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0
10
첫 던전 공략 (3)
“의뢰 비용은 확실한 것이오?”
그가 입을 열자 술 냄새가 더욱 진하게 났다.
“그렇습니다. 저와 함께 브레다 북쪽에 있는 던전에 가 주시면 됩니다.”
엘런은 남자에게 금화를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나를 고용해 주시게.”
남자의 말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형씨,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렇지! 주제를 아시오.”
“거기 도련님, 그 형씨는 어디 전쟁터에서 패잔병으로 굴러 들어온 사람인데, 행색이 저따위니 아무도 고용하지 않는 자요. 그냥 몇 푼 던져주고 쫓아내지 그러시오?”
용병들의 비웃음에도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엘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언은 고맙습니다만 저는 이분을 고용하겠습니다. 자리를 옮기시죠.”
“알겠소.”
엘런은 사내와 함께 용병 길드를 빠져나왔다.
* * *
남자보다 앞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엘런의 표정은 밝았다.
엘런은 이 남자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바몬.
미래에 대륙 전체로 이름을 떨친 용병이 될 남자였다.
그는 원래 기사 출신으로, 영지전에서 자신이 모시던 주군이 죽어 버렸다.
그의 무위에 감탄한 다른 영주가 그를 거두어들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바몬은 다른 이에게는 충성할 수 없다며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그는 베르다에서 한동안 폐인으로 용병 길드를 기웃거렸다.
나름 실력 있는 용병으로 활동하던 엘런은 바몬에 대해서 들은 것이 많았다.
그는 이 시기에 바몬이 베르다에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하메론의 던전을 수월하게 클리어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겠지.’
엘런은 속으로 웃은 뒤 한 식당 앞에 섰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지요.”
“크흠, 고맙네.”
엘런의 말에 사내는 헛기침을 했다.
며칠째 식사 대신 술을 마셔 온 그였기에 엘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저는 엘런이라고 합니다. 길드에서 들은 대로 베르다 북쪽의 던전을 가려고 합니다.”
“난 테오라고 하네. 그 던전은 난공불락이라고 유명한 던전일 텐데?”
사내는 씹고 있던 빵을 급히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전직 기사였지만, 허기 앞에서 지금까지 배운 예는 모두 뒷전이 되었다.
‘가명을 쓰는 건가? 일단은 넘어가 줘야겠군.’
엘런은 바몬이 테오라는 가명을 쓰는 것에 모르는 척해 주기로 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그의 본명을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상하게 보일 것이었다.
“저 혼자였으면 무리였겠지만 테오 님이 있으면 가능할 것입니다.”
테오는 엘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긴 것은 꼬마인데 눈빛은 한없이 깊어 보이는구나.’
어딘지 이상한 소년이었지만 흥미가 가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의 보수도 있었다.
“좋소, 언제 출발할 것이오?”
“내일 바로 떠날 것입니다. 그 전에 다른 것부터 하시지요.”
식사를 마친 후 엘런은 테오를 씻기고 옷을 입혔다.
이제 테오는 건장한 용병의 모습처럼 보였다.
“이렇게까지 해 줄 필요는 없었을 것을…….”
“아닙니다. 이 정도는 고용주 쪽에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 * *
다음 날 아침, 엘런과 테오는 하메론의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그들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던전은 30년 후에도 역시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지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던전을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명성과 부, 희귀 아티팩트들은 모험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보통의 던전 입구 앞은 클리어하기 위해 모인 파티원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러나 하메론의 던전은 그 위험성 때문인지 사람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말씀드릴 때까지는 나서지 말아 주십시오. 던전을 통과하게 되면 추가금을 드리겠습니다.”
엘런의 말에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시지요.”
입구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 무리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10마리 정도인가?’
재빨리 고블린의 숫자를 센 엘런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슈우웅.
10개의 매직 미사일이 생겨나더니 각자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콰악!
“키에엑!”
고블린 10마리의 머리가 순식간에 박살나 버렸다.
엘런은 새삼스레 자신의 능력에 감탄했다.
실전에서 써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동안의 훈련 성과가 만족스러웠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혼자서 여행을 다니는 소년이었기에,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블린 10마리를 단숨에 제압해 버리는 엘런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웬만한 마법보조사들보다도 나은 실력이었다.
그 후로도 고블린이나 오크 정도가 계속 출몰했다.
그 정도의 몬스터는 엘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던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깐.”
한 발 앞서 걸어가던 엘런은 급히 손을 들어 올려 테오가 다가오는 것을 제지했다.
‘여기부터 시작이다.’
엘런은 쭈그리고 앉아 바닥과 벽 이곳저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하메론의 던전 내에 존재하는 몬스터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던전에 비해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존재하는 기묘한 함정들이 이 던전을 난공불락이라고 불리게 한 것이다.
마법에 의해 발동되는 이 함정은 실력 있는 마법사들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잘 은폐되어 있었다.
작동 원리조차 다른 함정들과는 달라 하메론 전까지는 이 던전을 들어온 자들은 모두 다시는 이곳을 나갈 수 없었다.
철컥!
고리가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엘런의 앞쪽에 있던 길에서 마법진이 빛났다. 마법진이 해제될 때 나는 빛이었다.
하메론이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압도적인 마나량을 바탕으로 함정의 원동력인 마나를 차단해서 들어선 것이었다.
그야말로 괴물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무식한 방법이었다.
엘런에게는 그 정도 마나가 없었다.
대신 그는 함정의 구조와 원리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정을 해제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과거에 독서광이었던 엘런은 하메론이 이 던전에 대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책에는 던전의 기묘한 함정들이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함정의 위치와 작동 원리만 알면 마법보조사로서 수많은 던전을 클리어한 엘런은 쉽게 그것을 해제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시대에는 단 한 번도 사람의 침입을 허락한 적이 없었던 하메론의 던전은 그렇게 쉽게 돌파되고 있었다.
“허어, 이 던전이 이렇게 쉽게 보일 줄이야.”
테오도 이 던전의 극악한 난이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 함정을 해제하고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제가 이쪽으로는 지식이 있는지라. 이제 테오 님이 나서 주셔야겠습니다.”
엘런의 말에 테오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골렘 1마리가 있었다.
엘런은 강력한 마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골렘을 상대하기 위해서 테오를 고용한 것이다.
“과연, 골렘이라면 마법사가 상대하기 힘들겠지.”
타앗!
크게 도약한 테오의 검에 푸른빛이 서렸다.
소드 익스퍼트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