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1
11
첫 던전 공략 (4)
스겅.
테오의 오러 블레이드에 골렘의 오른팔이 절단되었다.
하지만 고통을 모르는 골렘은 자신의 왼팔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카앙!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던전 안을 울렸다.
‘몸이 많이 무뎌졌구나.’
한동안을 술만 마시며 폐인 생활을 했던 테오였기에 방금의 충격은 큰 부담이 되었다.
그는 한 번의 충돌로 약하게 떨려 오는 팔뚝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팔뚝에서 힘줄이 올라왔다.
그는 몸을 낮추며 골렘의 공격을 피한 뒤 그의 다리 사이로 뛰어들어 갔다.
쿵!
골렘은 조그만 인간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그 커다란 다리로 테오를 짓밟아 버리려 했다.
하지만 테오는 가볍게 그 발길질을 피했다.
그는 그 속도로 유지하며 골렘의 왼쪽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투콱!
골렘의 다리는 팔보다 훨씬 두꺼웠다.
아무리 오러가 둘러진 검이라 하더라도 그 두꺼운 다리를 한 번에 베어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검이 골렘의 다리에 박힌 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 사이 골렘은 왼쪽 팔이 테오를 노리고 날아왔다.
‘젠장!’
테오는 검을 두 손으로 쥐고 골렘의 다리를 박차면서 그 반동으로 검을 빼냈다.
콰아앙!
간발의 차이로 테오는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꿀꺽.
방금 전 자신이 있던 곳의 상태를 보고 테오는 침을 삼켰다.
그 긴장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골렘이 계속해서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골렘의 육중한 팔과 다리는 쉴 새 없이 테오가 방금 전까지 있던 곳을 파괴시켰다.
‘조금 무리를 해야겠군.’
테오는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팔을 노릴 생각이었다.
예상대로 골렘은 테오를 향해 왼쪽 팔을 휘둘렀다.
츠팟.
그 순간 테오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고 느껴졌다.
골렘의 팔은 허공을 갈랐다.
사라졌던 테오는 골렘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그러고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내는 검을 골렘의 가슴팍을 향해 내질렀다.
쿠구국!
검이 가슴팍에 깊게 박혔다.
검신에 흐르던 오러는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두꺼운 그 가슴팍을 관통해 버렸다.
쿵!
마침내 그 육중한 덩치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사람, 30년 전에도 여전했구나.’
엘런은 용병으로 지내던 시절, 그와 함께 던전을 클리어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실력도 어마어마하긴 마찬가지였다.
“후우욱!”
테오는 숨을 고른 후 엘런에게 다가갔다.
“이제 끝인 것 같소만?”
“테오 님 덕분에 잘 끝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보상을 챙기러 갈 차례이지요.”
엘런은 쓰러진 골렘의 뒤쪽에 있는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호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하메론의 책으로만 간접 경험한 그곳을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금은보화는 엘런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가 찾는 것은 따로 있었다.
잠시 후.
‘찾았다!’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던 푸른색의 팔찌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엘런은 하메론을 만나 본 적이 없었지만 마법사를 꿈꾸던 그는 대마법사 하메론과 관련된 책이라면 모두 읽어 보았다.
때문에 하메론의 던전에서 나온 아티팩트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집어 든 팔찌는 ‘브하바티’였다.
이 팔찌는 평소 마나를 저장시켜 두었다가 필요할 때 그 마나를 꺼내 쓸 수 있는 아티팩트.
마법사든 마법보조사든 마나량의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큰 마법을 몇 번 사용하고 나면 다시 마나를 채울 때까지 마법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마나를 저장시킬 수 있는 아티팩트는 아주 효과적인 아티팩트였다.
‘1서클 마나량 정도가 들어간다고 했었지?’
영창을 생략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엘런은 이로써 지금보다 2배로 많은 마법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엘런은 팔지를 왼쪽 팔에 찼다.
그러던 그의 눈에 낡은 지팡이 하나가 들어왔다.
‘이코스의 지팡이다!’
엘런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코스의 지팡이는 마나를 증폭시키는 지팡이로, 같은 양의 마나로도 훨씬 강력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해 주는 아티팩트였다.
엄청난 마나량을 가졌던 하메론은 이 지팡이로 더욱 강력한 마법을 사용했었다.
훗날 ‘하메론의 지팡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초창기 하메론의 상징적인 아티팩트였다.
‘이런 건 바로 한 번 사용해 봐야겠지?’
하메론의 아티팩트라는 생각에 잔뜩 흥분한 엘런은 지팡이를 든 채로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다.
후웅.
지팡이에서 떠오른 빛은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밝았다.
