 도망친 건, 당연했다.
“그, 그런데. 우리 쪽에 방호는 괜찮잖아. 지금 이 소리는 뭐야?”
“풀려난 가족 중에 진짜 감염자가 또 있는 거 같아.”
“뭐라고? 시발년들이 구라를 쳐?”
강민호는 깨달았다. 밀고로 인한 피해자도 있었지만, 격리 도중에 진짜로 감염된 자도 있다는 걸 말이다.
가족이 감염된 자기 피붙이를 다시 집어넣을까?
거짓말을 하고 데려가는 게 보통이다.
바로 이점을 간과한 거다. 눈앞에 욕심에 눈이 멀어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내……. 탓……. 내 탓?”
머릿속에 완장이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피난민 센터가 위험하다.
외부의 적을 대항하는 건 쉽지만, 내부부터 무너지면 답이 없다.
“민호야! 군인들이 그냥 난사하는데? 진압될까?”
“시발 몰라! 일단 짐 챙기고 준비해!”
강민호가 황급히 짐들을 정리할 때였다. 피난민센터에서 다시 큰 폭발이 들렸다.
“니미럴.”
강민호는 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판단 자체는 옳았다. 곧, 군인 중에서 아군에게 총을 난사하면서, 이 피난민 센터는 그대로 무너지고 있었다.
신설동, 한꺽정, 윤주현, 빈성우.
이 4명은 따가운 김반 패거리의 시선 속에서 작전에 나섰다.
박준길은 그들에게 말했다.
“확실히 말하지만, 신설동. 당신은 이미 격리해야 할 정도야.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주지. 정말로 4명이서 그 마트를 점거할 수 있다고?”
“물론이죠.”
설동은 딱히 과시하지도 그렇다고 자신 없게도 아닌, 평범하게 대답했다.
‘사실이니까.’
그의 계산으로 4명으로 충분히 저 마트를 점거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능하다고 한 거다.
“오히려 우리 4명이라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랄.”
김반은 우거지상을 하며 나왔다.
“말이 돼? 10명도 넘게 가서 실패했는데 무슨! 지금, 벌 받기 싫어서 그런 거 맞지?”
“너라면 실패하겠지. 난 달라. 그리고 초치지 말고 네 패거리 관리나 잘하시지?”
설동이 싸늘하게 반응하자, 김반이 달려들려 했다.
단지, 허순자가 김반을 막아서 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뿐.
신영주는 안경을 매만졌다.
“뭐, 자신감은 대단하니.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 그러니 지켜보자고.”
이필준은 한숨을 쉬었다.
“쉬울 리가….”
하지만 설동 일행은 무덤덤했다.
“저번에 수거 못 한 화살도 거둘 수 있으려나? 그리고 할머님! 화살 고마워요!”
든든하게 화살집에 30발의 화살들이 보였다.
허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해지면 바로 무전 쳐라. 무리하지 말고.”
“물론이죠.”
설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들은 다시 마트 앞까지 이동했다.
설동은 마트 앞에서 단 4명이 뭉치자, 그제야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 능력을 몰라. 그래서 오히려 더 활동하기 힘들어졌지.”
한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우리끼리 있으니 마음껏 하겠네?”
“그래. 사실, 나도 물리면 아프고 고통스러워. 그러니까 되도록 물리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조건이 걸리니 상관없어.”
설동은 마트 바깥에 여섯 마리가 웅성대는 걸 보았다.
“감염자가 회귀본능이 있지는 않잖아. 오히려 저번 유도건 때문에 마트에 감염자는 오히려 더 적어.”
“저번보다는 쉽단 말이지?”
“그래, 여차하면 극단적인 방법도 쓸 테니까.”
설동의 신호에 윤주현은 여유만만하게 화살을 날렸다.
그녀의 실력은 절대로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로워진 충분한 화살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6마리가 바닥에 쓰러지고 이들은 깨진 유리로 가득한 입구를 돌파했다.
설동은 이제 거침이 없었다. 자기의 능력을 아는 이들만 있으니 위험 부담이 덜한 거다.
‘내가 앞장서는 거야.’
그렇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그리고 저번의 위험을 놓치지 않았다.
“좌우 입점 업체와 화장실부터.”
미리 후방 퇴로를 처리하고 간다. 설동은 동전을 들고 일부러 유리에 던졌다.
쨍, 하고 평소보다 강한 소리가 나자,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기….”
“그….”
“키에엑!”
감염자의 소리. 최소 3마리 이상.
설동은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일부러 다리를 내밀며 코너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뒤에서 한꺽정과 빈성우가 일부러 발을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