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a cooldown RAW novel - Chapter 110
110
늑대들 (1)
* * *
‘주술사들이 고대어를 사용할 줄이야.’
고대어는 고대시대에 사용하던 언어였다.
그 당시에 모든 이들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 나온 것은 바로 이 언어 때문이었다.
마법이라는 것은 자연을 분석하고 마나를 이용해 그 법칙을 비틂으로써 생기는 일종의 오류였다.
이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고대어에는 언어 자체에 분석이 담겨 있지.’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그 언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대 마법사들의 계산보다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현대 마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지게 된다.
‘덕분에 고대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괴물 같은 시대라는 건데.’
하지만 이 언어는 고대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함께 사장되고 현재는 극소수의 자료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주술사들은 아무런 마법적 이론도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군.’
엘런은 자신이 사용한 마법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고 있는 바쿤다를 보았다.
“그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주술이라고?”
“그렇습니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주술이 더 있습니다만, 모두 주문만 전수하는 식입니다.”
엘리너스 이후로 막혀 있던 고대어에 대해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도 궁금하구나.
프로뱅도 역시 리치가 된 후 고대어만 공부했다.
하지만 자신도 우연히 발견한 몇 가지 마법에 대한 주문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체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것은 파이어볼에 대한 주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파이어볼과 그의 주술을 비교하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것도 좀 보여 줄 수 있겠어?”
“은인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 주술을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고대 마법은 그 위력만큼이나 마나 소모량이 어마어마했다.
마나 수집법조차 모르는 그들이 다음 마법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예, 알겠습니다.”
그 후로 바쿤다는 몇 가지 주술을 더 보여 주었다.
그의 주술은 대체로 화염과 관련된 것이었다.
‘저 언어로 심상을 떠올려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게 고대 마법의 문제이지.
하나의 주문을 안다고 해서 그 고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대어에 대한 심상. 그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떠올릴 수 있어야 비로소 마법 사용이 가능했다.
‘이것도 역시 반복밖에 없겠습니다.’
엘런이 부족민들을 치료해 준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킁킁.
바쿤다의 코가 벌름거렸다.
바람에 날려 온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타라라락.
잠시 후, 나무로 만든 경종이 딱딱한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냐?”
헤실헤실 웃고 있던 바쿤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곳에는 마을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족장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낭족의 대전사들이 부족민들을 이끌고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망루에 올라가 있던 사내 하나가 바쿤다를 향해 소리쳤다.
“그놈들 이곳이 어디라고, 잘도 쳐들어오는군.”
그의 입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라.”
* * *
낭족의 대전사 아라르는 전방에 있는 호족의 목책을 노려보았다.
“호랑이 놈들은 주술사님의 저주를 받아 부족민이 반 이상 줄었을 겁니다.”
한 부족민의 말에 아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을 수 있겠군. 그동안 설쳐 대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의 입이 옆으로 쭉 찢어졌다.
그러자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그는 마치 식사시간을 앞둔 야수 같았다.
수인족인 대전사들에게 전투는 투지 외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전장에 있는 모두가 먹이였으며 적들을 물어뜯고 한입에 삼켜 버리는 것은 전투의 또 다른 묘미이기도 했다.
드르르륵.
호족의 목책이 열렸다. 그리고 호족의 부족민들이 투박한 무기를 들고 나섰다.
“굳이 이렇게 나서야 하는 건가?”
그 상황에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바로 엘런이었다.
‘방어의 입장에 있는 녀석들이 굳이 목책을 열고 제 발로 나선다니.’
완벽한 전략을 선호하는 엘런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목책에 숨어 싸우는 일은 전사의 긍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입니다.”
바쿤다는 크르릉 거리며 투지를 불태웠다.
수인족은 인간의 지성을 가진 유사 인종이기는 하지만, 현대 인간의 지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략, 전술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본성인 투쟁과 경쟁에 더욱 충실했다.
‘뭐 그런다고 질 것 같지는 않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엘런이 굳이 이 전투에 참가한 이유는 상대가 낭족이었기 때문이다.
빨리 네트의 영혼을 회수하고 일을 끝내 버리고 싶었다.
“저곳에 굴트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목책이 열리기 직전에 바쿤다의 말을 듣고 잔뜩 김이 샌 엘런이었다.
동시에 괜히 저 녀석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 주지.’
그렇게 생각한 엘런은 레비테이션 마법을 사용했다.
두둥실.
“오오.”
“은인께서 권능을 사용하신다.”
“우리는 절대 지지 않아.”
그의 몸이 부유하자 부족민들은 경외심을 가득 담아 엘런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은 반쪽짜리들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끝내 버리자.”
호족과의 결전을 앞둔 아라르가 부족민들의 사기를 고취시켰다.
“우오오!”
인간인 그들도 마치 자신들이 짐승인 것처럼 울부짖었다.
“저것은 무엇이지?”
그의 눈에 호족의 진영에서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물체가 보였다.
그는 그것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했다.
“인간인가?”
공중에 떠오른 물체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슈우웅.
