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04
104
미끼 (4)
* * *
다그닥. 다그닥.
드르르.
달빛만이 비치는 늦은 밤.
마차 두 대가 발리체 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원래 심야에 도시 내에서 마차가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변이 어두워 지나다니는 사람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말과 마차가 굴러가는 소리는 큰 소음이었다.
그 때문에 어느 도시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야에 마차를 쓰는 행동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마차는 그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바로 쾬튼 공방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발리체로 운송하는 마차였기 때문이다.
쾬튼의 공방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제품을 내놓는데 그 숫자가 50개 정도였다.
이 숫자는 100여 년의 전통 속에서 변함없이 지켜 오던 것이었다.
이 상품은 처음부터 쾬튼 공방과 거래를 지속해 오고 있는 2개의 상단에 의해 발리체로 운송된다.
최근에는 폭등한 가격 때문에 마차 한 대에 실리는 물건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가 없었다.
“노리스 님, 마차 안은 어떠셨습니까?”
“대행수의 배려 덕분에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네. 고맙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노리스 님 덕분에 무탈하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바르다이 왕실에서는 상단이 직접 고용한 용병 외에 별도로 마탑에서 마법사를 파견해 준다.
쾬튼의 제품이 왕국 전체에 그만큼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당장에 그 제품을 통해 왕실이 거둬들이는 돈이 마법사를 고용해 주고도 남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엄청난 수의 용병과 6서클의 마법사까지. 이 대륙의 어떤 도적도 쾬튼 제품을 실은 마차를 노릴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쾬튼이라는 자 말일세.”
“말씀하세요.”
“그…… 원래부터 저랬는가?”
노리스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원래부터라니……. 아, 보기에 조금 그렇기는 하죠?”
“크흠.”
노리스는 쾬튼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에 이상한 악취.
‘무엇보다 그 검은 눈동자는 어찌나 거북하던지.’
쾬튼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가 쾬튼과 거래한 지가 지금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는 원래도 장인 정신으로 똘똘 뭉친 깐깐한 영감이긴 했습니다만, 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역시도 요즘 들어 쾬튼이 이상해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언데드 몬스터 좀비를 본다면 딱 저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말입니다, 쾬튼 영감이 저렇게 된 것이 저희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무슨 소린가?”
노리스는 대행수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요즘 이놈들이 전 대륙적으로 인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시기가 바로 영감이 저렇게 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군. 테츠, 자네 입장에서는 입이 귀에 걸리겠어.”
하지만 노리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마법사는 지식의 탐구자. 그런 그는 돈만을 생각하는 테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점점 그 상태가 심각해진다는 것과 요즘 들어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것이 걱정이긴 합니다.”
후우웅.
테츠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을 때, 갑자기 강풍이 몰아쳤다.
“무슨 일이야?”
테츠가 깜짝 놀라며 창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강풍이 부는 바람에.”
용병 하나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불어 닥친 강풍으로 인해 용병들의 무기와 마법사의 모자가 뒤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말들도 깜짝 놀라서 더는 앞으로 가려 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돌풍이 자주 분다고 하더니. 얼른 대열 재정비부터 하도록. 죄송합니다, 노리스님. 잠깐…….”
지시를 한 테츠는 뒤로 돌아보았다.
“감지하라, 스캔.”
노리스는 스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말이네. 이 바람은 마법으로 인한 바람은 아니군.”
잠시 후, 눈을 뜬 노리스가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아닐세, 내가 불안해서 해 본 것이네. 하지만 바람이 이렇게 불면 더는 앞으로 나갈 수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강풍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불고 있었다. 말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용병들 중에 마법보조사가 몇 명 있는 것 같던데. 그들이 바람을 막아 주면 그때 마차를 전진시키는 게 어떤가. 이곳만 벗어나면 바람이 잦아들겠지.”
“예.”
테츠의 지시를 받은 마법보조사들이 앞으로 나가서 윈드 마법을 이용해 바람을 막았다.