‘이거 엄청난데?’
갑작스러운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엘런은 얼른 마법을 거두어들였다.
이미 2개의 아티팩트를 챙긴 엘런은 아직도 무언가 찾는 것이 있는지 보물 더미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책에는 그것도 있었다고 했는데…….’
금화를 여기저기로 흩던 엘런은 갈색 주머니를 발견했다.
‘역시나.’
그는 얼른 그 주머니를 집었다
‘저건?’
지금까지 엘런이 아티팩트를 챙기는 동안 그저 그를 바라만 보고 있던 테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엘런이 집어 든 주머니는 테오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공간 주머니.
현실 세계와는 독립된 새로운 차원으로 이어 주는 주머니였다.
때문에 그 주머니는 물건들을 무제한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테오도 영지로 파견을 나온 마법사가 들고 다니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엘런은 아공간 주머니의 입구를 열어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짤랑짤랑.
주머니에서 빼낸 손에는 유리병 3개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병에는 보랏빛을 띠고 있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뽕.
꿀꺽꿀꺽.
엘런은 그중 한 병의 병마개를 따더니 단숨에 한 병을 비워 버렸다.
“으윽!”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신음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화끈하는 느낌 때문에 그 액체가 자신의 위로 들어가는 것까지 느껴졌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건가?’
엘런은 심장에서 마나가 새로운 원을 만드는 것을 느꼈다.
하메론이 마셨다는 그 마나 엘릭서를 이번 생에서는 엘런이 마신 것이다.
“크윽.”
새롭게 생긴 마나가 몸 이곳저곳을 헤집느라 엘런의 온몸에서 열이 났다.
빠른 속도로 마나가 지나가는 탓에 그의 혈관은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투둑, 투두둑.
목덜미와 팔뚝에 핏줄들이 튀어나왔다. 엘런은 자칫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당장이라도 몸을 터뜨릴 것 같은 마나의 압력은 시간이 지나자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마나가 다시 서클로 돌아가자 조금 진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니까 그 괴물도 한 번에 다 마시는 건 무리라고 했겠지.’
높은 혈압 탓에 붉게 충혈된 눈을 깜빡인 엘런은 나머지 엘릭서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주머니를 허리에 찬 엘런은 다시 보물 더미로 다가갔다.
그는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검 하나와 한주먹의 금화를 테오에게 건네주었다.
“약속했던 추가금입니다.”
“던전의 보상은 원래 고용주에게 귀속되는 것이오.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대의 능력이었으니 나는 보상을 받을 수 없소.”
테오가 손사래 치자 엘런은 억지로 그것들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당신은 언제든지 내게서 이 보물들을 빼앗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요. 또한 실력을 보니 최소 소드 익스퍼트는 되어 보이는데 제가 처음에 준 보수는 그 실력에 합당하지 않은 보수였습니다. 테오 님과 같은 실력자에게는 이만한 대우는 당연한 것입니다.”
엘런의 말에 테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자는 진정으로 10대 중반의 소년이 맞단 말인가?’
긍지 높은 기사나 이름 있는 귀족들조차도 이미 명예라는 것을 잊어버린 시대였다.
그런데 한낱 소년이 그 명예를 알고 있는 것이었다.
테오는 그 검과 금화를 받아 들었다.
검을 쥔 손으로 그 날카로움이 전해졌다. 필시 마법 검이 틀림없었다.
“명예가 사라져 버린 시대에 오랜만에 참된 사람을 만난 것 같군. 사실 그대에게 고백할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나의 이름은 바몬 아베크. 듀란가의 기사였소. 내가 모시던 듀란 자작은 그 누구보다 긍지 높은 영주였소. 나 역시 그런 그분에게 감명받아 평생의 충성을 맹세했지. 하지만 영지전 당시 동맹으로 있던 귀족에게 배신당해 목숨을 잃었다오. 나 역시 동료 기사에게 속아, 싸워 보지도 못한 채 듀란 님의 패배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소.”
아직도 그 화를 참을 수가 없는지 바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몇 달을 폐인으로 살던 나는 주군의 명예와 가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돈을 모으기로 했소. 그대가 준 이 돈은 내 반드시 주군의 명예를 위해 사용하겠소.”
“저 역시 바몬 님의 염원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여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면 나를 찾아오시오. 그대에게 받은 이 명예와 호의에 꼭 보답하리다.”
바몬은 엘런을 향해 예를 취했다.
“그런 말씀을 들으니 제가 다 든든합니다.”
엘런도 이에 화답했다.
미래의 바몬이 어떤 인물이 될지 알고 있었던 엘런은 이번에 맺은 연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