그가 있는 곳에서 푸른색의 반짝반짝 빛나는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왔고, 아라르는 금방 그 물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주, 주술이다!”
콰아앙.
파바박.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그들에게로 떨어졌다. 그것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끄아아악.”
“아악.”
부족민들의 온몸에 얼음 파편이 박혔다.
“적의 주술이 한 번 나왔으니 지금이 기회이다. 돌격!”
다른 부족의 정복 때문에 자신들의 주술사가 빠진 상황에서 이 정도는 예상하였다.
이미 그 수가 반이나 빠져 있고 나머지도 전투 가능한 인원이 몇 안 되는 호족이었다.
호족 주술사의 공격 한 번만 받아주면 그다음부터는 그들의 차례였다.
‘왜 불이 아니라 얼음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호족의 주술사는 주로 화염 주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라르에게 있어 그런 것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원래 주술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어려운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부딪히고 싸워서 승리만 하면 되었다.
콰아앙.
하지만 곧이어 몰아치는 열풍이 그의 생각을 완전히 부정해 버렸다.
바닥에서 치솟는 화염 기둥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의 모습.
파지직.
화륵.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 수도 없었다.
광범위한 그 공격 속에 부족민들은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호족의 부족민들이 목격했던 그 대재앙의 모습.
그것이 그들에게 재현된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그 공격이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들은 저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점에 깊은 안도를 느꼈다.
그 죽음의 폭풍이 지나고 난 후,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그곳에 멀쩡히 서 있는 이는 없었다.
“이, 이게 대체…….”
그는 바로 아라르였다.
수많은 부족민이 단 한순간에 몰살당해 버렸다.
그는 지금 일어난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살아서 다행이다.’
다른 대전사가 들었다면 전사의 수치라며 조롱했을 것이다.
비겁하게 살아남을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전사들. 자신도 바로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그런 투지 따위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생존 본능만이 비명을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더는 공격이 없다.’
지금이 도망칠 기회란 말이었다.
아우우우.
그의 입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인간의 형상을 간직하고 있던 그의 몸이 늑대의 모습으로 변했다.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늑대와 차이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동물의 힘을 극대화 시키는 완전수인화였다.
아라르는 대전사의 상징이라는 그것을 도주에 사용한 것이다.
‘얼른 가서 너희들의 주술사에게 알려라.’
엘런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그를 일부러 놓아주었다.
“후우…….”
레비테이션을 해제한 엘런의 발이 다시 땅에 닿았다.
“최대한 빨리 끝냈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 누구도 조금 전의 광경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런 분을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한단 말인가.’
바쿤다는 그 장면을 연출하고도 그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 엘런이 두렵게 느껴졌다.
“너희 전통을 어긴 건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낭비할 시간이 많이 없거든.”
“아닙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바쿤다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럼. 주술에 대해서 조금 더 볼 수 있을까?”
부족민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돌아서는 엘런을 보며 애써 자신들을 치료해 주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지 않으면 공포심 때문에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크르르.
컹 컹.
그날 저녁. 낭족의 마을에서는 공개 처형식이 진행되었다.
대상은 전투에서 도망친 대전사 아라르였다.
그는 밧줄에 묶인 채로 마을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부족민들이 그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 아라르의 처형을 집행하는 이들은 같은 낭족의 대전사들이었다. 그들은 으르렁거리며 아라르를 위협했다.
‘너희들의 울부짖음 따위는 그때의 공포의 반도 안 되는구나.’
호족의 주술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기까지 했다. 아라르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잠깐.”
그 목소리에 당장이라도 아라르를 물어뜯을 것 같던 대전사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누군가 부족민들 무리에서 걸어 나왔다.
그 역시 대전사들처럼 수인족이었다.
하지만 그의 체구는 어떤 대전사들보다도 왜소했다.
털도 한 뭉텅이씩 빠져 있는 것이 늑대가 아니라 꼭 병든 들개의 모습 같았다.
“주술사님, 말씀하십시오.”
놀랍게도 대전사들은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가 바로 낭족의 주술사 굴트였던 것이다.
그가 아라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너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지옥을 보았습니다.”
아라르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지옥은 이곳에 있거늘, 어째서 다른 곳에서 보았다고 하는 것이지?”
스윽.
그가 스태프를 들어 올려 아라르의 눈앞에 가져다 갔다.
그 스태프는 봉대 위에 커다란 흑색의 수정이 박혀 있었다.
그 옆에 달린 초승달 모양의 장식이 수정을 감싸고 있었다.
쿠쿠쿠.
흑색의 수정에서 빛이 나더니 꿈틀거리는 검은 마나가 튀어나왔다.
촤악.
그리고 그 검은 마나는 아라르의 눈을 파고들어 가 버렸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으으.”
추욱.
두 눈이 파여 버린 아라르의 몸이 축 늘어졌다.
하지만 검은 마나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굴트는 거기서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괴기한 놈이 나타났군.”
굴트는 아라르가 겪었던 장면을 본 것이다.
“내가 직접 가 봐야겠다. 대전사들을 준비해라.”
“예.”
햇빛에 비친 그들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