그사이 용병들은 바람을 타고 저 멀리까지 날아간 물건과 기자재들을 가지러 갔다.
그렇게 대열이 잠시 흐트러진 사이, 누군가 옆에 있던 건물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빨라서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이, 너는 뭐야? 빨리 가서 날아간 물건이나 가지고 와.”
선임급의 용병이 그자를 보고 말했다.
그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 뒤쪽으로 걸어갔다.
“저 녀석, 얼굴이 안 익숙한 거 보니까 신입인 것 같은데 뭐가 저렇게 건방져? 내가 부상으로 쉬고 있는 동안 애들이 좀 풀렸나. 용병단 기강이 말이 아니군.”
그가 혼자 툴툴거리고 있는 사이 그자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팔랑.
짐마차를 덮고 있는 천막이 살랑 흔들렸다.
그리고 짐마차 안에서 그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짐마차 안에는 50여 가지의 쾬튼 제품이 쌓여 있었다.
그 제품들은 하나같이 매혹적인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엄청나군. 지독할 정도의 독기다.
‘그리고 전부 제 먹잇감이기도 하지요.’
허름한 일반 용병 옷을 걸치고 있는 이는 바로 엘런이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그분의 마나에는 혈기가 가득해서 몸에 많이 지니고 있지 못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프로뱅에게 대답한 엘런은 쾬튼 제품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세밀하게 세공된 금반지였다. 그것을 보는 자라면 누구든 침을 흘릴 정도로 아름다운 반지였다.
엘런은 그 반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츠츠츠.
그러자 반지에서 검은 마나가 스멀스멀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마나는 엘런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엘런의 손에 닿은 마나는 그 색이 옅어지더니 그의 마나 하트에 저장되었다.
-벌써 이렇게 흡수한 것이 몇 개인데, 그건 언제 봐도 놀랍단 말이지. 마나 드레인을 정말로 성공시킬 줄이야.
‘스승님 덕분입니다.’
엘런이 제레미를 찾아간 날부터 그는 마나 드레인을 완성시키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제레미에게서 쾬튼 제품을 빼앗으려 할 때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마나 드레인을 사용했다.
그는 발리체에서 구한 마나 드레인과 관련한 책, 그리고 프로뱅의 지식까지 총동원했다.
수없이 많은 반복과 계산, 그리고 추론까지 더해져 엘런은 마나 드레인을 재현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다른 마법사가 들었다면 눈이 뒤집혔을 일이었다.
마법을 보는 것만으로 수식을 분석할 수 있다니.
신의 재능 하메론도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엄지를 추켜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엘런은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개량까지 해냈다.
-이제는 네가 괴물로 보이는구나.
‘적어도 리치에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검은 마나가 다 빨려 나온 건지 반지에서 더는 마나가 나오지 않았다.
툭.
엘런은 그 반지를 내려놓았다. 놀랍게도 그 반지에서는 더 이상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 마나는 뭔가 미묘하게 불편한데. 왜 이런 거지?’
이시스와 함께 흡수한 네트의 영혼은 여전히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지금까지 경매장이나 마차에 잠입해 쾬튼의 제품에서 흡수한 마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반지에서는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미약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내가 담은 영혼을 빼가는 좀도둑놈이 누구인가 했더니 바로 네놈이었구나.”
바로 그때, 마차 안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런은 갑자기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곧바로 스태프를 잡았다.
스아아.
한 제품에서 검은 마나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는 검은 연기의 형태였다면 그것은 끈적끈적한 액체의 형태였다.
“언젠가는 끌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형태인 줄은 몰랐네.”
엘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꿀렁꿀렁.
그 액체는 점차 형상을 갖춰 갔다.
-네놈은 여기까지 따라온 것인가. 케니프라에서부터 여기까지 끈질기군.
그의 음성은 2개로 겹쳐 들렸다. 하나는 쾬튼의 음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네트의 음성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네트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군. 그런데 분리된 영혼의 기억은 공유하지 못하는 건가?’
그는 엘프의 숲에 떨어진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너에게서 나와 같은 힘이 느껴지는 것이지?”
다시 쾬튼의 목소리로 통일되었다.
“뭐야, 너 네트인 거야? 아니면 쾬튼인 거야?”
네트에게 완전히 잠식되었을 거라고 생각한 엘런은 쾬튼에게 물었다.
“네트? 그것이 이 힘의 주인인가 보군. 우연히 얻은 이 힘은 아주 매혹적이었다.”
그는 이 힘을 처음 얻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밤샘작업을 하는 도중 보았던 그 신비로운 검은 연기. 그리고 그 연기는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내가 만드는 작품에 나의 영혼이 깃들기 시작하더군. 사람들은 내 혼이 담긴 작품에 열광했지.”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점차 그 힘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힘이 나를 잠식하려 하더군. 내가 강력하게 저항하자 그것은 한발 물러섰고 우리는 타협점을 찾았다. 그것이 지금의 이 아이들을 만들 수 있게 된 이유지.”
엘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3분의 1로 쪼개졌다고 해도 대륙을 집어삼킬 수 있을 힘을 가진 네트였다. 그런 그가 대장장이의 자아를 이기지 못했단 말인가.
-전이는 인간의 탐욕과 가장 잘 반응한다. 하지만 대장장이 그에게는 완벽의 추구는 있었을지라도 탐욕은 없었던 것이겠지. 그분에게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군.
프로뱅의 추측에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떤 이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네트의 영혼은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고, 엘런은 그를 처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슈숙.
생각을 마친 엘러은 어느새 쾬튼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마나 드레인을 배운 순간부터 네트를 처리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누군가의 몸속에 들어 있는 그 영혼을 흡수하기만 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충만한 마나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쾬튼의 몸속에 있는 네트를 먹어치울 생각이었던 엘런은 그의 목을 잡았다.
“커헉.”
‘마나 드레인.’
엘런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 쾬튼은 아무런 저항도 못 했다.
그리고 엘런의 손으로 검은 마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마나는 엘런의 손을 타고 그의 마나 하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나 하트에 들어간 그것은 곧바로 돌변했다.
“크악!”
쿠당탕.
엘런은 마나 하트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고는 쾬튼을 던져 버렸다.
쾬튼은 마차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뭐야!”
짐마차의 뒤를 따라오던 용병 하나가 마차 밖으로 튕겨 나온 쾬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지!”
여전히 강풍이 불고 있는 탓에 그는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일 처리가 똑바르지 못한 거야?”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마차가 멈추자 테츠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다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쾬튼을 발견했다.
“쾬튼 영감, 영감이 왜?”
“네놈이 물건 관수를 못 하니까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쾬튼이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슥 닦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물건들은 전부 잘 운송했다고.”
테츠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젠장, 조용히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실패했군.”
마차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엘런이 있었다.
‘조금만 흡수했는데도 마나 하트가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너의 몸이 그분의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초과한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마나의 본체를 흡수하려 했으니 고통이 클 수밖에. 이제부터 드레인에 신경 써야겠어.
엘런이 반지를 흡수할 때 느껴졌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테츠는 놀라서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갑자기 쾬튼이 튀어나오더니 이제는 처음 보는 청년까지 마차에서 걸어 나왔다.
“영감, 도대체 이게…….”
“드디어 준비되었구나. 어이, 테츠. 죽기 싫으면 몸 웅크리고 있어라.”
쾬튼이 테츠의 말을 끊어 버렸다.
쿵.
그가 허리에 걸려 있던 검을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기이잉.
그러자 검을 중심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진이 퍼져 나갔다.
엘런은 자신도 모르게 스태프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느낌이 좋지 않구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법진에서는 누군가 나타났다.
소환술과 흡사해 보였다. 하지만 소환술과 달리 등장한 것은 마물이 아닌 사람이었다.
‘뭐지?’
후웅.
그 순간, 그들의 주위로 검풍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